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예술이 꽃을 피웠다면 그곳의 토양에는 반드시 선조들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정신문화 유산의 철학이 존재한다. 또 그러한 지역일수록 밑바탕에 흐르는 정신적 유산은 문화예술의 맥을 잇는 후손들의 철학으로 녹여져 새로운 독특한 문화의 흐름을 탄생시키기 마련이다. 문화예술 활동의 원리는 컴퓨터의 작동원리와 유사하다. 한 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을 관통하는 정신적 문화유산은 마치 컴퓨터의 운영체계가 수행하는 역할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일관된 큰 틀로서 작동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예술회관,
연말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지역 내 정치, 행정은 물론 주요 기업, 단체들도 새해의 신규 사업 발굴에 고심하기 마련이다. 사실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확보 문제는 특정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할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떠한 분야를 불문하고 단일 사업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시대적 구분을 할 때 가장 상징적인 하나의 사건을 단지 인용할 뿐이다. 용암이 끓어오르지 않고 갑자기 화산이 폭발할 수
추가관세를 서로 부과하면서 과열되던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각국의 사정으로 일시 휴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경우 제조업구매자지수(PMI)가 9월 49.8에서 10월에는 49.3으로 6개월 연속 업황의 확대와 악화를 구분하는 기준선인 50을 밑돈 데다, 홍콩의 민주화운동도 지속되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무역전쟁을 일시 봉합할 사정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추가관세 부과 조치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국내 소매점, 의류업계 등을 다독여야 하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하려고 생각하면 일단 주변부터 살피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언론에 대서특필하는 특정 지역이나 단체의 성공담을 듣게 되면 순간적으로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에 따라 사업을 성공시킨 그 지역이 지닌 장점이나 그 지역의 특수성을 함께 분석하기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춘 벤치마킹을 토대로 ○○형 ××사업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요즈음 각 지역이 주목하는 청년창업도 마찬가지다.지난 9월 미국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사는 올해도 세계 주요 도시별 창업생태계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가 활력을 잃거나 자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가장 먼저 보호에 나서는 산업 중 하나가 철강 산업이다. 이는 ‘철’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해당국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공산품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간 18억t이라는 세계조강생산량의 절반인 9억t 가까이를 생산하는 중국도 각국의 수입규제조치로 2015년 9천713만t의 수출초과를 기록했던 강재무역이 2018년에는 45.56%가 감소한 5천287만t으로 급감하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초과 물량도 2015년 935만t에
각 지역의 전통시장은 해당 지방의 발전사와 동고동락해왔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정치인들이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 시장으로 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곳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데다 가장 민감한 정치 문제부터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해 주부나 상인들의 여과 없는 이야기가 오가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데도 최적의 장소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장날에만 열리는 시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장소의 전통시장들도 처음에는 장날에만 상거래를 하였지만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정된 장소에 자리잡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장날의 상인에
지난주 세계은행은 “글로벌 가치사슬시대의 개발을 위한 무역”이라는 제목의 ‘세계개발보고서 2020(World Development Report 2020)’을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개발도상국이 고용확대와 소득증대 등을 동반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과의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에 참가하여야만 무역 확대와 더불어 성장을 촉진하는 변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어느 특정 국가나 지역이 자체적인 순환경제만으로는 성장이나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그런 면에서 포항 지역 경제는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에
포항지역 경제를 주도하는 지역 철강업체들은 요즈음 매우 조용하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게 고율의 반덤핑관세와 쿼터물량 제한이라는 폭탄을 맞은 데다 유럽까지 수입물량 제한에 동참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느라 기진맥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당장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과 중국 간 관세인상 등 양자 간 힘겨루기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내년 봄 이후부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사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피해가 작은 분야가 철강분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요즈음 과거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기발한 지역 축제나 선발대회들이 많다. 영양의 고추아가씨, 김천의 포도아가씨, 남원의 미스 춘향, 장성의 홍길동축제가 있다. 그리고 천안의 흥타령춤 축제나 성남의 춤짱 선발대회 등도 젊은이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이처럼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과 관계되는 옛날 이야기속의 등장인물, 그도 저도 아니면 하나의 주제로 특화시켜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까지 확대 가능한 분야를 선정해 지역의 명물로 키워나가고 있다. 각 지역이 이처럼 자기 고장의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만드는 데
최근 포항의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약세인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절대적인 가격수준만 보면 최근 몇 년간 최고점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 장기적인 추세로는 상승세를 이어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지역 주민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은 가장 조용히 그리고 안전하게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고맙게 여겨야할지도 모른다. 지역의 인구가 유출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채 일정기간이 경과하게 되면 부동산시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기 쉽기
전국 각지의 도시들은 어떻게든 소멸도시의 위험에서 벗어나 생존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다. 일부 도시들은 중앙 관청이나 대형 공기업의 이전 또는 혁신도시 지정 등에 힘입어 도시의 면목을 일신하기도 하였다. 그에 따라 인구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자 다른 도시들도 이와 유사한 발전 전략에 주목하는 모습이다.하지만 적어도 포항만큼은 유사한 전략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포항 정도의 지방 대도시들은 대부분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과 소비, 물류 등 경제기반이 도로교통망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오늘의 도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세계를 진동시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의 주인공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이었다. 빠른 속도의 기술 진보와 혁신이 그동안 제조공장에 국한되었던 그들의 역할을 세상 밖에서 찾기 시작하였다. 결국 지금까지 축적되어왔던 인공지능의 기술, 유무선 통신망의 발달, 새로운 산업간 융합과 협업체제의 구축과 같은 여건이 갖추어진 결과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나타난 것뿐이다.로봇분야도 마찬가지다. 용접과 같은 단순 반복적인 기능을 전담하던 산업용 로봇들은 오랫동안 대량생산 체제에
그동안 환동해 거점 도시, 국제 항만도시라는 슬로건에 어울리는 포항의 모습이 더딘 속도지만 이제야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전 국가항만기본계획 발표 당시의 예정보다는 다소 지연된 느낌이지만 영일신항만 인입철도가 마무리 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국제페리나 국제크루즈선을 맞이할 국제여객부두도 내년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동해안 유일의 국제 컨테이너항만이면서도 수도권 등의 물동량을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최소 필요조건인 철도와 여객물류망이 항만 개장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갖추어지게 된 셈이다. 그동안 지역 경제계는 영일신항만 물
매일 같이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를 보거나 들으면서 심장이 뛰거나 울리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한일, 미중, 남북 등 국가 간 뉴스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지역사회 전체, 때로는 국가 전체를 한 마음으로 결집시킬 정도로 마음을 뒤흔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그 뉴스가 자신의 인생사 속의 어느 한 구석과 동화되거나 마치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자신의 생업과 직결되는 어떠한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하지만 지역사회 전체를 결집시키는 문제부터는 다소 성격이 달라진다. 지역민
지금 지구촌은 ‘지속가능’이라는 공통된 숙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이 말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이 지속가능이라는 목표에 동참할 정도로 옳은 이야기지만 그것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크다고 여겨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구촌의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세계의 산업경제가 발전하는 동안 지구 생태계가 병들고 급기야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을 이제야 깊이 인식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포항도 지구촌의 축소판과도 같은 발전 과정을 거쳤다. 시로 승격한지 1년 만
아프리카의 정글에만 치열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통용되고 있지는 않다. 세계경제의 생태계 또한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절대적인 천적관계를 형성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그 관계가 바뀌는 경우가 없지만, 세계경제에서는 영원한 우방이나 친구란 있을 수 없다. 오직 자국의 이익이라는 대원칙만 변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상황에 따라 협정을 맺거나 파기하기도 한다.우리는 이러한 세계경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언제나 그 과정을 주도하기보다는 대체로 주변에서 일으킨 풍파를 해결하는데 급급하였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경제를 들썩일 정
최근 한일 간 경제전쟁에서 국민들이 자신의 평소 취향과 기호를 포기하고 일본에서 온 다양한 수입 식료품, 의류, 전자제품 등 소비재를 다른 것으로 교체 사용하면서 후방 지원에 적극 동참하는 결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조금씩 포기하는 경제적 효용 자체는 비록 작은 크기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전국 단위로 모이게 되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힘을 발휘한다. 실제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의 소비재 수입 상위 5개국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비재 수입규모는 2017년에는 전년대비 12.1
얼마 전 음식점에서 포항 12경이 인쇄된 종이 식판을 보았다. 시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포항 12경을 선정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일부가 바뀐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2009년 포항시 승격 60주년 당시 선정했던 12경 가운데 몇 개가 금년 70주년을 계기로 교체된 것이다. 종전에 선정되었던 12경이나 이번에 선정된 12경 모두 선정될만한 곳이었다. 다만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번에 빠진 곳들의 경치에 하자가 생긴 것도 아니었을 텐데 빠지게 된 것은 아마도 자랑거리는 늘어났지만 12경을 고수하려는 숫자에 과도하게 얽매인
일본이 소재를 무기로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가늠하려는 간보기가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본제국에 맞섰던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만세운동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목숨 건 대한의 애국지사들이 한민족의 자존감을 세계만방에 알린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우리는 한국전쟁과 전후 재건, 고도성장, 올림픽, 민주화운동, 외환위기 등 산재한 현안 해결에 골몰하느라 불과 36년 동안 일본이 뿌리내렸던 잔재들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게다가 밀레니얼세대들은 부모세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라는 용비어천가가 구가했던 조선 왕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시구가 담고 있는 깊은 통찰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우리 경제의 전체 모습을 수풀이 무성한 삼림으로 비유해보면 숲속에서 생장하는 나무들 가운데 뿌리 깊은 나무는 과연 얼마나 될까.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수백에서 수 천 퍼센트에 이르는 과도한 부채비율을 가지면서도 외형 확장에만 혈안이 되어 ‘대마불사’를 맹신하며 오만이 극에 달하였던 기업집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