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우리 사회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갇힌 인신공격, 칭찬이 범람한다. 정치선동이 쌓아온 적개심이라는 갈등유발의 악성 촉매들이 세상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도무지 이성적인 견해는 먹히지 않고, 이념의 잣대로 상대방 떠보는 일에만 열중이다. 온전한 사상도 아닌 염치없는 `편먹기` 근성이 인간다움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인터넷에는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를 향해 “정의를 실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판사님만이 대한민국 희망입니다” 등등의 글들이 도배됐다. 그런데 지난 11일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를 담당한 강부영 판사를
TV 사극에 비쳐지는 사화(士禍) 장면은 끔찍하다. 피투성이의 특정당파 일행이 굴비두름처럼 엮여 나와 피가 튀는 매질을 당하고, 주리 틀리는 장면은 아이들이 볼까 두려울 정도다. 피비린내 나는 사화는 15세기 말 조선 연산군 때 시작돼 16세기 전반 명종 때까지 4차례나 거듭됐다. 무오사화(1498), 갑자사화(1504), 기묘사화(1519), 을사사화(1545)가 그것이다. 사화의 본질이 `복수`였다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다. 참변은 계속됐다. 특히 숙종(肅宗)은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변을 일으켰다는 게 사가(史家)들의 분석이다. 상대 당을 제거해 붕당정치의 본질을 흐린 역사는 갑인예송 이후 정권을 잡고 있던 남인이 서인에 의해 대규모로 숙청된 경신대출척(1680년)에서 시작된다.
문명의 이기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영역은 제한적이다. 전자제품의 등장은 오히려 인간 두뇌의 사칙연산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간단한 덧셈마저도 계산기부터 찾는 인간의 행동양태가 이를 증명한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전화번호를 외우는 기능부터 퇴화시켰다. 장구한 세월 사랑받던 주판(珠板)이나 암산법은 이제 박물관 진열장 속으로 들어갔다. 정계개편론이 무성하다, 바른정당이 쪼개져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고, 국민의당도 흔들리고 있다. 미구에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한다. 5당 구조가 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부터 결국 보수 대 진보의 1대1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바야흐로 정치인들의 계산기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각자의 입지가 유리해질 방향을 찾아내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속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는 말이 있다. 도덕경 제5장에 나온다. 노자(子)는 제23장에서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希言自然)`고 한 것을 비롯하여 여러 장에 걸쳐 `말이 많은 것(多言)`을 경계했다. 일상생활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정치적 논란 파장이 깊다.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불법여부의 기준으로만 보면 중대한 하자로 분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과거의 여러 말과 글들은 합법·불법 차원을 뛰어넘는 중대한 이중성의 문제점을 노정한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있을 적에 홍 후보자는 “
지난 2003년에 출간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장하준 교수의 명저(名著) `사다리 걷어차기`는 선진국들의 성장 신화 속에 숨겨진 은밀한 역사를 구체적 자료에 근거하여 논증했다. 이 책에서 장 교수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들에게 강요하는 정책이나 제도의 모순과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높은 곳에 먼저 올라간 존재가 더 이상 못 올라오게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못된 행태는 경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남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정책 이정표를 내놨다.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과 입법권·행정권·재정권·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국가기능의 과감한 지방 이양을 위해 내년
재임 중 원자력발전소 축소정책을 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얼마 전 서울 장충동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18회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한 말은 뜻밖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프랑스 전력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원전”이라며 “포퓰리스트들은 탈원전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쉽게 말한다”고 지적했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정부에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재개할 것을 권고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최종 여론조사에서 `건설 재개` 쪽을 선택한 비율이 59.5%로서 `건설 중단` 쪽을 선택한 비율 40.5%보다 19% 포인트 높았다. 의아스럽게도 청와대가 앞장서서 호들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론화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공론조사를 “감동적인
세종대왕은 재위 32년 동안 무려 1천928회의 경연(經筵)을 했다. 경연이란 임금이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연마하고 더불어 신하들과 국정을 협의하던 일을 말한다. 산술적으로, 세종은 한 달에 평균 5번 이상 신하들과 함께 앉아 치열하게 공부하고 문답을 나누면서 나랏일의 갈래를 잡았다는 얘기다. 어전회의나 경연을 열 때마다 세종이 가장 먼저 한 말은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라는 질문(以爲何如)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군주가 모든 권력을 틀어쥔 왕조시대에 신하들의 생각을 먼저 물으면서 회의를 시작했다는 것은 세종이 `소통`의 가치가 무엇인지, 집단지성의 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은 옳
“세상에서 정력이 가장 센 사람은 누구일까요?” 김영삼(YS) 정부 초기에 유행했던 난센스 퀴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내내 사정(査正)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하나회 해체와 정치군부 숙정, 역사바로세우기, 1995년 지방자치제 확대 실시, 금융실명제 등 YS는 숨 쉴 겨를이 없도록 개혁드라이브를 몰아쳤다. 임기 말 IMF외환위기 초래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YS정부의 개혁 의지는 대단했다. 세상이 온통 어수선하다. 들려오는 소음만으로 판단하면, 머지않아 참혹한 전란(戰亂)이 일어날 가능성조차 있다. 나라 밖에서는 한반도 하늘에 시커먼 전운이 끼어 있다는데, 희한하게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무신경하다. 무슨 까닭인지 정치권조차 아무런 긴장감이 없다. 집권 정부여당은 탄핵으로
이래저래 기가 막힌다.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온 나라가 `적폐청산` 광풍에 휩쓸려가고 있다. 박근혜정부를 넘어서 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했다는 까발림 뉴스가 놀랍다. 국정원을 가재뒤짐해서 밝혀낸, 과거정권이 국가재산을 이용해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건전·우파·애국` 등으로 포장해 지원했다는 의혹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러나 그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배우, 개그맨이 마치 작전 중인 첨병처럼 기자들 앞에 차례로 나서서 살기 찬 음성으로 `이명박 단죄`를 부르대는 모습은 더 놀랍다. 미상불 `적폐청산` 구호는 약방의 감초이자 만병통치약으로 마구 처방되고 있다. 정계·언론계·교육계를 넘어서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적폐청산` 기치아래 크고 작은 소동이 번지는 중이다
1636년 쇠퇴해가는 명나라와의 교전 상태에서 즉위하여 내몽골을 평정한 후금의 홍타이지(태종)는 국호를 청(淸)으로 바꿨다. 그는 조선 인조(仁祖)에게 형제관계가 아닌 군신관계로 바꿀 것을 요구해온다. 조선 조정은 일전불사를 주장하는 주전파(主戰派)와 전략적 차원의 타협을 강조하는 주화파(主和派)로 갈려 큰 논쟁이 벌어지지만 강경파인 척화 주전론이 득세한다. 삼천리강토가 유린당한 처참한 병자호란의 발발경위다. 전쟁 열흘만에 청군은 수도 한양을 짓밟는다. 조선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고 형언하기 힘든 치욕을 당해야 했다. 남한산성에 피신해있던 인조는 삼전도(三田渡·지금의 송파)에서 무릎을 꿇고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로 항복의 예를 바친다. 주전파였던 김상헌과 삼학사(윤집·오달제·홍익한) 등이 청에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대중의 뇌리에서 까마득히 잊혔지만, 한중관계에서 가장 참혹했던 중국의 횡포와 만행은 정묘·병자호란 때 벌어진 포로에 얽힌 역사다. 병자호란(1636) 당시 청국은 전후 처리를 통한 조선인 포로들의 경제적 가치를 더 중시해 대대적인 포로 사냥에 골몰했다. 최명길의 보고문에 의하면, 처참하게 끌려간 남녀 백성들은 무려 당시 총인구의 10분의 1인 50만 명에 달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심양으로 잡혀간 조선 여인들 중 많은 수가 청군 장수의 첩이 되어 만주족 본처의 악랄한 투기(妬忌)에 희생됐다. 조선 여인의 얼굴에 끓는 물을 퍼붓거나 혹독한 고문을 서슴지 않는 악독한 본처도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엄청난 몸값을 주고 돌아온 속환녀(贖還女)들은 실절(失節)했다는 이유로 다시 대문
중국방문 중에 한 관료로부터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여전히 `마오쩌둥(毛澤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수천 년 피눈물 나는 삶을 이어온 중국 인민들에게 최초로 `땅`을 나눠준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마오에게는 `10년 동란`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라는 치욕적인 실정(失政)의 역사가 있다. 문화대혁명에 동원된,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이 중심이 된 홍위병은 전국을 돌며 무차별적인 파괴를 저질렀다. 엄청난 문화재와 예술품이 부서지거나 불살라졌고 `반혁명 인사`로 지목된 무수한 사람들이 홍위병 대회에 끌려나와 조리돌림을 당했다. 학대 끝에 목숨을 잃거나, 자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훗날 그것은 참담한 경제실패를 가리려는 마오의 권력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의 금과옥조가 된 `3권 분립`을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다. 그는 1748년 `법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입법·행정·사법 3권 분립의 가치를 주창했다. 국회·법원에 대해 우월한 지위에서 3권을 조정하던 대한민국은 제5공화국헌법에서 비로소 권력분산적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대통령이 입법부·사법부에 대해 우월한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검찰조직은 `정권의 시녀` 또는 `권력의 사냥개`라는 악명이 붙어있다. 오늘날 행정수반의 인사권 안에 있는 검찰에 대해 벌어지는 정치적 논란에 대해서는 대략 그 불가피성을 수긍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통적으로 법원의 결정만은 존중하는 불문율을 갖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모든 논란의 종착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이상 우리 60만 군대는 한 명도 못 움직입니다.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전쟁이 나면 북한은 휴전선에서 남한의 주요 도시를 일제히 포격할 겁니다. 우리가 6·25 때 수없이 죽었는데 지금은 무기도 훨씬 강력해졌어요.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나는 우리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지을 수는 없소” 1994년 새벽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했다는 말이다. 2015년 발행된 `김영삼 회고록`은 당시의 상황을 `일촉즉발의 위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순양함의 영변 핵시설 및 평양 폭격에 대비해 주한미군 가족과 민간인 및 대사관 가족을 서울에서 철수시키려는 계획까지 발표되기 직전이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결정을 뒤늦게 후회했
세르비아계 학생인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의 수도인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왕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부부를 저격 살해한다. `사라예보사건`으로 기록된 이 암살테러는 결과적으로 무려 1천여만 명이 죽고, 2천여만 명이 다친 세기적인 비극 1차 세계대전의 촉발점이 된다. 그렇게 뜻밖으로 사소한 사건이 엄청난 전쟁 참화의 시발이 되는 요인은 휘발성이 한껏 높아진 시대상황이다. 미국과 북한이 연일 극단의 막말들을 동원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령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연일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며 `사흘 만에 347만5천명이 북한군 입대와 재입대를 신청했다`고 광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북
1907년 6월 25일 고종(高宗)의 밀명을 받고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 도착한 이상설·이준·이위종 3인의 특사들은 미국·프랑스·중국·독일 등 각국 대표들을 상대로 을사조약의 불법성 폭로에 혼신을 기울였다. 하지만 행사 초청국인 네덜란드 외무대신 후온데스는 `각국 정부가 이미 을사조약을 승인한 이상 한국정부의 자주적인 외교권을 인정할 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회의 참석과 발언권을 거부했다. 이들은 하는 수 없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일제의 침략상과 한국의 입장을 담은 공고사(控告詞)를 의장과 각국 대표들에게 보낸다. 7월 9일에는 신문기자단의 국제협회에 참석, 한국의 비참한 실정을 알리고 주권 회복에 원조를 청하는 절규를 쏟아내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헤이그
“`말(馬)`이란 형태를 명명한 것이고,`희다(白)`란 색깔을 명명한 것이다. 색깔을 명명한 것은 형태를 명명함이 아니다. 그래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 공손룡의 유명한 궤변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이다. 논리와 실재의 괴리를 반영해 실재하지 않은 `말`이란 개념의 장애를 뛰어넘어 백마라는 실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논설로 전해진다. 명실을 바로잡아 천하를 바로잡으려는 시도였다는 해석도 있다. 궤변이라는 단어에 나오는 `궤(詭)`는 말을 나타내는 언(言)과 위험하다는 뜻의 위(危)를 합한 글자다. 궤(詭)에는 `속이다`, `기만하다`는 뜻이 있고, `어그러지다`나 `헐뜯는다`는 뜻도 있다. 한국의 정치문화에 있어서 궤변술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권교체 경험
`파사현정(破邪顯正)`은 불가(佛家)에서 나온 말이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정도로 해석된다. 철학자 탁석산 박사가 한 방송에서 이 사자성어를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입해 논쟁을 일으켰다. 그는 `적폐청산`은 이번 정권뿐 아니라 모든 정권이 해왔다고 전제하고, 5·16 이후의 `정치깡패 검거`, `삼청교육대`, `범죄와의 전쟁` 사례를 들며 허점을 비판했다. 탁석산의 주장은 `파사`에 치중하기보다는 `현정`에 먼저 주력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요약된다. 그는 자기 집에 바퀴벌레가 있다고 그것만 다 때려잡으면 집이 깨끗해지리라는 생각은 오류라고 설명했다. 집권초기 1년 동안 `적폐청산`에 진을 다 빼다가는 결국 `현정`에 실패하게 되고 만다는 논리다. 탁 박사의 지적은 문
`절차적 민주주의(Procedural democracy)`를 충족하는 핵심요인은 권력에 도전하는 다수 정당의 존재, 정당한 선거에 의한 합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정권교체, 법치주의에 입각한 공정한 통치 등이다. 실질적 민주주의(Essential democracy)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정부정책의 여론 중시, 소수의 의견 존중, 이익집단의 존재와 정책결정 영향력 등이 주요 판단요인이다. 독재정권이거나 부실한 정권일수록 마키아벨리의 이론처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부조리한 현상을 양산한다. 과거 집권 세력들은 내용적으로는 자기들 마음대로 온갖 권력을 휘둘렀지만 형식적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 엉터리 민주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동원된 궤변
1973년 1월 28일 미국과 북베트남(월맹) 사이에 체결된 `파리평화협정`은 남베트남(자유베트남)의 소멸을 초래한 비극적 평화협정으로 유명하다. 이 협정으로 남베트남의 `척추`였던 미군이 빠져나오자 베트남은 불과 2년 3개월 만에 공산화됐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10년 동안 무려 5천억 달러(약 577조2천500억 원)의 전쟁비용을 지출하고도 세계사에 길이 남을 망신을 당했다. `파리평화협정`은 평화협정이 궁극적인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중대한 교훈을 남겼다.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과감한 제안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됐던 `베를린 구상`은 그러나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는 게 주된 평가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