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길 따라 구름 위로 올라가니 굽이굽이 삼십 리나 이어졌네 사람들은 높은 나무 끝으로 지나고 말은 푸른 병풍 속으로 들어가네…. 가는 날이 장날, 북새통이다. 위의 시는 영남학파 소세양(蘇世讓)이 당시 넘기 힘든 고개인 문경새재를 표현한 것이다. 찻사발 축제가 열리고 있는 문경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몇 해 전 와본 경험만 믿고 다시 찾은 문경새재, 그때보다는 더 잘 정비돼 있고 볼거리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문경은 수백 년에 걸쳐 전통도예의 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군데군데 도자기 상설집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다. 도자기 축제라 그런지 엄청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아무래도 한적한 둘만의 여행은 틀렸다 싶었다. 문경은 지역명이며 새재는 고개이름을 말한다
이상한 일이다. 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청량산에만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계절 빠짐없이 언제나 그대로의 절경을 보여주는 봉화 청량산. 청량산이라는 이름 탓, 아니 그것보다는 이곳을 오기 위해 달려보는 꿈같은 드라이브길이 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국도의 매력은 고속도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에 난 웬만한 여행길은 국도를 통해 달린다. 도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나 바위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때로는 마음대로 차를 세워 계곡에서 커피 한 잔을 끓여 먹고 달릴 수도 있고, 어떨땐 산딸기 나무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한바구니 산딸기를 따기도 하는 그런 여유로움 때문이다. 모처럼의 맑은날 영덕 방면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나에게 부산의 친구 몇몇이 청량산을 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발길에 유린 당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비경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비경으로 이름나기만 하면 그 모습을 온전히 간직 하기란 더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방송이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름난 곳이다 하면 곧바로 물밀듯이 모여들어 주변환경을 변화시켜 버린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에서 볼때 아직 울진에 있는 불영계곡은 단연 돋보인다. 오래전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숨겨진 비경은 더욱 감동적이다. 이끼한점 없는 바닥에 티끌없이 비춰내는 선유정 계곡 짅진잠교서 불영사 입구 이십리 중 최고의 백미로 꼽혀 의상대사 창건 불영사·덕구온천 등 `또다른 즐길거리' 불영계곡을 처음 만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내게 들려 주고파 전화를 걸어/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여수 밤바다….” 요사이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는 노래중에 하나인 여수를 주제로 한 노래이다. 지금 여수는 2012년 해양엑스포가 열리고 있어 도시가 시끌벅적 하다. 전국의 많은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루는 요즘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노래다 싶다. 얼마전 가 보았던 곳이라 느낌이 더 친근한 것일까. 노래 가사처럼 여수 밤바다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 포항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다. 거친 동해의 바다에 비해 호수같은 잔잔한 바다. 노을 질 때의 바다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돌산 끝자락의 금오산 향일암과 동백꽃의 오동도가 눈에 선하다. 지난 여행의 기억을 더듬어 본
여행은 나름 계획속에서 떠나는 여행이 대다수지만 우연히, 아니면 가다보니까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재미는 그어떤 여행보다도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몇해전 떠난 전라도로의 여행이 나에겐 그런 추억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때 이후, 같은 하늘아래에 있는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은 몇 번이나 계속 되었다. 찌는 듯한 더위, 그때 초여름은 어찌나 더웠던지, 무기력하고 10m도 채 걸어가기 싫은 나에게 부인이 온종일 떼를 쓰다시피하며 결국 짐을 챙겨 출발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목적지가 어딘데” 라는 나의 물음에 “땅끝마을”이라는 짧은 대답한마디에 바로 주저 앉고 싶었다. 어디 가까운 옥계 계곡쯤 물놀이 가지 하고 차를 몰았는데 전라남도 해남의 땅끝마을이라는 청천병력같은 대답이 나온것이었다.
모처럼의 주말, 작업 한답시고 매 주말마다 화실에만 박혀 있다 보니 남들이 흔히하는 봄 산행 한번 해보지 못했다. 올 봄은 비도 잦고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이런 저런 핑계로 집사람에게 벚꽃구경도 한번 못 시켜 줬다는 자책감이 생겨 오늘은 하루 투자를 하기로 맘먹고 배낭 챙겨나오라 하니 집사람이 여간 신이난게 아니다. 상가에서 김밥 두어줄 사고 바로 동해안으로 달렸다. 강구항서 축산항까지 동해안 최절정 드라이브 코스 가슴 탁 트이는 걷기길 `블루로드` 색다른 풍경 연출 풍력발전단지·복사꽃곷 절경도 빼 놓을 수 없는 명소 목적지는 지난번 스케치를 위해 알아둔 고래불 해수욕장 바로 밑에 있는 영해 대진해수욕장까지 올라가서 반대로 축산항, 경정해변을 돌아 강구항까지 내려오는
호미곶으로 널리 알려진 동해안 어업전진기지 포항 구룡포. 1920년대 일본인들이 항구를 만든 이후 어업 기지로 유명해졌다. 우리가 겨울철에 좋아하는 대게, 오징어, 고래, 과메기는 상당 부분 이 곳에서 잡히고 생산된다. 구룡포항이 최근 대게의 주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국 최대 대게 생산지인 구룡포는 맛좋은 대게가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고래고기는 울진에, 대게는 영덕에 명성을 빼앗겼다지만 전국 최고 수산물 항구의 명성은 줄 잇는 관광객들이 입증 내달 11일까지 펼쳐지는 `수산물 한마당잔치` 즐겨 볼만 해 지난 2월15일부터 오는 5월11일까지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 잔치`가 열리고 있는 이곳은 아홉
시인 백석은 `통영`이라는 시에서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며 통영의 활기찬 삶을 부러워했다. 경상남도 통영시 최남단에 위치한 욕지도는 한려수도 끝자락에 흩어진 연화도·두미도·거칠리도·노대도 등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비록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에서 비켜나 있지만 빼어난 경관은 숨어 있는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32㎞ 떨어져 있다. 욕지(欲知)는 `알고자 한다`는 뜻인데 주변의 세존도, 연화도와 함께 불교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화엄경의 `약인욕료지(若人
보조국사 진각국사 등 16명 국사 배출 `무소유` 법정스님이 입적·출가하기도 “평화의 적은 어리석고 옹졸해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에 있다. 평화를 이루는 것도 지혜롭고 너그러운 인간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그래서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이기보다는 인간의 심성에서 유출되는 자비의 구현이다.”(법정 스님 말씀) 이번 주는 평생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의 입적 및 출가 본사인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여행을 떠난다. 남도의 영산인 조계산의 넉넉한 품을 끼고 있는 송광사는 1200여년 전인 통일신라 말엽에 혜린선사가 송광산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후 고려 중엽인 12세기에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 운동을 펼치고 조계산 수선사로 개칭했고 이후 고려 말에 조계산 송광사가 됐
봄 전령사 벚꽃이 절정이다. 경남 하동에서 가장 유명한 명물인 쌍계사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이곳에 가기까지 화개장터에서부터 이어지는 도로변을 수놓은 십리벚꽃길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나무마다 풍성하게 핀 벚꽃의 아름다움에 그저 탄성만 나온다. 하얀 눈처럼 피어난 벚꽃은 터널을 이뤄 더욱 운치를 더한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선 꽃터널 아래로 바람이 불면 꽃잎이 휘날리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걸으면 영원한 사랑 얻는 `혼례길` 로도 불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쌍계사 차(茶) 시배지로서의 인연도 간직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은 비교도 안 되는 수많은 꽃들이 눈처럼 휘날리며 향기를 뿜어대는 장면은 장관이다 십리벚꽃의 출발지인
신라 진덕여왕때 창건…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 임란 당시 공 세운 사명대사 충절 기리기 위한 `표충사당` 지어 통일신라시대 추정 3층석탑 등 문화재 즐비… 템플스테이도 유명 “花流水認天台半醉閑吟獨自來” `떨어지는 꽃이 강물 위로 흐르는 데서 넓은 세상을 알고 술에 반쯤 취하여 한가하게 읊으며 혼자서 왔다` 낙화유수(花流水)…. 당나라 시인 고변이 지은 시의 구절에서 유래된 성어로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을 남자와 여자에 비유하여 남녀가 서로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정을 지니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뜻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보는 봄비는 훈훈한 바람마저 있어 방금 터져 나오는 홍매(紅梅)의 자태가 더없이 아름답다. 붉은 매화꽃에 촉촉이 떨어지는 빗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청통IC에서 내려 청통방면 919번 도로를 타고 조금만 가다보면 은해사라는 푯말을 볼 수 있다. 영천시 청통면 팔공산 동쪽자락에 자리한 은해사는 사찰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해안사`가 그 유래이다. `안개 낀 팔공산 자락이 구름으로 뒤덮일 때 절 마당에서 바라본 광경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다`고 해서 `은해사(銀海寺)`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 31본산, 경북 5대 본산, 조선 4대 부찰의 하나였으며 조선 인종의 태실을 수호하는 천년고찰인 은해사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보화루, 대웅전, 불광 등 편액마다 추사체가 보인다. 신라 헌덕왕 창건 이후 잇단 화
청주에 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한의원 원장님이 한분이 계신다. 차(茶)를 너무 좋아해서 진료는 일찌감치 그만두고 차에 빠져, 발효차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계시는 분이다. 원래는 전주 쪽에서 한의원을 하시다가 이 곳 청주로 작업실(?)을 옮겨 온지가 벌써 오랜 세월이다. 집에 차가 떨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보내주시며 “한번 올라오쇼” “이번에 제대로 된 게 하나 나왔소” 하시는 게 마음이 무거워 작업실도 구경할 겸 무엇보다 그곳에는 평소 존경했던 운보 김기창(1913~2001) 선생님의 운보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냅다 차를 몰았다. 요사인 도로망이 좋아 김천에서 중부내륙선을 타고 낙동JC에서 새로난 당진~상주고속도로를 타고 문의IC에서 내리면 청주가 금방이다. 도착한
지난번에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사랑이 얽힌 `부석`이라는 바위에 얽힌 전설을 잠깐 언급했는데 좀 더 자세히 언급해보자. 여행에서 어떤 곳이던 전설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멀리 한쪽에서 열심히 설명하는 해설사의 이야기를 잠시 빌린다. 신라 문무왕 원년(661년)에 의상대사가 화엄학을 공부하기 위해 당나라로 갔을 때 의상을 연모한 선묘라는 낭자가 있었다고 한다. 스님이 장안 종남산에서 지엄 문화에 10년 수학을 하던중 당 고종이 신라와의 전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묘가 의상대사가 간 바다에 몸을 던져 용으로 변신해 스님의 배를 호위해 무사히 귀국하게 한다. 그 후 의상대사가 화엄을 펴기 위해 이곳 봉황산 기슭에 절을 지으려고 하니 이곳에 살고 있던 많은 도둑들이 방해하자 선묘신룡이 나타나
“일요일 면회 한번오시지요”라는 군에 가있는 큰 아들 녀석의 어투에서 지난 휴가 이후 뭔가 이곳 사회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아쉬움의 뉘앙스가 풍겨나와 집사람과 겨울 여행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지라, 눈도 많이 왔다고 하니 겸사겸사 모처럼 여행도 할겸 흔케히 오케이 하고선 일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경북 영주로 향했다. 전날 하루 날씨가 봄날같이 따뜻했던 탓인지 기대했던 설경은 보질못하다가 안동을 지나면서 주변 산들에 잔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에 보초서면 영하 20도가 넘어요”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막상 영주에 도착하니 피부에 와 닿는 공기가 장난이 아니다. 도로 곳곳에는 몇 일전 왔던 눈들이 아직도 쌓여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 영주는 봉화 나 안동 등을 여행하며 몇 번
“녹수청산(水靑山), 만고강산(萬古江山), 무위자연(無爲自然)….” 어줍잖는 주변머리에도 몇 가지 고사성어가 머리를 스쳐 지난다. 옛 선인들이 바로 이런 곳을 보고 글귀가 떠올랐을까? 눈이 시리게 파아란 하늘에 태양과 달이 동시에 있다. 신비하다. 혼자서 상념하며 어제 힘들었던 심신을 달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곳에 와 보라 하고 싶다. 몇 일간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매서운 바람에 온 계곡이 얼어붙고 아직 남아 있는 잔설이 굵은 소나무 밑에서 며칠전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이 곳.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리에 있는 덕동마을에 왔다. 지난번 여행한 옥산서원의 이언적 선생과 다소 연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덕동마을은 양동마을에서 살던 사의당(四宜堂) 이강(1621~1688)이
호젓한 해안가서 겨울바다의 싱싱한 에너지를 마시다 외지의 여행객들이 포항을 찾는다면 하나는 7번 국도를 이용한 울진 영덕 쪽으로의 코스, 또 하나는 죽도시장이나 구룡포 정도를 여행의 목적지로 잡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객들이 아닌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객이라면 죽천이나 영일만항에서부터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안 도로를 타고 보경사 까지를 드라이브로 여행 재미를 느껴 보는것은 어떨까 싶다. 몇 년전 서해안 해안가를 여행하다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라는 푯말의 도로를 접한적이 있다. 수려한 경관과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맛은 연인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안겨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붉은 노을이 지는 서해안이 있다면 붉은 해가 솟아오르는 동해
오가는 말 한마디에도 `철철` 넘치는 정이 있더라 임진년 흑룡의 해가 힘차게 솟았습니다. 경북매일은 한국화가 이철진씨와 함께 전국의 명소와 풍물들을 찾아 현장에서 스케치한 그림으로 매주 월요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첫 회는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을 찾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과 성원을 바랍니다.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제 저녁에 좀 무리한 탓인가? 좀처럼 눈이 뜨이지 않는 것을 가까스레 일어났다. 포항에 살면서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침 죽도 어시장 풍경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죽도 어시장의 맛은 회맛도 회맛이지만 진정한 참맛은 아침 일찍 가 보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주변 지인의 권유로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새벽 아침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