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된 문학작품이나 영화·드라마·연극에는 반드시 명품 악역이 있다. 기억에 남는 악역배우 중 으뜸은 역시 1992년에 개봉된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인육을 먹는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를 실감나게 연기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다. 이 영화에서 홉킨스는 도저히 잊히지 않을 소름끼치는 연기를 펼친다. 인상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만들어가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젝트는 아직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모험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리고 온 세계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임에는 틀림없다.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경남도지사 후보)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명 ‘드루킹’ 사건이라고 지칭되는 이 논란에 대해 여당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라며 차단작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과 국민들의 의문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거의 매일이다 싶게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고, 청와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형국이다. 당사자인 김경수 의원의 말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태의 핵심은 경찰과 검찰의 태도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의 이슈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독립’ 문제와 맞물리면서 논란은 날로 더욱 더 복잡해져가고 있다. 초동수사를 미적거리는 방식으로 연루자들에게 증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제목의 개그가 있었다. 2004년 10월부터 2005년 4월까지 SBS가 방영한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한 코너였다. 영어강사 컨셉의 미친소가 영어문장을 엉터리로 해석하면서 온갖 견강부회(牽强附會)의 궤변을 들이대며 우기고 잡아뗀다. ‘그때그때 달라요’는 일관된 원칙 없이 상황과 입장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차원에서 ‘내로남불’과 일맥상통한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정치적 논란 와중에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김 원장이 스스로 의혹에 대한 답변으로 내놓은 ‘관행’이라는 단어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를 임명한 청와대에서도 똑같은 단어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관련 서면 메시지를 통해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
호세프(Rousseff)는 2010년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돼 ‘빈곤퇴치'를 내세운 좌파정권을 이어갔다. 그녀는 그러나 2014년 재선 당시 경제적자를 숨기기 위해 국가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2016년 8월31일 브라질 상원의회에서 탄핵되고 만다. 그런데 최근 그녀의 정치적 스승인 노동자 출신 룰라(Lula)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거액의 아파트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세계적인 충격이다. 구두닦이 소년, 철강 노동자 출신인 룰라 전 대통령은 좌파 노동자당(PT)을 이끌며 2002년 대선에서 승리, 브라질 사상 첫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다. 과감한 중도 실용노선을 채택,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경제를 회생시키며 연임
자유한국당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매진해도 시원찮을 시점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인재영입부터 난산 일색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번 게임에 `한국당` 간판으로는 승산이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겠지만, 거론되는 대다수의 인재들마다 차례로 손사래를 친다. 그런 한편으로 불거지는 `사천(私薦)`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당의 지리멸렬은 물론 전 정권, 전전 정권을 감당했던 정당으로서 정권재창출은 커녕 국정농단으로 탄핵까지 당하고 만 원죄의 여파일 것이다. 무려 2년이 가깝도록 무기력하게 폭로와 원망과 타도의 외침에 포위돼 살았으니 무슨 여력이 있을 것인가. 시각에 따라서는,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이만큼 형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봐줘야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냥 사람이 바뀌는 일이야 이 땅에 민주주의가 시작된 이래 늘 있어왔던 일이니 특별할 게 있을 까닭이 없다. 그러나 지금 빠른 속도로 바뀌는 사회적 현상은 많이 다르다. 온갖 뉴스를 장식하는 이 질풍노도 의 변화는 일단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국정농단으로 엎어진 권력을 딛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의 인위적인 `적폐청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연발생적인 `#미투 운동`이다. 날이 새면 한 사람씩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일상화됐다. 가히 우상파괴의 계절이 도래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대의 우상들이 모조리 위태롭다. 역사가 오늘의 이 소용돌이를 어떻게 귀결해낼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의 가치관과 현재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음은
맛집으로 소문이 난 음식점의 공통적인 특징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장시간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맛집의 음식이 뭇 사람들의 기호를 사로잡을 만큼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저 끼니를 잇기 위해서 아무거나 먹던 시대에서 일일이 `맛`과 `영양`을 견주어볼 정도로 품질을 중히 여기는 소비시대가 깊어졌다. 국민들의 첨예한 관심사인 `개헌`을 놓고 여야 정당들의 지향점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개헌안을 준비해온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의 개헌안 자문안을 보고했다. 이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개헌안 핵심이 나오면서 청와대와 한국당 간 `개헌 주도권` 싸움에 불이 붙었다. 6월 개헌투표냐 아
2018년 봄, 드디어 `한반도 평화`라는 세기적 난제의 해법이 마련될 것인가. 아직 봄을 즐기기에는 이른 쌀쌀한 날씨임에도 도처에 춘풍이 만연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요인들이 오고가더니 `대화`의 문이 활짝 열리려고 하고 있다.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그 동안 도무지 길이 안 보이던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모양이다. 김정은이 품을 한 번 열어젖히자 여기저기에서 찬탄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북한은 온 세계가 줄곧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장구한 세월 악착같이 핵무기 제조와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왔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정권은 북한주민들이 굶어죽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핵 강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내달려왔다. 급기야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했다며 괌 기
김구(金九) 선생은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나의 정치 이념은 한 마디로 표시하면 자유”라면서 “우리가 세우는 나라는 자유의 나라라야 한다”고 못 박는다. 이어서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국민 중의 어떤 한 개인 또는 한 계급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우리나라가 독재의 나라가 되기를 원치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독재와 관련해서는 “독재의 나라에서는 정권에 참여하는 계급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국민은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라면서 “독재 중에서 가장 무서운 독재는 어떤 주의, 즉 철학을 기초로 하는 계급 독재”라고 규정했다. 오늘날 한반도의 정세를 돌아보면 선생의 예지는 빛나고, 우려가 북한 땅에서 현실이 된 상황이 한없이 슬프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Othello)`는 섣부른 의심으로 아내를 살해하는 한 장군의 이야기다. 부관 자리를 카시오에게 빼앗긴 이아고는 앙심을 품고 아내 에밀리아로 하여금 흑인 용병대장 오셀로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준 귀한 손수건을 훔쳐오게 한다. 이아고는 그 손수건을 카시오의 방에 떨어뜨려 거짓 밀애증거를 만들어놓고 오셀로를 자극한다. 오셀로는 자기가 준 손수건이 카시오의 방에서 발견된 이유를 끝내 대지 못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그만 목 졸라 죽이고 만다. 에밀리아의 뒤늦은 고백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오셀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이아고도 잔혹한 처형을 받게 된다. 손수건을 도둑맞은 피해자 데스데모나에게 입증책임을 지운 것이 오셀로의 치명적인 오류였다. 김영철
1592년 조선의 임진왜란 비극 이야기는 일본을 보고 온 통신사들의 엇갈린 보고에서 시작된다. 황윤길(黃允吉)은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라고 침략을 예고했으나, 김성일(金誠一)은 “전혀 그런 조짐이 없다”고 반론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인상을 묻는 질문에도 황윤길은 “눈에 광채가 있고 담략이 남달라 보였다”고 말했지만 김성일은 “눈이 쥐와 같고 생김새는 원숭이 같으니 두려울 것이 못 된다”고 보고했다. 후세의 사가(史家)들은 두 사람의 관점 차이를 당파의식의 발로로 해석한다. 황윤길은 정사였음에도 서인(西人)이어서 동인(東人)인 부사 김성일의 말이 달랐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당시 조정을 장악한 세력이 동인이었다는 정치환경이었다. 말하자면 엄중하게 `사실` 여부를 가려내야 할 `안보정보`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라고 한다. `양극정치`의 올무에 단단히 걸린 우리 정치사(政治史)는 죽고살기 식 극한투쟁과 저급한 복수혈전이 반복되는 최악의 제로섬게임 역사다. 주야장천 흑백논리가 난무하고 유치한 청백전이 펼쳐진다. 승자독식(勝者獨食) 정치야말로 이념과잉의 폐해에 찌든 우리 정치의 치명적인 고질병이다. `중도정치`를 지향하는 또 하나의 정치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중도신당 `바른미래당`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은 바른정당의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지난 2016년 총선 전 만들어진 국민의당은 다당제 흐름을 생성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만들어진 바른정당이 그런 기류를 가속화시켰다. 우리 정
“뭐든지 다 말씀하세요. 여러분 말씀을 존중해서 `내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말장난이 아니다. 요즘 야당 정가에서 굴러다니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이른바 `쇼통`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여론을 듣는 척만 하고 사실상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버리는 것은 `제왕적 통치`를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권력행태다. 이게 결단코 지지난해부터 전국을 달구었던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정치행태는 아닐 것이다. 문재인정권이 `개헌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여론전에 나섰다. 연초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개헌의 큰 줄기인 권력형태와 관련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내놓았다. 이것은 누가 봐도 집권당에 내린 강력한 가이드라인이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가 여당을 떠받치고 있는 정치역학 속에서 이
민주국가에서 한 정치집단이 국민들에게 어필해 지지세를 확보하는 매개요소는 `콘텐츠(Contents)`와 `이미지(Image)` 두 가지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정책 콘텐츠가 우선하고, 미개한 나라일수록 이미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정치인, 정당들이 여지없이 이미지 정치에만 목을 매는 현상을 보면 가늠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지난해 비운의 탄핵을 당한 박근혜정부 실패의 으뜸원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불통(不通)`일 것이다. 기자들은 지독한 불통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모든 불통 현상이 정치인 박근혜의 고유한 캐릭터에서 기인된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였다. 홍보수석, 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태양의 신인 아폴론(Apollon)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가 만나는 8년 주기에 맞춰서 열렸다. 갈등요인이었던 태양력과 태음력의 타협점이 바로 8년주기였던 것이다. 이 8년주기가 4년주기의 올림피아제로 바뀐 이유는 `올림픽 정신`과 관계가 있다. 전쟁을 피하고 그리스의 단합을 위해 축제의 주기를 줄여야 한다는 지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북한선수단은 5개 세부종목에 선수 22명 등 총 46명으로 결정됐다. 관심을 끌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는 북한선수 12명을 엔트리에 넣되 이 중 3명이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올림픽에 오는 북한 인원은 총 7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은 개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은 오래 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에서 인터넷 매체의 폭력성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피해를 입은 작가와 연예인들을 예로 들며 “요즘 매스미디어를 보면 미쳤거나 덜 떨어졌거나 아니면 뇌를 다쳤거나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네트(Net)의 폭도들`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사이버 인민재판`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요즘 진보논객들이 감초처럼 동원하는 예시(例示)가 있다.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경비병 출신의 94세 노인에게 학살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70년이 지났어도 5년 징역형을 내렸다는 사례다. 아무리 좋게 들어도 작금의 적폐청산을 인류최대의 학살비극인 홀로코스트 범죄 단죄에 빗대는 건 너무 지나치다. 그들 심부에 깊숙이 박힌 모
`중용(中庸)`의 본질은 `신중한 실행이나 실천`이다. 플라톤(Platon)은 `어디에서 그치는지를 알아 거기서 머무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따라서 크기의 양적 측정이 아닌 모든 가치의 질적인 비교`를 중용이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마땅한 정도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것은 악덕이며, 그 중간을 찾는 것을 참다운 덕`으로 간파했다. 불교의 중도(中道)도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여부를 놓고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일부의 자유한국당 복귀로 바른정당은 이미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국민의당 통합파-반통합파의 국회의원들 숫자도 얼추 반반쯤 되는 것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신(新)4당 체제를 점치고 있다. 국민들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끝났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을 빼고 나면 잡다한 소란과 뒷말만 남긴 야릇한 정상외교가 아니었던가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무리 되짚어 봐도 양국이 합의한 `4대 원칙` 자체가 걸쩍지근하다. 무엇보다도 대략 중국의 입장만 빼곡하고 그 어디에도 혈맹 미국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가 없다는 점이 요상하다. 두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용`, `한반도 비핵화 원칙 견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한 간의 관계개선 필요` 등으로 요약된다. 일리 있는 내용이지만, 북한의 협박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맹방 미국의 정서는 그림자도 찾기 어렵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미국에 대해
역사 속에 나타난 전쟁은 명목상 종교전쟁, 왕조전쟁, 이념적 전쟁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실상은 `계급사회`에 그 원인이 있는 역사적 현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대개의 전쟁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도모하는 정치가들이 폭력적인 수단을 취하여 나타난 참극인 것이다. 특정 지배계급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오심·적의를 인민에게 불러일으키며 진짜 의도를 감춘 경우가 많다. 힘센 삼촌과 맞붙어 싸우겠다는 만용을 지닌 아우가 있다. 삼촌을 상대하기가 버거운 아우는 삼촌과 친한 형부터 해치겠다고 상습적으로 으른다. 형은 아우를 말리고자 하지만 아우는 성정이 난폭한데다가 형에게는 없는 흉기까지 지니고 있어 쉽지 않다. 형은 삼촌을 향해 아우를 때리지 말라는 말만 거듭할 뿐 다른 대응수단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이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 중 가장 무서운 언사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는 말이다. 털어 봐도 먼지가 없으면 묻혀서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권력에 취한 인간 군(群)의 속성이다. 과연 그렇다. 요즘처럼 `카더라` 방송의 위력이 어마어마해진 세상에 사정기관이 특정해 흘리는 정보에 이름이 한번 오르면 그걸로 끝이다. 전에 없이 권부의 표적사냥이 쉬워진 세상이 되었음을 느낀다. 촛불시위를 거쳐 정권이 무너지는 격변을 겪은 우리에게 `적폐청산`은 대단한 휘발성을 지닌 구호다. 오랫동안 쌓이고 썩어온 구태들을 일소해내자는 주장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물음은 그야말로 우문(愚問)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곪고 문드러진 원인을 찾아 치유하자는데 막아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