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은 육개장으로 유명하다. 흔히 ‘대구 육개장’이라고 말한다.육개장은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경부철도가 뚫린 후 사람들이 대구의 여러 시장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대구의 시장터에서 육개장을 팔기 시작했다.” 이게 다수설이다.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질문을 더한다. “그런데 왜 육개장에는 벌건 고추기름을 사용할까?” 국수가 불가능하고 육개장이 없던 시절에는 어떤 음식을 내놓았을까? 개장국이었다.‘개장국’은 ‘된장 푼 물에 개고기 넣고 끓인 국’이다.육개장에 고춧가루, 억센 대파, 마늘 등을 많이 넣는 것도 개장국의 흔적이다.답
‘전통’은 좋은 것이다.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것이 전통일까? 전통의 실체를 알아야 계승, 발전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국수는 무엇일까?‘음식디미방’에는 두어 종류의 국수가 등장한다. 난면(卵麵)과 메밀국수 등이다. 전분(녹말)으로 만든 국수도 있다. 난면, 메밀국수, 전분국수를 재현하여 선보이는 것이 전통을 계승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난면은 계란으로 반죽한 국수다. 오늘날 이탈리아 파스타와 닮았다. 메밀국수는 오늘날의 막국수다. 우리가 먹는 막국수는 전통적인 메밀국수를 전승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시집오는 신부가 소복을 입었다. 시댁에 상이 있었다. 혼사를 앞두고 시어머니 되실 분이 돌아가셨다. 소복으로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경북 안동 ‘경당종택’ 종부 권순 씨 이야기다.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제사 모시고 손님맞이 하는 일. 그 중심은 음식이다. 그로부터 60년. 온전히 종부 권순 씨가 도맡았다. 귀한 제사에는 반드시 국수가 있었다. 국수가 없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국수가 하찮은 음식이 되면서 제사국수는 사라졌다. “별 대단한 음식도 아닌데 만들기 번거롭다”고 여기면서 제사국수는 사라졌다
물어보았다. 주변 지인들에게.“영남의 음식을 주제로, 특히 경북 지역 음식과 문화에 대해 연재를 할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상당수의 사람들이 대답 없이 씩 웃는다. 한참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다. 더러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본다. 재차 “어떨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그제야 마지못해 한마디 던진다.“영남에 음식이랄 게 있나요? 특히 경상북도에.” 경북의 음식과 그에 얽힌 문화에 관해 글을 이어가겠다니 마주 앉은 대화 상대는 입을 벌린다. 경북은 ‘법도대로 만든 음식’을 낳았다. 500년 전 탁청정 김유가 ‘수운잡방’을 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