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통령 특사일행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오는 4월 말경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두 손을 맞잡는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이후 남한 땅을 밟게 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한 이후 남북관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다리던 좋은 징조(徵兆)다. 지난 연말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사이에 오갔던 가시 돋친 설전(舌戰)이 생각난다.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시커멓게 뒤덮였던 한반도에 대화와 소통, 평화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이 유지해왔던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전통적인 외교전술이 근본적으로 뒤
얼마 전에 친구가 눈 덮인 두툼한 얼음장 사이로 시냇물이 흘러가는 14초짜리 동영상을 보내왔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물러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시각기호로 전달한 게다. 몹시 추웠던 지난겨울의 위세도 자연의 운항법칙에 따른 순차성에 물러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산야(山野) 곳곳에서 얼음장이 깨지고, 그 아래로 맑은 물이 콸콸 소리 내며 흐르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봄은 그렇게 굉음(轟音)과 더불어 온다. 나라 곳곳에서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반도 시공간을 옥죄고 있던 시대의 거악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대단하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에게 중형이 선고되고, 하수인들도 줄지어 징역형에 처해지고 있다. 지난 세기 60,70년대의 마지막 잔재가 무너져 내린다. 그들과 동고동락(同
지난 2월 19일 교육부 주최 공청회에서 발표된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출제범위(안)`에 따르면 이과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져 있다. 이에 국내 기초과학계를 대표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수학회`는 수능 출제범위에 `기하`를 반드시 포함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그들의 주장은 간명하고 실용적이다. “이공계 진학 희망자에게 기하는 필수기초 교과목이며, 인공지능과 3차원 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신기술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핵심 분야다. 이공계 기초과목인 수학에서 기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看過)하여 미래 이공계 인력의 기초실력 배양과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자명한
요즘처럼 추위가 맹위를 떨친 일이 있었나 돌아본다. 어렸을 적 난방이 온전치 않아 윗목에 놓아둔 아버지 자리끼가 아침에 꽁꽁 얼었던 기억이 난다. 해마다 2월 초에 있던 졸업식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이겨낸 일도 생각난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군사정권은 졸업식과 입학식을 운동장에서 하도록 강요했다. 날이 아무리 추워도 어린것들의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장외행사를 강제했던 군부독재의 서슬 퍼런 칼끝이 떠오른다. 작년에 기상청은 “올겨울은 대체로 포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태인가?!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오보(誤報)가 잦다고 변명해댄 것은 귀엽기라도 했는데, 요즘엔 아예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주구장창 `북극한파타령`이다. 아린 바람이 살갗을 할퀴는 한파(寒波)에도 폐
“화재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가운데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굴 구하겠는가?”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다.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하는 질문과 같다. 우리는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 돼 있지 않지만 아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논리적이니까.” 지난달 30일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소피아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소피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는 세계최초로 시민권을 얻었다. 데이비드 핸슨 최고경영자의 `핸슨 로보틱스`가 오드리 헵번을 모티프로 소피아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은 작년 7월 인공지능 로봇에게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로봇기본법`을 발의했다.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
전쟁 난민과 빈민을 구호하려는 목적으로 1942년 옥스퍼드에서 설립된 빈민구호단체가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이다. 옥스팜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영국 옥스퍼드 주민들이 나치 치하에서 고통받던 그리스인들을 구호할 목적으로 결성했다고 한다. 지금은 80개가 넘는 회원국과 자원봉사자 3만을 거느린 국제적인 자선단체로 성장했다. 옥스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계 최고 부자 42명이 세계인구 절반인 37억 명의 재산과 맞먹는 부를 소유했다고 한다. 옥스팜은 2017년 자산규모 10억 달러 (대략 1조 원) 이상을 소유한 부호(富豪)가 2천43명이라고 밝혔다. 부의 불평등구조가 고착(固着)하는 것을 넘어서 계속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
음치 수준이기에 나는 리듬이나 작곡에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유행가를 듣다가 피식 웃어버리는 때가 있다. 가사 때문이다. 한국가요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 떠나버린 연인을 향한 원망과 아쉬움, 재회에 대한 애틋한 갈망 같은 것으로 빼곡하다. 노랫말에 인생이나 자연 혹은 세상의 변혁이나 역사 혹은 자아성찰을 담은 유행가는 희귀하다. `눈물이 나는 날에는`이란 유행가를 들은 적 있다. 가수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영원히 행복을 느끼되, 슬픔이 찾아든 날에는 잠을 자겠다고 절규한다. 노래 끄트머리에 `변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라는 대목이 나온다. 왜 그는 변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것일까?! 지금과 여기가 소중하고 최상의 상태라면 변화는 두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죽음이나 공허,
지난 9일 남과 북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회담을 진행했다. 오전 10시에 전체회의가 시작되어 저녁 8시 42분까지 모두 여덟 차례의 접촉을 경과함으로써 회담을 마무리한 것이다. 회담을 마친 남북은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방남,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당국회담 개최, 남북선언 존중의 3개항에 합의하고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 달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은 물론이고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대규모의 방문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일이다. 상당기간 지속된 남북과 북미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인다. 참 좋은 일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남과 북의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서 풀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른바 4대
다시 해가 바뀌었다. 불과 몇 시간을 경계로 지난해와 새해가 갈린다. 시간과 달력의 유희다. 아쉬움과 기대감 사이에서 우리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생각한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인과율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생로병사의 필연적인 수순에 갇힌 바둑돌처럼 허우적거리다 종점에 다다르는 것이 인생이다. 모든 생명체가 `지금과 여기에` 함몰(陷沒)되어 살아가지만, 인간만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 미래에 기대를 건다. 미래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채 살아간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과거는 물론이려니와 현재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필연적인 숙명인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하는 말을 주술(呪術)처럼 되뇌면서 각오를 피력한다. 거기에는 금연, 영어공부, 다이어트,
빠르다. 정말 빠르다. 세월은 역시 빠르다. 국정농단 최순실 사태로 탄핵과 촛불집회로 막을 내렸던 2016년이 엊그제 같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고, 5·9 대선을 지나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 것이 아까 같다. 그런데 연말이 코앞이다. 그 사이 뭘 하고 살았나, 하여 달력을 뒤적여보니 깨알 같은 글자로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참 별일도 많구나, 싶다. 주어진 책무를 그저 다했을 뿐인데, 365일이 다해가고 있는 것이다. 허락된다면 내가 살아온 2017년 기록을 낱낱이 사진기로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장삼이사의 허망하고 남루(褸)한 일상이어서 그렇지만 다들 분망(奔忙)하게 세상과 마주하고 있으리라. 많은 일들 가운데서도 노숙생활을 접고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 열 서너 분과 함께 했던 시간이 기
한 무리의 원숭이가 보름달 환한 밤에 귀로(歸路)를 서두르고 있다. 앞장서서 가던 대장 원숭이가 문득 우물에 빠진 달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가 무리를 멈춰 세우고 말한다. “이제 저 달이 우물에 빠졌으니 우리는 반드시 달을 건져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캄캄한 밤길로 다녀야 할 것이야” 원숭이들은 커다란 나무에 꼬리를 감고 손에 손을 맞잡은 채 우물 속으로 들어가 우물에 빠진 보름달을 건지려다 모두 물에 빠져 죽는다. 원숭이가 우물에 비친 달을 꺼내려고 두 손을 담그는 순간 달은 사라지고 만다. 원숭이가 퍼내려던 달은 달이 아니라 물에 비친 달그림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의 본질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함몰되는 정경(情景)을 설파한 본보기다. 이것을 일컬어 `원후취월`
`절룩절룩 뒤뚱뒤뚱`은 사람이나 동물의 걸음새가 한결같지 않아서 불안정하고 상큼하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 자세는 조화와 균형을 잃어버려 우아함과 세련됨이 부재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와 같은 부조화와 불균형의 원인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을 터. 요즘에는 거리에서도 `절룩절룩 뒤뚱뒤뚱`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차도(車道)에서 부자연스럽고 위태로운 지경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대열이 그것이다. 전후좌우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자동차를 볼라치면 사실 조마조마하다. 두어 살배기 어린아이처럼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비틀대는 승용차가 당신 옆을 달린다고 생각해보시라. 더러는 두 개의 차선(車線)을 점령하고 조금 더 빠른 쪽을 기웃거리는 차도 있다. 택시기사들은 물론이려니와 얌체족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배우 이미지가 세상을 버렸다. 만 58세의 그녀는 혼자 지내던 오피스텔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소식이 닿지 않은 남동생이 방문한 역삼동 오피스텔에서는 악취가 등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서울의 달`과 `전원일기`, `파랑새는 있다`, `태양인 이제마`, `거상 김만덕` 등의 드라마에서 조연(助演)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던 이미지.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은 쓸쓸하기 그지없는 오롯 혼자만의 황망(慌忙)한 길이었다. `고독사(孤獨死)`는 문자 그대로 삶의 끄트머리에서 홀로인 상태에서 맞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가 발생하는 1차적인 원인은 1인가구 증가에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비율은 32.3%, 1인가구는 27.2%에 달한다. 부부가구가 15.5%, 부(모
얼마 전에 가까운 친구가 `텔레그람`으로 동영상을 보냈다. 음악이 동반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제목의 시와 윤동주 시인의 이름자가 들어 있었다. 우리가 아는 `서시(序詩)`의 시인 윤동주. 그런데 시 제목이 낯설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일찍이 윤동주 시인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서 학부 1학년 시절 `윤동주 평전`을 탐독하고 그의 시편(詩篇)을 기억하곤 했다.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그 시절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시인들”이었으므로. 동영상 끄트머리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구절이 덧보태져 있었다. 오호, 이건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텔레그람`으로 그런 생각을 전했고, 시를 전공하는 친구가 요즘 인터넷 상으로 떠도는 유령(幽靈)의 실체를 밝히는 블로그를 연결해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에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시를 엄습했다. 작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은 천재(天災)다. 그날 경북대 대학원동에 있던 나는 건물의 강력한 동요에 화들짝 놀라 밖으로 튀어나갔다. 학과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운동장 부근에서 담소(談笑)한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나 오랜 세월 지진과 무관하게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작년과 올해의 지진은 매우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다가온다. 포항 지진 이후 죽도시장에 손님들 발길이 뜸하다는 보도에 한숨이 났다. 경북대 수련원이 자리한 구룡포에 갈 때마다 죽도시장에 들러 푸짐한 횟감을 마련했던 일이 새삼스러운 탓이다. 어디 그뿐인가. 영덕과 울진 사이에 있는 칠보산 자연 휴양림에 갈 때에도 죽도시장에 들르곤
리치오토 카누도가 영화를 `제7의 예술`로 명명한 이후 만화와 텔레비전이 영화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하되 영화의 질적-양적 우세는 여전하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우세한 문화예술 장르를 거명한다면 단연코 영화다. 그야말로 한국인들이 첫손에 꼽을 만큼 친근하고 일상적인 문화와 예술의 향수품목 1위는 영화라 말할 수 있다. 인구 5천만의 나라에서 1천만 관객 영화가 심심찮게 출현한다는 것은 좋은 반증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충무로의 극단적인 명과 암을 안다. 절대다수의 영화계 인사들이 최저 생계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임금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그들은 오늘도 묵묵하게 인내하며 현장을 지킨다.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피와 눈물과 땀을 떠올리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자문(自問
예년과 달리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지속되고 있다. 아침저녁 한기(寒氣)만 아니라면 화사한 봄처럼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러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면 겨울은 문득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도 도둑처럼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는 오래 전에 겨울이 왔던 것처럼 시끌벅적하리라. 여태 경험한 적 없는 맹추위가 찾아온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다른 계절이 오는 법이다. 겨울이 가까우면 옛일이 생각난다. 산림녹화를 명분으로 박정희 정권은 연탄을 대체재로 제시했다. 무작정 상경한 50년 전 겨울, 서울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했다. 언제나 모자랐던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는 “가자!” 하고 형과 나를 재촉했다. 엄마는 커다란 고무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우리는 양은 세숫대야를 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1483~1536)는 비텐베르크 대학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다. 반박문의 핵심은 교황청이 판매하는 면죄부의 능력과 효용성에 관한 것이었다. 교황청은 11세기 말부터 면죄부를 판매해왔다. 면죄부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죄를 용서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고 발행한 증명서`로 그 심장부는 교황청이었다. 루터가 반박문을 내건 16세기에는 면죄부를 사면 그것을 구입한 사람은 물론, 이미 연옥(煉獄)에 있는 가족도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등 면죄부 폐해가 극대화되기에 이른다. 이에 루터는 성경에 근거를 두고 교황청의 상업성, 즉 돈을 받고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계의 장삿속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약관 34세의 성직자가 면죄부를 팔아 부(富)를 축적하는 로마 교황청
해마다 가을이 오면 분주해지는 국가기관이 있다. 국회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이 대한민국의 국가구성 요소의 핵심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국회는 각종 법안을 제정하는 기관이지만, 행정부를 견제-비판하는 구실도 한다. 현대국가처럼 행정의 권한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경우 국회가 수행해야 할 책무 가운데 하나는 올바른 비판과 균형 잡힌 견제의 기능이다. 이런 점에서 가을에 진행되는 국정감사는 심대한 의미를 가진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감사란 “법적 권한이 있는 기관이 단체나 조직의 업무상황을 감독하고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법적 권한을 가진 대표적인 감사기관은 감사원이다. 그러하되, 감사원장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반면에 국회는 다수당에서 의장후보를 내고 국회의원들이 찬반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
요즘 정치권의 현안(懸案)은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장구한 세월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이참에 말끔하게 해소하고 나아가자는 주장이 적폐청산이다. 반면에 `왜 하필 지금이냐`면서 보수(수구)정권의 패악(悖惡)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소산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정치보복이다. 전임정권의 실정이나 부패가 아니라, 대권 상실에서 원인을 찾으면서 청산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정치보복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우리가 선거를 치르고 일정기간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민의를 최대한 반영해 나라와 백성의 정신적 물질적 복리를 증진하라는 명령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되, 그들의 천부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따라서 최고 권력자를 비롯한 권력집단은 권력을 이양한 국민의 입장과 관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