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열렸다. 사이 좋게 지낼 방안을 강구하자는 모임이었지만, 각국들은 정치체제 등 많은 부분이 달라서 쉽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 했다. 그때 중국의 주은래 총리 겸 외교부장이 “큰 공통점에도 작은 차이점이 있고, 큰 차이점에도 작은 공통점이 있다. 걸림돌이나 갈등에 매달리다 보면 공동의 이익을 놓친다”며 “우선 공통점을 선택하고 차이점은 남겨 서서히 풀어가자” 했다. `구동존이`였다. 다들 “맞다!”하고는 `평화 10원칙`을 만들어냈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귀속될 때도 “한 나라가 되었지만 정치체제만은 따로다. 영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오래 살아온 홍콩이 중공의 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우니,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관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 거추장스럽고 소모적인 것은 시대에 맞게 변용되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당연하다. 다수의 정서에 빠르게 움직여야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변 상황을 빙자하여 고유의 전통을 과소평가하거나 낡은 인습으로 치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삶을 추구해 왔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만족도에 질량을 느꼈었다. 이런 정신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꺾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 되었고, 역사의 가시덤불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뎌온 버팀목이었다. 불필요한 부분은 걷어내되, 바탕에 흐르는 정신은 살려야 한다. 정신은 형식을 존중하는데서 출발한다. 밖에서 갖춰지는 엄숙한 형식은 안으로의 마음을 여물게 한다. 마
△첫날 18:40. 남부터미널에서 성주로 가는 막차를 탔다. 두 시간을 달려 금강휴게소에 들렀다. 내 기억 속에 금강휴게소는 언제나 컸고 한편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십여 년 만에 들른 이곳은 쇠락의 빛이 감돌았다. 과거에 비해 세상의 규모는 커졌고, 내 눈도 덩달아 변해 금강휴게소는 초라하게만 보였다. 21:50. 버스가 성주읍내로 들어섰다. 성밖(이건 지명이다)에서부터 조금씩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는데 군청을 지나자 그 개수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버스에 내리니, 오는 것도 그렇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닌 이상한 비가 공기 속을 부유하고 있었다. 군청에서 이마트까지 일자로 뻗은, 200m가 될까 말까한 중심거리엔 좌우로 혹은 위를 가로지르며 빼꼼한 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래카드가 걸려
공자께서는 “굳세고 꿋꿋하며 질박하면서도 말이 적으면 인(仁)에 가깝다”하셨다. `강의목눌(剛毅木訥), 이 네 글자 중 글자 한 자만 하더라도 교과서 100권의 무게보다 더 무겁고 뜻깊은 글자이다. 매년 초에 공부하면서 한 글자를 정해서 일년이라는 세월을 지키려고 다짐하는 글자 중에서 의(毅)와 눌(訥)은 벌써부터 선택해 본 글자이다. `꿋꿋하고 굳세다`라는 의미의 의(毅)는 바늘에 찔린 멧돼지가 털을 곧추세우며 성내는 의미의 글자적 의미도 있다. 정의가 아님에 대한 감정의 표출과 용납할 수 없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리고 눌(訥)이라는 글자는 사람의 입의 말이 어디에 갇혀져 있는 형상에서 왔다. 다시말해 말은 깊은 곳에서 빼내와야지 세치 혀 끝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옛말에 “소에게 한 말은 지켜져도 사람
남태평양 호주 인근에는 좁쌀만한 섬이 많은데 한때 영국, 프랑스가 가지고 놀았으나 지금은 독립해서 명색이 `국가`다. 이 작은 섬나라 중에는 면적이 부산시만한 `바누아투 공화국`이 있다. 최근 이곳에 근사한 유치원이 들어섰다. 우리 돈 4억원으로 지은 2층 집이다. 부산 사람 고계석(51)씨는 현대중공업 과장인데, 2014년 겨울 경주에서 딸을 잃었다.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질 때 딸 `혜륜`이 숨졌다. “선교사가 되어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는 딸의 염원을 위해 `혜륜유치원`을 지은 것이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딩하라` 등 `자기계발서`로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지성(42)씨는 20대 시절 빈민촌에 살던 뼈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캄보디아로 갔다. 구호단체와 함께 `굶주림 해결
최근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한 데 이어 이 부회장과 가까웠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자살했다. 8일에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하일성씨가 목매 숨진 채 발견돼 잇따른 사회지도층의 자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자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멀리 보면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가까이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해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곤 했다. 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전통적으로 죽음을 통해 자신의 분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혹시 이들도 그런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추측을 해 보지만 공감은 가지 않는다. 자살할 수밖
중국에는 역사적으로 4명의 미인이 있었다 한다. 침어(浸魚) 서시, 낙안(雁) 왕소군, 폐월(閉月) 초선, 수화(羞花) 양옥환이 그들이다. 경국지색으로 이름난 그들이기에 오왕 부차, 동탁과 여포, 당 현종 등이 그들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져갔다. 트로이 멸망의 씨앗 역시 헬레네의 아름다움에 빠진 파리스의 선택이었으니 어찌하랴?! 왕소군과 관련해서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오언고시의 한 구절만 인구에 회자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나서 찜찜했다.`덕혜옹주`는 남녀의 내밀한 심사 깊은 곳까지 파헤치는데 능기가 있는 허진호 감독 영화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호우시절` (2009) 같은 작품목록이 떠오른다. 멜
동아시아 역사에서 1636년은 명과 청이 교체되는 격동기로 조선에서는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겪는다. 이 전쟁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 십 만의 백성이 포로로 청으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그 피해가 유례없이 막심했다. 병자호란 당시에 마음고생을 많이 한 인물을 들자면 삼전도(三田渡)의 비문을 쓴 이경석과 청조와의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1586~1647)일 것이다. 이들은 역사의 오명을 뒤집어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했다. 그 반대편엔 척화론을 주장한 김상헌(1570~1652)과 삼학사(三學士)로 그들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분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었다. 당시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의 극한적 대립의 원인은 최명길은 김상헌이
요즘 포항과 울산은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40분 정도에 주파가 가능하게 되어 두 산업도시를 거대한 한 개의 도시로 묶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도시를 대표하는 포스텍과 울산대 두 대학 총장의 파격적 실험이 시선을 끈다. 포스텍은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이한 김도연 총장의 파격적 실험이 언론의 포커스를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혁신안은 입시, 교수 임용, 학사 개편 등이 망라되어 있지만 융합형 현실적응용 창조적 인재를 키운다는 큰 그림이 깔려져 있다. 특히 대학이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연구중심`과 함께 `가치창출`의 중요성을
명절의 최대 묘미는 회귀(回歸)이다. 명절은 마치 강의 발원지 같다. 그 강의 이름은 삶! 사람들은 삶의 발원지에서 태어나 그 물줄기를 따라 흐르면서 산다. 삶의 강은 결코 평탄치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안다. 폭포를 만나면 폭포의 언어로, 여울목을 만나면 또 그 언어로 산다. 그러다 어느 시간이 되면 거슬러 오른다. 거슬러 오르는 것들은 회귀하면서 힘을 얻는다. 강의 유전자가 흐르는 사람들 또한 회귀 본능이 있다. 그 본능을 깨우는 것이 명절이다. 명절을 앞둔 주말이면 뉴스들은 한결같이 벌초 행렬로 정체된 고속도로에 대해 보도한다. 최악의 경제난이라는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올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그 정체 행렬을 산에서 만났다. 매년 벌초를 위해 다니는 길이
무슨 일인가로 한국문학번역원에 갔더니 김성곤 원장께서 말씀하시기를 지금 이호철 선생이 몹시 편찮으시다고 한다.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2년간 이런저런 일로 이호철 선생께 자주 연락을 드리고 찾아뵙기도 했다. 오래되지 않은 이호철 선생 인터뷰는 지금 이렇게 아프시다고 하니 선생 말년의 귀한 말씀으로 남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물론 선생의 쾌유를 빌고 있지만 세상 일은 알 수 없으니 마음이 괴롭다. 이호철 선생은 1932년생, 지금은 갈 수 없는 원산 출신이시다. 원산은 옛날에 덕원이라고 하여 원산 사람들이 자신을 덕원 사람이라고 할 때는 그 특유의 자긍심을 담고 있는 것이라 했다. 원산중학교와 원산고등학교가 일제 때부터의 명문이라고도 했다. 그때는 조선 전국의 3대
6세기 중국 남북조시대 `유신`은 망한 조국 양나라를 생각하며 “과일을 먹을 때 그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 그 우물 판 사람을 생각한다”란 시를 지었다. 후세인들이 남의 은공을 기릴 때 잘 인용하는 귀절이다. 이번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주석이 이 말을 꺼냈다. 항저우는 김구 임시정부가 1932년부터 1935년까지 3년 반 피신했던 곳이고, 당시 국민당 장개석 총통은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1930년대에는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폭탄 저항이 이어졌다. 윤 의사가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 전승 기념식 `때 도시락에 숨긴 폭탄을 던져 일본 군부 요인 수십명을 사상케한 의거 이후 일본은 본격적인 독립운동 탄압에 들어갔고, 우리 임시정부는 상해를 떠나 중국 내륙지방을
불과 2주 전에 쓴 글에서 폭염과 누진제를 원망하며 징징거린 것이 민망하게 바로 이튿날 가을이 왔다. 예전에 다른 매체에 썼던 글에선 벚꽃 구경 가라고 부추겼는데, 다음날 낙뢰를 동반한 폭우가 내려 꽃이 다 떨어진 일도 있다. 아무튼 미치광이 여름이 갔다. 하늘빛과 바람, 소리와 냄새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느 새벽에는 집 앞에 나갔다가 입에서 나오는 희미한 아지랑이를 보기도 했다. 가을이다. 숨을 쉬면 서늘한 공기 끝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느낌이 난다. 뒷맛이 무거운 와인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다. 숨 쉬는 게 맛있어서 온종일 밖을 돌아다닌다. 참 오랜만이다. 집 뒤에 관악산을 두고도 여름 내내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씩 오르내린다. 저녁 하늘이 단풍 빛깔로 물드
지난 6월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화가로 익히 알고 있는 이중섭(1916~1956)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길지 않은 작가의 삶 속에서 예술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에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할 정도로 부유했던 삶을 살았던 작가에게 한국전쟁은 그의 운명을 바꿔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가난과 질병, 그리고 가족과의 생이별이 주는 그리움은 그의 작품 속에 자서전처럼 고스란히 남겨졌다. 부산과 제주, 통영, 대구, 왜관 그리고 서울로 이어진 고달픈 피난의 여정은 40세라는 짧은 천재화가의 삶 전부가 되고 말았다. 이번
경상북도의 청정 자연환경과 친환경 산림자원과 해안경관을 활용한 산악관광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사업발굴과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서 산지활용과 관련된 규제를 개선하고, 체계적인 계획하에 자연 친화적인 관광휴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경상북도의 선제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원, 충북, 울산 등 각 지역별로 지정에 대한 준비와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특성화 모델의 개발이 절실하다. 산악관광은 그동안 중복 규제로 개발이 어려웠던 산지·산림지역에서도 환경·생태적 지속가능성,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쟁력,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산악관광진흥구역`지정을 통해 개발이
후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성인, 시성, 악성으로 불러주는 `역사적 성인`도 있고, 심사를 거쳐 복자·성자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적 성인`도 있다. 교황청은 4일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순교자들은 `성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백년의 심사를 거치기도 한다. 테레사 수녀는 순교자가 아니지만 선종 후 1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외적인 고속 성인 추대다. 성인이 되려면 `2가지 이상의 기적`이 있어야 한다. 테레사 수녀의 경우, 한 인도 여성이 그녀에게 기도해 위암을 고쳤고, 한 브라질 남성은 뇌종양을 고쳤는데, 교황은 이를 기적으로 인정했다. 테레사 수녀는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인도에 `사랑의 선교회`를 세워 극빈자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봤는데, 이 선교회는 현재 130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고, 오곡백과로 상을 차려 조상께 예를 올리는 일 년 중 가장 넉넉하고, 풍요로운 날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절, 그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스안전이다. 최근 5년간 추석 연휴 동안 12건의 가스사고가 발생했다. 사용자 취급 부주의사고 7건, 고의사고 3건 등이다. 가장 즐거워야 할 날 사소한 부주의 등으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평소 가스안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잊지 않는다면 가스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얼마 전 TV를 시청하다가 한 방송사에서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다. 직장이 있는 미래를 찾아서 호주나 일본으로 떠나는 청년들에 대한 것이었다. 필자가 작년에 만났던 한 대학생도 처음에는 일 년짜리 어학연수를 미국으로 갔다가 지역 소재 대학에 편입했다. 이 학생은 필자에게 졸업 이후에는 인턴 경력을 쌓은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서 미국에 정착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말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한국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청년들의 이런 선택에 대한 이유를 짐작케 한다. 올 3월초 정부가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8년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실업률은 경제 활동 가능자 중에서 어떤 유형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동토 소련의 얼음이 녹아서 땅 위에 숨어 있던 탄저균들이 살아나서 많은 생명들이 감염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여름 몽고 지방에 낮의 온도가 35℃까지, 평균여름 온도의 20℃ 정도가 더 올랐단다. 무한히 넓게 뻗쳐 있던 북극의 빙하가 녹아버려서 곧 해수면위로 나지막하게 떠 있는 섬들은 물에 잠겨 버릴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장맛비가 섬진강을 통해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을 관통해 북쪽으로 빠져나갔으나 지금은 대만에서 중국 대륙을 거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휘몰아친다. 장마도 근래에는 갑자기 폭포수 같은 50mm 정도가 쏟아져서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뜨거운 날씨 때문이다. 이것은 땅 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발전이라는 명목아래 함부로 꺼내서 사용하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을 지적할 때 주로 인용되는 이 구절은 불교 화엄종의 근본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 나온다. 꽃을 버리지 않고는 열매를 맺을 수 없고, 강을 버리지 않고는 바다를 볼 수 없다는 말로 의역된다. 이른바 잠룡(潛龍)이라고 불리는 대통령선거 후보군들이 하나씩 물 위로 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대 대선이 1년여 남아있으니 봉황의 뜻을 품은 인재들의 마음도 바빠지기 시작할 만하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적마다 우리는 고민하고 살피지만 안타깝게도 시종여일(始終如一), 처음과 끝이 함께 훈훈한 지도자를 만나기는 여전히 어렵다. 설핏 보이는 대선전 무대는 진풍경이다. 보수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