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입에 문 느낌이다. 석 달 남짓 남았는데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이 날아다닐 뿐 뭘 어찌 하겠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듣는 이름들에 무거운 직책이 걸리지만 그를 통해 무엇이 바뀔 까 아는 사람이 없다. 곁에서 도울 사람들마저 매서운 칼바람에 흩어져 버리면, 오래된 이름 낯익은 얼굴들은 기득권 정치인들뿐. 애꿎은 신기술이 소환되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선거판에 임한다니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은 정치권에서 실천할 것인지. 검증이란 이름으로 사람의 뒤를 캐느라 정작 중요한 건 수다하게 놓치는 오늘.
구도, 조직, 사람, 정책, 홍보, 여론, 시대정신. 선거를 앞두고 늘 고심하는 가닥들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치르는 한판승부에서 무엇이 승패를 가를 것인지 모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관심이 평균적으로 높은 우리는 누가 무엇을 잘 활용하여 최후 승리에 이를 것인지 궁금하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진영을 오가며 정권의 향배가 길을 찾는 이즈음에는 특히 선거전략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모두에게 흥미깊은 관전거리다. 백일도 안 남은 결전의 순간까지 양 진영은 치열한 수싸움에 집중할 터이다.미국 국무장관을 지냈던 콜린파월(Colin Powe
그가 죽었다. 이제는 말이 없다. 겨레와 역사 앞에 치부와 치욕만 남기고 누워버렸다. 듣지 못한 그 한마디가 참으로 아쉽지만, 들었다 해도 선명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막이 내렸음을 확인하며 한숨 돌린다. ‘서울의 봄’ 기운에 찬물을 끼얹으며 들어섰던 군인들 앞에 국민의 시간은 멈추고 말았다. 맨 앞에 섰던 그는 잔인하고 거침이 없었다. 군사반란을 넘어 광주를 도륙함으로 권력을 거머쥐고 무도한 세월을 주도하였다. 찬탈한 자리에 앉은 동안 그 어떤 정책적 성과가 있었다 해도, 수다한 시민이 입은 상처와 무너져내린 헌정질서는 돌이키기 힘든
그 날이 왔다. 어김없이 수능의 아침을 맞는다. 대한민국 청년이 10대를 마감하며 모두 겪는 통과의례 수능 앞에 온 국민이 긴장한다. 지난 18년의 공부를 이 한 날의 시험이 결정하기에 몸보다 마음이 춥다. 수험생의 마음이 떨리고 부모는 가슴을 졸인다. ‘하루만 잘 견뎌라’ 응원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속내가 종일 아리다. 실수없이 실력만큼만 토해내고 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친구들이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오늘이 야속하다. 선생님들도 제자들의 이 하루가 안타깝고, 가족과 친지들마저 함께 관심을 모은다. 이날은 온 나라가 몸살
자본주의가 가진 최대 약점은 무엇일까? 자본이 중심이 되어 세상만사가 돌아간다.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돈. 돈 많은 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일들을 드물지 않게 목격하는 유전무죄와 돈이 없으면 감수해야 한다는 무전유죄. 돈이 힘이 되는 세상이 아닌가. 약육강식과 약자도태도 금력의 정도 차이로 나타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망하면 죽는다’는 적자생존 인식을 공포스럽게 그리고 있다. 돈의 힘은 과연 세다. 하지만, 이 모든 말초적이고 표피적인 ‘머니게임’의 뒷 자리에는 보다 더 싸늘한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누구도 ‘
대선정국. 나라 안에 가장 중요한 결정이 아닌가. 그럼에도 보이는 것은 정치인들의 말싸움일 뿐 정작 나라와 민생에 중요한 사안들은 보이지 않는다. 후보들의 수십 차례 토론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말다툼과 입씨름이 아닌가. 나라의 내일을 향한 비전과 구상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국민의 어려운 살림살이는 어디에다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 후보들의 면면과 입담들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 하나 믿고 맡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구호로만 변화를 외치고 듣기에도 식상한 혁신이 되고 말았다. 여야의 주자들이
대선후보의 아내가 일을 냈다. 배우자의 큰 선거를 돕겠다는 그의 진정을 모르지 않는다. 일을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경쟁후보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발설하였다. 이를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후보자 본인이 아내의 편을 들고 나섰다. 나라의 내일과 국민의 일상이 주제가 되어야 할 자리에 부적절한 주장들이 춤을 추고 있다.필자의 아내가 심리상담전문인이다. 내담자들을 맞아 상담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배우자인 필자는 아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그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국회의원은 특권을 가진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그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는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직무상 발언하고 표결한 바에 대해 민사상, 형사상 및 행정상 그 어떤 법적 책임을 지지않는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을 살피고 입법함에 있어 외부의 압력이나 위협을 받지않고 소신껏 발언하고 행동하도록 보장한다. 그의 행위와 발언이 진정과 진실을 담고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발언의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행위의 기저에 불법이나 비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오징어게임이 지배한다.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로 소개된 지 3주 남짓 전 세계 94개국 1억이 넘는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456억, 어른들의 동심이 파괴된다’는 슬로건으로 어릴 적에 동네 골목길에서 즐기던 놀이들이 소환되었다. 미국 내 주요매체와 외신들마저 ‘한국적 콘텐츠가 지구 보편적 감성을 흔들어놓은 작품’으로 호평한다. K-pop이 이끄는 한류가 영화계를 연이어 휘젓더니 이제는 글로벌뉴미디어 시장에서 드라마가 기회의 창을 넓게 열었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456인의 사람들이 ‘생명’을 걸고 456억원에 도전한다. 여섯 게임을
대선이 이제 다섯 달 앞이다. 정당들이 대선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경선에 힘을 쏟는다. 국민 앞에 주자들을 선보이고 평가받기 위해 토론을 여러 차례 벌인다. 방송사들과 시민들의 금쪽같은 시간을 쓰면서 벌이는 말의 경연은 도무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당신에게 어떤 특별한 강점이 있어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당신의 제시하는 나라의 내일이 내가 꿈꾸는 비전과 함께 하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경선의 ‘흥행’이 목적인지는 몰라도, 후보들이 국민과 경선의 본질을 나누지는 못하고 있다. 토론은
50억원. 돌려 말하지 않는다. 크다. 커도 너무 크다. 액수가 크고 충격이 크다. 20대와 30대가 대선을 향한 표심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할 터에, 정치권도 사뭇 긴장하는 중이다. 한 시간 열심히 일해야 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그 충격은 치명적이다. 받은 돈이 퇴직금 또는 성공보수라고도 하고 산업재해 보상금이라고도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그 액수 자체가 너무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마음을 어지럽힌다. 소박하나마 고정적인 수입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는 오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뉴스는 못할 짓을
하필 올 추석날이 ‘세계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과 겹쳤다. 노인이 되어 기억력이 사라지고 인식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명, 치매(Dementia)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예방과 치료에 인류의 공동노력을 기울이자는 다짐을 담은 날이다. 전세계 노인인구 가운데 5천만 명이 넘게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아홉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지역의 보건소에는 검사와 대응을 위한 ‘치매안심센터’를 둔다. 치매야말로 인간 노후 삶의 질을 갉
사람은 어떻게 배울까? 책보면서 깨우치고 학교에서 습득하며 살아가면서 여러 모양으로 배운다. 생각보다 우리는 ‘보면서’ 배운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목격하고 흉내내면서 내 것을 만들고 인성을 형성한다. 책이나 학교보다 눈으로 보면서 실제로 경험한 일들로부터 훨씬 많이 배운다.대선정국. 담론 주제가 위중하고 정치에는 모두 관심이 높은지라 국민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언론의 눈을 통해 ‘보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필자에게 깊은 우려를 가지게 한다. 정치의 현실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게 숙명이라지만 정도(
코로나19가 질기다. 인류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은지 500일이 다가오는데 도무지 물러설 기색이 없다. ‘뉴노멀’이라지만 세상은 몰라보게 바뀌었고 관계도 조금씩 틀어져간다. 만나고 어울리며 부대끼고 정겹게 돌아가야 할 인간사가 ‘사회적거리두기’로 차단되고 단절되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할 길이 있을까 싶다.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는다지만 일터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느낌은 그리 고운 게 아니다. ‘원격진료’가 세심한 의료진의 손길을 대신할 수 있을까. 비대면강의가 넘실거리지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물론, 교우들 간의 정서마저 끊어진다.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이 겨우 파국은 면하였다. 개정안을 다루던 국회가 그 통과 여부를 놓고 대치하던 중, 의장의 중재로 논의를 한 달간 계속하기로 하였다.다툼이 멎어 다행이라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아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국민의 의지와 변화를 부정하는 언론의 입장 사이에 국회가 끼인 게 아닌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언론이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이왕 확보된 한 달 동안 우리 언론을 개선하여 ‘시민의 눈초리이자 목소리
뉴스가 넘치는 세상이다. 하루 중에도 새 뉴스가 다른 뉴스를 덮을만큼 뉴스거리가 쏟아진다. 미디어가 시민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거리라고 간추려 정리하는 기능을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라 불렀다. 매체의 그 기능이 무색해질 정도로 새로운 소식거리가 많다.그럴수록 언론은 책임있는 기사발굴과 취재 그리고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과 뉴미디어가 범람하여 언론지평이 흔들릴수록 매체는 본연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에 더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이 본질적인 소명을 실천하기 위하여
실망이다. 대통령을 선출할 판이 열리면 하고 상상하였던 국민은 기대를 접어야 하는가. 대선판에 나선 이들이 스물이 넘는데 나라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 자기들끼리 말다툼에 골몰하고 있어 국민은 싸움판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흥행이라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한 거대담론과 정책논쟁은 그림자도 안 보이고 날마다 좁쌀영감 말꼬리 잡기만 거듭하는가 싶다. 티격태격거리다 결판이 안 나면 국민을 끌어들인다. 국민이 심판을 봐야 할 주제는 당신들 말장난이 아니라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낼 꿈과 비전이 아닌가.역사에서 배운다. 제2공화국
산불이 먼저 일었다. 코로나19로 인류가 시달리기 전에 이미 호주대륙은 화마에 삼켜지고 있었다. 팬데믹이 세계인의 보건과 방역환경을 힘들게 하는 사이에도 산불과 자연재해는 끊이지 않았다. 터키 산불은 온 나라를 잿더미로 만들면서 섬 하나를 집어삼켰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도 솟아오른 불길이 잦아들지 않으며 북극 지역마저 위협하는 중이다. 캘리포니아도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인 딕시(Dixie)를 잡지못해 서울의 세 배도 넘는 산야를 잃어버렸다. 캐나다도 이탈리아도 알제리도…, 기후변화로 초래된 높은 온도와 건조한 공기에 강한 바람까지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프리드먼(Milton & Rose Friedman)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인용하면서 ‘저소득층이 기준에 못 미치는 식품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시장경제주의자인 프리드먼이 ‘과도한 규제가 자유로운 시장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소비자들이 살아가면서 결정하는 데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적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가 설파한 내용은 ‘아무 거나 다 괜찮다’고 주장할 만큼 부실했을까.그는
인터넷과 노트북 그리고 핸드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모든 지식과 정보, 소통과 교류는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오히려 앞당긴 셈이다. 비대면과 디지털이 대세가 되어 교역과 외교, 교육과 경제를 포위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고도 못 할 게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 간다. 얼른 적응해야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터. 편한지는 몰라도 혹 잃는 게 없을지 살펴야 한다.찌는 더위 속에는 없으면 상상하기 힘든 게 또 하나 있다. 에어컨. 한국에 들어온 지 반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