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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과거에 찍힌슬픈 낙인,붓이 어루만지자 백한 가지 고뇌가 흘러나온다캔버스에 다 담을 수 없는음지와 음지대칭점에서 만나면 찬란한 빛을만들어내는지압생트 없이도 황시黃視를 자주 본다예전엔 색이란 색 다 섞어보고꽃에도 구름에도 붓을 찍어 보았으나찾을 수 없었던 색,색의 한계를 넘어선 빛이 붓끝에일렁거린다 (부분)고흐는 지금 매춘부였던 클라시나(고흐가 시엔이라고 부른 여인)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는 클라시나의 몸에 찍혀 있는 고뇌들에서 태양광과 같은 황금빛이 번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하여 고흐의 붓끝에는 “색의 한계를 넘어
시
등록일 2022.09.14
게재일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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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나를 내다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한밤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한밤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창밖 가로등 아래밤새 부스럭거리는 소리“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있는 시인. 그도 역시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던 자이다. 하여, 시인도 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이여서, 누군가에게는 죽은 사람과 같다. 하지만 시인은 ‘누군가’보다 일을 하나 더 하는데, 쓰레기 더
시
등록일 2022.09.13
게재일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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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하나여서 무겁지는 않지만속이 훤히 보여서비밀을 넣어 두면 뜨끔거렸다간직해야 하는 비밀이 두꺼워질수록아픔은 무뎌지고 파도는 순해졌지만섬은 선홍의 피로 물이 들었다가끔 바다의 호명을 받으면가난한 내 꿈은하나뿐인 불구의 날개로파도의 현을 타고 날아다녔다어느 태양계의 혈통인지나는 내가 궁금하다시인은 내밀하게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그를 초대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그 꿈은 비밀로 간직해야 했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오래 간직한 그 꿈이 점차 두꺼워지자 아픔도 무뎌졌다. 하나 그 꿈이 사라지지 않고 삶의 내부를 “선
시
등록일 2022.09.12
게재일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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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생각에 빠져뼈다귀들이 설설 끓고 있다거품이 악성 댓글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담 든 몸에 파스 붙이듯이름을 계속 갈아 붙이고 살던 남자가아파트 11층에서 떨어졌다, 단풍 붉게 물든 늦가을회 뜨고 남은 살점 군데군데 붙어 있는 뼈다귀가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어디론가 헤엄쳐 가고 있다짠물에 새기던 사소한 고독의 가시 무늬익명탕이 홀로 졸아들고 있다 (부분)저 서더리탕은 광어의 것인지 도미의 것인지…. 우럭의 것인지 당신의 것인지 모르는 뼈다귀들로 만든 ‘익명탕’이다. 자살한 그나 당신이나 나나, 서더리탕의 뼈다귀들처럼 “사소한
시
등록일 2022.09.07
게재일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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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당신의 잇몸 발가락 엉덩이향기롭다 시끄럽다 다정하다나는 인생의 정점에서 입술을 잃었네뒤통수를 잃었네당신의 표정과 눈빛이 되살아났지신발 한 짝을낡은 가방을뜨겁게 노래한다네나와 어울리지 않는 걸음걸이로 비딱하게뿌리가 없어도 좋다네여러 개의 목소리로 서서길이 지워지는 것을새로 태어나는 것을본다 (부분)도래한 봄은 향기롭고 시끄럽고 다정하다. “당신의 표정과 눈빛이 되살아”난다. 되살아난 당신의 육체를 감각할 수 있게 되면서, 시인은 “여러 개의 목소리로”, “뜨겁게 노래”하며 살리라는 의지를 갖게 된다. 삶의 과정과 함께 할 “신발
시
등록일 2022.09.06
게재일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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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온 비로얼음이 물소리를 오래 앓고빛 드는 쪽으로엎드려잠들어 있을 때이른 아침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떠나는 한 사람종소리처럼빛이 번져가고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듯이깨어나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부분)얼음 속에 잠재해 있던 물소리가 나면서 ‘물의 언어’는 해방되고 시적인 것이 충만한 생명의 세계가 재생될 것이다. 사랑이 숲에 새로이 퍼져나가면서 생명을 가져올 봄이 도래한다. 그 사랑은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 사건이다. 세계가 잠들어 있는 “이른 아침/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떠나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의 귀환
시
등록일 2022.09.05
게재일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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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위해 기다렸지만우리가 기다리는 비행기는아무래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사람들은 졸거나 속삭이거나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우리는 움직이지 못하고지나가버린 시계의 분침과멈춰버린 유리벽 너머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우리는 떠나고 싶었지만떠나지 못하고풍경처럼 거기에 앉아 있었다멈춰 있는 여명 너머로는멀리 새의 그림자 같은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부분)이 시는 시인이 핀란드의 작은 공항인 이발로 공항에서 직접 겪은 일을 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직접적인 체험의 묘사는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 시대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시
등록일 2022.09.04
게재일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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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꿰매다가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본 날은작은 바늘을 물려받은 것을 원망했다내가 가진 바늘로는기름에 찌든 끼니를 먹고손가락을 따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구멍의 시작, 돌 반지를 팔고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쏘아 올렸다마이너스통장엔 동그라미가하나 더 생기고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름저 밤하늘도 구멍 난 양말을 신었다발꿈치가 환하다 (부분)“작은 바늘을 물려받은” 위의 시의 화자에겐 바늘구멍은 그나마 있는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이다. 화자의 벌이는 구멍 난 양말을 꿰매듯 돈 새어나가는 구멍을 꿰매는 일밖에 되지 않고, 그럼에도
시
등록일 2022.09.01
게재일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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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쓸쓸한 도시를 지우는 비문,언젠가 우리도 다 지워지고 말겠지만고인 물은 냄새나고 부패하고 변한다.눈부셨던 날도 흘려보내야반짝이며 산다.저기 멀리에 젖은 땅이 끝나는 근처,하늘이 시작하는 희미한 경계에우리가 헤어질 수 없는 순간이 보인다.한나절의 비는 저녁 무렵에야 끝나고그친 곳에서부터 명지바람이 일어난다.바람을 타고 오는 숨결들이오늘은 순한 저녁 햇살이 되었다.주황색 도시가 눈부신 축제를 연다.사방에 퍼지는 장엄한 일몰, 용서해라,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부분)마종기 시인은 죽은 이들이 펼쳐놓은 듯한 일몰의 시공간을
시
등록일 2022.08.31
게재일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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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에 스며든 통증하늘빛이 자궁으로 들어가고장승의 광대뼈도 검게 물들었다느티나무를 뚫은 바람은밤의 몸을 가르고억새가 잠든 산등성이로 올라갔다아픈 표정을 가린 팽나무의 실루엣이 더 검게 보였다하늘에서 잿가루가 떨어져밤길을 걷는 발자국이 지워지는 그믐모든 하늘빛이 자궁으로 되돌아갔다.(부분)“자궁으로 들어”간 ‘하늘빛’이 잿가루가 되어 그 자궁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하여 그믐달이 뜬 밤에는 삶(자궁)과 죽음(잿가루)이 뒤바뀌고 혼재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세계는 “아픈 표정”을 짓는다. “밤의 몸을 가르”면서 세계의 뭇 존재자들을
시
등록일 2022.08.30
게재일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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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속눈썹에 앉은 하얀 입자,세상의 경계를 지우려던 모든 파동이나풀거린다오직 발자국만으로 두 개의 행성 사이,그 가깝고도 따스한 거리를 재던자오선의 길이태양이 그림자를 가장 줄일 때첫눈이 오면 만나자던 약속은정거장의 늙은 시계탑을 생각하게 한다창을 열지 않아도 길은 은박지처럼 눈을 찌르고사랑이라는 말은 말풍선이 되어입김 같은 너를 떠오르게 했다 (부분)“당신의 속눈썹” 위에 내리는 첫눈은 당신과 나를 연결해준다. 세계의 경계를 지우며 “모든 파동이/나풀거”리는 첫눈의 풍경. 당신과 나, 두 “행성 사이”가 “가깝고도 따스한 거리
시
등록일 2022.08.29
게재일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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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거대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다.인간은 오리털 파카에 갇힌 무수한 오리털들, 이라고 시인은 쓴다.이따금 오리털이 삐져나오면 신은 삐져나온 오리털을 무신경하게 뽑아버린다.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한다. (중략)죽음 이후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으며 천사와 악마도 없고단지 한 가닥의 오리털이 허공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다 바닥에 내려앉는다,고 시인은 썼다.이 시에 따르면 인간은 신이 입은 오리털파카 속 오리털들이며, 인간의 죽음은 삐져나온 오리털을 신이 “무신경하게 뽑아버”리는 일일 뿐이다. 이 엉뚱한 이야기에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시
등록일 2022.08.28
게재일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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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으로은혜도 원수도 다 희미해졌다비루해서남 같지 않는 생,비굴한 체위라도이생을 견디고 싶다쓸쓸한 기미를 좇다가족도 놓쳤고감추며 살았던 흉터는등이 되었다가난을 횡단하며섭섭함도 길이 되었다등을 밀어준 눈물이여눈 감으면만경창파를 보여다오 (부분)시의 화자는 감추고 싶었던 흉터가 등이 되어버린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삶을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은 버리지 않는다. 비록 ‘비루’해져버린 삶이지만, “비굴한 체위라도/이생을 견디고 싶다”는 것이다. 하여, 그 비참의 ‘눈물’이 그의 “등을 밀어”주어 “가난을 횡단하”는 삶의 길을
시
등록일 2022.08.25
게재일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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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것은 총체, 그것은 부품알 수 없는 무엇이다지운 것을 듣고, 느낌도 없는 것을 볼뿐더러능선과 능선 그 너머의 너머로까지 넘어간다그것은 태양과 비의 저장고네거리를 구획하고 기획하며 잠들지 않는그 눈, 을 빼앗는 자는 모든 걸 빼앗은 자다, 하지만그 눈, 은 마지막까지 뺏을 수 없는, 눕힐 수 없는칼이며 칼집이며 내일을 간직한 자의 새벽이다 (부분)위의 시의 눈은 시적 비전-“내일을 간직한 자의 새벽”-을 가진 눈, 내일의 세계를 재구성하며 재창조하는 “잠들지 않는” 눈이다. 그래서 그 눈에서 나오는 눈빛은 칼처럼 날카롭다. 세
시
등록일 2022.08.24
게재일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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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을 기웃서울을 기웃널빤지도 없이 홀로 공중에 솟구어북풍받이 중천에서 헤매는 널뛰기 놀이해저문 도시 빌딩 사이사이서리 내린 뒷골목오류의 역사 깊은 그늘에 갇혀반 쪽빠리도 온 쪽빠리도 아닌 재일교포안주할 보금자리 찾아지친 듯 미친 듯이곳저곳 기웃기웃널뛰기 바쁘다 (부분)재일교포인 시인은 한국이나 일본, 어느 곳에도 안주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에겐 발 딛을 수 있는 기반이 없다. 다만 널빤지도 없이 “헤매는 널뛰기 놀이”만 “지친 듯 미친 듯” 해 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양쪽 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배척받는다는 느낌만을 갖게
시
등록일 2022.08.23
게재일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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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엔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상관없는 일들이 계속 나의 초인종을 누른다용건도 없는 빈손이 찾아든다궤도를 이탈해 서로를 밀어내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중력에 굴복하는이름도 쓸모도 없는 행성 같은 이웃들이를 테면 옆집 사람의 감정사이사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다정한 말이 될 때거리를 회복할 수 있을만한 몇 종류의 안부도 희박하다지나치게 맑아 할 말이 없는 오늘 날씨처럼(부분)시인은 우리가 이웃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면서 살아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위의 시에서 이웃은 시적화자에게 이름도 없고 쓸모도 없는 머나먼 행성과
시
등록일 2022.08.22
게재일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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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슬픔의 태막슬픔이 태어날 때마다얼굴이 찢어져서뒤집어 쓸 얼굴이필요해 더 많이밤하늘의 검은 동공은겹겹이 쌓인 시간의 그림자그림자는 다시밤의 얇은 살갗녹아내리는 손으로빈칸이 된 얼굴을 휘젓다 깨어나벼르고 벼르던낡은 수건 한 장을 버렸다(부분)밤하늘의 동공을 바라보는 얼굴과 그 동공으로 시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밤의 그림자가 대면한다. 그러자 손은 녹아내리고, 슬픔이 스며들며 찢어지는 얼굴은 빈칸이 된다. ‘얼굴-주체성’은 저 밤의 그림자와 뒤섞여 그림자의 시간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낡은 수건 한 장을” 버린다. 이
시
등록일 2022.08.21
게재일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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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하루를 지나야 빵이 익는다고느리게 흘러가는 이곳의 시간을 닮아가는 것이라고혼자 중얼거립니다. 나도 느릿느릿내일까지 모레까지 그리고 아득한 훗날까지당신이 익기를 기다려야 하겠다고,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우리 잠시 서로를 놓아준 틈에 잘 익어가기를,그러다 세상 반대편에서 빵을 캐 먹듯서로 뜯어먹을 수 있기를(부분)“시간을 닮아” “느리게 흘러”가며 천천히 익어가는 삶, 그리하여 빵처럼 “세상 반대편”에 있는 타인이 뜯어 먹을 수 있게 되는 삶. 그것은 사랑의 삶이겠다. 그 삶을 굽는 화로는 기억이며, 기억을 통해 익어가는 것은 기억
시
등록일 2022.08.18
게재일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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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봄 날삼십 리 밖 쓸쓸한 소나무집훤칠한 처녀가뽑아다 준 백목련 한 그루.내 마음에서 뽑혀나간 구덩이 하나 남기고환한 얼굴처럼 온통봄을 쏟아내던지금도 그 울타리를두근두근 배회하고 있을까무심히 걸어두고 떠나 온네 번이나 강산이 변한 오늘백목련 한 그루 아직도훤칠한 얼굴로 피어 있을까.보아라, 만인萬人들아툭툭 주름 터뜨리며 나무가 늙지꽃이 늙더냐. (부분)‘환한’ 백목련 나무는 사랑의 대상인 처녀이자 사랑에 빠졌던 자기 자신을 의미하겠다. 시인은 유년 시절에 보았던 백목련 나무가 “아직도 훤칠한 얼굴로 피어 있을”지 자문한다. 이
시
등록일 2022.08.17
게재일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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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재 속뒹굴던 뼈에 살이 오른다동면의 시간을 깨고 죽음을 흔든다깊은 대지의 속을 깨고 나온 푸른 촉들이 번들거린다알을 깨고 나온 어린 새가 고요를 쪼고 있다숫총각과 숫처녀의 첫사랑은 수줍다그렇게 산은 수줍게 흔들린다바람과 햇살은 조연으로 들러리다굳었던 손가락을 펼쳐라마비되어 쩔뚝이던 다리를 버려라얼었던 나무에 생기가 돈다기름기 하얗게 흐르며 타던 장작의 시간을 떠올린다(부분)눈 속에 묻혀 죽어 있던 자작나무가 “죽음을 흔”들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어린 새에서 볼 수 있듯이, 식물뿐만이 아니라 동물도 새
시
등록일 2022.08.16
게재일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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