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급진좌파 운동권이 반핵의 깃발을 높이 게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즈음이었다. 그때는 평양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한 줄짜리 오보도 등장하지 않은 반면에 미국의 핵무기가 남한에 배치돼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시절이었으니, 그들의 반핵은 당연히 반미의 한 축을 이루었다. 경북 동해안 지역에 반핵의 깃발과 아우성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9년 바로 이맘때였다. 물론 그것은 급진좌파의 반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영덕군에서 핵폐기물 처리장설치 반대운동이 드세게 일어났던 것이다. 요새는 한결 부드럽게 방사성폐기물이지만 그때는 살벌하게 핵폐기물이라 불렸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포항 청하면에서 두세 차례 똑같은 반대운동이 뜨겁게 펼쳐졌다. 그 운동을 나는 적극 지지했다. 내가 애정을 쏟은 (사)포
지난 금요일 오후 3시40분쯤, 어느 은행 객장에서 일본 지진 속보를 지켜보았다. 인간의 온갖 재능과 기술을 집대성한 도시가 처참히 파괴되는 광경이 마치 영화의 장면들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 속으로 휘말린 사람들의 아우성이 벌떼 소리처럼 귓전을 맴도는 가운데 장엄한 자연 앞에서 결코 인간의 과학기술이 오만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우쳐야 했다. 은행을 나와 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얼굴 셋과 만났다.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속보를 알렸다. 하나가 얼른 대수롭잖게 반응했다. “조상들이 지은 죄가 많아서 벌을 받는 거지” 또 하나가 맞장구쳤다. “영화에 나온 대로 침몰할 모양이네” 다른 하나가 되물었다. “진앙지가 도쿄 북쪽이라고 했지?” 그는 맞다는 답을 듣고서야 긴장을 풀었다. 아들이 오
지난 2일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하기 어려운 집단행동이 발생했다. 사법연수원생 974명 중 520여명이 로스쿨 졸업 예정자 중 50명을 검사로 우선 임용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에 반발하여 임명식을 거부하고 집회를 열었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불의에 항의하는 것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연수원생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개그 콘서트의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라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와 그들에게 묻는다. 불의의 목록에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탈법적 집단행동이 당연히 포함된 것을 모르는가? 불의의 반대개념이 정의라면,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공무원법을 어겨가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정의라는 말인가? 앞으로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면 법을 무시하는 집단행동을 옹호할
2009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상위 3국은 중국(383억6천만 달러), 홍콩(178억6천만 달러), 미국(79억6천만 달러)이고, 적자 상위 3국은 일본(229억9천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147억4천만 달러), 호주(100억8천만 달러)입니다. 중국에서 남긴 돈으로 대일(對日) 적자와 원자재 수입의 엄청난 적자를 메운 셈이지요. 2000년부터 10년 동안의 대중(對中) 흑자 누계는 1603억2천달러입니다. 한국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엄청난 겁니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 한국정부는 북한문제에 대해 중국정부를 활용할 어떤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 할까요? 현재 한국은 천안함 사건의 북한 책임을 묻는 유엔 결의를 끌어내려고 중국 설득에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진실에 대한 국제적 확인뿐만 아
지난 6월 초순의 어느 늦은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사무실. `드디어 최영만 의장이 깨어났다`는 소식과 접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서울 S병원 입원실의 최 의장을 전화로 찾았습니다. 들으나마나 “부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 등을 빼먹지 않았을 환자에게 박 명예회장은 경쾌한 목소리로 격려했습니다. “이 사람아,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 인생을 다시 시작한 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 그이를 공식적으로 `의장`이라 부르는 것은 오늘로 끝입니다. 그저께 조금 불편한 몸으로 의회에 나가 제5대 포항시의회 폐회연을 주재한 그이가 법적 임기를 다 마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니까요. 내일부터는 공식적 예우의 호칭이 `전(前) 의장`으로 바뀌겠군요. 포항 S병원과 서울 S병원으로 몇 차례 면회를 갔지만, 그때마다 그
선거는 생물이란 말이 있지만, 민심이 곧 생물이란 뜻입니다. 통치 권력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 비유한 말도 민심이 바다와 같다는 뜻이지요. 바다는 잔잔하기도 하고 출렁이기도 하고 사납게 요동치기도 하는데, 민심이 꼭 그렇습니다. 요즈음 민심은 월드컵에 쏠려 있습니다. 물론 지방선거에서 표출한 민심의 본질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한시적으로 요동을 멈춘 바다` 위에서 담담한 심경으로 국정을 통찰하고 인적 쇄신을 구상할 절호의 기회니까요. 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정권인수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말했습니다. 대운하의 후퇴와 조정도 포함시켰지요. 대운하가 옳은가 그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