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매직 히포` 현주엽(34·195㎝)은 25일 “경기력이 매년 조금씩 떨어져 출장시간이 줄어드는 현실을 겪고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라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때 은퇴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현주엽은 이날 잠실야구장 내 LG스포츠단 사무실에서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현주엽은 은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몸 상태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자존심 문제도 있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라면서 “예전부터 은퇴시기에 대해 많이 생각했지만 이제는 때가 됐다는 생각에 며칠 전에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존심`에 대해서는 “제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 주지 않고 통증도 있어 출장시간이 줄어 많이 힘들었다. 그걸 겪고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여 년간의 농구 생활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프로생활 9년 동안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현주엽은 “한 팀에서 10년만 있어도 (한 번이라도) 우승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면서 “9년간 프로생활을 하면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워포워드 포지션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가장 필요했던 포지션이어서 정말 힘들었다. 이제는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게 되면서 그 포지션이 다시 살아나는 환경이 됐다”면서 “이런 상황이 좀 빨리 왔으면 선수 생활을 몇 년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며 `농반진반`으로 뼈있는 말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우승했던 것”이라면서 “대학 무대에서는 입학 후 첫 경기인 MBC배 대회에서 질 거라고 생각하던 경기를 이겼을 때”라고 회상했다.

라이벌로 꼽혔던 `국보급 센터` 서장훈에 대해서는 “장훈 형도 그렇고 저도 서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가장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으라면 장훈 형”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그는 `한국 농구 최고의 파워포워드`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농구를 하면서 그런 이름을 달 수 있었다는 게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답변하고 어떤 선수로 불리고 싶느냐는 질문에는 “농구 좀 잘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