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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강이고꽃은 피어야 꽃이라고 말하는 듯동강할미꽃 피네수만 년 동안강과 산이밤낮으로 만나 빚은 절경절벽을 수놓는 꽃댐을 막아절경을 수장시키려던 시절때맞추어 세상에 나타나아름다움의 가치를 증언한 꽃강은 한없이 젊고그리움은 늙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동강할미꽃 피네.통념과는 달리, 자연은 늙지 않는다. 도리어 “한없이 젊”다. “수만 년 동안” 강은 멈추지 않고 흐르며, “동강할미꽃”도 이름과 달리 새로 피어나기 때문이다. 강과 꽃은 서로 어울려 절경을 보여주며 “아름다움의 가치를 증언한”다. 그러나 인간 세상은 이 “절경을 수장
시
등록일 2024.03.20
게재일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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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촌 사북의슬레이트 사택들처럼달동네 판잣집들처럼다닥다닥 다닥다닥파도가 때려도 다닥다닥물거품에 휩쓸려도 다닥다닥죽어서도 다닥다닥악착같이 다닥다닥파도 시퍼런 갯바위따개비 마을에따개비들이 산다다닥다닥 다닥다닥“재벌 4세는 모르”는 삶. 가난한 이들의 삶. 이들은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서 살고 있다. 이는 가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한 이들은 이렇게 집단을 이루어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파도 시퍼런” 세상을 “악착같이” 견딜 수 있다. “물거품에 휩쓸”리거나 “죽어서도” 이루어지는 이 삶의 방식은 “따개비들이” 사는 방식과
시
등록일 2024.03.19
게재일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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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이 되지 못한 몇 알의 씨앗들이구멍 난 정수리 속에서 꿈틀거린다자꾸만 간지러워, 손톱으로 긁어 보지만뿌리에 박힌 낯선 얼굴이 고개를 든다슬픔을 머리에 이고 가만히 웃는 너,떡잎이 떨어질 때까지 푸드득 춤을 춘다가는 비를 맞으며 자유공원에서 월미공원까지사부작 걸어가면 어느새 해가 쨍쨍하다미워했던 마음 위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가냘픈 이파리들이 머리칼처럼 휘날린다땅과 물, 불과 바람이 가득 차오르면겨우내 굳었던 마음들이 새순으로 돋는다봄이 오면, 자연의 싹들만 새로 움트는 건 아닌가보다. 머리 안에 있었던 생각의 씨앗들도 꿈틀거리
시
등록일 2024.03.18
게재일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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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月의 빈 논/ 잘린 벼들의 발목/ 시름 얽힌/ 영하의 긴 아침떨며 가는/ 바람의 빗장뼈/ 사이사이/ 봄의 딸꾹질을 막는/ 겨울의 주먹소쩍,/ 소쩍,해거름 동풍冬風에/ 응어리진 살얼음 소리/ 먼 산 가득 흩어지고/ 소쩍새들/ 세월 앞당겨 미리 우는/ 당신의 무덤가소쩍, 쿵/ 소쩍, 쿵애절도 녹여 내리는/ 낫날 같은/ 이월의 목청.시에 따르면, 무덤가에서 봄은 시작된다. “당신의 무덤가”에서 “세월 앞당겨 미리 우는” ‘소쩍새들’의 울음이 봄을 가져온다. 그 울음은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자, 새로이 삶이 곧 태어나리라는 징조이기도
시
등록일 2024.03.17
게재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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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어두운 벽난로와 옴이 오른 늙은 고양이와,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한밤중에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생명을 키우
시
등록일 2024.03.14
게재일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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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는 신명이 많았다당신의 감정을 노래로 대신하였다(중략)노래는 엄니의 삶과 생의 양식이었고 경전이었다엄니는 밝고 높고 경쾌한 노래보다는어둡고 낮고 무거운 노래를 즐겨 불렀다슬픔으로 슬픔을 문질러 닦아 내었다나는 엄니의 노래를 곧잘 따라 불렀다어린 몸속에 청승을 담고 산 것은엄니 때문이었다엄니는 내게 노래를 남기고 돌아가셨다노래를 살다 가신 엄니나는 오늘도 엄니의 노래를 부르며 살고 있다노래는 힘이 세다‘엄니’의 노래는 시인의 몸속에 녹아들어 있다. 아마 엄니의 삶은 고달팠을 테다. “슬픔으로 슬픔을 문질러 닦아 내”기 위해 노래
시
등록일 2024.03.13
게재일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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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꽃 핀 늙은 매화나무가느란 가지 끝에 소복이흰 눈 내려 쌓이네활들짝, 놀란 꽃잎들일순 잎을 오므리고놀란 꽃잎처럼 나도 깨어차고 은은한 매화 향에 눈을 뜨네누군가 봄눈 같은 말을 문자로 보내왔네삶은 기적이요 만남은 신비라고,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시인에게 이 세계는 놀라운 일이 계속 벌어진다.‘늙은 매화나무’ 위로 새로 “흰 눈 내려 쌓이”는 일도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보다는 놀라운 사건이다. 시인은 이 놀라움을 표현하기 위해 ‘활들짝’이라고 쓴다. 그래서 ‘누군가’ 보낸 문자 그대로, “삶은 기적이요 만남은 신비”인 것,
시
등록일 2024.03.12
게재일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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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인가의 불빛처럼 반짝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어둠이 밤새 일렁일 때마다 불 비늘이 되어외로운 이의 창가를 밝히고 싶었다심야 버스의 낯선 실내등이 파랗게 질려 간다어둠을 배경 삼아 더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이마가 창문에 차갑게 닿는다출렁거리며 어둠이 다가왔다가 물러선다어둠을 뚫고 먼 인가의 불빛이 다가오다 망설인다이 버스가 닿는 곳이 내일이다시인은 젊었을 때, “불빛처럼 반짝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 외로이 있는 다른 이를 위해 불빛이 되고자 했던 것. 하나 현재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들로 어둑한 심야 버
시
등록일 2024.03.11
게재일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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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꿈속에지구가 들어왔다남루한 옷에 눈물이 젖고달은달달한 딸어두운 꿈속에서그녀가 울고 있다외계에서 보면푸르른 별인데내 꿈속에선시름시름 앓고 있는 짐승지구는 저기 떨어진 돌조각으로 취급할 수 없는, 모든 존재자들이 연결된 유기적인 존재이며, 그래서 하나의 생명체라고도 보는 시각이 있다. 위 시의 시인은 특히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생명체인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짐승”이다. “남루한 옷에 눈물이 젖”은 사람이다. 이 시적 사유에서 달은 딸 같은 존재자다. “어두운 꿈속에서” “울고 있”는 딸. 이 시대엔 우리가 살고 있고 꿈꾸는
시
등록일 2024.03.10
게재일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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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지만 그대는 여전히 살아 있다.하소연하며 울부짖으며바람은 숲과 오두막집을 뒤흔든다.아주 끝없이 먼 곳까지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씩이 아닌모든 나무를 한꺼번에마치 어느 배 닿는 포구의거울 같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돛단배의 선체를뒤흔들 듯이따라서 이 바람은 허세나무의미한 분노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당신을 위한 자장가의 노랫말을이 슬픔 속에서 찾기 위함이다.“살아 있다”는 ‘그대’는 죽은 이 아닐까. 반면 ‘나’는 살고 있으나 죽은 듯이 무력한 상태고. 이와 달리 죽은 ‘그대’는 바람이 되어 “울부짖으며” “숲과 오두막집을”, 그
시
등록일 2024.03.07
게재일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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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버렸다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가방도 마음도 젖었다 가지고 다니던 네 편지를 펼치자 오로라의 악보가 나왔다 네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 너는 없다 언젠가 학교 앞에서 만난 너는 큰 기타를 메고 있었다 네가 음악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강의실로 가고 있었다 너는 방금 쓴 노래를 들려주겠노라 했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이 낯설어서 “나중에, 나중에”라고 했다위 시의 ‘너’는 화자 자신의 소년 시절이거나 당시 그의 친구일 터, 여하튼 ‘너’와 지금의 화자는 “호우가 쏟아”지고 “가방도 마음도 젖”은
시
등록일 2024.03.06
게재일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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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할머니 이승 떠날 때는 가뿐했다.붉은 놀이 살갗에 닿자화악,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졌다.단촐하고 당당한 행장이었다.마치 눈발처럼 천지 사방으로 스미어홀홀홀,평생의 경륜을 퍼뜨리실 것이다.세상에, 별리가 이처럼 자연스럽다니.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는 듯 말끔했다.하늘로 뻗은 빈 가지가 탱탱해진다.억울한 죽음이 아니라면, 죽을 때 되어 죽는다면 슬픈 일은 아니다. 그 죽음은, 위 시의 “흰 세포로 당겨져 공중에 흩어”지며 ‘가뿐’하게 사라진 할머니의 모습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그 죽음은 마냥 무(無)로의 회귀가
시
등록일 2024.03.05
게재일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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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꼬부라는 졌지만 아직도 정정한 늙은이와풍 맞아 한쪽이 어줍은 안주인과대처 공장에 나갔다가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치고 돌아온 아들과젊어 혼자 된 환갑 가까운 큰딸이붉은 페인트로 새마을이라 써놓은무럭무럭 훈김이 나는 미닫이문 안에서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뽀얀 절편을 뽑아내고 있습니다방앗간이 ‘아직도’ 있는 곳이 있다. 위의 시의 방앗간은 ‘새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걸 보니 1970년대에 세워진 곳일 테다. 이곳 주인은 늙었지만 아직도 정정하다. 하지만 안주인은 풍을 맞았고, 아들은 공장에서 “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쳤다. “
시
등록일 2024.03.04
게재일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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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오르는 자의 기쁨을 알 것 같다뛰어내리는 자의 고뇌를알 것도 같다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종아리를 걷는 맨발들이 보이고총총 사라진 뒤달빛이 해파리처럼 공중을 떠돈다아무도 없는 공터에트램펄린이 놓여 있고속이 환히 비치는 슈퍼문이 떠 있다아래에서 위로 “튀어 오르”면 신나고 기쁘다. 반면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일은 깊은 고뇌를 필요로 한다. 저기 공터에 놓인 ‘트램펄린’에서, 한밤중에 “종아리를 걷”고 뛰는 이들은 튀어 오르고 있는 걸까 뛰어내리고 있는 걸까. 저 트램펄린 위의 사람들 모습은 우리들의 삶을
시
등록일 2024.03.03
게재일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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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것이라 여겼던 손발인데손은 손대로 하고 싶은 것 하게 하고발도 제 뜻대로 하라고 그냥 둡니다내 맘대로 이리저리 부리면말을 듣지 않습니다눈이 보여준 것만 보고귀가 들려준 것만 듣고 삽니다다만 꽃이 지는 소리를눈으로 듣습니다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손으로는 마음을 만집니다발은 또 천리 밖을 다녀와걸음이 무겁습니다늙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시에 따르면 나의 몸이 나의 의지로부터 독립한다. 내 의지로 몸을 부리려 하면 몸은 이에 반항한다. 그러니 나는 나의 몸이 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 이때 몸의 부위들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시
등록일 2024.02.28
게재일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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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유행이다. 절망적인 절망은 그렇지 않고. 그런 절망 안에야, 즉 격심한절망 안에야 늘 그래도 희망이 불타고 있는 법인데,오늘날 설쳐대고 있는 건 아늑한 절망히죽거리는 절망.니체의 포즈로: 선악이란 없으며, 존재하고존재했으며 또 존재할 모든 것, 그 모든 것은 한결같다고:자연과정이라고:인간 없는 인류라고,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얼마나 굼뜨게 인생이 흘러버리는가, 희망희망은-얼마나 극렬한가 아직도 언제나!옛 동독 시절 독일의 비판적 음유 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인데, 지금 한국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현 상황
시
등록일 2024.02.27
게재일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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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水)에 갈 거(去)법 법(法)물 흐르듯 가는 것이 법이라 배웠지(중략)법이 눈물을 닦아주는 거라면억울한 밑둥까지 살펴야제대로 법으로 밥 먹는 사람결국 법을 공부하는 것은법을 달달 외는 게 아니라 눈물을 공부하는 것그렇게 통섭했다면수많은 조영래가 있지 않았을까눈물이 법이 된 시대 벌써 오지 않았을까어느새 한국 사회는 법의 근본 취지를 망각해버렸다. 법은 마치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 위의 시는 법의 본질을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준다. 법이란 “물 흐르듯 가는 것”이며 힘없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
등록일 2024.02.26
게재일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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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싱싱한 새벽 공기를 따라 내처 뛰어나갔던 그 자리이제 노을에 젖은 가슴이 그만 오른 발길에 차인다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그러면 누군가 물을 것이다, 언제 헤어질 것이냐고어떤 날을 그리워하기를 바란다면네 몸의 상처를 낭자하게 내버려두며동거하지 않음에 대하여 슬퍼하지 말며발가벗은 몸으로도 꽃을 피울 줄 알아야 한다선홍빛 상사화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잠깐 이런 생각도 하는 것이다상사화는 꽃과 잎이 피는 시기가 달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유되곤 하는 꽃. 시인이 이 꽃을 들여다보다가 생각한 것은 잃어버린 사랑일 테다
시
등록일 2024.02.25
게재일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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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줄기들은 마음이 처음 왔듯내 얼굴에 가만히 와서얹히겠지그 언덕으로, 천천히부서지고 따스해지는 빛을만져보며물결이 일렁이듯아무 슬픔도 없이갑자기 눈물을 흘리게 될까롱샹성당에 나를 데리고 온신비하고 이상한 그 일이시인을 감싸는 타인의 마음처럼, 빛은 그의 얼굴 위에 “가만히 와서/얹”히자, 시인은 자신에게 다가온 따스한 빛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몸 위로 물결처럼 번져나가는 빛에 이끌려, “아무 슬픔도 없이//갑자기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빛은 어떤 장소를 다른 장소로, 어떤 사물을 다른 것으로 드러내며 다르게 감각하도록 이끌
시
등록일 2024.02.21
게재일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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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풍을 앓던 동생 초상을 치르고망백이 넘은 누이는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방문요양사만 날마다 드나들었다이레 만에 구급차를 대동한 요양사에게 겨우부축받으며 문밖을 나서던 삭정이 같은 몸이무너지듯 마당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었다동네사람들이 모여들어 달래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중략)비애의 곡절이 끝나기도 전에 혼절한 그이를 실은구급차가 황급히 떠나고 사람들이 혀를 차며돌아서자 철없는 새끼고양이가 봄볕을 쬐며바닥난 슬픔 위를 뒹굴었다(하략)가난하고 아픈 이들에게 슬픈 일은 연이어 일어난다. 위의 시가 보여주듯이. 비극은 문학작품에만
시
등록일 2024.02.20
게재일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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