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청년이 보석 감정사가 되고 싶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한 보석 감정사를 찾아갔다. 수많은 직업 중에 보석을 감정하는 기술이 가장 배우고 싶은 분야라면서 잘 가르쳐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늙은 감정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달갑지 않게 여겼다. 보석감정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청년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간절한 부탁을 거듭했다. 자신이 충분한 소질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그래도 감정사는 고개를 저었다. 보석 감정 기술을 배우려면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데 젊은 사람에게
또 멈췄다. 일상 회복 지원금까지 쏟아부었지만, 일상은 회복과 더 멀어졌다. 사람의 일상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그래서 일상은 숨을 쉰다. 일상이 숨을 쉴 수 있는 에너지는 관계다.사람의 일상을 분석해 보면 관계 아닌 것이 없다. 사람은 관계를 맺기 위해 산다. 관계가 단절된 사람에게 있어 일상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일상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무기력은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 대표적인 결과는 범죄다.최근 흉악 범죄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일상이 멈춤으로써 사람 관계가 끊겼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산에서 혹은 전망 좋은 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환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행복을 기원하기도 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누가 시키는 것도, 손잡아 끄는 사람도 없는데 사람들은 스스로 그렇게 해맞이명소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뿐만 아니라 음력 설날엔 부모님과 조상을 찾아 새배 인사와 제사를 올린다. 이렇게 일 년에 한 번 특별히 시간을 쪼개어 태양 앞에서 또는 부모님과 조상님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의 예를 올리는 행위는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의식 행위이다.세상 모든 생명체가 태양 빛을 주 에너
조선조 시대에 병조판서와 대제학까지 역임한 ‘윤회’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출중한 인격자였다.그가 젊은 시절에 시골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여관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행색이 말이 아닌 까닭에 여관주인이 투숙을 허락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는 뜰아래 앉아있었다. 그때 주인집 아이가 까만 구슬을 하나 들고 나왔다. 구슬을 손바닥에 굴리며 놀다가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구슬은 데구루루 굴러서 장독대 사이로 들어갔다. 아이는 구슬을 찾느라 요리조리 살피다가 금세 포기하고 들어가 버렸다.그런데 그 순간 커다란 거위 한 마리가 나타나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온 국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K-방역, 백신 등을 내세우며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곧 이길 수 있다고 기고만장(氣高萬丈)이다. 그런 인간에게 코로나는 변종 바이러스로 응수 중이다. 변종에는 정답이 아닌 해답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오로지 정답 찾기에 바쁘다.코로나는 지금까지 살아 온 인간의 삶의 방식이 오답(誤答)이라고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인정(認定)을 모르는 인간은 그 신호를 해석할 마음을 잃었다.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인류는 탄생 이래 인간의 노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구를 개발하거나 동물 등 다른 힘을 빌려 농사를 짓거나 재화를 창출하는 노력을 지속하여 왔다. 특히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여 생산하던 수공업에서 필요한 물건을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더불어 촉발된 산업혁명으로, 재화의 생산에 무생물적 자원을 광범하게 이용하게 된 조직적 경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이렇게 기계를 활용해 대량의 재화를 창출하게 되면서 국내 수요를 충족한 국가들이 남는 물건들을 앞다투어 강제로 다른 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알데힐’이라는 마을에 ‘John(존)’이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우편배달 업무를 직업으로 살았다. 무려 80km나 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우편물을 배달했다. 장거리 비포장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리며 뿌연 먼지를 일으켜도 그저 배달에만 열중했다.하루는 심하게 날리는 흙먼지가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건조하고 뜨거운 오후, 휘몰아치는 바람이 티끌과 먼지를 일으켜 시야와 호흡에 걷잡을 수 없는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그 때 존은 뜻밖의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이 흙먼지를
2021년 12월을 맞이하는 태도가 자연과 인간이 너무 대조적이다. 늘 그랬듯이 2021년의 모든 것을 틀어낸 자연은 언제나 겸손, 차분하다. 하지만 미련, 아집, 집착, 욕심, 이기로 가득한 사람 사회는 해가 갈수록 혼란과 혼돈의 정도가 최절정을 경신한다.특히 2021년 연말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자기만 옳다고 떠드는 대선(大選) 사공들로 나라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이가 그랬다. 자기만이 정답이고, 자기가 대선에 이기면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들 말처럼 되었다면, 나라 꼴이 암흑천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곧
따닥따닥 딱딱, 언덕배기 참나무 등걸을 기어오르는 일로 온 계절을 살아온 등나무의 씨앗 터지는 소리가 콩깍지 쇠여물에 앉히고 콩 대로 불을 지펴 쇠죽 쑤던 시절 사랑방 아궁이에 군불 때던 소리처럼 정겹다. 방금 서산 너머로 몸을 숨긴 태양의 여광처럼 가을 단풍이 절정을 갓 넘었는지 산야가 점점 평정심을 찾아가는 듯하다.작두콩처럼 생긴 씨앗 꼬투리에서 탈출한, 흡사 검정바둑알처럼 생긴 등나무 씨앗이 갓 떨어진 낙엽의 보호를 받으며 겨울나기를 시작할 무렵 산사에서 내려다보는 산마을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기 그지없다.고즈넉이 산사의
12월이 되면 늘 찾아오는 단골집의 반가운 카카오 톡이 있다. 직접 잡은 싱싱하고 살이 꽉 찬 대게가 들어왔다는 연락이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그 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대게를 먹고 오곤 하였다.아마도 스스로 애주가나 미식가로 자부한다면, 믿고 갈만한 단골집 한 두 곳 쯤은 두었을 것이다.단골이란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간다’는 단순한 산술적 통계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손님과 주인이 어우러져 같이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동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진정한 단골을 만들고 싶다면 그 곳을 찾는 손님 각각의 취향을 잘 알아야하고,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세계적 예술품이다. 바티칸 시 성 베드로성당에 보관된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품이다. 당시 로마에 체류 중이었던 프랑스 추기경 장 드 빌레르가 의뢰하여 3년 동안 제작된 작품이다. 피에타 상은 유일하게 미켈란젤로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새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목 박혀 죽은 후에 십자가에서 내려진 시신을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무릎에 올려놓고 비탄에 젖어있는 모습으로 새겨졌다.피에타 상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이 저미는 아픔과 성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피에타 상
거리마다 가로펼침막이 전시회를 이루었다. 대부분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정치인들이 불법으로 내건 것들이다.12년 무상교육을 마무리 짓는 시험! 오로지 이날을 위해 가장 빛나야 할 청소년 시기를 너무도 아프게 보낸 학생들! 과연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보상을 떠나서 올해 수능부터는 제발 불수능, 물수능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난주부터 필자의 심장에 꽂힌 뉴스가 있다. 그것은 대학 순위 발표! 물론 해당 기관은 좋은 의도
낙엽경기라도 벌어진 걸까. 높하늬바람이 내려 부는 아침, 출근길이 온통 낙엽축제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정신없이 하늘을 난다. 은행잎은 갈 곳 잃은 노랑나비들의 군무를 춘다. 멀리 커다란 느티나무는 어느새 앙상한 몸이다. 사시 푸를 것만 같던 벚나무도 옷을 거의 다 벗었다.시선이 나무 밑 잔디밭에 머문다. 샛노란 은행잎들이 매스게임이라도 하듯 정연하게 도열해있다. 말라가는 잔디이파리 사이사이에 은행잎이 들어있는 모습이 아늑하다.순간, 은행잎들이 작은 황금색 이불로 보였다. ‘내년 봄도 새싹을 돋구려면 겨울잠을 잘 자야 해….
시골 할머니 세 분이 자칭 ‘삼총사’라는 이름으로 모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모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뜨고 혼자 사는 분들이다. 같은 마을에 살며 약간의 연령 차이는 있어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다. 그 중에 두 분은 연령도 비슷하고 술도 곧잘 마시면서 흉허물이 없다. 한 분은 나이가 두 살 적고 술에 약하지만 삼총사로 잘 어울리는 생활을 한다. 어쩌다가 짙은 농담이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가장 언니 할머니가 막내더러 ‘언니에게 버릇없이 함부로 까불고 나서느냐’고 나무란다. 윗사람이야 충고조차 농으로 하지만 아랫사람은 진짜 충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지난해 열지 못했던 포항국제불빛축제가 2년 만에 다시 영일만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20일과 21일 펼쳐진 축제는 예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으나 다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한 축제여서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는 흥겨운 놀이가 중심인 ‘축(祝)’과 제의적 의미가 담긴 ‘제(祭)’를 합쳐서 만든 말이니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을 위무하는 마음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간절한 기원이 함께 담긴 이번 행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아니었을까?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던 축제가 다시
우리는 살면서 그냥 보이는 것으로 쉽게 사물을 판단하고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도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인상, 태도 등 보이는 모습만으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는 경향이 크며,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나 인성 등 내면적인 면을 생각하고 파악하는 것에 소홀해질 수 있다. 우리가 눈(目)을 표현할 때 육안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인 심안, 혜안, 천안 등의 단어도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기업(企業)이라는 한자의 어원적인 의미는 ‘사람(人)이 일(業)로 머무른다(止)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자 대문 우편함에 눈길이 갔다. 자질구레한 자동납부 통지서와 얇은 책 한 권이 꽂혀있었다. 이미 납부된 요금은 이메일로 확인한 내용이었다. 따로 영수 통지서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매번 우편으로 발송되니 본척만척하고 휴지통에 던졌다. 이런 통지서를 모두 생략한다면 엄청난 종이와 재원이 절약될 텐데. 책만 가지고 들어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뒤적거렸다.두어 시간 지났을 때, 전화할 일이 있어 휴대폰을 찾으니 없었다. 아차! 자동차 거치대에 두고 왔구나. 그새 부재중 착신이 네 개가 떴다. 차례대로 전화를 했더니 하
쌓아 둔 빈 비닐 비료 포대 위를 낫공치로 마구 두드렸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반사 동작이다. 일고여덟 번쯤 두드리자, ‘아마 죽었을 테지…’하는 생각이 났다. 그제야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어 동작을 멈추었다.‘괜한 오기로 한 생명을 죽이는구나’하고 속말이 나왔다. 낫 날 끝으로 비닐 포대를 이리저리 뒤졌다. 축 늘어진 목표물은 없었다. 맨 아래 비닐 포대를 뒤졌을 때, ‘아! 그랬구나’하는 속말도 나왔다. 드러난 땅에 구멍이 나 있다. 내 반사 동작의 목표물은 구멍으로 도망간 게 틀림없다. 아마, 따뜻한 낮 기온에 먹이 찾아 나왔다
책에서 본 내용인데 소양강에서 30년간 어부생활을 한 분이 직접 목격하였다는‘뱀과 가물치’의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이야기는 어부가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가던 중 강 바로 옆나무에 매달려있는 뱀이 물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목격한 것부터 시작된다.자세히 들여다 보니 강바닥에 병든 것처럼 뒤집혀져 있는 가물치를 물에서 건져내려고 안달복달하는 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놀라운 것은 뱀이 열심히 가물치를 감아서 물 밖으로 올리려는 순간, 힘이 센 가물치는 몸을 확 비틀어 빠져 나오는 행동을 반복하였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생물은 어떤 형태로든 경쟁을 하면서 산다. 사람이나 동물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경쟁으로 인하여 서열도 정해지고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여 경쟁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경쟁을 부추길 것도 아니다. 어쩌다가 식물도 경쟁한다는 것을 듣고 좀 놀랐다. 고정된 장소에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하는 식물이 경쟁할 수가 있을까. 더구나 생각이나 감정도 없이 주어진 토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을 식물이 있을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식물도 경쟁한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