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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편리와 속도와 효율에 길들여진 자들이실속 없는 배낭을 메고 어디로 은신할 수 있을까누림의 좋은 시절은 다 지나고오직 견뎌야만 하는이 시간의 폐허로부터 구해줄 동아줄을어느 하늘이 내려줄 것인가더러 조마조마해지는 맘 달래라고 보낸생존배낭,그 속에 친절하게 넣어둔 초콜릿 비스킷 따위는 꺼내먹고나침반만 그대로 두었다, 하나뿐인 지구 밖으로은신할 순 없으므로,험한 일 닥치더라도 생존의 무거움 털고가벼워지는 희망의 향방은 가늠하며 살고 싶어 (부분)시인의 후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생존배낭을 보내왔다. 하지만 시인은 “편리와 속도와 효
시
등록일 2023.01.08
게재일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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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경비원이 깜빡 졸았을 때모퉁이를 지난 누군가는 낯선 그림자와 마주쳤고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살해하고살해당하기 충분한겨울의 자정무심코 베인 상처는 아물고아가는 깨어나지 않는다겨울의 푸른 빛,이제 자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시간에누군가는 잠들고누군가는 책상 앞에서식은 카디건을 걸치며아침이 아니야아직 늦지 않았어입김에 손을 비비며깨어난다 (부분)시인은 “살해하고/살해당하기 충분한/겨울의 자정”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세상에 폭력이 일반화되어 있음을 밝힌다. 이 세상은 한 주기의 끝인 ‘겨울의 자정’과 같아서 살해 사건이 일어나기 ‘충분’하다
시
등록일 2023.01.05
게재일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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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를 막고 노래합니다보세요다리 아래 젖지 않는 불을물을 꺼트리려는 불의 노력을아름다워라 이 세상, 아치 다리 아래로도축장의 피가 흐르고청둥오리 목덜미에 해는 밝으니사체를 묻은 땅에 그해 가장 붉은 꽃이 피어도돌아가지 않아요트럭이 지나가는 다리헤드라이트 불빛이 얼굴을 훔쳐 달아나도물과 불이 나를 앞질러 해일처럼 일어서도 (부분)다리 아래 세상은 죽음의 ‘피-불빛’으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유혹은 마치 세이렌의 노래와 같다. 그렇기에 “나는 귀를 막고 노래”하는 것, 그것은 오디세우스처럼 저 유혹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시인이
시
등록일 2023.01.04
게재일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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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둑길에 산딸기, 볼이 쏘옥 들어가도록 빨아 당긴 담뱃불 같다길에 서서 노부부가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산딸기, 할아버지가 풀숲 헤치며 성냥불 긋듯 미끄러져 들어가 “오만 손길이 다 댕기갔네” 하나씩 따 모은다오므린 손바닥에 따 모은 산딸기, 바알간 불덩이를 할머니 입으로 하나씩 밀어 넣어주며 “맛이 어떻노, 어떻노?”할머니 볼 발갛게 불붙어 탄내가 솔솔 났다위의 시는 생생하게 붉은 산딸기의 이미지와 늙은 노부부의 이미지가 대조되면서 노부부가 그 붉게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로 전화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붉은 산딸기는 젊음의 생명을
시
등록일 2023.01.03
게재일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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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강물을 보는 순간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물살하루 종일 읽어도 한 페이지도 넘길 수 없었던수만 개의 문장, 수만 개의 기호들이물속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래서 강물에 낚시를 담그고 있다사람의 시간을 버리고 물살의 시간으로 있는분침도 시침도 없는 시계가 좋다물고기의 비늘은 고정된 초침이라는 듯낚아 올린 물고기는 파닥거린다 (부분)시인은 물고기를 낚듯이 세계의 반짝이는 저 문장들과 기호들의 생생한 의미를 낚으려고 한다. 그런데 저 기호들의 반짝임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물살의 시간으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시
등록일 2023.01.02
게재일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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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버려야만 비로소 머물 수 있는 곳아내의 따뜻한 손에 이끌려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와 시안에도 들렀다내 생의 마지막 투병하는데절두산 부활의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신혼 초 살림 장만하듯 아내와 반겼다절두산은 성지순례로 가족과 들렸던 곳낮은 나에게도 지상의 집을 사랑으로 주셨다머리가 없는목 잘린 순교의 산오, 나도 드디어 못 하나를 얻었다무두정(無頭釘)부활의 집 지하 3층에서망자와 함께 이제사 천상의 집 지으리라‘부활의 집’은 죽음을 전제로 존재한다. ‘절두산 부활의 집’이란 그러므로 삶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집이다. 시인은 병인박
시
등록일 2023.01.01
게재일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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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처마 끝에 매달려집을 지키는 물고기바다를 품어본 적이 없고바다로 나아갈 생각도 없는가엾은 저 양철 물고기문지기 수행자로 살기 위해얼마나 허공을 쳐댔던 것일까가만히 다가가 보니비늘이 없다고개를 돌려보니아이의 어깨에 달라붙은그렁그렁한 비늘나 죽은 뒤에도관 속까지 따라와가슴에 곱다시 쌓일 것 같다집 처마 끝에 매달린 양철 물고기는 아내가 변신한 존재자다. 바다에 살면서 마음껏 헤엄치던 물고기 ‘아내’는, 어느새 양철 물고기가 되어 집 앞에 매달려 허공을 쳐대면서 문을 지키는 가여운 “문지기 수행자”가 된 것이다. 눈물 같은 비늘
시
등록일 2022.12.29
게재일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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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새싹이 하트로 날고행복이 우체통에 배달되기를조롱의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새들이 지저귀기를고대하던 시간들이 틈과 틈 사이로 밀려 나온다무릎을 꿇고머리는 땅에 닿게 팔은 최대한 내밀어오체투지하듯흔적을 따라가다 보면분절된 신체들이그 시간으로잠시 내밀어지다거품 속으로 녹아든다 (부분)화자는 시인이기에 흔적들을 외면할 수 없다. 흔적들이 시의 공간을 마련해주기에. 그래서 화자는 흔적에서 밀려나오는 삶의 시간들에 최대한의 존경을 담아 “오체투지하듯/흔적을 따라”간다. 마지막 연은 흔적에서 타인의 시간이 어떻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지 보여준
시
등록일 2022.12.28
게재일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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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혼자 앉아서이제 그만 고즈넉 저물어야지더러는 기우는 햇빛이 더욱 붉다고불끈 말하고 싶을 때에도쉬 표시나지 않게 기울어야지누군가의 등 뒤에서내가 이윽고 캄캄해지면아무렴 그게 바로 사랑이겠지가끔은 그리운 사람을 위해관솔 같은 상처를 태워꽃불 밝히자 스스로 캄캄해져서흐르는 물로 억센 연장을 씻고바람에 맡겨 젖은 이마를 말리고어디쯤일까 지금저녁강 돌아눕는 소리저물면 조용히 어두워지도록기울면 가만히 허물어지도록아무렴 그냥 두자 무심하게조금씩 더 낮아지면서상처를 태워 마지막 불꽃들을 발산하며 조금씩 캄캄해지는 노년에 다다른 자의 사랑
시
등록일 2022.12.27
게재일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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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인이 마주 앉아국화차를 우린다더 오래는 꽃과 하나였던 향기가그러나 마른 꽃잎 속에서말라붙은 눈물처럼 깡말라가던 향기가다시금 따뜻한 찻물 속에서핑그르르 눈물 돌듯 그렁그렁 되돌아왔다마치 한순간도한몸이었던 걸 잊은 적 없는 것처럼선을 넘는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수천 번 으깨고 짓뭉개도끝내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꽃과 향기처럼보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으로그대도 도리 없는 꽃일 터인가? (부분)꽃잎이 “따뜻한 찻물 속에” 들어가자 향기가 되돌아온다. 향기엔 육체가 없다. 그것은 찻물이라는 젖은 꿈에 의해 상상되는 육체 없는 대상
시
등록일 2022.12.26
게재일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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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다만눈을 감고 있다.바다 밑에서 하늘 위에도 있는시간, 발에 차이는지천으로 많은 시간,장미는 시간을 보지 않으려고눈을 감고 있다.언제 뜰까눈을,시간이 어디론가 제가 갈 데로 다 가고 나면 그때장미는 눈을 뜨며시들어갈까장미가 시들지 않고 영원한 무시간 속에 놓여 있는 건 바로 “지천으로 많은 시간” 속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이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시간을 보지 않을 때 무시간적 존재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어디론가 제가 갈 데로 다 가고 나면” 장미는 비로소 눈을 뜨고 비로소 시간적 존재-시들어 가는 존재
시
등록일 2022.12.25
게재일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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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시대는 전쟁의 불길과혁명의 연기로 뒤덮인 세기말의 한때였고,요행히도 나는 그것을 헤치고늙은 표범처럼 살아남았다.수많은 청춘들이 누려야 할 기쁨조차누리지 못한 채 꽃잎처럼 떨어지고거룩한 분노가 캐터필러에 짓밟혀무덤으로 실려갔을 때도 나는집요한 운명에 발목 잡혀서마지막 잎새같이 대롱거렸다.손을 놓아야 한다!서커스의 소녀가 어느 한순간그넷줄을 놓고 날아가듯이저 미지의 세계로 제비 되어 날아가며고독한 포물선을 그려야 한다.그것이 내 마지막 고별의식이 되기를 바라면서…. (부분)한 노시인이 살았던 역사엔 핏자국이 찍혀 있다. 혁
시
등록일 2022.12.22
게재일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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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집 방바닥이 계단처럼여러 칸이었으면 좋겠다첫번째 계단에는 결혼하기 전알던 여자를 눕히고그 바로 위 계단에는 그녀가낳아보지 못한 내 아이를 누이고 싶다눕기 싫다고 아이가 앙탈하면내가 대신 기저귀 차고 드러눕고 싶다아니면, 피로에 지친 암개미처럼나 혼자라도 알 까고 싶다그리고 문득 눈 감으면그 모든 계단들이 부챗살처럼 접혀아무도 내 생각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분)위의 시는 “-싶다”와 “-좋겠다”의 문형을 반복하면서 아이처럼 소망을 표현한다. ‘시 창작 연습’이란 기성관념에서 벗어나 시 쓰기를 통해 자신의 소망-그
시
등록일 2022.12.21
게재일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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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을 넘긴 대추나무가서쪽으로 기우는 달밤입니다수평으로 퍼지다 직각으로 올라간얼마 되지 않은 대추나무가지에도이른 메밀꽃처럼 꽃이 핀 달밤입니다훤히 뚫린 개집 안 더 아픈 강아지가끈질기게 앓는 강아지의 등에 바짝 붙어흰털을 핥으며 실눈을 빗뜨는 달밤입니다만물이 상생하면서 이루어지는 우주 생명의 경이가 선명하고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는 시. 특히 강아지의 따스한 애린을 보여주는 행동은 어떤 인간 모습보다도 감동적이다. 꽃이 피어날 장소를 제공하는 대추나무도 타자에 대한 애린을 보여준다. 달빛은 세계 내 존재자들이 보여주는 애린의 세계를
시
등록일 2022.12.20
게재일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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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양철지붕은 비었다,비었다고 엄살을 떨지만터지게 익어가는 나락들을 붙들고들판은 숨죽였다.그쳤다 쏟아지다, 가을 소나기다시 멎는 고들고들한 정적 사이밤 내 들리는 풀비질 소리누가 하늘에 도배를 했나쓰고 남은 들판의 푸름을빗방울로 콕 콕 찍어 바르는 것을콩잎 쓰고 숨어 보던 도마뱀 한 마리아침 천정에 무늬가 살아 움직인다.맑고 경쾌한 풍경이 그려진 상쾌한 시. 세계를 푸르게 물드는 박명(薄明)이 다가온다. 하늘은 푸른색으로 도배되어 있고, 소나기 내린 후 맺힌 빗방울은 그 푸름을 사물들에 “콕콕 찍어” 바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시
등록일 2022.12.19
게재일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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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한켠의 시소에 여섯 살 여자아이와일흔의 할머니가 마주앉아 있다여섯 곡절의 노래로 늙은 꽃나무에 불을 매달면길 먼 사람의 발자국처럼 저녁 강의 물소리가서쪽 하늘에 고인다어린 묘목들만이 남아 그림자를 거두는 시간씨 빠진 꽃대궁의 하늘에 함박눈이 쏟아지고시소는 금세 손잡이처럼 외로운 모양으로 비어진다그 무엇도 누구의 것도 아닌 시간이늙은 우편배달부처럼 다녀가는 모양이다수천의 첫 하늘, 눈이 길게 내린다“놀이터 한켠의 시소에” 마주 앉아 있는 두 삶. 여섯 살 여자아이의 삶은 피어나고 있는 꽃과 같고 그 맞은편의 할머니는 이제 곧
시
등록일 2022.12.18
게재일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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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수록 좋은 날은 안 생기고닷새 장마다 낯익힌 어물전 끝냄이 할미팔다 남은 물가자미 세 마리 건넨다순례할미, 말없이 물가자미 받아들고나생이 한 단 들이민다나이롱 보푸재에 계란만큼 남아 있던 겨울 해는저만치 삿갓봉 목재를 기웃거린다손주 놈 골덴바지 말아 쥔나이롱 보푸재, 순례할미 손등 검버섯 새로한 줄 희멀건 힘줄, 숨 가쁘다 (부분)‘순례할미’와 ‘끝냄이 할미’는 팔다 남은 음식을 직접 교환한다. 나생이 한 단과 물가자미 세 마리는 화폐의 척도에 따라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따라서, 그리고 계산이 아닌 애정 속에서
시
등록일 2022.12.15
게재일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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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밑에 매달린 고드름들 사이로,흐린 하늘에 목매달아 죽은 가오리연을 본다하늘을 휘젓는 연의 시체는 부드럽다까만 바람, 겨울은 낙타를 타고 걷는다이따금 땅바닥에 흩어진겨울의 부러진 발톱을 몰래 줍는다주워들고는 죽은 구상나무 뿌리에 기우뚱 심어놓는다구상나무는 아무것도 모르고 순하게 죽어 있다뿌리에서 또 다른 슬픔이 자라는 줄도 모르고죽은 몸과 자라나는 슬픔 사이의 여백이 차갑다애인은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갔다 (부분)겨울은 까만 죽음의 계절이다. 가오리연이 목매달아 죽는 계절. “애인은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갔”지만, 시인은 여전히
시
등록일 2022.12.14
게재일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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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 무렵, 그렇게 우주가 사람의 마을로 손금처럼 내려오고 아직 저마다의 이름을 채 밝히지 못한 시간, 가난은 그래도 사람들을 먼저 깨워 이 시간을 온전히 지키라 합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과 저 산을 지나 우주 한 끝에 닿는 길을 당신이 먼저 걸어보라 합니다. 아마 그 몸에도 동이 트려나봅니다. 아직 잠든 식구들을 두고 시퍼런 눈으로 동트는 사람들, 그들이 한 우주가 아니겠습니까? (부분)명명되기 직전의 시간인 ‘동틀 무렵’,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한 가장의 몸에 빛이 닿고 있다.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가난한 실업자들의 몸에도,
시
등록일 2022.12.13
게재일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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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불꽃에서수많은 불꽃이 옮겨 붙는다그리고는누가 최초의 불꽃인지누가 중심인지알 수가 없다알 필요도 없어졌다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그렇게 내 사랑도 옮겨 붙고산에 산에꽃이 피네꽃밭의 모든 꽃이 스스로 중심이듯이, ‘촛불 시위’에서 촛불을 든 모든 사람은 스스로 중심이다. 촛불이 전염력이 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중심이 될 수 있어서 극도의 자발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인은 위의 시에서 촛불이 사람들 사이에 “옮겨 붙는”다는 일은 꽃이 피어나는 생명 현상-사랑을 통해 생겨나는-에 따르는 것임을 암시한다. 사랑이 옮겨
시
등록일 2022.12.12
게재일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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