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가는 보도(步道)가 이별로 가득하다. 빨간 이별, 노란 이별, 보랏빛 이별, 푸르딩딩한 이별도 있다. 한 가족으로 봄에 태어나 살다가, 때가 차 나눈 이별들이 이처럼 서로서로 다르다니 웬 까닭일까. 이별들의 표, 낙엽을 밟으며 걷는 내 마음창고에 수많은 이별이 켜켜이 쌓인다. 가을이 깊다. 가로등 빛에 기력을 잃은 늦가을 열나흘 달이 벚나무 단풍잎 사이로 외롭다. 세상 만물은 어찌하여 헤어져야만 하는가. 사람은 물론 동식물, 미생물, 무생물, 심지어 행성과 항성, 은하계, 우주까지 이별로 점철되어 있다. 도대체 나는, 너는, 우리는 이 이별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만 하는가. 창백한 달 앞에서 신성한 의식(儀式)이 시작되고 있다. 추운 겨울동안 가장(家長), 벚나무를 살리기 위해 잎이 제 몸
칼럼
등록일 2017.11.16
게재일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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