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스산하다. 낡은 목조 건물들이 이마를 맞대고 휘어지는 골목, 부서질 듯 위태로운 처마의 모서리가 후지산 문양이 박힌 나무 발코니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2층의 창들은 이제 삐걱이지 조차 못한다. 100여 년 전으로 세월을 돌리면 이곳은 목욕탕과 이발소, 세탁소, 약국, 사진관, 잡화점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곳, 여관과 식당, 선술집 그리고 기생들을 고용한 고급 요정들이 밀집해 있던 향락의 거리였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성어기에는 도처에서 몰려 온 일본 뱃사람들로 밤낮없이 북적였다. 낮에는 항구를 중심으로 선주와 어부, 운반업자들이 어깨가 받칠 듯이 붐비고, 밤이면 노랫가락과 술타령, 기생들의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로 뒷골목은 날이 새는 줄 몰랐다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8.18
게재일 20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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