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 줄 아니?”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면이다. 어린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한다.“글쎄,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어린 왕자의 생각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얼마나 바쁜가? 지혜로운 사막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뜻밖의 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다.회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싶은 이유 중 첫 번째는 함께
찬 바람 부는 이 계절이면 커다란 양철통, 길쭉한 서랍 속 줄줄이 늘어선 고구마 생각이 난다. 잘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꾹 찔러보던 군고구마. 퇴근길 아버지가 들고 온 군고구마 냄새는 당신보다 먼저 집안을 가득 채웠다.해마다 12월은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롭게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이 계절은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딱 한 달 남은 2019년, 나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올해를 시작하며 세운 계획은 잘 실천했을까? 요가와 헬스장을 끊었지만 결국 제대로 실천 못 하고 유효기한을 넘겨버렸다. ‘라푼젤’ 영화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 휴대폰 페이로 결제한다.“잔액 부족입니다”“잠시만요”결제 수단을 신용카드로 한 단계 올린다. 처음 카운터에서 잔액 부족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부끄러워 캐셔에게 체크카드라서 그렇다며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곤 했다. 아는 사람이라도 주위에 있으면 어쩌나 마음도 졸였다. 이제는 당황하지 않는다. 마일리지 적립이라는 달콤한 보상으로 신용카드를 긁게 만드는 유혹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신 한도가 분명한 체크카드로 지출을 조절하며 통장이 부디 월급날 전에 바닥을 드러내지 않도록 기대할 뿐이다.25일 새벽, 반가운
진심이 담긴 말은 듣는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 감동은 지속적으로 청자의 생각에 남아 자극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말이 선하고 이타적일 때 울림은 더 크다. 듣는 사람도 그런 진심을 받아들일 상태라야 감동이 있다. 서로 타이밍이 맞아야한다. 주파수가 조금만 틀려도 잡음이 들리는 아날로그 라디오처럼 대화도 수많은 편견과 오해의 잡음 없이 서로 주파수를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소크라테스가 아고라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건네는 대화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울림을 주었을까? 아마 그랬을 것 같다. 계속된 물음으로 주파
포항공대는 봄에는 교내 축제로, 가을에는 카이스트와 교류전으로 연간 두 차례 축제를 연다. 가을 축제의 명칭은 ‘포스텍-카이스트 학생 대제전’이고 줄여서 포카전 혹은 카포전이라 부르며, 해마다 장소를 번갈아 개최한다. 올해 17회째인데 포항공대가 8승 9패로 근소하게 뒤처져 있다.최종 승부는 여러 종목 승패를 합쳐 결정한다. 공대생들의 축제답게 과학 퀴즈나 프로그래밍 대결 같은 종목과 구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 농구도 있다.학부 시절, 나는 야구 선수로 포카전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학부생 시절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
10월 28일 월요일이 밝았다.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 2015년 10월 27일부터 하루 한 줄씩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날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감사일지’를 쓴다. 부담없이 실천할 수 있기에 꾸준히 쓸 수 있었다.2019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는 매일 A4 한 장 쓰기를 결심했다. 글자 수 1천 자.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외근이 잦을 때는 힘들다. 늦은 시간 퇴근하면 글 쓸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쓴다. 업무, 일상, 관계 등 다양한 내용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다.지인 K도 글을 쓴다. 고등학교 동기들이 모
종이에 낙서하듯 끄적이는 게 좋다. 수업 시간에도 회의 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적어가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곤 했다. 본격적으로 습작을 시작하면서 쓰는 행위는 나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시간이자 동시에 사유를 깊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희열을 느끼고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욕구 또한 충족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그냥 쓰는 것,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평가 따위는 더더욱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며 나를 회복하는 순간이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자신에
제2의 고향, 포항에서 나는 배우는(學) 삶(生)을 살아가고 있다. 입학 후 오리엔테이션 때, 한 교수님이 칠판에 큼직하게 단십백(單十百)이라고 쓰며 말했다. “인생에서 한 명의 스승과 10명의 친구와 100권의 책을 만나면 성공한 삶이다. 단십백을 대학 생활 때 이룰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워 볼 것을 권한다.”교수님 권유대로 나는 대학 생활을 통해 스승을 찾고 친구를 만나며 책을 통해 배움을 이뤄가고 있다. 대학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그 자체다. 새로운 만남은 설레지만 어렵기도 했고, 수많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막역하게 지내는 친구 부부들과 만남을 위해 경주로 가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벼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며 물결을 이루는 모습, 한 잎 두 잎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를 보며 살짝 멜랑꼴리해지려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SNS에 빛바랜 사진 넉 장이 올라와 있다. 경주에서 만나기로 한 J 언니가 보낸 그 사진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남편이 무슨 일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잠시 차를 멈추고 추억 가득한 사진을 함께 보며 남편과 나는 바둑 수 되짚어가듯
신뢰도가 낮은 출처에서 나온 메시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설득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수면자 효과라고 한다. ‘소문은 자고 일어나면 어디서 들었는지 잊어버린다.’는 외국 속담에서 비롯한 심리학 용어다. 사람들이 정보를 접할 때 얼마나 쉽게 받아들이는지 경고하는 용어다.정보가 폭증하는 현대 사회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말이나 지식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때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내 기억창고에 흘러들어 진짜와 가짜의 분별없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말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반복해 듣다 보면 진실이 아니라 해도 결국
“용왕에게 잘 보이려 토끼를 유인했던 동물은? 이적과 유재석이 결성한 듀엣 이름은?” 정답은 거북이와 처진 달팽이다. 누군가를 이렇게 부르면 동작이나 판단이 느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름은 이런 연상 작용을 한다. 밥을 짓고 집을 짓는 것처럼 이름도 공을 들여 ‘지어서’ 아기에게 붙여준다. 아이 인생이 이름대로 펼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이름을 들으면 그 의미를 해석해서 성격이나 삶까지 유추한다.살면서 나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거나 이름이 특정인을 떠올려 일상이 불편할 때 운을 바꾸기 위해 이름을 새로 짓기도
요즘 딸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말로만 듣던 중2병 증세일까? 같이 밥을 먹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이내 표정이 굳는다. 레이저 눈빛으로 아빠를 째려본 후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다. 잠깐 당황스럽지만 허허 웃으며 이내 마음을 추스른다.딸 모습은 33년 전 내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니다. 나는 딸보다 백배는 더 심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런 미성숙한 나를 인자한 표정으로 한 번도 감정 상하지 않게 깨워 주던 어머니 마음을 이제 와서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중이다. 늦잠 때문에 아침
지식과 정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책은 지식을 얻는 가장 보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을 문턱에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공부를 위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유식하게 보이기 위해,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서 등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는 자신의 필요 때문에 책을 읽을 것이다.과거에는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만 책을 읽을 수 있었다.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권이었다.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질문이다. 예전에는 둘 다 좋다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바다가 좋다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다. 포항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이라 대답한다.주변에도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각양각색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어린아이와 청춘은 여름 바다에 가서 신나게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답답한 일이 있는 사람은 멀리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 마음이 활짝 열린다고 하고 누군가는 깊은 파도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