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권의 모 대학이 한 세계대학평가기관이 발표한 랭킹에서 동남권 10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큰 주목을 끌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가 최근 공식 발표한 ‘2020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이 대학은 동남권 10위에 해당하는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반면 이날 발표된 랭킹에서 전통적인 서열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랭킹도 발표됐다. SKY로 대변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순서가 성균관대의 등장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번 발표에서는 ‘서고성’이 된 것이라는 보도도 눈길을 끈다. 벌어지는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간격도 화제로 떠
1975년 관악신림 종합캠퍼스로 이주하기 전 마지막 동숭동 캠퍼스 졸업식은 유난히 추운 날씨였다. 이날 벌어진 서울대 29회 졸업식에선 기가찬 촌극이 벌어졌다. 교육부장관의 축사가 시작되자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이 난데없이 “둔마장관”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의자를 돌려 등을 단상에 대고 둘러앉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1974년 9월 문교부 장관에 발탁된 유기춘 장관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 “이 둔한 말에 채찍질을 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 ‘주마가편(走馬加鞭)’에서 주마
어제 수능이 치러졌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학생들이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괴롭다. 1973년에 주요 고교 입시가 폐지되기 시작했다. 각 시도별로 명문교들의 입시는 폐지되었다. 당시 대통령의 아들 입시 때문에 고교입시가 폐지된다는 루머가 있긴했지만, 시도별로 명문고교가 있어 고교입시가 너무도 치열하였기에 고교입시를 폐지하고 평준화시켜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겠다는 뜻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후 4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창의적인 교육은 우리와 멀고 노벨상은 아직도 요원한 현실이다.정부는 지금 다시 평준화의 망령을 꺼내 들었다.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코미디를 보면서 참으로 암담한 한국의 의회 문화에 경악하게 된다.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대상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 ‘우기지 좀 마세요’라는 발언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우기다’가 뭐냐”고 소리치고 반말을 하는 장면이 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성이 오가자 여야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결국 자정을 앞두고 운영위 국정감사는 정회되었다. 아마도 이번 경우는 “피장파장”이란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우기다”라는 표현 대신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와 같은 좀 더 품위있고
선진국과 후진국을 비교하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다. 국민소득, 무역거래 규모나 교육수준 등은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특이한 방법 중에 하나가 거리의 간판의 품격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은 거리의 간판이 간결하면서도 모양새가 있고 품격이 있는 반면 후진국들의 간판은 지저분하고 어지럽게 벽을 도배하다시피 뒤덮고 있어 품격이 떨어진다.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포항의 거리를 걸을 때면 어지럽고 요란스러운 간판으로 어지럼증을 느끼기 일쑤다. 벽을 뒤덮은 간판으로 인하여 도대체 도시의 품격을 찾아볼 수가 없다. 21세기 환동해권 중심도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헌법이고 법률인가? 과거 왕권시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슨 말을 또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일관성이 결여된 정책들, 특히 교육정책이 그렇다. 대통령이 꺼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출렁거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교육정책의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단편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내일이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몰라 교육 현장의
포스텍의 은퇴 과학자 교수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1986년 설립 초기 해외에서 귀국한 교수들의 대부분은 30대였고 그 교수들의 은퇴행렬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한국의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50년대와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당시 초등학교 교실은 한 반에 90명이 공부를 했고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이 있을 정도로 붐비던 시절이었다.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인문계도 문제이겠지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인력·기술 공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다. 필자가 포스텍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퇴임강연, 퇴임식을 치루던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두 해가 흘렀다.1986년 개교한 포스텍에서 교수로 계시다가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임명된 교수는 현재 약 100명에 이른다. 그래서 명예교수님들의 모임인 APPE(Association of Postech Professors Emeriti)라고 하는 ‘포스텍 명예교수회’도 만들어졌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친목과 모교 발전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
함박도를 아십니까?갑자기 함박도 라고 불리는 섬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도 이런 섬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된 국민들도 많을 것 같다. 조그만 한반도에 3천여 개의 섬이 있다고 하는데 독도의 10분의1 밖에 안 되는 작은 무인도 섬 함박도를 기억하긴 쉽지 않다.그런데 갑자기 이 함박도가 관심을 끄는 건 웬일일까?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북한이 레이더 기지를 건설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함박도 정상에는 감시소로 추정되는 2층 건물 위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고 이 건물 바로 옆 철탑에는 레이더 감시시설이 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정책을 발표할 때 트위터를 종종 이용하기 때문이다. 참모진이나 장관들과 이야기되지 않은 것도 먼저 트위터로 발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장관의 해임이나 임명도 트위터로 하는 경우도 있어 정말 트위터광이라고 불릴만하다. 한국에서도 요즘 화제의 조국 법무부 장관이 과거 교수 시절 그 당시 정부나 여당을 공격하면서 주로 사용한 무기가 트위터였다. 그래서 수만개의 그의 메시지가 트위터에 남아있다고 한다. 트위터는 폐쇄하거나 트윗을 지워도 이미 리트윗된 메시지가 퍼져있어 주워 담기가 힘든 속
지난 4일 한국 반도체 개발의 산역사이며, 삼성전자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지낸 진대제 전 장관이 포스텍에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제2회 현은강좌’의 강사로 초대되었다. ‘현은강좌’는 필자가 제자들과 함께 조성한 ‘현은 기금’에 의해 매년 국가를 이끌어 가는 여러 분야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다.그의 훌륭한 업적과 경력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날 현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강연을 들으며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 교수, 직원 그리고 외부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을 경험했다. 한국인의
요즘 ‘지소미아’라는 생뚱맞은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필자도 처음 이 발음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지소미아는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로 국가 간에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을 말한다. 사실 이 발음에는 문제가 있다. G만 알파벳으로 부르고 나머지는 한 개의 단어로 부르는데, 이런 예는 법학전문대 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 을 ‘엘샛’이라고 부르는데 근거하지만 이 경우 L은
필자가 중고교를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서울의 종로거리는 일년내내 매일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매일같이 거리가 파헤쳐지는 장면을 일년내내 목격했다.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거리는 복잡했다. 일관성 없는 계획으로 매몰된 수도관이나 하수관, 전기설치 등을 뜯었다 고쳤다 다시 설치했다 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세금과 인력을 낭비했다.이러한 즉흥적인 계획과 집행의 폐해의 대표적 예를 우리는 반세기 후 또다시 목격하고 있다. 최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처리와 관련해 이번 정권내에서 보 철거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뉘앙스
40여 년 전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한국굴지의 모 건설회사에 취직하였을 때 일이다. 광화문 14층 기획관리실에서 근무할 때 어느날 건설노무자 여러 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무실을 박차고 들어온 그들은 흥분된 어조로 “왜 우리 봉급이 봉급봉투에 이라고 나오는가?” 라고 물었다. 컴퓨터의 실수였다. 당시 한국에 컴퓨터가 도입된지 몇 년 안되던 시절 건설노무자 봉급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컴퓨터는 빌딩 지하에 있었고 노무자들은 그리로 몰려갔다. 컴퓨터를 파괴할 기세였다. 평소에 컴퓨터가 노동을 뺏어간다는 피해의
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가장 골치아픈 논의 중 하나다. 학과의 정원을 줄이고 싶은 학과는 없기 때문인데, 대학의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이기도 하다. 그건 대학정원의 결정을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랜만에 교육부가 다소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교육부가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다소 듣기에
4반세기 전인 1994년 포스텍에 최고경영자과정이 설립되었다. 이름하여 팸팁(PAMTIP: Postech Advanced Management of Technology and Innovation Program)이라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그냥 AMP라고 부르는 과정을 포스텍의 특징에 맞게 ‘기술과 혁신’(Technology & Innovation) 이라는 글자를 넣어 차별화시켰다.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과정(최경과정)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공무원,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비학위 교육과정인데, 포스텍은 ‘기술과 혁
반세기 전인 1971년 이공계 육성의 엄청난 정책이 발표되었다. 한국에 카이스(KAIS·KAIST의 초창기 이름) 라는 특수 이공계 대학원을 만들어 재학생 전원을 특례보충역으로 3주 훈련만 받고 병역특례를 준다는 발표였다. 당시 충격적인 조건으로 카이스를 향한 이공계 대학생들의 합격열망은 대단하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공대학장이었던 터만 조사단이 내한하여 계획을 구상하였고, 지금 카이스트 경영대가 있는 홍릉단지에 카이스가 세워졌다. 발표 2년 후인 1973년 첫 입학생을 모집하였다.필자도 1975년 카이스 3회로 입학하여 직접 교
포스텍 이사회가 새로운 총장을 선임했다. 포스텍의 8대 총장으로 김무환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가 선임되었다. 8년간 외부초빙 총장에 의해 운영된 포스텍이 다시 내부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전환점이란 의미도 갖는다. 김무환 총장 내정자는 30년 넘게 원자력안전기술 분야를 연구해 온 원자력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자문기구인 국제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국 대표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교내에서는 기획처장, 학생처장 등 다양한 보직을 맡아왔다.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총장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규제,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급히 일본으로 달려가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일본체류가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협상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대한 보복수출금지조치 등의 맞대응의 소식도 들린다. 수출규제, 보복수출규제 모두 감정적 대응이라는 소리는 한일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한 국가의 경제가 감정적 대응으로 좌지우지 되어선 안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일관계의 근본적 붕괴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한국의 산업은,
금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비교적 생소한 이름의 한국선수 한 명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윔블던 대회의 예선전은 본선에 들어가고픈 선수들의 전쟁터 같은 곳이다. 예선 통과는 사실상 본선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여기서 예선에서 압도적인 스코어로 3승을 거두고 본선에 진출한 21살 권순우라는 선수의 과거 역정이 주목을 끈다.권 선수는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 지금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선수였다. 그런 권 선수가 예선을 파죽지세로 몰아붙이고 본선에서 세계 9위의 선수에게 한 세트를 따내는 등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매 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