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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항으로 여객선이 든다. 육지에 다녀오는 귀향객과 한껏 들뜬 관광객들이 쏟아지면 이내 빵빵하게 부푸는 섬. 육지에서 배를 타고 섬에 드는 일은 오랫동안 나를 기다린 품에 안기는 듯 벅찬 설렘을 준다. 울릉도는 화산암의 오각형 섬으로 도둑, 공해, 뱀이 없고 물(水), 미인(美), 돌(石), 바람(風), 향나무(香)가 많다고 해 3무(無)5다(多)의 섬으로 불린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보고라 일컬을 만큼 기암괴석과 원시림을 자랑하는 신비의 섬이다. 울릉도의 팔경(八景)인 `도동 모범(暮帆) - 도동항 석양 오징어배 출어 모습, 저동어화(魚火) - 저동 야간 오징어잡이 불빛, 장흥망월(望月) - 사동에 뜨는 달, 남양 야설(夜雪) - 겨울철 달밤 남양의 눈꽃, 태하 낙조(照) - 태하의 저녁 해지는 모습, 추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7.17
게재일 20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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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곳이다.” 모친은 딴봉을 돌아보며 그만 주저앉아 울었다. 옹기종기 어깨를 기대고 살던 낮은 슬레이트 지붕과 골목들이 지워지고 있었다. 푸성귀를 심어 밤낮으로 돌보던 밭도 파헤쳐졌다. 중장비들이 내는 소리에 갈대밭 살로 떼가 날아올랐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깨진 종바리까지 살뜰히 챙겨 수레에 실었지만 추억은 데려오지 못했다. 집과 땅에 대한 보상금 300만원으로 골든당 옆에 겨우 집 한 칸을 마련하고 열 식구의 세간을 풀었다. 하늘을 가린 지붕 아래 몸은 눕혔지만 막막했다. 아,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형산강 하구 물빛만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그곳엔 오래전 딴봉이 있었다. 따로 떨어진 봉긋한 마을이라 해서 딴봉이라고 했을까? 딴봉은 송도에서 둑으로 연결된 섬 아닌 섬이었다.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7.03
게재일 20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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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다. 오르고 내리며 휘어지는 길이 평화롭다. 바다가 살고 바람이 살고 사람들이 심성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길, 길 저편에 허파꽈리처럼 매달린 풍경들 꽃처럼 피고 수백 수천 년의 역사가 뿌리를 흔들지 않고 있다. 관동팔경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경북 울진군 산포리 망양정(望洋亭)에서 평해읍 월송정(越松亭)에 이르는 약 28.8km 해안길이다. 동해의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문학과 역사의 길은 소박하고 아늑한 소항의 풍경까지 품고 있어 그야말로 눈부신 선물이다. 울진버스정류장에서 약 오 리쯤 걸었을까? 망양해수욕장 부근 언덕에 망양정이 있다. 망양정회식당 바로 옆 계단을 따라 솔숲길 굽이굽이 올라 언덕에 서니 바다로 흘러드는 왕피천의 모습과 망양해수욕장의 백사장 그리고 망망대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6.19
게재일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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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교수 일행이 보내 온 편지는 장기 뇌성산 뇌록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었다. 뇌성산에서 채취한 뇌록으로 얻었다는 색채를 금락두 선생은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은은한 녹색의 부드러운 색조를 피워 올리는 그것은 우리 고유한 단청의 바탕색 그대로였다. 잊히우는가 싶었던 뇌록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었다. 놀랍게도 장기 뇌성산 뇌록에 관한 여러 문헌의 기록도 이런 저런 경로로 찾아왔다. 각 지역의 토산품을 기록한 동국여지승람에서 뇌록이 공물로 명시된 곳은 유일하게 경상도 장기현 뿐이었다. 조선후기에 작성된 모든 건축 공사 관련 문헌도 뇌록을 경상도 뇌성산에서 조달했다는 흔적을 보여주었다. 순조 5년(1805년) 인정전영건도감의궤((仁政殿營建都監儀軌 창덕궁 인정전을 다시 짓는 공사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6.12
게재일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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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리 날물치를 지나자 멀리 동악산 아래 고즈넉한 장기면 소재지가 들어온다. 찰방하게 물이 든 논에서 어린 모들이 뿌리를 내리고 산딸기 익어가는 밭마다 초여름 햇살이 쏟아진다. 뇌록()을 찾아가는 길, 옛날 궁궐이나 절의 건축물 단청을 칠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가칠의 재료였다는 뇌록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지녔을까? 창덕궁, 경희궁, 창경궁등의 내전 공사기록지인 의궤(義軌)마다 장기현의 뇌록을 채굴해 조달하라는 명령이 적혀 있다. 유독 뇌성산의 뇌록이 나라의 명에 의해 진공(進貢)품으로 채굴된 이유는 무엇일까? 뇌록이 어찌 생겼습니까? 장기면 충효관에서 만난 금락두(71세) 선생께 여쭌 첫마디였다. 선생은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푸른색과 녹색이 묘하게 섞인 그것은 얼핏 돌멩이 같아 보였으나 아주 고운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6.06
게재일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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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병곡면 병곡리에서 영해면 대진리에 이르는 바닷가 길을 걷는다. 고운 모래밭의 길이가 무려 8km에 다달아 명사이십리라는 이름을 얻은 곳, 이곳은 2010년 국토해양부에서 아름다운 해안 도보여행 구간으로 선정한 `해안누리길`의 하나다. 대한민국 서해, 남해, 동해에 이르는 52개 구간 중 솔숲사이로 난 길과 모래밭에 뿌리를 내린 풀들이 내어 준 길, 그리고 고운 모랫길의 감촉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하여 `삼색의 길`이라 불리는 고래불 명사이십리길은 어떤 풍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영덕 영해에서 태어난 고려후기 대학자 목은 이색 선생이 유년시절에 상대산(183m)에 올라가 앞바다의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래뿔`이라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고래불은 수심이 얕고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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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5.15
게재일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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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널면서 할머니는 바람을 살핀다. 반죽 보다 바람에 더 민감한 것이 국수다. 바람이 많이 불면 촘촘하게 널고 바람이 잔잔하면 간격을 조금 넓혀 넌다. 반죽 실패는 드물지만 바람에 의한 실패는 지금도 간혹 생긴다. 갈바람이 불면 국수는 이내 바삭바삭해져 버린다. 너무 빨리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갈바람과 하늬바람이 섞여 오면 눈으로는 차이가 없어 보여도 삶았을 때 동강이 많이 난다. 햇볕에 말리는 국수는 뭐니 뭐니 해도 샛바람이 최고다. 할머니는 대보에서 구룡포쪽으로 불어오는 샛바람, 바다에서 불어오는 갈바람, 산에서 내려오는 하늬바람을 몸과 마음으로 감지한다. 국수 가락이 바람에 살짝 말라 빠닥빠닥해 지면 일단 걷어야 한다. 창고에 보관 했다가 다음날 오전에 한 번 더 말린 뒤 재단을 해야 하기 때문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5.08
게재일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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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 `장사상륙전전몰용사위령탑`이 모래밭 너머 푸르디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우국청년(의사)들이여, 그대들의 명복을 온 국민이 빌고 있으니 고이 잠드소서` 위령탑 건립 1주년을 맞아 비석에 새겨진 글귀. 이 아름답고 평안한 휴양지에서 목숨을 앞세우고 적진을 향해 뛰던 학도병들의 젖은 눈망울을 짐작하노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1950년 6월25일 전쟁이 발발한 뒤 낙동강을 최후 방어선으로 아군은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총 반격전을 위한 인천상륙작전을 결심했고 동해안 장사동 적후방 적전상륙의 양동작전을 명령 하달했다.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 15일) 하루 전 북한군의 눈을 동해로 돌리기 위해 펼친 위장 작전이
기획ㆍ특집
등록일 2011.03.06
게재일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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