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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이랑에 몇 포기 들깨 무성하면 들깨가 잡초 들깨 고랑 비집고 고무락고무락 참깨 올라오면 참깨, 니가 잡초 명분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려면 어떨까 쓰잘데없는 명분에 목숨 거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시인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들깨면 어떻고 참깨면 어떤가, 모두가 소중하고 의미있는 생명체다. 이름만 다를 뿐이지 모두가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가진 존재들이다. 우리네 인간들은 어떠한가. 명분에 얽매여 부질없는 것에 매달리는 우리가 아닌가 한 번 우리를 들여다 볼일이다.
시
등록일 2014.01.16
게재일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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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못 예비군 훈련장 전봇대에 묶어 놓은 괴뢰군 플라스틱 인형 늠름하다 꽃도 피었다 지고 낚시꾼도 왔다가 가고 단조로운 햇살만 내리쬐는 날 바람 속에 멍하게 있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그와 둘이서 듣는다 편하고 한가하다 그는 총을 들고 지키고 그 옆에서 나는 한숨 잔다 시인이 그려내는 참 재밌는 풍경 속으로 따라가다 보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예비군 훈련 갔다가, 오전 훈련 마치고 점심 먹고 훈련장 전봇대에 묶어놓은 괴로군 인형 곁에서 낮잠에 드는 시인. 그 풍경에서 우리는 이념을 초월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민족 동질성의 회복, 통일에의 염원이 깊이 깔린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4.01.15
게재일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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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빨갛고 노란 저녁노을의 맛을 모르지 처연히 홀로 서서 지나간 시간을 당겨보는 것 파도소리를 밟으며 원시림 깊숙이 내 작은 마을에 등불을 켜는 그 속엔 언제나 가볍지 않은 내 생이 돌아와 있으니 아늑하고도 떫은 그대의 미소도 함께 수풀져 있으니 저녁노을 붉게 물들면 그 속에 처연히 홀로 서서 지나간 시간들의 페이지를 들추며 회상에 젖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 가슴 속 작은 마을에 등불이 켜지고 휘적휘적 수풀을 휘저으며 살아온 지난 시간 속의 사람들이 떠오르고 흐릿하게 혹은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리라.
시
등록일 2014.01.14
게재일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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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 누렇게 빛이 바랜 편지봉투에 담겨진 그 속에서 20년을 보냈을 것이다 봉숭아물을 백반 없이 들이나 갖다주꾸마 투명한 백반 알갱이를 잘게 부순다 봉숭아꽃잎과 으깨지는 붉음이여 더 붉어지는 꽃 무좀으로 천시당한 발톱에 고이 얹었다 화관을 쓴 발가락들 부끄러워 저희들끼리 킬킬 댄다 마디 굵은 손가락에 족두리를 올린다 남새스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붉은 손톱 밑 검은 때자국이 선명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굽어가는 손가락들 손톱은 죽어서도 자라는가 어머니의 젊음은 손톱뿐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한 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손톱과 발톱에 고운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시인은 그 한 많고 고단한 어머니의 생을 들여다보며, 억척같이 건너온 세월, 그 그윽한 생의 향기에 딸은 젖어들고 있다. 모녀지간, 가슴과 가슴으로 눈빛과 눈빛으
시
등록일 2014.01.13
게재일 20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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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장맛비 잠시 숨 고르는 사이 교실 창틈으로 포로롱 날아든 잠자리 한 마리 시험지 받아들고 미로를 헤매던 아이들 일제히 잠자리가 그리고 간 자리에 눈길을 준다 유리창 너머 파란 하늘로 쏜살같이 날갯짓하다 부딪히고 다시 부딪히고 아이들은 활자와 도형이 종횡무진하는 길 위에서 가도가도 막은 창 다시 가도 막은 창 파닥거리는 잠자리에게도 가쁜 숨 몰아쉬는 아이들에게도 출구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출구가 없다. 유리 수족관 같은데 갇혀 치열한 입시전쟁에 심신을 고갈시키고 있다. 고개 젖혀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높은 산봉우리에서 함성을 지르는 호쾌함도, 조용히 동서고금이 명서를 읽으며 사색하고 깊이 사유하는 진지함도 찾아볼 수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참으로 갑갑한 현실 속에 갇혀있다. 안타까운 일이
시
등록일 2014.01.12
게재일 20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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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삼만 평 비산비야를 적시는 곳 밥 먹다말고 혼자 짧게 훌쩍였다는 노파가 고사리 돋는 소리 엿들으며 살았다던 한 칸 움막 그 움막 폭삭 삭아 흔적 없는 자리 조막조막조막조막 짧은 문장의 황홀한 구걸의 손들 극약처럼 아찔한 문장이다 너는 너무 오래 혼자 우는 젖은 문법이었구나 다시, 유목의 긴 시절이 올 것 같다 햇 봄, 돋아나는 고사리의 모습을 조막조막한 짧은 문장의 황홀한 구걸의 손들이라 표현한 시인의 시선이 재밌고 따사롭다. 봄비 속에 새 생명의 순을 내 놓는 고사리. 가만히 혼자 우는 문법이라고 말하는 시안이 깊다. 맞다 이제는 긴 유목의 시간을 걸어가야할 것이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가야할 것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시
등록일 2014.01.09
게재일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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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새순 말려 띄운 작설(雀舌)을, 늦가을 해어름에 비로소 뜯네 기다려도 올 이 없는 산 중 삶인데 고이고이 간직해온 심사는 뭘까 뒤뜰엔 산수유 열매가 붉어 메꿩 몇 마리 부리 쪼는데 찌르레기 샘물 찍어 하늘 바래듯 늦가을 홀로 앉아 차를 마시네 기다려도 올이 없는 외진 산방(山房)에 가을 산과 대좌하여 드는 작설은 지난 봄 이슬에 젖은 찻잎이 오늘은 서릿발에 향기도 차네 새봄의 작설 한 줌을 늦가을 산방에서 우려마시며 시인은 외로움과 기다림에 눈을 감는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득한 그리움 끝을 물고 새들은 날아갈 것이고 쓸쓸히 가을꽃들도 떨어질 것이다. 서릿발 차가운 시간을 건너가는 머언 기다림은 무엇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4.01.08
게재일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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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려야 할 슬픔이 너무 많아 기어이 꽃은 제 몸을 찢고야 말았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마 입술을 앙다물고 참아보아도 혈관을 타고 흐르던 아픔은 줄기에 잎에 가시로 돋아났다 보금자리도 없이 새끼를 낳은 설운 짐승의 눈빛으로 홀로 형극(荊棘)의 길을 가는 온몸 가시를 세운 멍든 얼굴 오늘은 오늘이 길을 가는 거라고 염천의 하늘 아래 조심조심 눈꺼풀을 연다 호수면을 가득 덮은 물풀들 사이에 철갑을 두른 듯 튼실한 줄기에서 피어나는 꽃. 닥지닥지 가시를 붙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를 피워올리는 아름다운 연꽃에 시인의 마음이 가닿아 있다. 수많은 시련과 아픔을 감내하고 피워올린 꽃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값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좋은 환경과 여건 속에서의 성
시
등록일 2014.01.07
게재일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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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만 뽑아내던 물푸레회사 자판기가 창고로 밀려나고 수선집 담벼락엔 석양을 걸친 플라타너스가 박음질 되었다 노루박 박음질이 막 끝난 배내옷 밑그림은 어렵게 따온 햇살과 강아지풀이란다 치맛단을 꿰러온 필화댁 우스갯소리에 몇 년 전 묵은 이불에서 뜬금없이 박태기잎이 돋아나고 사과밭에 새참 배달 가는 여자, 손에 든 둥근 세상이 마냥 흔들린다 베갯잇에 단풍 물든 산은 낮게, 산 그림자는 주름노루발로 바꾸어 프릴 만드는 걸 잊지 않는다 산을 베개 삼아 누운 가을 문장 툭, 툭 실밥 터지듯 붉게 타들어간다 몹시도 뜨겁고 힘들었던 시간을 물고 거칠게 몰아치는 태풍의 생채기가 걸쳐져 있는 가을은 곱다. 시련과 역경의 시간이 길고 깊을수록 그것을 감내하고 극복하고 오는 결실을 참으로 소담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다. 시
시
등록일 2014.01.06
게재일 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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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창 다 빼고 빈 몸 허공에 내걸렸다 원망 따위는 없다 지독한 목마름은 먼 나라 얘기 먼지 뒤집어써도 그만 바람에 흔들려도 알 바 아니다 바짝 마르면 마를수록 맑은 울음 울 뿐 산사의 추녀 끝 풍경소리가 날리어가는 쪽에 목어가 헤엄치고 있다. 속창을 다 빼고 빈 몸으로 허공을 향해 저어가고 있다. 지독한 목마름도 원망도 없이 어디론가 목어는 헤엄쳐가고 있다. 인생이란 어쩌면 절집의 한켠에서 어딘가로 헤엄쳐가는 목어와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를 비우고 또 비우고 차오르는 욕망과 집착을 벗어버리고 무욕의 정신 하나로 헤엄쳐가는 것이 우리의 한 생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4.01.05
게재일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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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막 사이로 어둠이 가득 고였다 모로 눕자 예민해진 소리들이 누렇게 흘러나와 들리지 않는 소리로 바뀌었다 난 다만 작고 희미해지는 것이 안타까웠을 뿐 씨이잉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깜깜해진 소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뿐 어둠을 연습하는 어떤 몸짓과는 달랐다 들어야하는 것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없는 마음을 생각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세상에 없는, 세상에 늘 있는 엄마 얼마나 파고들어야 들릴까 저 따뜻한 소란을 흘려주는 회리 소리 의사는 빛으로 소리를 쏘았다 돌돌 말려 들어갈수록 빛이 닿지 못하는 고막의 소실점 너머, 맨 처음소리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이 귀머거리의 나날이 좀 마음에 든다 귀의 통증을 통해 어쩌면 심각한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시인은 거기에 머무르고 주저하고
시
등록일 2014.01.02
게재일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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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와 악수하고 있으면 이 사람 목젖이나 가슴 어디쯤 잘 간직해두었던 따순 눈물들 손금 따라 흘러나와 나까지 적시고 문득 눈길 들어 올려다보면 얼굴 가득 순한 웃음에 나는 고만 부끄러워지는데 내 손에 붙잡힌 여린 뼈마디들이 가만가만 속삭인다 괜찮아요 저도 부끄러운 게 많아요 그이와 악수하고 나면 가만히 막걸리가 묵고 잡다 가만히 건내는 악수. 손바닥을 감싸 쥐는 그 짧은 순간이지만 시인은 손바닥 가득 타고 흘러오는 상대의 안온한 인간미와 풋풋하고 알싸한 사랑을 느낌을 고백하고 있다. 악수를 하면서 상대방의 얼굴이나 눈빛을 바라보지 않아도 맞잡은 손의 온기를 통해 진지하고 진실된 사람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단 시인에게만 있는 통찰력은 아닐 것이다.
시
등록일 2014.01.01
게재일 201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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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너에게 전화를 했다 잘 지내니? 잘 있어요. 잘 계시지요? 응. 나도 잘 있어 …. 잘 지내지 못한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 말의 통로인 전선이 비에 젖고 있었다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거나 물을 때가 있다. 이 시처럼 잘 지내지도 못하고 뭔가 일이 꼬이고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에도 있는 대로 말하지 못하는 심정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안녕하지 못하고 힘든 일에 빠져있거나 어려움에 들어있는 것을 알면서도 확인하려들지도 않고 그냥 괜찮으냐고, 괜찮다고 묻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말의 통로인 전선이 비에 젖듯이 안부를 묻고 답하는 서로의 마음도 젖어들 것이 분명하다.
시
등록일 2013.12.30
게재일 201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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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나의 정체성에 대한 답은 어렵고 특별한 것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이 시의 요체다. 나의 하루 하루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이다. 남대문 시장 같은 삶의 현장에서 나는 누구냐에 대한 답을 찾을 수있다는 것이다. 고생스럽고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
등록일 2013.12.29
게재일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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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얐습니??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즉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얐더??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설에 대히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시인은 무언가 간절히 기다리는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애절하게 전달하기 위해 `님을 기다리는 여인`의 가면을 썼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예쁘게 꾸미고 기다리던 경대 위에 야속하게도 꽃잎만 떨어지고 있어 애닯은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의 우주와 자연, 사람에 대한 사랑
시
등록일 2013.12.26
게재일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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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조선소나무 슬그머니 손을 뻗어 하늘의 흰 구름을 끌어당기고 있다 흰 구름도 내심 싫지만은 않았던지 응댕이를 돌려대 주면서 마주 이끌리고 있다 그렇다! 나도 이젠 흰 구름이나 공손히 받들고 서 있는 한 그루 조선소나무였으면 싶다 조선소나무에 걸리는 흰 구름. 그들의 어우러짐은 얼마나 자연스럽고 정겹고 평화로운가. 조선소나무처럼 공손히 구름을 받들고 살겠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여생을 그리 무위자연으로 살다가고 싶어서 인지 모른다. 얼마나 가파르고 살벌하고 절뚝거리는 불구의 삶이 팽팽히 흐르는 우리네 삶을 향해 던지는 잠언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3.12.25
게재일 201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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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제일 춥다는 소한(小寒)날 남수원 인적 끊긴 밭 구렁쯤 마음을 끌고 내려가 항복받든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만신창이로 뻗든가 몸 밖으로 어느 틈에 번개처럼 줄행랑치는 저 눈치꾸러기 그림자 마음을 다스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시인은 소한날 차가운 겨울 밭 구렁에서 분분하고 시끌벅적한 마음을 꺼내 항복을 받든가 아님 굴복을 하든가 결단을 내고 싶다는 말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바르게 다잡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쉽지 않음도 시의 뒷 부분에서 볼 수 있다.
시
등록일 2013.12.23
게재일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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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속에는 바람이 벼린 칼날이 숨겨져 있나부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저 늙은 소나무가 하얀 피눈물을 다리께 젖도록 울겠는가 민족현실과 민중적 생명력을 노래해온 시인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깊은 침묵에 들고 있다. `세월 속에는 바람이 벼린 칼날`이 숨겨져 있고, 하여 하얀 피눈물을 다리께 젖도록 울었던 존재는 늙은 소나무이기도 하고 시인 자신이기도 하다. 가만히 눈 감고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고 싶은 아침, 아슴아슴 가슴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시
등록일 2013.12.22
게재일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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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한설에 풍경소리마저 얼어붙은 겨울 산사에서 온 밤을 통째로 우는 건 문풍지뿐이다 문의 틈새를 살고 있으나 사실은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솜이불이 깔린 따뜻한 아랫목에 몸을 누이고 바람 타는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바람이 멈추고 울음을 그쳐도 문풍지는 문풍지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다 차라리 바람에 온몸을 치떠는 것이 몸부림치며 우는 것이, 살아있는 이승의 시간인 것을 안이어서도 안 되고 밖이어서도 안 되는 안과 밖의 경계를 살아야 하는 문풍지 안도 밖도 아닌 경계에 서 있는 것들의 슬픔, 그 아픔의 존재론적 성찰이 깊은 작품이다. 시인도 그런 운명적 존재가 아닐까. 늘 경계의 그늘을 들여다보고 엿보아서는 안되는 세상의 비밀을 이미 알아버린, 결코 축복이 아닌, 경계에 선
시
등록일 2013.12.19
게재일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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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던져 개를 쫓으려 한 적이 있다 신발을 던져 닭을 쫓으려 한 적 있다 신발을 던져 자식을 쫓으려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골목 밖으로, 있는 힘껏 신발을 집어던지던 사람을 알고 있다 자식을 향해 던지려던 외짝 신발을 거머쥐고 되돌아서던 그 사람을 알고 있다 한없이 안으로 오므려지던 신발도 없이, 대책도 없이 맨발로 쫓겨나던 그 자식의 맨발바닥을 알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시려옴을 느낀다. 왜일까? 시인이 말한 신발을 던지는 일들을 많이도 보았고 우리도 그랬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신발 던져 개나 닭을 쫓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을 향해 그것도 자식을 향해 신발을 던져 쫒아내는 어버이의 그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피눈물을 머금고 던지려다
시
등록일 2013.12.18
게재일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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