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직전의 민심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넌더리가 `국회무용론`을 넘어 `국회해체론`의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국회가 왜 그러느냐”고 묻고, “차라리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을 모두 내쫓고, 국민복지시설로 리모델링하는 게 어떠냐”고 흥분한다. 물론, 도무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행태에 치솟는 부아를 견디지 못해 쏟아내는 비명이겠지만, 유례없이 만연된 분노가 위태롭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일상이 지루하다. 눈 씻고 찾아봐도 칭찬받을 구석이라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국회의 구태의연한 모습은 늘 국민들의 두통거리였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이 만큼 성장했으니, 국회의 역할과 정
신라 3대 왕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은 을소(乙素)라는 인재를 대신으로 등용해 나라의 기초를 다진 업적으로 유명하다. 그가 왕좌에 오른 지 5년째 되던 해에 `나라를 돌아보다가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는 노파를 보고는 반성하여 관리들을 시켜 홀아비와 과부·고아·자식 없는 노인 등을 보살피고 부양하게 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은 주목거리다. 온후한 통치에 감복한 이웃나라 백성들이 몰려들어 `도솔가(兜率歌)`를 지어 불렀다고 하니, 유리왕이야말로 수탈만 무성했던 고대 삼국시대에 진심한 `민생정치`로 강력한 천년 왕국의 힘을 일궈낸 위대한 통치자가 아니었을까. 지루한 세월호특별법 갈등 와중에 대한민국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혼미의 수렁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모습은 딱하다. 물밑 당권쟁탈전의 역학에 휘둘
어린아이들은 때로 어른들이 감당키 어려운 엉뚱한 요구를 한다. `하늘에 있는 별을 따 달라`며 울고불고 생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경우, 어른들은 아직 이성이 여물지 못한 아이를 꾸짖거나 굳이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줄 알면서도 그저 웃으면서 “그래, 알았다. 그만 울어라. 이따가 별 따줄게.”하고 달랜다. 아이들 역시 `별을 따주겠다`는 어른들의 약속을 기억하고 계속 칭얼대지는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여진 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온갖 불합리가 판을 치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혼란의 와중에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정치인`만 득실대고 `정치`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세월호 사건`을 고리로 정치적 이득을 챙겨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두 번의 충격이 있다. 영화 `명량`에 몰려드는 관람객의 범람과, 2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바티칸의 교황 `프란시스코` 신드롬이 그것이다. 정유재란(丁酉再亂) 때 불과 12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전선을 거느리고 들이닥친 왜군을 깨부순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소재로 다룬 `명량`은 이미 관객 수가 1천500만으로 치달으면서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1천8백만의 어마어마한 관객동원을 예상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지난 14일 방한해 4박5일 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하고 겸손한 행보로 한국 천주교신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감동시켜 `교황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교황은 급속한 경제발전이 초래한 배금주의가 빚어낸 잇단 비극 속에
`비이성(非理性)으로 이성(理性)을 구축한다.` 아주 오래 전 ROTC(학군단) 1년차(3학년) 하계입영훈련 중에 어떤 교관이 한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시절 입영훈련은 군대문화에 익숙해지지 않은 우리에게 벅찼다. 특히 별 잘못도 아닌 일을 생트집 잡아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얼차려까지 받는 일은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육사 출신이었던 그 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비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는 엄정한 군기(軍紀)가 신성한 `국방`이라는 이성을 구축한다.” 한동안 `세월호 참사`에 머물던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으로 옮겨갔다. 이번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풍설은 `마녀사냥` `화풀이` `공포 재생산` `음해` `침소봉대` `정치계략`등 못된 양념들을 뒤섞
신라 제48대 경문왕은 귀가 아주 컸는데, 늘 의관으로 가려 남이 알지 못하게 했다. 홀로 아는 비밀을 평생 간직해야 했던 복두장이(두건 장인)가 죽기 전 도림사(道林寺) 대나무밭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맘껏 소리쳤다. 그 후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들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를 냈다. 왕이 명하여 대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었지만 바람이 불면 여전히 소리가 났다. 삼국유사 권2에 나오는 `여이설화(驢耳說話)`다. 7.30 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오래도록 수세에 몰려있던 청와대가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하지만 선거 쾌승의 여파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김무성 대표다. 전당대회에서 큰 득표로 당권을 잡은 지 불과 보름 만에, `미니 총선`이라 불린 선거에서
파리 에펠탑은 1889년 3월 31일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제10회 만국박람회의 상징물로 준공됐다. 건축가 구스타프 에펠(Gustave Eiffel)에 의해 탑의 건축설계도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국민들과 지식인 예술가들은 철골구조인 에펠탑을 `고철덩어리`·`쓸모없고 흉측한 검은색 굴뚝`·`파리예술의 모욕`이라며 거칠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건립 당시 모진 수난을 겪어야 했던 에펠탑은 120여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를 훌쩍 뛰어넘어 유럽의 랜드마크로 등극해 있다. 이 탑은 오늘날 하루 평균 1만 8천명, 1년에 7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돼있고, 올해 관광객 유치 1억 명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운 프랑스 관광산업의 중추다. 지난 2012년 한 조사에서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는
연전 어떤 외국 외교관이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자들을 비난한다. 그러면서도 모두 부자가 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한국에 있는 동안 이 이율배반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세계가치관조사기관(World Value Survey)이 얼마 전 발표한 2010~2014년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의 67.2%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상위 1%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몫은 지난 1998년 6.9%에서 2011년 11.5%까지 빠르게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요약하면, `한국인들은 부자를 욕하면서 대체로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부의 쏠림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소득재분배에는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나라 황제 건륭제(乾隆帝)가 한밤중 잠행을 나섰다가 자금성 앞 시장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이름 없는 한 만두가게를 찾았다. 건륭제는 주인에게 혼자 문을 연 이유를 물었다. 주인은 “혹시라도 자금성을 찾는 백성이 있어 허기를 채우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면 장사치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륭제는 며칠 뒤 이 가게에 자필 편액을 선물로 보냈다. `도성 내 유일한 곳`이란 의미의 `두이추(都一處)`는 260년이 넘도록 지금도 성업 중이다. 조선시대 군주의 `미복잠행(微服潛行)`은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무예별감 같은 경호원을 대동하고 은밀히 다니던 일종의 소통수단이었다. 왕들은 미복잠행으로 백성들의 생활을 살펴 고충을 해결해주거나 국정운영에 반영했다. 성종(成宗) 임금이 미복잠행 중에 청
`미니총선`이라는 이름으로 의미가 한껏 부풀려진 7.30재보선을 앞두고 각 당이 벌이고 있는 혼란한 공천양상은 정상적인 민주주의국가 개념의 멀쩡한 상식에 비쳐볼 때 실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굳이 정당을 따로 가릴 이유도 없이 히든카드, 마스터키, 아니면 만병통치약을 찾는다고 무한 난리 굿판을 벌이고 있다. 하긴, 선거철만 되면 영락없이 벌여온 야단법석이니 특별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긴 하다. 전국 15개 지역에서 치러지기로 돼있는 대규모 재보선 판에, 여당의 국회 과반의석의 존속여부가 걸린 급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일부러 그 중요성을 깎아 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역대 재보선이 늘 그러했듯, 이번 선거 역시 지역대표를 뽑는 선거로서의 참다운 의미는 무릇 만신창이가 됐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
미국 에모리대학 드루 웨스턴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6년 1월 한 연례학술대회에서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인간의 뇌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 영역이 작동한다”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감정적 판단이 이성적 판단보다 발달한 것은 `감정적 판단의 속도가 좀 더 빨라서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학계 일각의 해석도 관심을 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감정독재`라는 저서에서 이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는 감정 식민지화를 인정하고 향유하면서도 이성의 끈은 놓지 않은 채, 나를 둘러싼 바깥 세계를 향해선 이성에 대한 호소를 멈추지 않는다. 특히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 더욱 그렇다”고 주장한다. 전당대회를 저만큼 앞둔 새누리당의 조마조마한 레이스를 바라보노라면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진보는 자충
유비는 군사(軍師)인 서서(徐庶)의 제안에 따라 제갈양을 영입하기 위해 두 번이나 찾아가지만 번번이 허탕을 친다. 세 번째로 융중(隆中)의 초가를 찾았을 때 제갈양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제갈량을 깨우지 않으려고 관우와 장비를 사립문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자기만 들어가 초당 댓돌 아래에서 그가 깨어날 때까지 공손히 서 있었다. 유명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故事)다. 좋은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경기도와 제주도 등 몇몇 광역단체에서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야당에 부분적인 `연정`을 제의했다. 남 당선자는 기존의 정무부지사 자리를 `사회통합부지사`로 이름을 바꾸어
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비`라는 말은 `사시이비(似是而非)`가 본딧말이다. 맹자의 진심편(盡心篇)과 논어의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이 말은 `진짜 같은 가짜`라는 뜻으로 요약된다. 고전은 향원(鄕原)이라는 별칭의 `사이비 군자`가 겉으로는 성실하고 청렴결백한 것처럼 보여 매사 흠잡을 데가 없지만, 결코 도(道)에 함께 들 수 없어 덕을 해치는 존재라고 단정하고 있다. 6.4지방선거 교육감 선거결과에 대한 진보진영의 과도한 `의기양양`과 보수진영의 `단세포적 반응`은 둘 다 꼴불견이다. 이번 선거의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 중 13명이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선거결과는 진보성향의 후보들은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보수성향의 후보들은 끝까지 분열상을 보인데서 비롯됐다. 선거가 끝나자마
임진왜란 발발을 2년 앞두고 왜(倭)에 통신사로 건너가 토요토미의 저의를 살피고 돌아온 사절들은 상반된 보고를 했다. 서인인 정사 황윤길(黃允吉)은 “반드시 병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 반면, 동인인 부사 김성일은 “침입할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복명했다. 문제는 보고를 접한 조관들이었다. 그들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자기 당파의 사절을 비호하는 데만 열중했다. 결국 조정은 김성일의 의견을 좇아 각 도에 명하여 성을 쌓는 일마저 중단토록 하였다. 파란만장한 정치여정을 겪고 있는 김부겸이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간판을 달고 나와 `대구의 변화`를 외쳤지만 분루를 삼켰다. 적진 심장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분전한 김부겸의 열정은 많은 감상을 남긴다. 그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동안,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선거제도`는 기원전 508년 경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실시된 도편추방제(Ostrakismos)가 그 기원으로 돼있다. 패각추방(貝殼追放)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아고라(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독재정치가(僭主:참주)가 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질그릇 조각이나 조개껍질에 써서 투표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투표결과 그 수가 6천을 넘으면 그 사람을 10년 동안 국외에 추방하는 매우 살벌한 제도였다. 오늘날 빈번히 실시되는 선거결과를 분석해보면 현대인들은 `회고적 투표`보다는 `전망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 즉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과거에 어떻게 해왔는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많이 살핀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에
세종대왕이 동래현 노비 출신의 궁중기술자 장영실(蔣英實)에게 `상의원 별좌`라는 녹봉도 없는 벼슬을 주려고 하자 조정이 시끄러웠다. 반대하는 중신들이 많았지만, 세종은 약간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일부 대신들의 논리를 전격적으로 차용하여 임용을 단행했다. 그렇듯, 세종의 인재발탁 기준은 가문이나 학파, 출신지역은 물론 반상(班常)의 신분마저 뛰어넘었다. 세종의 용인술에는 오직 하나의 가치, `그 일을 해낼 수 있느냐`만이 중심에 있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 속에서 이렇다 할 쟁점이 없던 6.4지방선거 정국 한복판에 `안대희` 변수가 던져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른 여러 인물들 중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낙점했다. 곧바로 안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냉혹한 검증이 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18년 동안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을 12배나 끌어올렸다. 수출도 166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 중 최단시간 초고속도의 성장이었다. 주목할 것은, 그가 국민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열망을 심어줬고, 실천과 단계별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해냈다는 점이다.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일등공신으로 `박정희`를 꼽는 이유다. 30여년 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하던 자리에서 나라운영을 맡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대미문의 비극인 `세월호`침몰사고로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터진 대형 참사로 정치권은 혼돈에 빠졌고, 국민들은 정신적 공황상태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이 시대 최고의 스타지식인으로서 유명세를 누려온 도올 김용옥(金容沃) 한신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쥐새끼`라는 용어를 풍자적으로 동원, 이명박 정권을 모질게 힐난했다. 그는 “임금이 어질지 못하면 모든 사람이 어질지 못하게 되고, 임금이 인해야 비로소 국민들이 인하게 된다”는 고전을 인용하면서 “쥐새끼라는 게 자기 닥치는 대로 갉아먹고 도망치니까 우리가 쥐새끼를 싫어한다”고 말해 청취자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한동안 조용하던 그가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비극으로 어지러워진 민심을 파고들며 또다시 교졸한 개인기를 펼쳐 파문을 빚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세월호 참변의 전 과정을 직접적으로 총괄한 사람은 박근혜 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