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그는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나이 40이 넘어 우리 대학에 늦깎이 유학을 온 것이다. 당시 그의 부인은 `조선어학`연구를 위해 북한 김일성대학으로 유학가고, 그의 외아들 역시 몽고어를 공부하기 위해 내몽고에 가 있다니 그의 가족은 남북과 동서로 갈라져 있는 셈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유학이 그리 쉽지 않는 터인데 한국행 유학을 택한 그의 열정과 의지가 가상스러웠다. 그의 조부 때 남만주 땅에 이주하였으며 가족이 어렵게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가끔 씩 한 적이 있다. 그는 박사 학위 과정 중 논문 주제 선정문제로 여러 날 고민한 적이 있다. 지도교수인 나는 그에게 본인이 가장 쓰고 싶은 주제로 논문을 쓰도록 자주 권했다.
새누리당은 기초 지방 선거시 정당 공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할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 보권 선거에서 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 정당 공천을 하지 않았던 여당이 이번에는 정당 공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당 공천제 폐지가 위헌적 요소가 있고, 지방 선거의 후보자 검증이 어려울 뿐 아니라 지방 토호 세력이 지방 정치를 장악하고,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의 정치 참여가 봉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정당 공천제 유지는 일견 명분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선 공약의 파기로서 여론의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야당뿐 아니라 시민 단체도 이러한 공약 파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이미 지난 7월 정당 공천제에 폐지를 우여곡절 끝에 당론으로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시 `통일 대박`론은 이곳저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통일 대박`이라는 주장은 청와대 건배제의에서 쓸 정도로 환영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치고 너무 가볍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대박은 사전에서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큰돈을 벌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대박은 원래 예상치 못하는 행운을 뜻하며 대통령의 `통일 대박`이 통일의 미래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의 당위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효과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사람이 많다. 얼마 전 어느 중학생 대상의 통일관련 특강 자리에서 “혹시 통일을 반대하는 학생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손을 드는 학생이 예상보다 많았다. 즉석에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북한이 식량문제도
지난해 분단국으로서 통일된 나라를 관심있게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1975년 공산화된 베트남도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예상외의 활기로 넘쳐 있었다. 그들은 공산당이 집권이후 `도이모이`라는 개혁 개방 정책을 통해 시장 경제에 접목하였기 때문이다. 1990년 독일의 통일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통일이었다. 그러나 메르켈이 이끄는 오늘의 독일은 유럽의 중심국으로 우뚝 서 있었다. 중국의 양안 관계는 불편한 과거를 뒤로하고 활발한 교류 협력 투자로 이어져 `사실상 통일`과 다름없었다. 중국의 어느 공항이나 밀려오는 대만 손님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은근히 부럽기까지 하였다. 내년 2015년이면 우리도 민족 해방 70년, 사실상 분단 70년이 되는 셈이다. 갑오년 새해에 또 다시 통일의 꿈이 현실이 되기
내일로서 또 한해가 저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정치도 또 한해의 막을 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위한 인사 청문회로 시작한 정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격돌의 정치`의 연속 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시 약속했던 `국민 행복시대` `대통합 정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없고 국민 불안과 분열의 정치로 치닫고 말았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2013년 한국 정치의 주요 쟁점은 대선 때부터 제기된 노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윤창중의 성추행, 국정원 댓글,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이석기의 RO 사건, 채동욱 검찰 총장 퇴진 사건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돌이켜 보면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고, 아직도 상처만 그대로 남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될 것을 공약으로 선언하였다. 이처럼 `대 통합 정치`는 박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며, 이를 반드시 지키는 `약속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비교적 고른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선거후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언론은 대통령의 업적 중 `대통합 정치`의 실종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은 야당과는 물론 여당과도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으며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지러운 파당 정치에 조선조 실학자 다산은 대통합 정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산은 논어의 “군자는 주(周)하되 비(比)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비하되 주하지 못하다(君子周而
장성택의 실각과 잔인한 처형으로 세계 언론은 다시 북한을 주목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북한권력의 실세로서 김정은을 수행하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던 장성택이 처형되었다. 김정은의 고모부이고 정치적 후견인인 그는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보안원에 의해 전격 체포 되었다. 며칠 후 북한 중앙 TV는 장성택이 수갑을 차고 재판정에 끌려가는 최후의 모습을 방영하였다. 얼굴뿐 아니라 눈두덩과 손에 피멍이 든 자국이 역력히 보였다. 그의 최후는 며칠 전 처형된 그의 측근처럼 무자비하게 끝나버렸으니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는 정적을 종파 분자로 낙인찍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였다. 이러한 북한식 공포정치의 악순환은 절대 권력의 위기 시 반복되는데 심각성이
북한 권력의 실세 장성택의 실각 의혹문제에 대해 국내 언론은 연일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여러 해 전 북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고 진해, 울산 공단을 둘러보고 대구까지 왔던 그는 남한의 실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사이다. 그는 북한의 개혁 개방론자이며 비교적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어떤 연유로 실각되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실각보다는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 2명의 공개처형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미 “장성택의 측근 두 명이 공개처형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장성택의 최 측근인 노동당 간부인 리용하와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처형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리용하는 1947
한국 정치가 말이 아닙니다. 여야의 정치적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의 대치 국면은 해도 너무 합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끝 난지 거의 일 년 다 되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싸우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야 정치의 장인 국회가 하루도 정쟁으로 얼룩지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 국민은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정치의 본질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인데 이 나라 정치는 국리와 민복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습니다. 더구나 국회는 급박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방치하고 벼랑 끝으로만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쩌다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이 머슴인 정치인을 걱정하는 나라가 되었습니까. 여야는 아직도 정치 파탄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전가하고 있군요. 지난달 28일에도 여당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지난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남한 정치 현안을 정치 평론 형식으로 방영하였다. 3인의 북한 평론가가 등장하여 진지한 표정으로 남한의 이석기 사건과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논평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보였다. 방송 내용인즉 예측한데로 이석기 사건은 남한 정치인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대표적 정치 탄압 사건이라 비난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은 보훈처와 국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동원된 조직적인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북한 방송매체가 `불 바다 보복론`이나 우리 정부나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자주 접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한의 특별한 정치 현안에 대해 3인이 등장하여 토론 형식의 방송은 이색적이며 우리의 흥미를 끄는 장면이다. 북한당국으로서는 우리 종편에서 자주 보는 탈북자들의 북한 체제의 폭로발언에
네덜란드의 히딩크는 한국에 너무나 잘 알려진 축구 감독이다. 그는 허약한 한국축구의 체질을 개선하여 2002년 월드컵 세계 4강의 신화를 이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축구 감독으로서의 리더십과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은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지난달 그는 한-브라질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고 언론은 그의 국내 행적까지 일일이 보도 하면서 환영하였다. 그가 어디에서나 이렇게 환영받는 것은 축구 감독뿐 아니라 그의 훌륭한 인간적인 리더십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우리나라의 정치, 행정, 경영, 교육 분야에 이르기 까지 활용되고 있다. 사실 모든 조직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은 조직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 그의 철저한 리더십은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정치가 오늘날 국민
매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가의 국가의 삶의 짊을 평가하여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GDP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고, G20 회의에도 참석하여 우리의 삶의 질도 이에 비례할 것이라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한국인의 삶의 질은 OECD 34개중 26위, 작년에는 36개국 중 24위로 상승되더니 올해는 불행히도 27위로 떨어져 버렸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이토록 점점 나빠지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조사 기관, 조사 문항, 조사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그 나라의 수입 상태, 주거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세부 지표로 평가하는 OECD의 평가 지표는 일단 신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원칙과 소신, 신뢰의 리더십으로 각인되고 있다. 우리의 분단 상황에서 국정의 책임자로서 필요한 리더십 덕목이다. 그러나 그간 대통령의 리더십은 급박한 국정 현안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출범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박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지녀야 할 것인가. 차제에 대통령에게 필요한 바람직한 리더십의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자가 중용에서 제시한 총명예지(聰明睿知)라는 성군(聖君) 4덕목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오직 천하에서 성스러운 총명예지의 덕에 능해야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唯天下至聖 爲能聰明睿知 足以有臨也)는 것이다. 이러한 덕목은 이 시대 대통령이 갖추어야할 기본자세로 손색이 없으며 리더십의 평가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분단이 일본의 패전에 따른 식민지 청산과정의 어정쩡한 타협의 결과 였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 문제는 미·일·중· 러 라는 주변 4강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주변 4강 모두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여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과 조건에는 여전히 자국의 이익학보 문제로 계산이 복잡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평화문제연구소 주최의 통일 관련 국제 세미나에서 주변 4개국 학자들의 통일에 관련 주장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들은 대체로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 4강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을 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피터 벡은 자신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부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또 다시 국정 감사의 계절이 왔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국감이지만 금년의 어느 때 보다 정치적 쟁점도 많은 것 같다. 연일 국감장에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지만 이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대부분 상반되고 있다. 16개 상임위가 채택한 기업인 증인만 무려 200명이 넘는다. 그간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이 패여 그것이 국감장에도 투영되어 올해의 국감이 제 기능을 발할지 의문이다. 국정 감사는 문자 그대로 입법부의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이며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잘 수행하여 국정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장치이다. 과거 유신정부 시절 일시 폐지되고 전두환 정부 시절 제한되었던 국정 감사권을 다시 국회가 되찾은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인간은 말을 통하여 의사를 소통하고 원활한 공동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최근 이 나라 정치인들의 말이 너무 천박스럽고 조잡하다. 특히 정치인들의 정치적 현안에 관한 입장이나 상대 당에 관한 평가는 하나 같이 비난 일색이고 막말까지 오가고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기본예절도 모르는 듯 야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언어는 폭력에 가깝다. 연일 서로 눈앞에서 다투는 정치인들의 거친 말투와 막말은 주권자인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선진화 법에 의해 물리적 폭력은 이 나라 정치 현장에서 사라진듯하지만 언어적 폭력이 그대로 난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어느 야당 의원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그 년`이라는 발언, 이미 작고한 전직
노인 복지 연금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대비책도 중요하지만 청년 세대의 실업 대책도 시급한 사회 문제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삼포 (三抛) 세대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이다. 취직이 안되니까 연애와 결혼은 생각지도 못하고, 결혼은 하더라도 경제적 문제로 출산까지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므로 삼포 세대의 실업 대책은 노인 복지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청년들의 취업·결혼·출산 문제는 불가분의 연쇄 고리를 형성한다. 일용 고용직 청소원 채용에도 대졸생들이 몰려들고, 어느 직장 공채에나 스펙 좋은 취업 희망자들로 넘쳐나 취업문은 좁아진지 오래다. 그로인해 청년들의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며 결혼을 포
이산가족 상봉이 또다시 무산됐다.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연기돼 버렸다. 올 가을에는 오랜만에 금강산 단풍놀이나 다녀오겠다는 나의 작은 꿈도 사라져 버렸다. 나는 남북관계가 오늘날처럼 경색되기 전 여러 차례 북한 땅을 밟아 보았다. 특히 금강산 만물상의 아름다운 가을의 풍광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북한 땅 여러 곳에서 만난 북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셈이다. 가을이 오면 금강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 된다. 2007년 늦가을 금강산에서 개최된 학술대회는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학자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금강산 호텔에서 개최된 남북 학술회의는 남북한 학자 40여명이 참석하였다. 개회식 때 옆 자
이 나라의 정치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일말의 기대를 모았던 지난번 3자회담은 완전히 결렬되고 말았다. 이색적으로 국회 사랑채에서 개최된 회담은 서로 회담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고 있다. 여야 대표는 기자 회견에서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회담이었다고 고백하였다. 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볼모로 하는 야당의 투쟁을 비난함으로써 여야 관계는 회담 전 보다 더욱 경색되어 버렸다. 이러한 회담 결렬은 여론에 떠밀려 사전 준비 없이 급조된 3자 회담의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3자 회담 결렬의 근원은 여야의 정치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회담의 핵심인 국정원 정치 개입과 개혁에 관한 여야의 입장은 너무나 달랐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대선 이후 국정원이 한국정치의 중간에 서있다.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모토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 현상이다. 지난 한 달 여간 들끓었던 국정원 관련 청문회는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여야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고 끝난 국회 청문회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문제의 중심이 되었다. 오늘날 파행 국회도 야당의 거리 투쟁도 그 배경에는 국정원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한국 정치의 중심에 국정원이 서 있는 것은 국정원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 정치의 한계이며 비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정치적 쟁점이 되었을 국정원장은 전격적으로 남북회담록을 공개해 버렸다. 신임 남재준 원장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원의 명예 보호`라는 명분으로 공개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