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산책하기 좋은 도시다. 이 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행자들의 발을 묶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주에는 여전히 ‘도시 산책자’가 적지 않게 보인다.동궁과 월지를 취재하며 늦봄부터 여름의 끝 무렵까지 모두 6차례 경주를 찾았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대릉원과 첨성대를 거쳐 월지에 이르기도 했고, 어떤 때는 황리단길에서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복원된 동궁 건물지 앞으로 가기도 했다.시원스런 돌담길 건너편에 청아한 자태로 피어있는 새하얀 연꽃과 만나고 국립경주박물관 내 월지관을
동궁과 월지는 신라의 왕과 왕자, 귀족들의 생활공간인 동시에 그들이 국빈과 연회를 열던 장소였다.사철 내내 희귀한 짐승이 뛰고 새가 날며 온갖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던 곳이었고, 통일신라 예술의 정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건축물과 조각, 예술품들이 가득한 미려한 정원이기도 했을 동궁과 월지.여기서 신라 왕들은 구체적으로 뭘 했을까? 궁금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멀리는 1천350년, 가까이 잡아도 1천 년 이전의 아득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일 터.월지와 동궁은 각종 고문헌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다. 때로는 짤막하게,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에드워드 카(Edward Carr·1892~1982)는 말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대화’란 무엇인가. 소통을 위한 노력과 다름없을 터. 과거와 현재의 인간이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학습이 필요하다. 그 역할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현대인들의 몫이다.1천 년이란 아득한 시간 너머에 존재했던 신라의 역사에 관해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 시대를 통찰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연구와 학습이다.‘발굴’은 이 연구와 학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단체 역량 제고를 위해 한국지방자치학회와 한국일보가 최근 공동으로 주관한 ‘2021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청송군이 2019년에 이어 농어촌 기초자치단체 부문에서 종합 2위, 경북 1위를 차지했다.특히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정역량 분야에서 82개 군단위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해 주목된다. 청송군은 이미 2020년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결과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바 있고, 2019년부터 예산대비 채무비율 제로(zero)를 달성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태풍 피해복
박물관을 찾는다는 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를 추측하는 행위에 가깝다.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수백 년 전 혹은,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생활상을 미루어 짐작하며 살피는 게 바로 박물관 방문이 아닐지.동궁과 월지는 7세기에 만들어졌다. 21세기를 사는 누구도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다. 그러니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은 어떤 걸 먹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을까?”국립경주박물관 안에는 월지관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다가 폭염으로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정도의 무더위였지만, 기자가 경주를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욕망과 욕구가 존재한다. 이 욕구와 욕망의 실현을 열망한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2021년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과 1천300여 년 전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7~8세기. 막 삼국을 통일하고 나라의 힘을 키워가던 신라인들은 동궁과 월지를 비롯한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불교미술의 꽃’이라 불러도 좋을 여러 조각품들을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가 유적과 유물이라 부르는 것들이다.동궁과 월지에선 2만 점에 가까운 각종 유물이 출토됐다. 적지 않은 양이다. 이 가운데 ‘목간(木簡
대부분의 인간은 100년을 살지 못한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은 인간보편의 것이라서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과거와 미래를 궁금해 한다.미래는 현재를 통찰함으로써 일정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살기 이전 시간인 과거는 어떤 방식으로 알 수 있을까?고문헌을 통한 해석,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온 옛이야기의 채록과 종합 등 여러 가지 방식의 연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유물을 통해서 과거를 유추하는 것도 그중 한 방법이다.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매혹적인 궁원(宮院) 동궁과 월지가 어떤 모습이었고, 거기서 왕과 귀
예술과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치·경제적 토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이미 역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나라의 곳간이 텅텅 비어있고, 외세의 침략이 빈번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화원을 조성하고, 신하들을 위로하며 격려할 공간을 만들고, 왕자의 교육과 왕위 계승에 도움을 줄 궁전을 축조하는 왕은 없거나 드물 듯하다.경주의 대표적 유적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동궁과 월지도 이런 전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대왕국 신라가 만든 동궁과 월지의 발굴조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 조사·연구 마스터
이탈리아 로마에 가서 콜로세움만 보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로마에 갔다면 콜로세움과 함께 도시에 즐비하게 들어선 수많은 고대 유적을 보고, 이탈리아 전통가요인 칸초네가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얇고 담백한 피자 한 판은 맛보게 된다. 어떤 관광객이건.프랑스 파리에 간다면 어떨까? 딱 에펠탑만 보고 파리를 떠나는 여행자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게 분명하다. 센 강에서 유람선도 타보고, 그 유명한 프랑스 포도주도 한 병 마시고, 밤에는 물랑 루즈에 가서 화려한 쇼도 보게 된다. 그게 새로운 도시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다.경주도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황리단길과 대릉원, 첨성대를 거쳐 인왕동에 이르면 국립경주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동궁과 월지가 사람들을 맞이한다.‘오래된 미래’라 불러도 좋을, 1천 년 저편에서 빛나는 고대 왕국 신라가 영화를 누렸던 흔적이 2021년을 사는 여행자와 마주하는 순간이다.한 600년 전쯤엔 오늘날 우리가 그랬듯 조선시대의 명문장가가 이곳을 찾았던 모양이다. 조선 초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김시습(1435~1493). ‘매월당’이란 호로 더 유명한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세 살 때부터 외조부로부터 글자를 배우기 시작해
윤경희 청송군수의 임기가 종착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군민과 함께하는 행복청송”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가올 미래를 위해 바쁘고 숨차게 달려온 청송군.변화와 혁신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로 그 어느 때보다 알찬 군정 성과를 내며 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하고 있는 청송군은 최근 지난 3년간 걸어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천명했다. 아래 그것들을 요약해보자 한다. 5대 분야 65개 공약 이행 3년 연속 최고등급·‘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9년 연속 대상 등코로나19 대응 자발적 방역·선제검사 등 우수 행정력 발휘,
모두가 짐작하겠지만 고대의 왕은 현대의 통치자와는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달랐다.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수상은 선거라는 제도를 거쳐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일정 기간 동안 행사하는 사람이다. 민주주의의 성장이 가져온 결과다.반면 고대의 왕들은 신(神)이나 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통치하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대부분은 선출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전해지는 방식을 통해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승계했다.고대왕국 신라도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신라시대 왕들은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들을 후계자로 삼고자 했다. 아들이 없을
어떤 위대한 사람이 만들어 탄탄하게 구축한 권력이라도 10년을 지속해 이어지기가 힘들고,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어여쁜 꽃도 열흘 밤낮이 지나면 시든다는 이야기가 있다.세칭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다. 명멸을 거듭했던 우리 땅의 고대·중세 왕국들도 이 냉혹한 명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그 나라 안에 만들어진 거대한 축조물과 조형물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7세기 중반 신라가 통일왕조의 골격을 완성하던 시기에 축조된 안압지(현재 명칭 월지) 역시 만들어질 당시의 위상과 품격을 시간의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압도하며 한반도 유일의 고대 왕국으로 커가던 7세기 중후반. 동궁과 월지는 그즈음 왕의 명령에 의해 만들어졌다.아득한 세월이 흐른 뒤에 미미하게 남겨진 흔적과 역사 속 문헌을 토대로 복원된 이 사적지는 누구도 이론(異論)을 내놓을 수 없는 21세기 경주의 주요 유적이자 매혹적인 여행지로 자리하고 있다.이를 증명하듯 관광과 문화를 도시의 주된 중심축으로 삼고 발전하고자 하는 경주시의 문화관광 홈페이지는 자랑스럽게 ‘동궁과 월지’를 여행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런 설명을 통해서다.“안압지 서쪽에 위치한 신라 왕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경주는 아름답고 비밀스러우며 놀라운 고대 천년왕국 신라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다.”단순히 시내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역사책에서 얻는 이상의 지식과 감흥을 얻어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경주다.우리 땅 어디에 이만한 역사 학습의 공간이 또 있을까? 10번을 다시 찾아도 서라벌이 안팎으로 간직한 천년왕국의 내밀함을 모두 헤아리기는 힘들다.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젊은이들의 활력으로 넘치는 황리단길을 지나 거대하게 솟은 대릉원의 고분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어느덧 첨성대가 보이고, 이내 ‘동궁
‘눈빛과 표정이 티 없이 맑은 사람’. 포항 흥해에서 마을활동가로 일하는 김명준(49)씨를 처음 만났을 때 든 느낌이었다. 서른아홉에 포항으로 온 김씨는 현재 사회복지사와 마을활동가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마을활동가란 자신의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곳의 미래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구체적 개선 방식을 공부하고, 전파하고, 실행하는 게 마을활동가다.‘도시재생’도 마을활동가가 맡은 역할 중 하나.‘인구 증가와 산업기술 발달로 이미 만들어진 도시 환경이 그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고통과 그늘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 백신 접종과 철저한 방역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청송군은 선제 방역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두 가지 모두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아래 코로나19 극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청송군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접종 위해다양한 상황 가정 모의훈련 진행1차 접종률 동의자 기준 97.1%2차서는 100% 달성 성공 거둬백신 접종 우수사례 꼽힌 청송어르신 위한 마을별 버스 운영지역 기관·단체 현장 봉사 등집단면역 위한 협력체계 눈
그간 취재를 위해 여러 차례 포항 꿈틀로를 찾았다. 그곳에선 적지 않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고, 열정과 젊음을 바쳐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포항시 중앙동 옛 아카데미 극장과 중앙파출소 일대에선 지난 2016년부터 ‘문화도시 조성사업’이 진행됐고, 회화, 공예, 음악, 공연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 다수가 거기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른바 꿈틀로의 탄생이었다.청포도 다방은 ‘꿈틀로의 문화사랑방’이라 불러도 무방한 곳이다. 2019년 봄부터 2년 동안 청도포 다방을 운영
등굣길에 만나게 되는 바다에 마음에 뺏긴 소년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닮은 그는 포항의 레코드 가게에선 구할 수 없는 음반을 사려고 대구와 부산, 멀리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오르기도 했다.연극과 음악을 좋아하던 소년 이재원은 의대를 마치고 쉰두 살 중년 의사가 됐다. 포항에서 개원한 게 벌써 17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문화를 포함한 인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은 소년시절과 다를 바 없이 뜨겁다.의사가 된 후에도 병원 로비에서 음악회를 열고, 포항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포항지역학연구회를 결성했다.지역의
현대인이 잊고 사는 전통문화가 계승되는 공간인 동시에 선비의 품격이 존재하는 도시. 안동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물론 맞는 말이다.하지만, 그것뿐일까? 그렇지 않다. 안동은 전통문화와 선비정신 외에도 여행자가 매료될만한 여러 가지 것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의 관광산업을 피폐화시키기 이전인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안동시를 찾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안동한우, 헛제삿밥, 국수 등을 먹고, 안동댐과 임하댐을 둘러봤으며, 고색창연한 종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안동엘 갔으니 당연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