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의 ‘지각 장마’가 잠시 멎으니 뜨거운 삼복더위가 몰려온다. 삼복은 가을 기운이 오다가 무더위에 세 번 엎드린다는 뜻으로 24절기는 아니다.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로 올해는 7월11일, 중복은 네 번째, 그리고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인데 그달을 넘기면 월복(越伏), 안 넘기면 매복(每伏)이라고 한다.이제부터 한낮 기온은 30℃를 오르내리며 우리 몸도 더위에 지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삼복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열로 열을 다스린다고 여러 가지 ‘복달임’을 해왔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지만
경북 동해안은 지질 명소가 많다. 지질공원의 개념은 2004년부터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10년 제주도가 제일 먼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고, 환경부가 정하는 국가지질공원 13곳 중 경북은 3곳, 그중 하나가 경북 동해안이다. 원생대의 울진부터 신생대의 경주까지 낙동정맥의 동쪽 해안은 융기로 인한 해안단구와 퇴적암, 화성암 또 바다가 갈라지고 용암이 분출하여 냉각된 흔적인 주상절리(柱狀節理)가 지구 생성의 꿈을 보여주며 바닷가에도 육지에도 있다.경주로 갈 때마다 신비롭게 보아온 달전리 주상절리가 근래 들어 흔적이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삼천리 무궁화 강산이 포화에 얼룩져버린 지 벌써 71년,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칠순 후반을 넘은 노인들이다. 국가를 위기에서 건지고 민족중흥을 이룬 그들의 마음과는 달리 풍요로워진 삶의 꿈에 젖은 젊은이들에게는 기억의 뒤편에 묻힌 역사가 될까 염려된다.6·25전쟁의 날, 맑은 햇살 아래 7번 국도를 따라 해파랑길을 기웃거리며 장사해수욕장의 전승기념관을 찾았다. 솔밭 사이 바닷가 모래밭에 배 모양의 조형물이 있기에 바다 카페인 줄 알았는데, 작년 6월 개관한 국내 유
또 하나의 악몽을 꾸었다. 지난 6월 9일 광주시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때마침 그곳에 섰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어이없는 큰 사고가 났다. 비용과 일정을 줄이려고 철거절차 및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현장 감독도 없는 안전불감증 인재(人災)였다.고층 건물의 철거는 위에서 아래로 조금씩 무너뜨리는 탑다운(topdown) 공법과 다이너마이트 등 화약으로 일시에 폭파하여 내려 앉히는 발파공법 등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 모두가 철저한 세부계획과 감독으로 인명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운동을 권한다. 평소에도 동네 뒷산이랑 철길 숲 산책을 다니는데 더 걷기를 일상화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 많이 걸으며 발바닥을 자극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방에서는 말한다.내가 즐겨 걷는 곳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울창한 숲이고 또 한 곳은 확 트인 모래밭이다. 숲은 기계 서숲, 시골집 가는 날이면 그 둘레길을 걷는다. 읍내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간 곳에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은 작년까지만 해도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맘때가 되면 6·25 전쟁의 상흔이 생각나고 그 일선에서 산화해간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받들고 싶어진다.올해 6월 6일은 66회 현충일이다. 추모의 마음을 다짐하기 위해 현충탑을 찾아보니, 6·25 전쟁의 최후 보루가 되어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대반격의 기점이 되었던 포항지역에는 28곳의 현충 시설이 있다.먼저 수도산 덕수공원에 있는 충혼탑으로 갔다. 나루 끝 철길 숲이 시작되는 오른쪽 산길 옆의 하얀 충혼탑 표석을 따라 깨끗한 꽃길을 올라 넓은 계단을 오르면 작은 광장이 나타난다.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았다. 화창한 늦봄에 환호공원 둘레길 산책도 겸해서였다. 주차장에 내리니 미술관의 ‘poma’ 표지가 연오랑세오녀 일월 신화를 품은 영일만 일출의 태양처럼 안내를 한다. 입구에 올라서면 은빛 철사로 엮은 사슴 조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맞는다. 이팝나무 심고 있는 작업이 한창인 공원의 미술관 앞 인공연못에는 하얀 대리석 어머니상이 한쪽 젖가슴을 들어낸 채 고뇌에 찬 모습으로 삶의 어려움을 얘기하듯 처절한 모습이지만 뒷 유리창에 비친 환호공원의 아름답고 포근한 정경은 미술관을 더욱 곱게 감
전국적으로 ‘안전속도5030’정책이 시행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교통사고 예방과 보행자 교통안전 향상을 위해 도심지 간선도로에서는 50㎞, 주택과 상가 등이 인접한 이면도로에서는 30㎞로 하향 조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2019년 4월17일 개정되어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실시된 것이다. SNS 등에는 굼벵이가 되어버렸다는 둥 불만 섞인 말들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미 서울, 부산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해본 결과 보행자 사망자가 30% 이상 감소되었다고 하니 모두 잘 적응해나가야 하겠다.이 정책은 세계보건기구와 OECD의 권
스승의 날 40회째 기념행사를 충남 강경고에서 한다기에 ‘50년은 넘을 텐데?’ 하고 보니, 1963년 충남 강경여중고등에서 ‘은사의 날’로 시작한 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졌고 그동안 스승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며 감사해왔는데 73년 국민교육헌장선포로 묶였다가 82년에 ‘옛 스승 찾아뵙기’ 행사로 부활했다고 한다.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사제 간의 존경과 사랑 속에 참된 학풍을 이어온 스승의 날이 요즈음 여러 가지 사회적 풍토 변화로 그
춘천시 중도의 선사유적지 훼손에 대한 뉴스를 듣고 포항의 선사유적이 생각나 칠포리 암각화를 둘러보고 싶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무려 6개 구역 16개 바위에 96점 암각화가 있단다. 이 칠포리 암각화는 1989년 처음 발견된 이후 추가로 찾아내어 우리나라 최대 암각화군을 이루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49호로 등록되어 있다. 분포도를 보니 모두 십 리 안팎의 거리에 모여 있어 하루 만에 다 답사할 수 있겠다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맨 먼저 간 곳은 도로변 사다리꼴 암각화. 조용히 둘러보고 근처 A구역으로 갔다. 커다란 표지판이
이제 계절의 여왕, 오월이 왔다.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 거리두기’라는 사슬에 묶여있는데 계절은 자연의 왕성한 힘을 부추기면서 찬란하게 피었던 벚꽃이랑 봄꽃들을 떨구어내고 봄비에 씻겨 아름답게 단장한 새 얼굴들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있다.길을 지나다 보면 하얀 꽃나무가 아름다운 가로수가 되어 줄지어 있는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이팝나무다. 언제부터인가 가로수로 심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로변이나 마을 길에도 5월이면 하얀 꽃들의 잔치를 즐길 수가 있다. 푸른 연록색 잎 가지에 하얀 꽃송이가 소복소복 쌓여있어서 늦봄에 흰눈이 내린
1년 전, 애용하던 USB를 잘못 건드려 귀중한 데이터를 날려버렸다. 그동안 백업(backup)해두는 것을 잊고 써왔기에 중요한 최근의 자료들이 많아서 복원을 해보았지만 70% 정도이다. 그래도 필요한 자료 몇 개는 되찾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후 내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 기억장치들을 살펴 자료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없앨 것은 없애고 간직해야 할 것은 따로 분류하여 모아두고 있다. 이러한 작업, 특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나 자료들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디지털화하여 모아두는 것을 아카이브(archive)라고 하며
어제저녁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지인과 만난 유강마을 끝 주점에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막걸리 몇 잔 하였기에 대리운전을 부르려 했더니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타보자고 해서 길 한편에 주차해 두고 밤의 시가지를 편안하게 구경하며 왔었다. 서쪽 유강 언덕에서 동쪽 두호 바닷가까지 꽤 먼 거리였다.이른 아침 7시 반, 주차해 둔 차를 가지러 조금 걸어서 가까운 버스정류소에 갔더니 ‘216번 14분 후 도착’이라는 알림이 떠 있다. 시내버스 배차시간이 15분 정도라는데 방금 지나간 모양이라 아쉬워하며 긴 의자에 앉았다. 눈앞으로 쉴새 없이 차
코로나 4차 유행을 걱정하는 뉴스로 마음이 심드렁한 지난 9일 오후 TV 화면이 바뀌면서 ‘하늘을 열다. KF-21 한국형 전투기 출고식’ 영상이 뜬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공장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제품 1호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행사였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개발의 기틀을 마련하고 하늘을 향한 도전을 이룬 항공산업의 주역들을 보며, ‘아! 우리 대한민국도 전투기를 만드는 자랑스런 국가가 되었구나’하고 뿌듯한 마음이 일었다.‘전투기의 눈’이라는 최신 레이더 AESA 등 최첨단전자장비를 갖춘 KF-X는 ‘21세기 한반도를 수호
식목일은 1949년에 공휴일로 지정되어 그동안 헐벗은 산에 많은 나무를 심었다. 학창시절 호미와 삽을 들고 마을의 언덕과 낮은 산으로 나무를 심으러 다녔고 대학 재직 중에는 학생들과 캠퍼스 이곳저곳에 기념식수도 많이 했던 기억들이 선하다. 그러나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된 탓인지 학교나 기관에서 공식적인 큰 식목행사는 없었고 포항시의 ‘나무 나누기’ 행사에 가서 몇 그루 분양받아와 시골집에 심은 꽃나무는 잘 자라고 있다.요즈음 기후변화 탓인지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져서 개화 시기도 빨라지고 나무 심기 가능한 기온 6.5℃도 4월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을 열고,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날도 노트패드에 깔아두고 재미 삼아 하는 그림 색칠하기 앱을 열었더니 ‘앱을 중지했습니다’라는 표시가 뜬다. ‘이상한데, 그럴 리가….’ 하며 빠져나왔다가 다른 앱에 들어가 봐도 마찬가지다. 카톡 대화도 안 되고 네이버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난 23일 아침의 일이다. 황당해하며 ‘앱 설정’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해보다가 ‘아! 혹시 해커의 장난이 아닐까?’ 하며 얼른 덮어버렸다.매일 들춰보던 앱을 열어보던 아내도 안된다며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로 UN이 제정 선포하였다. 세계적으로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문제를 인식시키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결의이다. 우리는 이보다 먼저 1990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각종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UN의 동참요청으로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연간 1인당 쓸 수 있는 수자원량을 ‘기근-부족-풍요’의 3단계로 분류하면서 우리나라는 1천450m3로 산정되어 ‘물부족 국가’라는 아픈 멍에를 쓴 것이다.20
봄비가 내리고 나니 뒤뜰의 대나무 숲은 겨울의 한기를 씻어 곧고 푸른 줄기가 더욱 생기를 찾고 마당 앞 담장 곁에 있는 몇 그루 나무들도 가지에 물기를 머금은 듯하다. 벌써 꽃망울 부푼 나무들도 있고 몇 년간 미처 손쓰지 않은 탓인지 삐죽한 가지들이 제멋대로 자란 녀석도 있다. ‘가지를 칠 때가 되었지’ 하고 나무들을 둘러 보았다. 산야에 자라는 나무들은 그곳의 환경에 맞게 제멋대로 자라겠지만 정원의 나무는 알뜰히 가꾸어 주어야만 좋은 모습을 갖는다.전정(剪定) 작업은 불필요하거나 오래된 가지를 자르고 다듬는 것을 말하는 데, 나무
춘삼월, 이제 완연한 봄이다. 경칩(驚蟄)도 지났다. 동면하던 동물들도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는 음력 정월-인월(寅月)은 만물이 생동하는 깨어남의 절후이다. 흔히 경칩에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말을 한다. 어디 동면을 하는 동물이 개구리뿐일까. 뱀, 거북 등 양서류와 파충류도 땅속에서 잠자고 박쥐, 고슴도치는 가사상태로 겨울을 나고 곰들도 얕은수면 상태 속에서 겨울잠을 자며 새끼도 낳아기른다.겨울 가뭄에 바짝 마른 개울을 찾았더니 산개구리 몇 마리가 벌써 뛰어다니고 새싹 돋는 풀숲을 헤쳐보면 까만 개구리가 툭 튀어나온
‘눈이 녹아서 비가 되어 내린다’는 우수(雨水)를 지나고 봄의 기운이 느껴져 가까운 들판에 나가본다. 길가 논밭 두렁에는 연두색이 살아나고 있다. 온갖 풀들이 한 해의 생명을 시작하는 새싹들의 기지개다. 새싹, 식물들에게는 갓난아기- 생의 시작이다.근래 매스컴에는 이상하리만치 아동학대 사건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의 새싹인 어린이들이 자라기도 전에 심한 고통을 당하고 심지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는 가슴 아픈 내용들이다.작년 생후 8개월에 입양된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다가 8개월 만에 병원에서 죽은 ‘정인이 사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