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항상 당신과 함께합니다.

나는 당신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세상을 떠나는 이후까지 한순간도 당신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당신의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당신은 나를 통해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나를 엄격하게 대한다면 당신의 충실한 종이 되겠지만 나를 아무렇게나 대한다면 당신을 나의 종으로 삼을 것입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바로 `돈`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후반의 A씨와 B씨를 재무상담한 적이 있다.

20대 초반의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두 사람은 높은 수입과 안정된 직장으로 누구에게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무상담에 들어가니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A씨는 나의 기대처럼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을 잘 운용했고, 앞으로 다가올 은퇴를 준비하는 방안에 대해 상담을 신청했다. 하지만, B씨는 그동안 높은 수입만을 믿고 무계획적인 지출 탓에 돈을 모으기는커녕 대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손쉽게 대출을 받으며 생활해온 결과 지금은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금액이 돼 해결책을 찾고자 상담을 신청하게 된 것이었다.

흔히 많은 사람이 지금보다 수입이 더 많아진다면 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수입이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기대한 것처럼 재무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늘어난 수입은 어디론가 이름 모를 지출이 돼 사라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만약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27시간으로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체면치레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위의 B씨도 자신이 대기업에 다닌다는 체면 때문에 주위의 시선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지출이 늘어난 것이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된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체면을 접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 하겠다. 많은 사람이 체면 때문에 재무적인 문제를 내버려두고 악화시키다가 결국에는 대형 사고를 터뜨린 후에야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생각의 전환을 뜻한다.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것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잘 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돈으로 자신의 필요에 맞게 쓸 줄 아는` 행복한 부자는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돈은 우리에게 주인의 자리가 아닌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종의 자리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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