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인문학상, 2010년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2009년 이효석문학상, 2007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으로 빛나는 한국문학의 중추, 작가 편혜영이 자신의 다섯번째 책이자 두번째 장편소설인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이 소설은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그들이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숲이 복잡하고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막막한 곳임을 점차 깨달아가면서 전개된다. 숨 가쁘게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작가의 그 어떤 전작들보다 개성 강한 인물들과 그들이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에 매료될 것이고 결국 `복잡하고 막막한 곳은 숲뿐이 아니라는 걸, 의심과 불안이 잠식하는 한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어디이든 애당초 다 그렇다`는 삶의 진실과 맞닥뜨릴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의 개념에 대한 관점은 학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과거 선조들의 삶을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설계해가는 힘을 가진다는 데에는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잘못하고 실수한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계하고, 잘한 것은 귀감으로 여겨 삶을 변화시킨다면 선조들보다 조금 더 수월하고 풍성한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볼 때 역사란 단순히 지나간 사실의 기록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의 세월이 모여 이룬 역사는 그 과정에서 특정 세력에 유리한 내용이나 지배계급의 편향된 이데올로기 등이 삽입되어 사실이 변질되고, 퇴색되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수많은 역사 왜곡이 있었고, 사대사상, 즉
대구대 특수교육과 김병하 교수가 오는 8월 말 정년에 즈음해 최근 몇 년간 학술대회 기조발표와 특강을 한 내용을 중심으로 `특수교육 담론 ·에세이`를 발간했다. 이 책은 1부 특수교육담론과 2부 (특수)교육관련 에세이 20편으로 구성돼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특수교육 담론(discourses)은 지금까지 너무 특수한 지말에 관심을 쏟은 나머지 근본(즉, 體用의 體)을 간과하지 않았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자신의 특수교육 담론을 지배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의 장애(disabilities)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인간 교육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절대로 놓지 말자고 강조하는 등 이 책의 담론 기조는 하나의 이상적 기준으로 존재해야 할 `한국특수교육론`의 실재(實在; rea
1986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시집은 물론 산문집, 평론집, 동화집 등 장르를 넘나드는 왕성한 필력과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김윤배 시인의 열번째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가 출간됐다.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시적 대상에 대한 순정한 마음을 담아낸 품격있는 시편들을 선보인다. 그의 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욕망이다. 시인은 내내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사랑의 애잔한 장면들을 담아내려는 욕망, 생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욕망, 가치있는 시와 언어에의 욕망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그의 욕망들은 특유의 활달한 이미지와 너른 시선과 결합해 자못 인상적인 시적 울림을 선사하는 기제가 된다. “네게 영혼을 헌정한 후 혀를 깨물어 순
“배워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어 쓰는”(김기택) 시인 이우성이 첫번째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무럭무럭 구덩이`가 당선되며 등단한 후 햇수로 4년 동안 써온 시편 중 총 예순한 편을 가려 뽑은 이번 시집에서 이우성은 어른의 시야에 미처 포착되지 못했던 세계의 일부를 소년의 눈을 빌려 발견하고 있다. 무수한 “우성이”들의 경쾌한 나르시시즘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나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 구조의 생략을 통해 시인은 독자들을 자신이 떠나온 세계로 데려다놓는다. 이러한 나르시시즘과 미니멀리즘을 평론가 강계숙은 현실을 견디게 하는 “위로의 수사학”이자 “가능성”이라고 해석한다. “이우성의 `나`는 현재 한
투쟁과 자유 의지의 양성우(70) 시인이 시의 본령인 그리움으로 회귀했다.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실천문학사)는 서정시의 눈부신 향연을 보여준다. 첫 시집 `발상법`에서부터 `겨울공화국`을 거쳐 시력(詩歷) 40여 년 동안 양성우 시인은 투사적 이미지로 한국 시사의 돌올(突兀)한 별자리가 됐다. 이번 시집은 끊임없이 현실과 호흡해온 거대한 산맥 같은 시정신의 뿌리가 간단없이 샘솟는 간곡하고 지극한 사랑으로부터 연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는 그의 언어가 출발하고 지향하는 세계의 기저에 자리한 상실과 그리움을 대면하게 된다. 상실과 그리움은 서정의 양면이다. 상실이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현실의 불모성을 환기하면서 동시에 합일에 대한
정민 교수의 `한밤중에 잠깨어`(문학동네)는 위대한 지적 성취를 이끌어냈던 조선후기 최고의 석학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위대한 정신을, 쉽게 포기하거나 방기하기 쉬운 절망과 좌절의 상황 속에서 자신을 세워나갔던 정약용의 내면풍경과 인간 의지의 위대한 승리 과정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주역`에 감지(坎止)란 말이 있다. 물이 흘러가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구덩이를 다 채워 넘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 나올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상처만 남는다. 묵묵히 감내하면서 자신이 구덩이에 빠진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며, 구덩이를 다 채워 흘러 넘칠 때까지 수양하며 기다릴 뿐이다. 다산의 유배 한시는 이렇듯 환난과 역경과 시련 속에 처한 인간이 절망과 분노와 좌절을 극복하고 본래의 자신을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자극적인 이미지와 구문의 파괴 없이도, 요설체와 장광설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조용히 밀고 나가는 이근화(34) 시인의 세번째 시집 `차가운 잠`(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시인은 일상의 세목을 선별하고 배합하는 과정에서 노련한 바리스타처럼 감각적인 기동력과 순발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별과 배합이 만들어내는 맛과 향이 예사롭지 않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시 안에서 어우러지며, 공동체의 `어려운 문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맞닥뜨리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이 시집을 읽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시인에게 일상은 항상 미지의 것으로, 한없이 낯설다. 김밥은 무연히 “얻어터지는” 주체가 되고 국자는 위력적인 무기가 되는 식이다
알베르 카뮈를 창작의 세계로 이끈 `고통`(문학동네)은 프랑스 작가 앙드레 드 리쇼의 첫 장편소설이다. 193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출간 직후 프랑수아 모리아크, 조르주 베르나노스, 쥘리앵 그린 등이 참여한 `프리 뒤 프르미에 로망`(첫 소설에 수여하는 문학상) 심사위원단의 관심을 끌었으나 여성의 성적 욕망의 표현, 독일군 포로와의 육체관계 등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인 주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수상의 영예를 안지 못했다. 그러자 이 젊은 소설가의 탁월한 자질을 인정한 작가 조제프 델테이가 드 리쇼를 열렬히 옹호하며 논쟁을 촉발시켰고, 이로 인해 `고통`은 큰 인기를 끌었다. 앙드레 드 리쇼는 인간 존재가 자신들의 환상과 맞서는 끔찍한 상황을 섬세하게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
그의 소설은 `은희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독자를 설레게 한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 삶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은 늘 우리를 열광하게 해온 은희경 소설의 위력이었다. 등단 16년, 매 작품마다 다양한 변신을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는 이제 더 깊어지고 여유로움마저 갖추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새 장편 `태연한 인생`은 그간 집적된 은희경 소설의 성취들이 고스란히 담긴 은희경 소설의 빛나는 정수를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의 개인들의 존재론과 그들이 맺는 관계의 양상을 냉철하게 묘파하는 것이 은희경 소설의 본령이었다면, `태연한 인생`(창비)은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을 깊이 탐구하는 가장 은희경다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저마다의 외로움과 오해 속에
2011년 3월1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전 세계는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는 단순히 `탈원전'이나 대체에너지 사용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3·11 이후 많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을 삶의 목표로 삼아 끊임없이 무언가 `할 일'을 만들어내는 시대,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를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 자체를 조금씩 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자손들이 그들의 삶을 영위해나가기 위해 먹고 마실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안전한 음식임을, 그리고 이 지구가 서로 나누고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임을 깨닫는 이도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지금과 같이 쫓기듯 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무엇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취도 하고, 인간관계도 넓어지며, 가정도 원만하게 굴러간다. 그런데 이렇듯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음 한쪽이 허전하고, 삶이 정체된 것만 같고, 또 뭔가 부족한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심지어 “나는 행복하지 않아”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마치 내 행복을 무언가가 자꾸 휘저어놓는 것만 같다. 왜일까? 자꾸만 뭔가를 갈망하는 이유는 뭘까? 욕심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지금의 삶이 나에게 맞지 않아서일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일할 때는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진심으로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든
이인식씨의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김영사)는 자연에게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자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생물영감과 생물모방과 같은 기술을 인간중심 기술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연중심 기술'이라 이름 붙이고, 기존 과학의 틀을 벗어나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해줄 `자연중심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의 생물은 대부분 수천만 또는 수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갖가지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이러한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본뜬다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남과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자연중심 기술의 근본 원리다. `상어 피부 수영복' 0.01초 기적 창출..우리 사
수포스트모더니즘의 대가 장 보드리야르의 유작 `사라짐에 대하여'(민음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2007년 향년 77세의 나이로 타계한 장 보드리야르가 남긴 마지막 텍스트들 가운데 하나로, 사라짐에 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는 짧은 에세이다. 그는 근대와 함께 시작된 인간의 잠재적 사라짐에서부터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초래된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한 모든 실재의 사라짐에 이르기까지, 사라짐에 관한 다양하고 복잡한 사유의 변주를 이 짧은 텍스트 안에서 엮어 나간다. 이미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본질을 꿰뚫은 바 있는 그는 객관적 지식 습득과 기술 지배를 향해 나아가는 현대에 실제 세상과 인간은 사라졌으며 현대의 문화는 유령으로 가득 찼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사라졌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올해로 등단 28년을 맞은 시인 안도현(52)의 열번째 시집 `북항'(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전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이후 4년 만에 만나는 시집이라 반가움이 크다. 총 63편의 시를 엮은 이번 시집은 안도현 시인의 시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작금의 사회를 향한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현 시인의 시집을 기다린 많은 독자들의 기대에 값한다. 따로 부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어선과 여객선을 골고루 슬어놓은 북항”(`북항')처럼 시집은 63편의 시를 그 자리에 가만 띄워둔다. 시집을 여는 `시인의 말' 에서 “~ 잘 되지 않았다” “~ 여의치 않았다” “~ 형편없다”는 말로 자신을 낮추었지만 그 겸손함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일궈낸 것의 가치를 더욱
`헌법의 풍경' `불편해도 괜찮아'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종횡무진 파헤쳐온 김두식(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신작 `욕망해도 괜찮아'(창비)가 출간됐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책의 주제는 바로 `욕망'. 그가 기존에 펴냈던 사회과학서나 인문서가 아닌 에세이로 그동안 법, 인권 같은 어려운 주제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온 저자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욕망'이라는 화두를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모색한다. 흔히 `욕망' 하면 억누르고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저자는 욕망을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하게 표출하고 이해해야 할 삶의 친구로 본다. 이에 욕망을 억압하는 기제, 분출되지
지난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시단에 나와 1995년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로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고 세련된 언어를 구사한다는 호평을 받았던 시인 허연(47·사진). 그는 13년 후 두번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통해 도시 화이트칼라의 자조와 우울을 내비치며 독한 자기규정과 세계 포착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최근 문학과지성 시인선`내가 원하는 천사'로 다시 돌아온 허연은 삶의 허망하고 무기력한 면면을 담담히 응시하며, 완벽한 부정성의 세계를 증언함으로써 온전한 긍정의 가능성을 찾아 나간다. 우울한 도시의 아름답지 않은 천사를 그려내는 그의 거침없고 솔직한 말투가 읽는 이의 마음속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 마을에 바람이 심하다는 건, 또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이다. 밀
자크 데리다, 알랭 바디우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평가받는 장-뤽 낭시의 `몸'에 관한 독창적 사유를 담은 책이 문학과지성사에서 `파라디그마' 시리즈로 출간됐다. `코르푸스-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김예령 옮김)가 그것. `코르푸스(Corpus)'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다름 아닌 `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낭시가 이야기하는 몸은 종래의 형이상학이 자기 완결적·자기 충족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단독자로서의 몸이 아닌 분절화되고 밖을 향해 열려 있는, 닫혀 있지 않은 몸이다. 낭시에 따르면 몸은 끊임없이 외부에 각인되면서 열려 있는 존재다. “몸은 확장과 관련된 것”이며,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우리는 보통 `영혼'이나 `정신'에 상반되는 것으로 `몸'을 떠올린다. “단순히
여기, 시인이 만난 숨결처럼 고요한 스님 이야기가 있다. 시인 정영은 처처에서 우직하게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을 만나뵈며, 내주시는 말씀들을 글로 적고 스님의 모습과 절 안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툭툭 내주시는 스님들 말씀이 때론 눈물짓게 하고, 때론 메시지가 되어 멍한 마음을 깨우는 죽비소리처럼 다가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이, 마침내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문학동네)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책의 특성상 시인이 만나뵈었던 모든 스님의 말씀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불교와 관계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울한 이 시대에 방황하는 청소년들부터 마음의 위로와 성찰이 필요한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서른 분의
`엄마`만큼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부르게 되는, 항상 부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 것만 같은 그 이름, 엄마. `잘 가요 엄마`(문학동네)는 일흔셋, 노년에 접어든 작가 김주영이 등단 41년 만에 처음 부르는 사모곡이자, 내밀한 고백이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그리고 2010년 발표한 `빈집`까지, 등단 41년, 일흔셋의 천부적인 이야기꾼 김주영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작가생활 동안 그 걸음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긴 시간, 한 번도 그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 `엄마`. 작가는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