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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기실 제 손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한 슬픔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이다 몸이 남아 있으므로 살아야 하는 모든 것들의 감금과 슬픈 노동을 나무는 필사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고 있는 동안 옹이진 손끝에서 움찔움찔 마침내 날개를 접은 새 움이 돋는 것이다 나무는 파랑새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는다 그것이 뭉툭한 가지에서 돋아난 건지 필사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살짝 날아 앉은 건지 묻지 않는다 시인은 영원의 시간 속에서 매년 재생되는 존재의 양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차오르는 생명감에 대한 고요한 탄성을 내 지르고 있는 듯하다. 해마다 봄이 오면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가을이면 잎새도 열매도 떨어져 앙상한 몸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에서 우리는 생의 한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슬
시
등록일 2014.03.16
게재일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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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한 폭의 묵화를 보는 느낌의 이 짧은 시에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도와 밭을 갈고 짐을 져온 소의 운명적인 동행이 편안하고 적막한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할머니와 동고동락해온 소를 할머니는 자신의 몸처럼 아껴주고 목덜미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힘겨움과 외로움을 함께해온 동반자에 대한 애정이 비록 짐승이지만 깊이 스며있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4.03.13
게재일 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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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냇가에 고기 잡으러 갔다 솜방맹이 석유 묻혀 깊은 밤 검은 내 불 밝히면 붕어들 눈 멀거니 뜨고 가만 있었다 흐르는 냇물 안고 자고 있었다 밑 빠진 양철통 갖다대도 아직 세상 흐르는 줄 알고 가만 있었다 우리 언니 죽을 때 꼭 그랬다 착한 눈 멀거니 뜨고 입 벌린 채 가슴 아픈 가족사가 시의 바탕에 깔려있다. 시인의 내면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을 아픔의 사건이다. 시인은 언니의 죽음을 통찰하지 않고 그냥 보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섬뜩한 대면에 어떤 힘이랄까 운명 같은 것이 지배하고 있다라는 것을 느끼게해주는 작품이다. 어떤 불가항력의 순간을 우리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
등록일 2014.03.12
게재일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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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하염없이 뱀들을 풀어놓고 뱀딸기는 익어갔다 모여서 익어갔다 아무도 먹지 않지만 누군가는 먹고 싶었다 그날까지 걸어가면 걷다 보면 닿으리라 뱀딸기 몸 뜨겁던 서늘한 풀밭머리 맨발로 뙤약볕 삼키며 한 아이 서 있으리라 뱀딸기를 매개로 시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시의 내용처럼 아무도 먹지 않지만 누군가는 먹고 싶었을 뱀딸기의 맛에는 금지(禁止)와 유혹(誘惑)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 뱀딸기에 대한 그리움은 자기 본원의 정체성이나 자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이다.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게 하는 끌림의 매체가 아닐까.
시
등록일 2014.03.11
게재일 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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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에게 늦은 밤 바지춤 열고 짠물로 네 뿌리를 능멸했건만 넌 나를 이 봄에도 마중하는구나 대추열매 바라지 않을 테니 오래 푸른 잎들만이라도 풍성하게 날려주련 수령이 높아도 매년 열매를 맺을 줄 아는 대추나무에서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찾아가는 시인의 눈이 깊다. 나이들수록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인가.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말고 끊임없이 성취에 대한 열망으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결실에 이르를 수 있다는 진리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열매가 열릴지는 알 수 없으나 푸른 잎새라도 누리고 싶은,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노래다.
시
등록일 2014.03.10
게재일 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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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니러 온 생각들 마음 밑바닥에 몇 켤레 벗어던진 낯선 양말짝들 근일 부쩍 조신해진 봄볕에 양구침음 중인 늙고 마른 매화 등걸이 제 겨드랑이께 밭은기침처럼 뱉어 놓은 저 갓난 꽃들 쥔 엄지손가락 묻힐 정도로 양재기 대접 가득 찰름찰름 받아든 서울막걸리 거기 걸게 뜨는 흥감한 적막 엄동을 건넌 만물들에 봄빛이 스미고 꿈틀거리는 생명감이 차오르는 이른 봄을 그리는 시인의 손 끝에 어룽어룽거리는 아지랑이가 보이는듯하다. 겨우내 움츠리고 눈감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풀꽃, 나무들이 가만히 되살아나고 일어서기 시작하는 봄. 잎이 나오기 전에 먼저 꽃봉오리를 맺는 순간은 엄숙하고 경이로운 순간이다. 시인의 말처럼 흥감한 적막이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4.03.09
게재일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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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정치들이 거리를 누빌 때도 그는 말이 없었다 창밖의 풍경에 관해 시간이 그런 인내를 그에게 가르쳤다 다만 의자 위에 잠이 든 손님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잊고 있던 그의 생을 때로는 상처에 의해 가꾸어지는 영혼을 거울 속으로 사라지는 푸른 날의 기억들 김 씨의 손끝은 이제 조금씩 떨리지만 그 어떤 가면 앞에서도 의연히 가위를 든다 폭력의 정치를 인내와 침묵으로 보낸 한 사람. 내밀하게 앓으며, 상처받으면서 그의 영혼은 정화되고 또 다른 것으로 승화되어 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나이들어 분노도 비탄도 사그라들고 세월의 무게로 인해 손끝이 떨리기도 하지만 의연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이발사를 통해 시인은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시대의 모순을 지켜보면서 삶의 상처를 안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챙겨가
시
등록일 2014.03.06
게재일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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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구석 작은 염소 한 마리가 그 가족의 모든 미래다 온전히 기댈 언덕이다 여인 하나 제 몸보다 더 큰 푸성귀를 이고 푸른 들에서 유채꽃밭을 걸어나온다 꽃과 꽃 사이 또 하나의 길이 열린다 작은 염소 한 마리가 한 가족의 생계 수단이 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여인이 걸어나오는 길에서 인생의 새로운 한 길을 발견하고 있다. 위대한 인간만이 인간 세상에 길을 내는 것은 아니다. 노동을 끝낸 여인이 밭을 걸어나오는 순간 시인은 거기서 지극히 가난하고 소박한 시골 아낙네의 한 생이 만들어 가는 생의 한 길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4.03.05
게재일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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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어우러져 신나게 북과 장구를 친다 북소리는 백년 소 울음을 우려내는 일이다 거친 풀을 뜯어먹고 밤새 되새김질한 것은 우황 같은 울음 주머니 가죽 안에 만드는 일이었다 나도 한 때 쉽게 삭이지 못한 생각 밤새 되새김질할 때 가슴에 쌓이는 것은 울음이었다 어머니 울음도 저승 어디서 북소리로 살아나 둥둥 울릴 것 같이 하늘 새파란 날 소같이 일만 하시다가 가신 아버지 울음 북소리로 살아나 둥둥 울리는지 이 신명 속 조금씩 살아나는 까닭 모를 이 서러움, 이 애달픔 둥 둥 둥 북이 운다. 소가 운다 어머니 아버지가 운다. 북소리를 들으며 평생 소처럼 일만 하다가 하늘로 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다. 백년 소울음을 우려내는 일이 북을 치는 일이라면, 그 울음이야말로 밤새 되새김질할 때 가슴에 쌓이는 우
시
등록일 2014.03.04
게재일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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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어제 같은 날 어제가 또 오늘 같고, 시간의 무수한 기적소리가 나를 벗겨가 나는 죽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추하고 추하게 살아남아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술기운 약기운으로 버티며 술이 곧 약이지 어떤 흥분을 불러모아 내 몸에서 터뜨려줄 약을 찾아 방바닥에 술잔을 놓고 쓰러져 잠들 때까지 약을 또 먹고 먹어 나를 쓰러뜨리면 무수한 꿈이 일어나 걸어간다 소리 없이, 소리 지르며 끝까지, 추하게,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내가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평화 속으로 천상병 시인은 우리의 한 생을 잠시 다녀오는 `소풍`에 비유한 바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우리의 인생을 여행자가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평생 어떤 약을 입에 털어넣으면서, 무수한 꿈
시
등록일 2014.03.03
게재일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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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거미줄은 이슬의 벤치가 아닐까? 떠돌다 갈 곳이 없이, 쓸쓸히 앉아 있는 가을 공원의 벤치 거리줄은 이슬의, 그런 공원의 벤치가 아닐까? 흔하디흔한 거미줄, 그 사소한 존재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자상하고 따스한 존재감의 인식이다. 약육강식의 한 도구로서의 거미줄이 이슬이 잠시 머물러 제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벤치로, `가을`이라는 시간과 `공원`이라는 확대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짧은 한 편의 시 속에서 시인은 우주를 발견하고 거기에 재밌고 새로운 언어와 정서를 덧입히고 있다.
시
등록일 2014.03.02
게재일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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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이중섭이 윤동주 김정희가 이항복 노천명 서정주 김달진이 오늘은 겸재를 따라 인왕산에 가더라 수성동 계곡에서 돌다리 건너더니 느닷없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더라 겸재의 화첩 속으로 들어가 버리더라 저녁 늦게까지 제비다방 불 꺼지고 부락은 텅 비어서 여름비가 채우고 온 골목 오르골 소리 밤새도록 들리더라 인왕산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그림으로 글씨로 문장으로 그려낸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 뿐이랴. 서촌, 수성동 계곡의 진경산수를 그려낸 겸재 정선의 예술혼은 놀라운 것이다. 또한 그를 시로 문장으로 그려낸 이상, 윤동주, 노천명 서정주 김달진의 시정신이나 기막힌 언어들도 그럴 뿐 아니라, 이중섭의 한 폭 그림들에 담겨져 있는 서촌의 풍경과 그 평화경은 예나 지금이나 고요하고 아름다
시
등록일 2014.02.27
게재일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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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를 세운 바람이 머물다 가는 7부 능선 비탈에 선 나무의 일대기를 읽는다 눈길이 오래 머무는 곳은 은사시나무의 백서다 수사는 생략했다 간결하지만 깊은 문장 꽃으로 잎으로 차마 못했던 말들을 수피에 음각으로 새겨 이다지 간곡하다 나무 앞에서 부끄럽다 농담처럼 보낸 시간들 어깨를 툭 치고 가는 가랑잎마저 아프다 잘 벼린 문장 한 줄은 끝내 나를 비껴 갔다 자연은 그냥 구경하고 관조하는 대상만은 아니다. 자연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자기의 문장을 써 내리고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는 의미없이 피어나고 스러져가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자연의 문법에 따라 저마다 최선의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찌 인간의 문장으로 흉내조차 낼 수 있단 말인가.
시
등록일 2014.02.26
게재일 20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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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하게 찍어놓은 마침표 뒤에 못내 잘 가시라는 추신 한 줄, 마침내 서녘 하늘이 버얼겋게 소인을 찍는다 망자를 보내는 마지막 의식인 하관의 과정에는 고인의 관 위에 흙 한 줌을 내려놓는 의식이 있다. 요즘은 국화꽃잎 한 줌을 뿌리기도 하지만 한 줌 흙을 뿌리는 의미를 시인은 짧은 이 시에서 이승에서의 한 많은 한 생을 마치고 잘 가시라고 부치는 한 줄 추신이라고 말하고, 붉은 노을이 등성이를 물들이며 번지는 것을 소인을 찍는다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감동적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4.02.25
게재일 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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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눈이 마구 내어 밀 듯 새내기들이 얼굴 내민 교정 단정한 화단의 매화나무가 웃음을 한껏 매달고 있다 갑작스런 추위와 마른 바람에도 등굣길 페달이 둥근 아침 교문을 지나 언덕 오르기란 5교시 졸음보단 낫지만 식사 후 배를 쓸어내리는 양지 바란 곳에 겨우내 없었던 꽃그늘이 생겨 까치 두 마리 총총 뛰어 다닌다 갑자기 친해진 두 녀석에게 묻는다 어째서 그냥요 그냥 좋은 걸요 녀석들의 미소가 포르르 가지 위로 날아가서 매화꽃이 되었다 그늘이 다 환하다 아직은 시린 봄, 화단 구석에 환하게 불을 밝힌 매화나무 곁으로 갓 입학한 신입생 새내기들이 깔깔거리며 지나고 있는 교정의 봄을 그려내고 있는 이 시는 싱싱한 생명감으로 일렁거리는 작품이다. 겨우내 없었던 꽃그늘이 다시 생기고 까치들이 찾아들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시
등록일 2014.02.24
게재일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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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숲으로 뛰어드는 여우비에 일제히 목을 놓는 꽃들의 환한 도열 꽃받침 덩그런 자리 미열 아직 남았다 못 지킨 언약처럼 필 때보다 질 때 붉은 서로가 미루지 않고 유감없이 저무는 일 덧 자란 그늘에 엎여 봄은 마냥 저만치다 오면 가는 것이 숨 탄 것의 항다반사 목숨껏 받든 나날 다 앗기고 스러졌다 꽃으로 다녀갔구나, 날 잃고 널 얻었는데 입춘 지난 남녘에는 봄빛이 완연하다. 남해안의 여러 섬이나 해안에 산재해있는 동백나무 숲에는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아침 저녁으로 뻗쳐오고 있는데 자연의 순환은 어길 수 없는 진리다. 화르르 타오르다 후두둑 떨어져버릴 꽃들의 환한 도열을 생각하는 시인의 가슴 속에는 동백꽃보다 붉은 사랑의 빛이 스며 있음을 본다.
시
등록일 2014.02.23
게재일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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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웃음소리가 넘치고도 높아 이끌려 들 때와 빗겨날 때 그 잠깐 동안에 교대되는 어떤 심사 똑딱선이 바다의 전모가 아니듯 표박에 든 배 심해에도 뜬다 어시장 좌판을 사이에 두고 왁자한 흥정 광어는 넙치의 별명이라 그것 말고 우럭 한 마리에 조피볼락을 덤으로 얹으려는 흥정이 사투리보다 가파르다, 죽은 물고기도 아니고 활어를 자꾸만 끼워 넣으려는 이 행락이 나는 조금 더 두근거려주었으면 바라지만 한 생이 항구 밖으로 끌려 나가는지 무적이 고삐 끌린 황소울음으로 운다 누구도 주인이 아닐 때 안팎에서 떠도는 풍문으로 숨구멍이나 틔우듯 재래식 수다 말고 더 섞을 것이 없는 무료! 삼천포 어시장 좌판에서 시인은 왁자한 흥정과 시끌벅적한 풍경 속에서 사람 사는 얘기의 한 면을 재미난
시
등록일 2014.02.20
게재일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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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이었다. 찬송가를 부르는 두 사내 곁으로 비둘기와 스님들이 지나가고 사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날아가는 새처럼 두 팔을 벌리고 역의 간판을 보는 것 같았다. 하늘은 비둘기 색, 어느 것도 날 수 없는 끝의 끝. 우리는 걸어 여기까지 오고, 날아서 다른 곳에 가야 한다. 부산 바람에 연등이 흔들린다. 노숙자들이 옷깃을 여민다. 소주를 턴다. 찬송가 악보가 날아가 연등 곁에 앉았다. 더 갈 곳이 없이 어색해진 두 사람, 소개받은 돼지국밥 집이 저 건너에 있을까. 바람이 광장에서 하늘로 건더기들을 쓸어 올린다. 광장이 텅 비었으면 좋겠는 날이 있다. 부산의 바람이 그 날 불었다. 부산역 광장 뿐이겠는가. 수없이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역 광장에는 오갈데 없는 노숙인들이 세상과 사람들을 멀뚱하게 바라
시
등록일 2014.02.19
게재일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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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나의 한쪽 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금주를 소개시켜줄 나의 한쪽 눈을 맡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쪽 눈을 배수진으로 치고 다른 한쪽 눈을 내놓을 방법을 찾으려고 화분에 물을 준다 광장에 나간다 전태일의 일기를 읽는다 세상 살다보면 이리 저리 나를 퍼 줘버리는 때가 있다. 그래도 절대로 건드리지 못하는 내 정체성, 실존적 자존을 지켜나가겠다는 시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이다.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광장에 나가기도 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키우고 격려하며 언젠가 자신을 위해 아니면 세상을 위해 한 번은 몸 내놓아야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리라.
시
등록일 2014.02.18
게재일 20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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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 집 마늘 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 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 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고향집의 평화경이 펼쳐진 작품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채곡이 쌓인 고향집 풍경은 투명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곳이다. 고단하고 힘든 현실에 살면서 우리 모두는 그리움의 붓으로 저마다의 고향집을,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
등록일 2014.02.17
게재일 201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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