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우리 사회에 몰아닥친 IMF 사태는 인문학의 위기를 불러왔다. 대학 인문학 관련 학과 지원자의 감소, 교양과목의 축소, 취업 불안이라는 구체적 현상을 통해 나타났다. 그러고 나서 20년 가까이 흐른 요즘, 새로 인문학의 열풍이 불고 있다.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단 강좌가 여기 저기 개설되고, 지자체마다 `인문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기업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인문도시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현 시점에서 종전의 물적 성장 위주의 성장 정책은 더 이상 시민들에게 도시의 비전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시민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데 인문학인 처방이
시월을 보내면서 곳곳에서 치러지고 있는 문화 행사 소식을 접하게 되고 가까운 곳의 문화 행사는 직접 참여도 한다. `문화대국`, `문화 발전`, `문화 국민`, `시민문화`, `선진문화` 등의 타이틀에서 쉽게 보듯 문화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의 용어가 되고 있다. 사전에 설명한 문화의 여러 뜻 중 첫 번째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기본 덕목이다.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멋지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나는 둘째다. 위로 형을 두었다. 그래서인지 먹고 입을 것 가리지 않고 부족하던 내 유년 시절 단 한 번도 새 옷을 입지 못 했다. 세 살 터울의 형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혹시 아래로 남동생이 있었다면, 그에게 물려줄 가능성 때문에라도 그나마 어쩌다 하나 쯤 새 옷을 차지할 수 있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여동생만 둘을 두었다. 어릴 때, 그게 늘 불만이었다. 똑 같은 아들인데, 왜 나는 매번 형의 헌옷을 물려받아야만 하나? 장손에다 체격이 좋았던 형의 옷은 깡마른 내게는 잘 맞지도 않았고, 옷감의 질이 좋지 않을 때라 온전하지도 않았다. 손재주가 좋은 어머니 탓(?)에 수선을 거친 옷은 얼추 모양을 갖추었지만, 안에는 늘 기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양말마저 꿰매어 신고 다니던 때이긴
말의 홍수시대, 온갖 뉴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말의 온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권한을 지나치게 행사한 그녀의 말투와 행동은 한 기업의 리더라는 것을 의심케 한다. 또 한 젊은 청년이 경찰서에서 한 행동은 투자실력에 비해 너무나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돈이나 자리에 바탕을 둔 행위가 아니라 따뜻한 인성에서 출발한 결과를 상상해 본다. `2030 대담한 미래`에서 최윤식씨는 미래 산업에서 승리하기 위한 3가지 능력을 이야기 하고 있다. 경제(돈)나 신기술보다 첫째로 꼽은 것은 인문학적 능력이다. 인문학은 단순한 교양차원을 넘어 사람의 정신과 사람을 연결하는 지식이다. 이 지식을 활용하여 통찰력과 상상력과 연결력의 능력을 기르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 인재의 필수 조건으로 통찰력과 상상력이라고
세계 각국에는 뛰어난 경쟁력을 지닌 산업들이 밀집돼 있는 클러스터들이 산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클러스터로는 실리콘밸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클러스터는 지역 내에 소재와 부품 그리고 완성제품에 이르는 일련의 서플라이체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서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소재는 부품에, 부품은 최종제품에 부가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개발해 동일 업종의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을 모색한다. 이와 같은 자율적인 선순환 메커니즘의 작동은 각 기업 자체의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클러스터 전체를 혁신적인 클러스터로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화두 중에는 생태계라는 단어가 있다. 생태계라는 것은 좁게는 어느 한 지
포항지역은 해양관광자원의 보고이다. 해양관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국민소득 수준의증가로 인해 생활수준이 괄목하게 향상 됐으며, 주5일제 근무도 정착 확대돼 여가시간이 증가하고, 건강을 추구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어촌과 어항을 중심으로 해양활동형 관광이 내륙관광 보다 그 수요가 크게 증가 하고 있다. 또한 사회변화의 특성은 과거의 점진적 이고 연속적 변화에서 급격하고 단절적 변화로, 가치 중심은 경제적 생산성에서 문화적 창의성과 환경으로, 경제활동 공간은 국경 있는 경제에서 국경 없는 경제로 급변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정치환경은 육지중심의 단기적 고강도 분쟁에서 해양경계를 둘러싼 장기적 저강도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해양을 기반으로한 관광자원의 개발은 가속화될 전망이
뉴질랜드의 도서관 사서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인 화이트는 그림책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책입니다. 앞으로의 기나긴 독서 생활을 통해 읽게 될 책 가운데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그 아이가 그림책 속에서 찾아낸 즐거움의 양에 따라 평생 책을 좋아하게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됩니다. 때문에 그림책은 가장 아름다운 책이어야 합니다. 화가와 작가와 편집자, 제작자, 그리고 독자가 어우러져서 어떤 책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각이나 영화처럼 그림책도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형식입니다” 그림책의 `그` 자도 몰랐던 작년 겨울, 구미에서 조의래 선생님의 그림책 강의를 들으며 큰 충격과 설렘을 느꼈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전에 그림책을 알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뿐더러
사람과 사람 나라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살얼음판 같이 깨지기 쉬운 사회다. 남자들이 이발할 때 마지막 코스로 면도를 한다. 이발사는 얼굴에 크림을 바르고 시퍼런 면도날로 코밑과 턱밑의 거친 수염을 밀어낸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드러운 이발사의 손길에 잠을 자게 된다. 만약 우리가 이발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정신이상자로 의심한다면 오금이 저려 면도는커녕 소름이 돋아 잠시도 앉아있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언제 그 이발사가 발광하거나 실수로 날선 면도날로 우리 경동맥을 끊어버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시퍼런 칼날 앞에 긴장을 하기는커녕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잠의 나락에 빠져든다. 이와 같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논어의 안연 편에 잘 나타나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12월도 아니 올해도 저물어간다. 인디언 호피족은 12월을 `존경하는 달`이라 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진정 충실했는지, 남을 많이 존경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실 이름 앞에 `시인`이란 직함을 걸고 종종 글을 쓰면서 시인답게 깔끔한 문장에다가 절묘한 시적 언어를 조합해 글을 썼는지 반성할 때가 있다. 글이라는 것이 자동카메라로 사진 찍듯이 셔터만 누르면 그냥 써지는 게 아님을 백 번 천 번 깨달을 때가 있다. 더욱이 `시인`이란 명함을 내 놓을 땐 시(詩) 고료로 커피 몇 잔 마시기도 힘든 세상에 스스로 바보같은 사람임을 인정해 달라고 상대에게 확인받는 느낌이라 쌉싸래하다. 그래도 내 직장이 있고 그곳에서 나오는 월급이 있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더욱이 내가 머물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낭보가 전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이상화 선수가 일곱 차례 1위를 하였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다. 야구,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의 이런 종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 금, 은, 동의 순위를 정해 실력을 인정하지만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은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이따금 언론에 소개되는 고가의 전위적 예술품을 접할 때 특히 그렇다.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바쇼(芭蕉)는 17세기 일본에서 하이쿠를 쓴 시인이다. 하이쿠는 17글자의 짧은 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이다. 우리나라에는 `하이쿠의 시학`이란 논문집을 낸 이어령 박사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깊이 연구되고 알려져 있는 편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최근 역사 교과서 왜곡 기술문제나 독도영유권주장 등으로 한일 간의 이해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일본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문학으로부터 그들의 문화적 정신적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학 중에서도 하이쿠는 일본인이 만들고 아직도 향유하는 독특한 문학으로 일본인의 축소지향성을 그대로 드러내어주는 시가이다. 하이쿠를 말하면서 바쇼에 특히 주목하는 것
으스스한 추위가 찾아오는 늦가을, 낙엽을 떨어뜨리는 찬 바람이 불면 국밥이 생각난다. 국밥에는 왠지 정겨움이 있다. 옛날 소나 돼지를 잡아 동네 잔치를 하는 흥겨움이 있다. 털이 숭숭 거무스럼하게 붙어있는 돼지껍질을 씹으며 희어멀건 사골육수에 고춧가루를 풀어 벌겋게된 것을 후루룩 마시면 그보다 더 든든하고 맛나는 것도 없다. 6·25 당시 피난민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자 미군부대에서 버려지는 돼지 뼈를 구해 설렁탕을 만들어 먹은 것에 시작됐다. 우리의 음식이 그때 막 새로 시작된 것들이 많다. 부대찌개가 그렇고 밀면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이름이 약간 비호감인 `돼지국밥`은 이후로 도시사람들은 외면했던 음식인데, 그래도 고기 양도 많고 맛이 좋아 서민들이 즐겨찾았고 지금은 전국 어디에 가도 없는 곳이 없을 정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럴 것이다. 쌀밥 보리밥 먹고 김치와 고추장 먹던 입맛으로 갑자기 피자를 먹고, 스파게티를 먹으려면 적응하기까지 배탈도 여러 번 날 것이다. 으레 하던 것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지금까지 했던 일이 편하고 새로운 것은 낯설어 두렵기까지 할 것이다. 포항에 낯선 길이 생겼다. 낯설기에 조금 두렵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찾아간다. 포항운하다. 운하라 하지만 어떤 면에서 있던 것을 제 형태로 되돌렸다고 볼 수 있다. 운하는 육지를 파서 인공적으로 강을 내고 배가 다닐 수 있게 한 물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한 수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인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서쪽에
21세기 지식정보화의 환경적 변화와 더불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여성인력에 대한 투자와 활용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여성부와 노동부를 비롯한 각 부처에서도 여성인력개발을 위한 다양한 협력모델과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여성경제활동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여성고용률이 남성수준까지 올라가면 2030년 잠재GDP가 20%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OECD가 내놓은 `공공 사회복지지출 증가와 노동공급의 변화의 거시경제학적 효과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 2030년까지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잠재적 생산량이 19%가 늘어난다. 여성의 경제활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적이라는 뼈있는 우스개 소리가 떠돈다. 이것이 옳은 이야기든 잘못된 이야기든 현재 사회상황을 반영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조부모가 상류층이 아니었으나 부모가 신분상승을 이뤄 상위계층이 된 경우에 아이가 자라서 계속 상류층으로 남을 확률은 얼마일까. 우리사회에서 한 세대에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판검사, 변호사가 되거나 기업경영 등으로 부를 축적하고 신분상승을 이뤄 냈다 하더라도 자녀가 계속 상류층으로 남을 확률은 낮다고 본다. 영국의 경우 61%(옥스퍼드대 연구팀 발표)쯤 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
소나무는 푸르다. 사철 푸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당찬 기상을 이야기할 때 소나무를 든다.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정이품송(正二品松)은 600여 년의 수령(樹齡)을 가진 소나무다. 세조가 그곳을 지나다`연 걸린다`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치켜들어 예를 갖추었다고 `정이품`이란 벼슬을 내렸다. 상징성이야 어떻든 사람도 오르기 힘든 벼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아주 귀하게 여겼다는 이야기다. 한옥 지을 때 중요 목재 또한 소나무를 사용했다. 특히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선 궁궐에서 쓸 소나무를 재배했다. 여의도 면적의 8배나 되는 소광리 숲 속에는 이삼백여 년 된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경상북도 내 천연기념물
컴퓨터 활용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거나 심각한 오류를 잘 판단하고 고치는 사람들을 우리는 약간 존경의 뜻을 담아 `컴퓨터의 고수`, 줄여서 `고수`라고 부른다. 요즈음 업무를 대부분 컴퓨터로 하다 보니 이곳 저곳에서 이 고수들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고수들은 자신의 업무를 놓아두고 다른 사람들의 업무를 도와줘야 할 때가 많다보니 괴로움을 호소한다. 급하다고 하니까 쉽게 싫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바쁘다고 핑계를 대어도 다급하니 막무가내로 애원 반 강요 반이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문제를 다 해결해 주고 나면 “이건 왜 그렇죠”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컴퓨터에 대한 교육의 의무까지 내게 있나?`란 의문이 들 때도 생기는 것이다. 그래도 상냥하게 `이건 이렇고요, 저건 저렇고요`라고 설명해줘
스티븐 코비는 `신뢰의 속도`에서 “행동으로 일으킨 문제는 말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에 상응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적절한 사례는 독일에서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는 나치정권에 협력을 한 행동에 대한 반성을 볼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1933년 최초로 세워진 다카우 수용소는 과거의 행위에 대한 독일의 진정성을 볼 수 있다. 총 30개국 이상 20만명을 수감시켰고 그 가운데 1/3이상은 유대인이었다. 그 가운데 2만5천여명 이상을 죽였던 곳이다. 수용소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 연이은 집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탈의실 가스실 마침내 시신을 불태운 곳이다. 과거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 그곳은 말이 필요 없는 교육장이었다. 지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볼일이 있어 방문했다. 유선방송 건이라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무를 끝내고 샤워부스의 문이 고장난 것에 대해 문의했다. 그런데 고장 나서 혼자 고민했던 것을 이미 다른 세대에서는 사무소를 통해 쉽게 고쳤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젠 부품을 구할 수도 없어서 고치기 어렵다는 것도. 이 얼마나 식자우환인가. 무언가 안다고 할 수 있다고 혼자서 낑낑대며 고장난 것을 고쳐 나온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바보처럼 여겨졌다. 이 일로 내가 잘 하는 것도 있지만 어지간한 것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란 걸 알게 됐다. 더구나 정교해지고 정밀해진 구조를 가진 현대기계들은 이제 전문가가 아니면 만질 수도 없는 것이 됐다. 옛날에는 도구를 직접 손수 만들기도 하고 손수 고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예능프로에 소개된 초등학생의 시이다. 아버지의 역할이 무너져가는 것에 대한 징표인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농경사회, 산업사회였던 얼마 전 까지는 아버지와 남성은 권위가 있고 가부장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농경사회에서는 남성의 근력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힘이었으니 그럴만도하다. 그것은 산업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지만 숙련이라고 하는 가치에서 여성이나 청소년들도 이에 못지 않는 자질이 발견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 수많은 도시 행을 택한 소년 소녀들을 생각해보라. 방직공장이나 플라스틱공장에서 일하던 그녀들의 귀향은 금의환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