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에서 교원들의 역량과 자질, 전문성 신장을 위한 각종 연수 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다가 지난 하계에는 필자가 연수생이 되어 교육을 받게 됐다. 평소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수생들 중에는 종일 연수를 마치고 사무실에 가서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이도 있었다. 나 역시 연수 중 10분 시간을 할애해서 짬짬이 업무를 보다 보니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또한 시험을 치르는 연수라 다른 연수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수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시험을 치고 나면 항상 수험자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다. 왜 진작 더 열심히 못했을까? 왜 그걸 정답이라고 찍었지? 다들 겉으로는 웃지만 아쉬움과 자책의 갈등 심리로 인해 표정이 굳어지고 말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학창시절 시
며칠 전 신문에서 경북교육청공무원들이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모금한 총 2억800만 원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급식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 학생 520명에게 급식비를 지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도교육청 직원들 중심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이 산하 전 기관으로 전파되어 1만3천여 명의 교직원이 자율적으로 동참해 연간 총 11억여 원의 기금이 조성돼 불우 학생들에게 희망의 무지개가 되고 있다는 반가운 기사였다. `당신의 1% 나눔, 누군가의 100% 행복! 나눔은 행복투자입니다. 행복주주가 되어주세요.` 이 말은 경북교육청 후원으로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하고 있는 `희망 2010 나눔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지난 12월1일, 도청 앞에서 가진 희망 나눔 출범식에서 김관용 지사는 “나
기축년 12장 달력이 한 장씩 떼어지더니 결국 마지막 한 장만 달랑 남았다. 맨 끝에 있기에 다른 달에 비해 관심이 떨어질 것 같은데 `12월`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등장해 첫날부터 관심을 끌어간다. 아니, 절대 떠나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첫사랑처럼 꼭 붙들고 싶어 아쉬운 표정으로 자꾸만 바라보게 만든다. 불혹을 지나고 나니 하루하루가 쏜살처럼 날아간다. 이제 스무날만 지나면 다시 또 한 살을 먹게 된다. 특별히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자꾸 먹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조급해진다. 잠시 그 급한 마음을 멈추고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찾아 첫 장부터 다시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나온 날들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해오름달, 시샘달, 물오름달, 잎새달, 푸른달, 누리달, 견우직녀달, 타오름달, 열매달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둔 채 11월이 가고 있다. 일찍 찾아든 추위에 마음은 어느새 겨울이다. 그 마음을 데우고 싶어 따뜻한 국화차 한 잔을 앞에 두니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과 겨울맞이에 분주했던 11월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 차 향기에 잡혀온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편지 한 통을 보여주었다. 국군 아저씨께 쓴 편지였다. 경북학생신문사에서 전국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위문편지 쓰기 대회에 보낼 것이라며 편지지 꾸미기를 함께하자고 도움을 요청했다. 예쁜 손 글씨로 8절 크기의 편지지 두 장을 가득 메운 위문편지를 읽으니, 이 편지를 받게 될 국군장병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국토 그 어느 곳에선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 장병에게
며칠 전 `2009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된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3학년 박영수 군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이 상은 지식기반 사회를 주도하고 우리나라를 선진 일류국가로 이끌어갈 창의적인 우수 인재를 발굴, 격려하여 국가인재로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자 매년 고교생 60명, 대학생 40명을 선발하는데 올해 경북지역에서는 최종 4명이 선정됐다. 이들 중 포철공고 로봇동아리 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수 군은 지난 7월, 미국 미시간주 로렌스 공대 주최로 열린 `2009 세계 로봇 게임(World Robofest Championship)`에서 1위를 하는 등 로봇관련 각종 경시대회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단지 어릴 적 꿈을 잃지 않은 것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출·퇴근길에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의 잎들도 어느새 노랗게 물들었다. 그렇게 가을이 한창인데 지난봄부터 불쑥 나타나 호시탐탐 인체로의 침입을 노리는 신종플루로 인해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도 없는 요즈음이다. 지금 각 학교에서는 신종플루와 전쟁 중이다. 고막 체온계와 알코올 솜을 들고 보이지 않는 적군을 찾아내려고 전투태세를 갖춘 지 어느새 수개월째다.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려고 보건교사로서 모든 전략을 수립했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몰라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시골에 위치하고 있고 소인수 학급인 본교엔 아직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체온계를 들고 그 학생에게 달려간다. 최
며칠 전 경북매일신문에서 `우리는 제2의 나이팅게일`이라는 제목의 포토뉴스를 보았다. 간호학생복을 단정하게 입은 대구보건대학 간호과 학생들이 촛불 한 자루를 들고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사진이었다. 나이팅게일 선서식은 기본 이론교육을 마친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에 간호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일깨워 주기 위해 거행하는 성스러운 행사다. 지금처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던 1987년 10월 어느 날, 필자도 가족과 선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었다. 불 꺼진 강당에서 선배가 밝혀준 촛불 하나를 가슴에 안은 채 간호학과장님의 말씀을 듣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끄러움에 살짝살짝 눈물을 훔치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당시 우리 과엔 하고 싶은
마산시내에서 차를 타고 30여 분 정도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면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는 고요한 바다가 나타난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채 파란 사파이어처럼 눈이 부시도록 맑고 푸른 바다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지금처럼 가을이 익어가는 날, 창문을 열고 그 바닷길을 달려가다 보면 아름다운 노을에 취해 잠시 차를 멈추게 된다. 마산 9경 중의 하나인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 연륙교` 근처 작은 마을에 시댁이 있다. 가끔은 뉘엿뉘엿 넘어가다 저 멀리 작은 섬으로 숨바꼭질하듯 숨어버리는 석양이 너무 보고 싶어 시댁을 찾아가기도 한다. 지난 주말, 홀로 계신 시어머니께 안부전화도 드리지 않고 시댁으로 갔다. 가을빛으로 물든 석양이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예고도 없이
일교차가 커지면서 환절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우리 집에도 환절기만 되면 기침, 콧물, 재채기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기에 이제까지는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신종플루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침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을까 염려가 되어 약물을 복용시키고 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침마다 체온을 측정해 36.5℃ 정상임을 확인시킨 후 마스크를 챙겨 학교로 보낸다. 신종플루, 이름 그대로 신종이라 아직 확실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다. 어느새 국내에서도 감염 환자 수가 일만 명을 돌파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 되면 2009년 8월 31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하루가 되어 모두의 기억 속에 과거로만 남게 될 것이다. 달력을 바라보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자꾸만 아쉬움이 밀려든다. 문득 `마지막`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이 생각난다.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 사형수 아빠와 윌슨병을 앓는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 `마지막 선물`, 그리고 카네기멜런대학교의 고 랜디포시 교수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어릴 적 꿈을 성취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던 동영상 `마지막 강의` 등. 그렇게 `마지막`이란 단어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다시 새기며 오늘 하루도 귀한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처럼 정성을 다하고 싶다. 며칠 전 소포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여름방학이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전에는 방학만 하면 아이들과 한 판 전쟁을 치르느라 방학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엔 세 아이 모두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가해 바쁘게 보낸 탓에 잔소리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의 학교는 방학기간에도 교사와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기초 학력 튼튼 캠프, 영어 캠프, 독서교실, 과학교실, 특기 적성 교실 등 학교별로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쉴 사이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김천교육청이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중한 나와 특별한 너를 위한 자신감 충전`이란 주제로 실시한 `꿈 튼튼 희망 캠프`에 다녀왔다. 지난 7월 29일, 김천시 관내 초등학생 100명과 경북도립 청
출연자들의 톡톡 튀는 대사와 다양한 표정이 15초라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웃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기는 TV 광고들이 있다. 그 중 모 제약회사의 드링크제 광고는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바쁜 아침 출근시간, 호랑이 최 부장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최 부장이 손을 탁 치며 열림 버튼을 눌러 누군가를 기다려준다. 저 멀리 배가 남산만 한 여직원이 뒤뚱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최 부장은 함께 탄 직원들을 뒤로 조금씩 물러나게 해 임신한 그녀가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광고 속 호랑이 최 부장이 떠올라 열림 버튼을 누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혹시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치면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 도서관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여러 종류의 책들 앞에 서면 한 권의 책이 주는 감동을 품은 채 밤을 지새우기도 했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사는 게 팍팍했던 그 시절,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마음껏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면 학교에서 실시하던 독서교실에 무조건 참가를 했다. 친구들과 소곤거리며 책을 읽었던 시간들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비록 낡고 초라한 도서관이었지만 그곳에서 읽고 또 읽었던 책들은 망망대해의 등대처럼 인생항로를 밝히는 빛이 되어 주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국가경쟁력이 지식, 정보, 문화 등 무형의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을
7월의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힘차게 출발했던 2009년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다. 앞만 보고 달렸기에 새해 아침에 충전시켰던 에너지가 지금쯤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해진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데 일을 하다 보면 몸의 나이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어도 체력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퍼마셔도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쉼 없이 달려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 대교 눈높이 주말리그 우승과 함께 경상북도 축구협회장기를 차지하며 축구 명문교로 우뚝 선 강구중학교 축구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학교 운동장에는 선수든 아니든 축구하는 학생들의 파이팅 소리가 7월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