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정이 될 수밖에 없는 그리스 여행이다. 그리스 여행은 어느 여행지를 선택해도 대부분 야외 박물관이기 때문에 한 곳을 반나절 둘러본다는 각오로 출발해야 한다. 휴양지 아닌 문화유적을 답사한다는 일은 다리에 힘 있을 때 해야 함을 그리스 여행은 충분히 깨닫게 하고도 남는다. 오늘의 일정은 아테네다. 둘러보지 못한 시내 관광지를 차근차근 견학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 후 간단한 옷차림으로 로비에 모였을 때 일광 형이 특별 이벤트를 이야기한다. 오늘 저녁은 특식으로 지난 번 메테오라 갈 때 함께 한 현지 가이드 조 선생이 식당을 안내하기로 했단다. 딸 영인이가 저녁 식사 경비를 찬조했다며 최 형과 나 모르게 부탁했단다. 식당이나 음식 종류는 그리스에서만 주로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찾아달라
그리스 음식에는 올리브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올리브를 많이 재배한다. 나라에 등록된 올리브 나무 그루수도 1억 7천만 그루 쯤 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올리브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다. 그 다음이 그리스다. 그리스 신화에서 올리브 나무는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 여신이 인간 세계에 준 귀한 선물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앞 바위에서도 열매를 맺은 올리브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일행이 찾아가는 나프폴리오(Nafplio)행 길 곁으로도 올리브가 한여름 땡볕 밑에서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그리스 여행 시작 한 주가 넘는데 그 사이 빗방울은 한 방울도 만날 수 없었다. 폭염, 건조한 날씨에도 올리브는 신기할 정도로 잘 자란다. 올리브 나무의 뿌리를 캐보
언제부턴가 가로등이 켜진 것처럼 몸과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힐링(healing)`이란 말이 사회 곳곳에서 반짝인다. 힐림 캠프, 힐링 화장품, 힐링 명상, 힐링 오락…. 정치에도 `힐링`자를 붙여 힐링 정치란 말까지 사용한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는 지금 몸과 마음의 치유를 받아야 할 중증 환자들이 수두룩한지 모른다. 일찍이 힐링의 명소로 수많은 환자들이 모였던 곳이 있다. 198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리스 `에피다우로스(Epidauros)`다. 에피다우로스는 그리스 아르고리스 지방의 살로니카 만 가까이 있는 고대 도시다. 아라네오(Arahneo) 산기슭 송림 숲에 자리잡은 이곳은 건강과 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가 있었던 성역이다. 그 성역 산비탈엔 그야말로
그리스로 출발하기 전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스 신화`, `그리스 미술`, `그리스 문명`, `그리스인 조르바` 등 넘긴 책을 곁에 두니 제법 많다. 여행 후 다시 넘겨보기 시작한 책이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다. 아무래도 여행하면서 보았던 그리스 문명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다.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아가멤논이 있다. 위대한 황금 예술의 전형을 볼 수 있는 황금마스크의 주인. `아가멤논!` 트로이 전쟁의 총사령관 `아가멤논!` 우리 일행은 지금 아가멤논의 유물이 발굴된 미케네로 간다. 미케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고대 성채로 코린트에서 48km 거리다. 길은 아크로코린트 우측으로 뚫렸다. 그 우측 산비탈 자락에는 끝없는 수평선에
늦은 점심을 오후 3시 넘어 칼람바카(Kalambaka)에서 3대째 영업하고 있는 `레스토랑 메테오라`에서 먹었다. 뷔페였다. 대형 솥 12개에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게 제공하였다. 대를 이어 하는 식당답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은 많았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난 칼람바카 마을을 벗어나기 전 성스테파누스 수도원을 되돌아봤다. 우뚝! 수도원을 끌어안은 메테오라 바위가 성인(聖人)처럼 우리를 향해 손 흔든다. `바이바이! 여행객이여 은총이 가득하길!` 얼마쯤 달리자 길옆으로 강 하나가 긴 꼬리를 잇는다. `피니오스`강이다. 피니오스 강은 아폴론과 다프네에 얽힌 신화가 흐르는 강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여신 에로스는 금화살을 아폴론의 어깨에 맞추고, 첫눈
새벽이었다. 일찍 눈을 뜬 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7시 넘어 카메라와 시집 한 권을 들고 살며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호텔 뒤편의 기암괴석이 나를 내려본다. 그 풍경을 카메라로 찍는다. 참 많이도 찍는 사진이다. 여행 출발 전 노트북을 챙겼다. 외국 여행 중 컴퓨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음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호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룸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겠다고 하니 5유로를 내란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컴퓨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물론 그것이 강점이면서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로비로 가니 벌써 다른 곳으로 출발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메테오라는 그리스 정교회 수도
오늘의 유럽(Europe)이란 어원은 그리스어`에우로페(그리스어: Ευρωπη)`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에우`는 넓음, `로`는 눈을 뜻한다. 즉 `시각의 넓음`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만약 유럽에서 그리스란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체성 혼란으로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럽연합(EU)과 같은 거대 조직은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시아와 인접한 그리스 문명은 그만큼 유럽 문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영어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의 언어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런 그리스 땅에는 지구의 중심이며 자궁이라고 여긴 옴팔로스(Omphalos:배꼽)가 있다. 바로 델포이(Delphoe)다. 한여름 머리 위 태양이 작열하는 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창 밖 풍경은 건조하기 이루
그리스 도착 둘째 날 델포이와 메테오라로 가는 길에 그리스 정교회의 모범됨을 볼 수 있는 호시우스 루카스 수도원(Monastery of Hosios Loukas)에 들르기로 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은 일행은 큰가방을 호텔에 맡기고 작은 가방 하나씩 챙겼다. 시간을 절약하며 많은 곳을 구경할 방법을 찾다 보니 현지 여행사를 물색하게 되었는데 그리스에서 20여 년 살면서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는 조 선생과 닿게 되었다. 그가 9인승 봉고차를 끌고 나타난 것은 오전 8시 조금 넘어서였다. 우리는 산뜻한 맘으로 차에 올라 출발했다. 길 곁의 건물 벽에는 내가 이해하기 힘든 그리스 글자와 그림들이 영화 필름처럼 이어졌다. 어디든 마찬가지다. 붉은색, 청색, 검은색…. 경제 불안에 따른 불만을 그렇게 표출한
이번 주부터 하재영 시인의 그리스 기행문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그리스는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반도국이면서 수많은 철학자를 배출하고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꽃피운 나라입니다. 현재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낙천적인 그리스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수많은 문화유적을 지역마다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재영 시인의 `신화의 나라 그리스 기행`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①아레이오스 파고스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밟았던 곳을 다시 밟는다. 가까운 곳이 아닌 먼 나라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서 5유로 티켓을 끊고 탄 버스는 펑 뚫린 길을 벗어나 시내버스처럼 곳곳 에 멈춰 손님을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