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백신 맞는 기분으로 거를것은 걸러야”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연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후보검증문제를 거론해 ‘후보검증’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당 지도부의 거듭된 자제 경고와 고 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인한 정국변화 속에서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후보 검증논란은 이제 박 전 대표가 다시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어서 이명박 전 시장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18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자유시민연대 창립 6주년 기념식 특강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미리 우리가 자체적으로 거를 것은 거르고 의문점이나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지난 두 번의 대선 실패는 여당의 네거티브에 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사전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내 경선이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있고, 그 상대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저는 꼭 본선에서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검증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지난 2002년 대선패배 원인을 여당측의 네거티브 공세와 함께 대세론 안주, 충청권 공략 실패 등을 꼽으면서 “이번에는 대세론에 안주하지 말고 충청권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측이 후보검증 자체는 내달 초 구성될 경선준비위에 일임하더라도 ‘후보 사전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통해 이명박 전 시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박 전 대표의 후보 사전검증 주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대우조선 방문 도중 박 전 대표 측의 ‘대선주자 사전 검증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다”며 “정치권에서 떠도는 얘기들은 이미 다 검증된 바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절대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문제로 인해 ‘박 전 대표 측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게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은 무조건 화합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와 감정의) 골은 없고, (내부적으로) 충돌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선 박 전 대표가 검증론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구체적인 자료를 내 놓고 얘기를 해야지 자꾸 뭐가 있는 것처럼 말만 꺼내면 되느냐. 그게 `네거티브’와 뭐가 다르냐”고 반발했다. 두 주자 간의 후보검증 공방이 다시 재연되고 있는 데 대해 한나라당내에서도 국민들에게 자칫 ‘적전 분열’로 비치지 않을 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김진호기자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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