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쯤 전 이야기다. 장기 해외취재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갔다가 만난 어떤 외교관(공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흥미로웠다.그는 “한국은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것은 영원히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심각하게 말했다.그가 밝힌 견해의 매듭은 이랬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8천 명쯤 되는데,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일본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었다.말하자면, 한국인들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분심(憤心)이 깊어 매사 감정이 앞서고 일본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대비하는 일에
대한민국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빠졌다. 경제는 좀처럼 활기를 찾을 기미가 없고, 한반도 평화의 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맹점을 드러내며 허둥대던 외교는 드디어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침략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분오열의 파열음을 점점 더 키워가고 있는 국론은 더 참담하다. 나라가 망해도 권력만 잡겠다는 욕심에 찌든 정치권은 볼썽사나운 드잡이질만 벌인다. 국민은 도무지 기댈 언덕조차 없는 막막한 처지다.문재인 정권이 마법의 주술처럼 되뇌던 소득주도성장의 ‘상징’ 최저임금 폭등세가 한풀 꺾였다. 최저임금위원
일본이 벼르던 대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행에 옮겼다. 이른바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국가 차원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3개 아킬레스건 같은 품목을 걸었다. 일본의 조치를 놓고 이 나라는 또 진영별로 쫙 갈려서 볼썽사납게 맞서는 중이다.정부·여당과 진보 쪽의 용감무쌍한 견해는 언제나 그렇듯 이념과 ‘명분론’이 앞선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어디까지나 사법부의 영역이기 때문에 3권분립을 지키고 있는 나라에서 행정부나 정
지난 1992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가 내놓은 ‘W이론’은 반향이 대단했다. ‘W이론’은 한국인의 전통적 기질인 신바람과 흥을 산업현장과 우리 생활에서 불러일으켜 어려운 상황을 획기적으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교수의 저서 ‘생존의 W이론’에 나오는 ‘황포돛대 이론’은 어디로 가는 배인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노만 젓고 있는 어리석은 행태를 통렬히 비판한다.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권의 실정 행태가 심각하다. 거의 전 분야에 있어서 난정(亂政)이 확산하고 있다. 문 정권이 핵심적으로 추구하고 있
‘빨간 풍차’라는 뜻의 물랭루즈(Moulin Rouge)는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번화가 클리시 거리에 있는 댄스홀이다. 1889년 개장한 댄스홀인 이곳에서 펼쳐진 ‘카드리유(프렌치 캉캉)’라는 춤 공연은 한때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옛날 중앙정보부가 세운 국제관광공사 소유의 호텔이었던 워커힐의 ‘캉캉 쇼’도 유명한 고급 관광상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이힐과 화려한 무용복 차림의 무희들이 집단으로 다리를 들어 올려 팬티를 아슬아슬 보여주는 댄스공연 ‘캉캉 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없다.자유한국당이 범보수 진영의
영국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 그림자 내각)’ 제도의 시원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43년 전인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섀도캐비닛’이라는 말은 1907년 영국보수당의 A.체임벌린이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영국의 민주주의가 현대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저력을 유지해가는 비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섀도캐비닛’ 제도일 것이다. ‘섀도캐비닛’은 야당이 정권획득에 대비해 수상 이하 각 각료를 예정해 미리 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만들며 집권 준비를 하는 제도다.양당제가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 시작하자. 김원봉(金元鳳)은 독립운동가인가? 그렇다. 그는 애국지사인가? 그렇다. 김원봉은 국가유공자인가?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을 반대한 사람이다. 김원봉은 6·25 전쟁의 전범인가? 그렇다. 그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킨 북한 정권의 핵심이었다. 김원봉은 서훈의 대상이 될 수 있나? 아니다. 그에게 훈장을 주면 그와 그의 가족들이 보훈 대상이 되는데, 나랏돈이 그렇게 투입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서 느닷없이 소환한 인물 하나가 정국의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문 대
‘외상이라면 사돈집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뒷일은 어떻게 되든지 생각하지 않고 우선 당장 좋으면 그만인 것처럼 무턱대고 행동함을 비유하는 속담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크게 확대하기로 작정한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 속담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불과 4년 전에 했던 말을 뒤집고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높여서라도 도무지 안 돌아가는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벼랑 끝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2016년도 예산안을 놓고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 재정건전성 회복 없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떡볶이 장사까지 하며 뒷바라지를 했던 여인이 골프채에 맞아 처참하게 숨졌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여성단체는 아무런 말이 없다. 민주당 소속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이야기다. 우리 정치와 사회가 얼마나 천박한 의식에 발목이 잡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이 비극적 장면은 이 나라가 정말 온전한 상황인지를 깊이 의심케 한다.‘박근혜 망신주기’ 드라마는 여전히 연장 방영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의 방중(訪中) 연설 문구를 놓고 최순실이 정호성 비서관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폭로됐다.
어느새 39년 세월이 흘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하는 동안 24차례나 박수를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고, 황교안 제1야당 대표는 우산대로 찌르려는 사람까지 나오는 살벌한 분위기에 퇴로를 열지 못해 묘지 후문 펜스를 뜯고 피신할 정도로 위협과 박대를 받았단다. 5·18 광주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강산이 4차례나 바뀐 긴 세월이 흐르고도 아직도 진상규명이 덜 됐다고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불상(佛像) 이미지 밑에 로켓 엔진을 달아 하늘로 쏘아 올리는 합성 패러디 사진들이 인터넷을 장식했다는 뉴스는 실소(失笑)를 터트리게 한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불상 발사체’라고 한 합참의 발표를 희화화한 민심의 발로다. ‘미사일이 아니라면 그럼 새총이란 말이냐?’라는 일각의 비아냥도 폭소를 부른다.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모습을 홍길동전에 비유한 ‘홍길동 정권’이라는 작명 또한 신랄하다.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평화 쇼’ 국면에서 엉망진창이 된 나라의 국방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부 여당이
유승민의 선택은 옳았나.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 한가운데에서 요즘 가장 곤혹스러운 인물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유승민일 것이다. 안철수 역시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일 테지만 짐작이 쉽지 않다.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의 ‘중도정치’ 건설에 뜻을 합쳤던 두 사람은 좌우 거대정당의 블랙홀 구심력에 속절없이 부서지는 바른미래당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리라. 용어도 생소한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정국혼란의 진원지는 단연 바른미래당 지도부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유승민과 안철수는 중도정치 건설의 꿈을 품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합
지난해 말 퇴임을 앞두고 국회예결위에 출석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김동연은 “현재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경제의 위기라기보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경제마저 정치의 흥정대상이 돼버린 ‘경제의 정치화’가 끼치는 해악에 대한 장관의 비명으로 들렸다. 사실 이 나라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 사람 사는 모든 일이 정치적 결정에 맡겨져 있다.‘좌파 독재’라는 용어가 정치권에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통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기어이 임명하자 자유한국
1년 9개월여 기간 통일부 수장으로서 대북정책을 수행했던 조명균 장관이 이임식도 없이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장관실을 훌쩍 떠났다는 소식은 여운이 남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모두 지켜보며 대응책을 궁구했던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 1월 9일 조명균은 국회 답변 중에 “북한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 비핵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시인했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 시
4·3 보궐선거 결과를 해석한 정치권의 아전인수식 논평들이 우스꽝스럽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정의당은 “4·3 선거 승리는 선한 나비 날갯짓이 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껏 으스댔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 의석을 진땀 승부 끝에 가까스로 물려받은 선거결과에 무슨 감상이 그렇게 요란한지 모를 일이다.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결과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어달라는 국민 여러분들의 절절한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한국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북방의 흉노족에게 억지로 시집을 간 중국 한나라 때 궁녀 왕소군(王昭君)의 심경을 헤아리며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쓴 시 ‘소군원(昭君怨)’에 나오는 대목이다. 우리 정치사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거물 정치인 김종필(JP)의 인용으로 유명하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서울의 봄’이 거론될 적에 전두환이 쿠데타를 감행하자 김종필은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구나’라는 뜻의 이 말을 사용해 촌철살인의 어록을 남겼다.또다시 ‘춘래불사춘’이다. 이 나라 국민 노릇 하기가 힘겹도록, 계절은 봄이로되 바람은 여전히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누가 뭐래도 대구·경북(TK)의 미래정치를 걸머진 동량지재(棟梁之材)들이다. 두 사람의 역정은 사뭇 다르다. 유승민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의 흔치 않은 베테랑 경제통 정치인이다. 보수정당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박근혜 정권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혁적 보수’의 아이콘이 돼 있다. 김부겸은 학생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정치를 시작, 3당 합당으로 보수정당 소속이 됐다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다시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초
북한은 지금 ‘핵보유국’인가, 아닌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올 2월 기준으로 북한은 20~3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추산치인 ‘핵탄두 10~20개 보유’에서 10개 나 늘어난 것이다. 주일미군사령부(USFJ)도 지난해 말 공개한 자체 제작 동영상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15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금 핵보유국인가, 아닌가.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세계가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대한민국만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관련 영상 중에서 소름 끼치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호텔 방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김정은에게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하고 저만큼 입구 쪽에 떨어져서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쩔쩔매고 서 있는 북한 고위참모들의 모습이었다. ‘북미회담 결렬 직후’라고 소개된 영상은 지구촌에서 가장 혹독한 독재 군주의 나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컷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역사의 기원은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주들은 왕권신수설에 기초하여 권력분산 자체를 신성 모독이라고 규정했다. 계몽주의자들은 ‘법의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 출범을 놓고 ‘탄핵 궤멸’ 이후 처음으로 ‘오너 당 대표’가 등장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황 대표의 이미지는 비교적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그를 헐뜯으려는 진보진영 논객들은 ‘탄핵 총리’, ‘두루뭉술한 화법의 기회주의자’에 심지어는 ‘두드러기를 이유로 군대를 슬그머니 빠진 사람’이라며 까마득한 병역면제 이력까지 들쑤시지만, 그는 생각보다 단단하다.한국당 전당대회 자체는 아쉽다. 기대했던 국가미래 청사진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