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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늙은 느티나무는 하숙생 구함이라는 팻말을 걸고 있다한때 저 느티나무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었다온갖 바람빨래 잔가지 많은 반찬으로 사람들이 넘쳐났다수많은 길들이 흘러와 저곳에서 줄기와 가지로 뻗어나갔다그런데 발 빠른 늑대의 시간들이 유행을 낚아채 달아나고길 건너 유리로 된 새 빌딩이 노을도 데려가고곁의 전봇대마저 허공의 근저당을 요구하는 요즘하숙집 문 닫을 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 지금은느티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틱틱 끌리는 슬리퍼, 런닝구까딱거리는 부채, 이런 가까운 것들의 그늘하숙이나 칠 뿐시인이 본 늙은 느티나무는 한때 마
시
등록일 2020.08.11
게재일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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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머루와 으름덩굴을 좇아다니다산골짜기에 들어가서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다날은 어둡고 산짐승들은 울고어린 나이에 얼마나 울며불며길 잃은 것을 후회했던가맛있는 것에 눈이 멀어산을 둘러보지 못한 탓이었다오늘 도심 골자기에 들어와서길을 잃었다먹고사는 데만 급급하다쾌락의 토끼 꼬리만 정신없이 따라다니다인생을 조감하지 못한 탓이다어린 시절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것처럼 도심 속 바쁜 생활 속, 지금도 길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삶의 쾌락을 좇아가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남의 이목을 의식하며 살다 보면 진정한 나의
시
등록일 2020.08.10
게재일 20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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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을 달린다 나는아직도질주하고 있는 누우떼의 한가운데서선두, 혹은 후진으로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면서한가운데라고 재난이 결코 피해가지 않는그 한가운데를 지키면서어느 순간 덮쳐 목을 물어뜯을지도 모른다악어가 우글거리는 강을 건너멀리서 너 역시 정신없이 뛰고 있는 모습을생존이 그토록 몰아치는외로운 모습을 훔쳐보면서마음의 갈기를 날리면서팽팽해지는 뒷다리의 근육을 느끼면서목동에서 청량리로청계천에서 종로로안 보이는 초원을 찾아아직도초원에서 맹수의 추격에 쫓기는 누우 떼의 필사 질주를 보며 시인은 비슷한 상황을 인간에게 적용시켜 보는 것
시
등록일 2020.08.09
게재일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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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자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깔끔히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비워 놓았다아주머니들은 예전보다 청소를 더 잘 한다왜 그런지?깔끔한 빈 통들 속에기쁨보다 슬픔이 더 꽉 들어차 있다길 없는 어두운 마음 여럿이거기 꽉 들어차, 집단으로 숨죽이고 앉아 있다저녁이면 건물 한 귀퉁이, 컴컴한 골방에 몰려 앉아온 건물을 다 허물 듯 황당한 냄새 퍼뜨리며후르륵후르륵 라면을 끓여 먹는그 숨죽인 침묵들을 나는 봤다(….)시인의 시선은 크고 거창한 것에 가 닿아 있지 않음을 본다. 절실한 삶의 현장에서 포착되는 사소한 현상에 세밀하게 집중됨을
시
등록일 2020.08.06
게재일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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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도 비 개인 눈부신 날에지상의 가장 훌륭한 거처라도 도시를 떠난다투명한 이파리들의 속살에 눈이 뒤집혀딴살림 차리러 간다신갈나무다 후박나무 같은 것들의그 어디쯤에 숨어 사는 목숨을 여생을 나리라그동안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 찾아다니느라 고생했다대여섯 장의 카드에 포인트 적립하느라 수고했다여기저기 눈치 보며 발맞추어 사느라 애썼다하지만 사월도 비 개인 눈부신 날에더는 견딜 수 없어 그대를 떠난다헐렁한 중학생 모자를 쓰고 올라와 만난나의 꿈 나의 사랑 나를 키워준 도시시의 제목이 품은 음역이 넓고 재밌다. 그동안 앞만 보고 치열하
시
등록일 2020.08.05
게재일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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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에 꽂힌 채 이글이글화경(火鏡)처럼 세상을 내다보던 눈하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하나의 달과 열한 개의 별이 되어제각각 빛의 바람개비로잠든 세상을 밤새 내려다보던 그 눈,떠나기 꼭 3개월 전에 남겼다는그의 수칙한 자화상을 보면벌써 그 불길 고스란히 다 가라앉아희미한 갈색 눈썹 아래더없이 차갑고 맑은 두 눈동자만이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한 채 빛나고 있다마치도 닿아야 할 저편 강 언덕을지그시 건너다보듯 그런 쓸쓸함,그런 결연함으로화가 빈센트 반고흐의 ‘자화상‘이라는 그림에서 흐릿하고 불분명한 듯하게 그려진 그의 눈을 시인은 뜨겁고
시
등록일 2020.08.04
게재일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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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줄 풀어 시 물결꽃 피우던칠월 열엿새앞사람 그림자출렁출렁 내게 흘러와일생에 꼭 한번푸른 물에 장대붓 적시라 한다낙강 물굽이에배냇짓하는 붉은 달둥둥 띄워놓고서푸른 물에 장대붓을 적시라 한다시인은 낙강 위에 뜬 달을, 그 푸른 강물 위 붉은 열엿새 달을 시로 풀어내기가 얼마나 지난한가를 토로하고 있다. 그 신비로운 장면을 시로 승화시키기가 어렵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연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존재의 비밀 혹은 현상을 포착하고 시로 옮기기란 얼마나 힘든가를 말하며, 이렇게 어려운 시업(詩業)에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펴보이고 있다.
시
등록일 2020.08.03
게재일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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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몇 개의 얼굴이반짝이고 있을이 길 끝에는두드리면 열리는나의 집이 있다가끔은차가운 별빛과새벽이슬을 묻혀 와도잠들었던 불이 켜지고다시 꺼지는이 따뜻한 사랑 속매듭을 풀면 쏟아지는반짝이는 웃음피로한 길을 헤매다가도길 끝에는 항상 나의 집이 있다잠들었던 불이 켜지고다시 꺼지는.집을 안식의 대명사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사느라고 지치고 상하고 아파도 집으로 돌아오면 편안한 안식에 들 수 있고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우리가 돌아가는 길 끝에는 따스하고 아늑한 안식처인 집이
시
등록일 2020.08.02
게재일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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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만난 연꽃 피었다그 연꽃 아름답다 하지 마라더러움 딛지 않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오욕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삶 어디 있으랴생각해 보면 우리도 음부에서 피어난 꽃송이다애초 생명의 자리는늪이거나 뻘이거나 자궁이거나얼마쯤 질척이고 얼마쯤 더럽고얼마쯤 냄새나고 얼마쯤 성스러운 곳이다진흙 속의 연꽃 성스럽다 하지 마라진흙 구렁에 처박히지 않고진흙 구렁에 뿌리박지 않은 생 어디 있으랴진흙 속에서 피워 올린 아름다운 연꽃을 통해 인생의 본질에 대한 시인의 섬세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캄캄하고 답답한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시
등록일 2020.07.30
게재일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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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어야 한다새, 푸른 풀, 나무곤충, 먼지만 한 벌레,하얗게 둥근 달반짝이는 별들,수많은 돌멩이조차꽃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아이에게 향기를 주는 꽃도시가 있어야 살 듯이가물은 이 땅에새의 폐 속에 들어갔던 공기가꽃의 폐 속으로도 들어오듯이이 땅의 이슬 같은생명들은 시의 비가내려야 산다.구약성서의 ‘시편’을 보면 신에게 경배와 송축의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가 시(詩)를 쓰는 것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시에서 시인도 우주의 모든 것 존재의 방식을 인식하는 가장 좋은 형식은 바로 시라고 역설하고 있
시
등록일 2020.07.29
게재일 20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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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슴푸레한 산줄기가 줄을 서 있는저 산 너머에는 누가 살까삼삼한 그리움나와의 거리는 얼마쯤일까누군가 손들고 나올 것 같다거기 누구 없어요내가 부르면 너도 대답 한다거기 누구 없어요동경은 먼 하늘가에 머물고그곳으로 날아가고 싶다가슴으로 다 담아 낼 수 없는이 슬픔은 무엇일까텅 빈 하늘가에서자꾸만 먼 곳이 그립다가고 싶다시인이 그리워하는 산 너머 그곳은 어디이며, 거긴 누가 살고 있을까. 평생을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향해 날아가는 법을 가르쳐온 시인은 연륜을 더해 가면서 무어라 단정하기 어려운 어떤 그리움에 젖어 있음을
시
등록일 2020.07.28
게재일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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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통점을 이어놓고 나면나의 형상이 되리라그렇듯 나무는 나무의 통점의 총합이다아픔이 사라진 나무는 장작에 지나지 않는다세상에, 생이 아픔과 동의어라니아프지 않으면 노래가 떠오르지 않듯이다리가 아프지 않을 땐 다리가 있는지도 모른다나무의 통점에서 꺼낸 잎이 푸르다꽃은 통증의 역설이다시인이 말하는 꽃은 극한 고통의 산물이다. 고통의 밑거름 위에 고통의 격랑 끝에 피어나는 것이 꽃이라는 것이다. ‘나무의 통점에서 꺼낸 잎이 푸르다’라는 시구에서 이같은 인식이 발견된다. 지독한 고통의 과정을 거친 후에 나무는 푸른 잎을 매단다는 것이
시
등록일 2020.07.27
게재일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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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빗소리를 듣고 있다 노자(老子), 그 상선약수(上善若水)듣고 있다. 지붕에막 도착한 저 노자, 탁탁탁 맨발로 내 귀를 핥는다내 귀에 입 맞춘다.나는 비의 맨발에 마음을 집중한다맨발에 탁탁탁 노자가 꽃핀다꽃피는 삶이란? 물소리인가 빗소리인가빗소리가 먼 길을 떠나고 있다내 서투른 삶에 덧칠은 말자덧칠은 독(毒)이다.맨발이 꽃이다탁탁탁 노자가 맨발로 내 귀를 핥는다엉켰다 풀렸다 빗소리가 먼 길을 떠나고 있다탁탁탁 소리 내며 비가 맨발로 지나고 있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시적 인식도 표현도 새롭기 그지없다. 존재에 대해 감관을 열고
시
등록일 2020.07.26
게재일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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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우리들 위해손바닥 나무껍질 되도록 괭이질했지만나른한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어린 우리들은 풀숲 이슬 걷어내고감꽃 주워 먹으며 허전함을 달랬고봉제공장 돈 벌러 떠난 누나 생각하며무명실 꿰어 목걸이도 만들었다입 안 가득 남아있던 떨떠름한 그 맛해마다 감꽃은 지고 또 지고어느덧 아버지도 감꽃 닮은 별이 되었다산책길 문득, 지는 감꽃 다시 본다떨어진 꽃받침 안에는, 아어느새 새끼손톱만한 어린 열매가참새 새끼처럼 재잘재잘 자라고 있구나꽃은 비록 지지만 어린 생명을 키우기 위해스스로 추락하는 별이 된 것이다그렇게 또 가을이면 감이 익고봄
시
등록일 2020.07.23
게재일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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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리 대숲이 비에 젖는다책상 위에 놓아둔 잉크병에녹색 잉크가 그득해진다죽죽 죽죽죽 여름비는 내리고비에 젖는 대나무들몸의 마디가 다 보인다사랑은 건너가는 것이다나도 건너가지 못해내 몸에 남은 마디가 있다젖는 모든 것들제 몸의 상처 감추지 못하는 날만년필에 녹색 잉크를 채워 넣는다오랫동안 보내지 못한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사람푸른 첫줄 뜨겁게 적어놓고내 마음 오래 피에 젖는다은현리 고향집 대숲에 내리는 여름 비를 바라보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생각에 젖어듦을 본다. ‘사랑은 건너가는 것’, ‘건너가지 못하고 몸속 깊은 곳에 마디와
시
등록일 2020.07.22
게재일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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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보이지 않는다어린 시절 모깃불에 피어오르던마당가 생풀들의 영혼나와 동생은 멍석에 앉아 국수를 먹었다막내 동생 오목한 입속으로 빨려들던 국수가락 끝후루룩 별들이 따라 들까봐 고개를 젖히곤 했다다랑이 논에 물대는 소리가 마당까지 들리고해질녘 삶아 건진 국수가 허옇게 몸을 불리다 시들해질 때쯤논물에 찰랑찰랑 별을 담구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셨다 (….)시인은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풍경을 제시하면서 향토적 분위기와 함께 아득한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 시절 후루룩 빨아들이던 국수 가락 따라 별이 따라 들까봐 고
시
등록일 2020.07.21
게재일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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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밭 원고지에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온몸으로 껴안고 사랑하며땀 흘려야 쓸 수 있지만쓰고 난 후에도 보살피지 않으면제멋대로거나 사라지지만날마다 새로운 파노라마 초록시이다언제나 설레고 아름답고 편안한숨 쉬는 생명시이다옷은 황톳물과 풀물로 얼룩지고호미 들고 동동거려 팔다리가 쑤셔볼품없이 늙고 여위어도식물 글자로 시를 쓰는 것이 즐겁다어느 날 들판이 문득 나를 불러땅에 식물 글자로 시를 쓴 지 어언 20년출판할 수 없는 시집 한 권지금 내 몸과 영혼의 집이 어여쁘다시인이 말하는 ‘식물 글자’는 무엇일까. 어찌 보면 시의 주된 제재가 황토밭
시
등록일 2020.07.20
게재일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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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저편에 너를 세워두고혼자 가는 길, 자꾸만 발이 저리다잡목 숲 고요한 능산 아래 조그만 마을거기 성급한 초저녁별들 뛰어내리다 마는지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아득히창호지 구겨지는 소리, 그 끝을 따라간다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낡은 문설주에 문패 자국 선연하다아직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혼자 가는 이 길누가 어둠을 탁,탁, 치며 걸어오는지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를 잡아당기는지한 때 투병을 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심도 있는 작품을 써 온 시인은 인생이란 끝내 혼자서 외롭고 쓸쓸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시
등록일 2020.07.19
게재일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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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시외버스터미널 앞. 비가 내린다영업용 택시들이 온몸을 적신 채 기다란 그리움을 흘리고 있다.저 축축한 그리움들, 야생마처럼 말굽을 푸르릉 거린다.목 놓아 달리던 푸른 들판, 때로 붉은 신호등에 발목이 붙들려 안달하던 그리움,속도 무제한의 질주를 그리는 저 그리움의 정체는 무얼까. 비가 내린다.노오란 비옷을 입은 그리움, 터미널 앞의 그리움을 녹이고 있다.그렇게 내 욕망은 나이를 먹어가고, 룸미러에 비친 얼굴, 이마에 바코드가 선명하다.누군가 내 이마의 바코드를 읽고 있다.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일 년이, 내 생
시
등록일 2020.07.16
게재일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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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썼다가 지우고 나니사과꽃 피었습니다보고 싶다고 썼다가 지우고 나니사과꽃 하얗게 피었습니다하얀 사과꽃 속에 숨은 분홍은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무엇이 되어 있을까요살면서 가졌던 꿈은그리 큰 게 아니었지요사과꽃같이 피어만 있어도 좋은꿈이었지요그 꿈을 못 이루고 갈 것만 같은늦은 봄간절하였다고 썼다가 지우고 나니사과꽃 하얗게 지고 있습니다사과꽃 같이 피어만 있어도 좋은 꿈을 꾼 적이 있었다고,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날지도 모른다고, 그 사랑 간절하였다고 말하며 시인은 유수 같은 세월의 허망함을 느끼고 있다. 그대 때문에 아프다고
시
등록일 2020.07.15
게재일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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