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이란 단어에 얼른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장님과 길잡이 관계다.어떤 장님이 길잡이 소년을 데리고 전국을 떠돌며 구걸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느 초가을에 포도밭을 지나는데 포도 농부가 장님 일행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농부는 뭔가 도와주고 싶은데 당장 줄 것이 포도 밖에 없어 포도라도 먹으라고 주었다.포도를 선물로 받은 두 사람은 적당한 그늘에 앉아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그런데 먹기 전에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한 번에 한 알씩 서로 번갈아가며 먹자고 말이다. 장님이 어른이니까 먼저 한 알 먹었다. 이어서 소년도 한 알
헛간 지붕 사각파이프 속에 참새가 둥지를 만들더니 어느새 새끼참새가 부화하여 날아 나왔다. 아직 부리 부분이 노란빛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소한 지 얼마지 않아 보였다.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둥지에서 나온 세상이라 뭐가 위험하고 어떤 것이 안전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마당에는 자전거 튜브를 때우기 위해 마련해 둔 물통이 있었는데 물 깊이가 약 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그 물을 마시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는 중이었다. 혹시 내가 유심히 보면 불안할까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피해 주었다. 잠시 후에는 세 마
오늘은 재미난 이웃 친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친구가 정년퇴직을 하여 이태 전부터 놀고 있다. 아직 농사철은 이르고 하여 시간 보내기가 어중간한 모양이다. 수시로 집에 찾아오는데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으니 쉬운 대로 봉지커피를 마시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봉지커피 백 개 들이 한 통을 사들고 왔다. 자꾸 얻어 마시기가 미안했나보다. 내 입장에서는 자주 찾아오는 친구가 반가울 뿐인데 왜 미안해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가져온 커피니 두루 나눠 마시겠지만 사람 귀한 농촌에 자주 보는 것만도 고마우니 이러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말
가뜩이나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이태가 넘도록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이 온통 화젯거리로 식을 줄 모른다. 국내 뉴스도 서로 헐뜯는 감정대립에다가 자기유익만 강조하니 너무 식상하고 암담하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동화가 언뜻 떠오른다.담장아래 꽃밭에 해바라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해바라기들의 발밑에는 나팔꽃이 자라고 있다. 나팔꽃은 먼저 A해바라기에게 부탁한다. 자기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존재라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자라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내가 너에게 기댈 수 있게 해 준다면 나의 아름다운 꽃
중국에 아주 똑똑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스무 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등용됐다. 젊은 나이에 벼슬을 할 만큼 총명하여 자연히 황제의 관심을 받았다. 황제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고속승진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자연히 온 장안에 최고의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기와 질투, 모함 등의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어느 날 젊은이가 궁궐에서 퇴청하여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배를 쭉 내밀고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면서 걷고 있는데 조그만 냇가에 놓인 다리가 나타났다.
온 산에 들에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만남을 자제하다가 이 봄을 즐기자며 지인 몇이 소풍을 제안했다. 필자 또한 싫지 않아 대뜸 동의하고 시간 맞춰 집합장소에 갔다. 소풍을 제안한 사람이 장소를 소개했다. 한적한 산 속에 아담한 집을 지어놓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곳이란다. 다른 한 친구는 그의 닭장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장닭을 잡아 왔다. 일행 중 한 여인은 음식 조리솜씨가 매우 뛰어나서 각종 한약재와 함께 닭백숙을 끓였다. 이런 사람들에 덩달아 봄바람 난 필자는 각종 술과 음료수에 약간의 과일을
우연히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방송을 보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학살의 까닭을 찾아보니 대략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첫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실패하고 경제대공황이 전 세계를 뒤엎었을 때, 독일의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사업이 망하고 공장들이 문을 닫고 중소기업이 무너졌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넘어가면서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했다. 그는 군비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는데 세계적으로 경제가 엉망진창이었다. 당시 유대인은 정치적으로는 멸시 당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독일보다 월등히 부유했다. 그래서 유대인 재산을 강제로 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했던 사람이 있었다. 1822년 독일에서 출생한 하인리히 슐리만. 그가 7살 때 아버지가 선물로 사다 준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를 읽고 트로이라는 도시가 실재하는 장소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믿음은 그의 일생에 포기할 수 없는 꿈이 되었다. 41세가 되던 해 고고학자의 삶을 시작하였고 마침내 소아시아 트로이 유적 발굴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유적 탐사의 과정에서 엄청난 보화들을 찾아냈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지만 유명한 만큼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3월 10일 새벽 4시50분 경,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이란 그림이 텔레비전 화면을 채웠다. 누구 당선, 누구 낙선보다 어떻게 당선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미세한 표 차이(0.73%)로 승패가 갈라진 결과가 그것이다. 그 결과는 국민 절반의 지지로 당선되고, 절반의 지지에도 낙선된 것이다.따라서 누가 당선되든 낙선된 쪽의 표심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냐면 모든 유권자는 새 대통령을 통하여 더 좋은 나라와 삶을 바라면서 투표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후보자들 역시
‘시비스킷’은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타고난 승부근성이면서도 매우 특별한 경주마 이름이다. 이 경주마의 특징은 자신이 뛰고 싶을 때에만 열심히 달리는데 지독하게 게으르고 고집이 센 말이다.그 독특한 시비스킷의 경주마적 진가를 알아본 인물이 있다. 마주 찰스 하워드와 조련사 톰 스미스, 그리고 기수 레드 폴라드다. 세 사람의 연관을 보면 찰스가 시비스킷을 산 후 톰을 조련사로 고용하고, 톰은 레드가 시비스킷처럼 사고뭉치라는 공통점을 보고 기수로 훈련시키는 관계다.시비스킷의 주인 찰스 하워드는 자전거 수리공으로 출발해서 일약 미국 자동
의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을 인용해 본다.2010년 8월 26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죽었다고 판단한 미숙아가 엄마 품에서 2시간 만에 회생했다는 보도였다. 그 대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오그 부부는 수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14주나 일찍 태어나 체중 1kg도 못 미치는 미숙아는 숨이 멎었다. 의료진은 20분 동안이나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어 사망으로 결정하고 시신을 산모에게 건넸다. 아기와 이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산모는 축 처진 아기를
영국에 ‘데프 레퍼드’라는 유명한 록 밴드 멤버 중에 ‘릭 앨런’이란 드러머가 있었다. 그는 1984년 12월 31일 자동차 전복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는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왼쪽 팔은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드러머란 양쪽 손과 발을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 드럼 세트를 취급할 수 있는데 한 쪽 팔로 드럼을 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앨런은 퇴원할 날이 가까워지는 만큼 실의와 낙심이 쌓여만 갔다. 그가 지금껏 가장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 드럼 연주였으니까.그가 퇴원한 후, 데프 레퍼드 멤버들이 찾아왔다. 건강은 회복
실제 나이에 비해 훨씬 더 늙어 보이고 병약한 친구가 이웃에 하나 있다. 체격은 보통인데 근력도 약할 뿐 아니라 삶에 의욕이 많이 떨어져있다. 그러다보니 사회 활동도 다른 사람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생활이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의 집에 찾아 드는 경우도 별로 없다. 어찌 보면 거의 빈집인 듯해 보인다.그는 소작으로 농사를 조금 지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생계지원금으로 살아가는 형편이다. 농사철도 아닌 요즘에는 그다지 할 일이 없으니 이웃나들이도 하고 서로 어울려 지내면 좋겠는데 늘 혼자다. 특별히 알고 지내는 조그
필자는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눈썹과 수염까지 온통 백발이다. 그 중에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눈썹이다. 가뜩이나 빈약한 눈썹이 색깔까지 바래졌으니 말이다. 사람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이미지는 매우 강렬하다고 한다. 눈동자가 풀어져 보이면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고 눈썹이 없으면 문둥이로 보기도 했으니까. 각설하고 눈썹을 좀 더 선명하게 보이고 싶은 충동은 있었다. 그렇다고 문신을 하기는 왠지 어색하고 난감할듯하여 생각이 깊어졌다.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 눈썹을 염색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구나! 눈썹도 염색을 하여 눈썹이 있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다윗 왕이 죽기 직전에 그의 아들 솔로몬을 불러놓고 이르기를 ‘힘써 대장부가 되고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행하라’한다. 왕위를 물려받으려면 꼭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조건을 일러 준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갖춰야 할 조건과 이미 갖춰진 조건은 반드시 지켜 행하라는 뜻이다. ‘대장부’란 왕의 위엄과 추진력, 지도력을 의미하는데 이것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한다. 그리고 지켜 행할 것은 여호와의 명령(율법)이다. 국가 헌법이 존재하지 않을 그 당시 최선의 규칙은 여호와의 법칙이었다. 그런데 솔로몬은 왕의 부귀영화보다
미국에 흑인으로 최초의 호텔 총주방장이 된 사람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고급 호텔 ‘벨라지오’의 제프 핸더슨 총주방장이다.그는 가난과 범죄가 난무하는 LA 뒷골목에서 출생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하며 마약 밀거래에 빠지고 말았다. 소중한 20대를 교도소에서 보내고도 인생의 방향을 확 바꾼 계기는 자신의 천직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꿈을 찾은 뒤 자신이 가장 간절하게 원한 것은 ‘배움’이었다고 한다.그는 교도소에서 마당청소를 맡았으나 매우 게을렀다. 그러자 재소자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 일을 배정받
어떤 여인이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았다. 그녀는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생활비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딸은 어느 정도 성장하여 처녀가 되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소유한 물건을 하나씩 팔아서 근근이 끼니만 이어갔다. 마침내 남편의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오던 보석 박힌 금목걸이마저 팔아야 했다. 딸에게 그 목걸이를 주며 보석상에 가서 팔아오라고 했다.딸이 목걸이를 가지고 보석상에 가서 보여주었다. 보석상은 세밀하게 감정한 후 왜 팔려고 하는지 까닭을 물었다. 처녀는 경제활동
매주 목요일마다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제법 오래전부터 보아 온 것이다. ‘미스트롯 1’과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2’ 그리고 ‘내일은 국민가수’다.트로트는 우리 정서에 잘 어울리는 대중가요이기에 처음부터 거의 보았다. 무엇보다 경연에 도전하는 이들이 무대에 나서면 하나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하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진한 기쁨과 감동을 듬뿍 선물해주었다. 삶의 희망과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지난날 나는 왜 저 참가자들처럼 모든 걸 쏟아붓는 삶을 살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기도 했다.그런데 끝
또 간다, 그리고 또 온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비록 어느 물리학자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떤 극한에도 시간은 길을 내며 흐른다. 역사는 그 길의 기록이다.2021년이 역사 속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걸음에 힘이 없다. 걸음의 힘은 발자국들이 모일 때 생기는 것인데, 2021년의 길에는 발자국을 찾기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길이 아니다. 밤 9시가 넘은 2021년 12월, 우리에겐 바이러스가 지워버린 길 아닌 길밖에 없다. 언제 다시 우리는 우리의 길을 되찾을 수
불과 200여명의 유목민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했던 제국을 건설한 리더는 누구일까? 이 사람은 바로 동아시아에서 헝가리까지 인류역사상 가장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바로 ‘칭기즈칸’이다.정복한 거리가 무려 777만㎢로 알렉산더 348만㎢ 거리의 2배가 넘고, 나폴레옹 115만㎢ 거리의 6배가 넘는 광활한 제국이었다고 한다.이 기적에는 칭기즈칸의 장수 바로 ‘제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칭기즈칸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칭기즈칸의 사람’이 되었을까?칭기즈칸은 1202년 전장에서 적이었던 제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