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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가지를 수놓던 동백꽃 목탁 두드리듯 첨벙첨벙 물에 뛰어들어 붉은 꽃잎 한 장 한 장 스미는 살얼음에 견성하다가 얼음 속에 꼭 갇혀 동백얼음꽃으로 붉은 보길도 세연정은 해탈한 붉은 동백얼음꽃 경전 읽는 재미로 얼음 밑 흐르는 물들이 졸졸졸졸 자잘자잘 해탈송 암송하더라 화엄(華嚴)세상은 어디일까. 엄동의 혹한을 건너가는 동백꽃들이 목탁을 두드리고 경을 읽으며 견성(見性)에 이르려고 정진하는 곳, 하여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으로 거기에 화답하는 바로 거기가 화엄이 아닐까. 세연정은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의 정자다. 겨울이 스러져갈 즈음 거기 세연정 주변 화르르 타오르던 동백들이 화엄세상으로 툭툭 떨어져
시
등록일 2010.11.21
게재일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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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 불어난 강을 힘겹게 건너서는 뒤돌아보고 가슴 쓸어내린다 벌건 흙물 거친 물살 저리 긴 강을 내게도 지나온 세월 있어 지나오긴 했는지 몰라도 뒤돌아보이는 게 없는 건 아직도 쓸려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언제나 확인하고 확신하는 이 몸짓은 떠내려가면서 허우적이는 발버둥인가 내게는 도무지 사는 일이 왜 건너는 일일까 한 시대를 잘못 꿈꾼 자의 강박일까 삶은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일까 이 생의 건너에는 무슨 땅이 나올까 많이도 쓸려왔을 터인데 돌아보면 어째 또 맨 그 자리일까 `초심`(2003) 시인은 삶 자체를 강을 건너는 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숙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자신은 여전히 자신의 삶
시
등록일 2010.11.18
게재일 201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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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고 맑은 날이 잦아지면서 저물 무렵 산책이 습관처럼 밴다 거리에 나서서 지는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그곳은 내 고향 떠나온 자는 하루가 바쁘지만 한주일이 더디고 한 달은 가지 않고 돌아가마 약속한 날짜는 오지 않을 것 같다 …. ( 중략 ) 까마귀는 이 땅의 무엇이 좋아 저리도 많이 퍼졌을까 나는 깃들일 처마 하나 없고 끈끈한 습기를 몰아 소리 없이 안개비 내리는데 소리 없이 가을은 가는데 고향에서는 주인 잃은 등불 하나 반짝이려나 …. ( 시의 일부분 인용 )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2001) 낯선 곳에서의 외로운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객수(客愁)와 고독감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지. 외
시
등록일 2010.11.16
게재일 201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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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지고 속이 빈 갈대는 돈을 모으며 기다립니다 진창을 딛고 발이 빠진 갈대는 운명을 탓하며 흔들립니다 세월이 흘러 머리가 빠진 갈대는 세상을 원하며 운다 갈 때가 되어도 가지 못하고 늪가에 꽉 박아서있는 갈대 인생살이를 갈대의 삶에 비유한 시이다. 험악한 세월을 가난과 시련 속에 시달리며 살아온 조선족의 슬픔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쉽게 흔들리는 갈대의 속성보다는 타성에 의해 고난 받고 통제받을 수밖에 없는 슬픔이, 민족적 수난의 일단이 비치는 아픈 서정의 시다.
시
등록일 2010.11.15
게재일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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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다랗게 날로 투명하게 몸속에 걸리는 환(幻)의 거미줄 누구나, 몰래 사랑해온 제 혼자만의 환이 있던가 시장 어귀에서 평생 튀밥만 튀겨온 할아범도 아침마다 푸성귀보따리를 펴던 할멈도 자기만의 환(幻)으로 세상을 꾸렸던가 시장 속으로 걸어가는 아스팔트 위 마음의 단추알들 후두둑 흩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머언 어딘가에 귀기울이다 저도 모르게 울어버리는 풍경(風磬)이었느니 머언 어딘가를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물알갱이로 풀어지는 구름이었느니 스스로 그 누군가의 환(幻)이 되어 흘러가는 중 …. ( 시의 일부분 인용 ) `하늘 우체국`(2003) 시인은 누구보다도 환을 보는 사람이리라. 시적 대상의 현실은 물론 그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고
시
등록일 2010.11.14
게재일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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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후문 올라가는 길모퉁이 무성한 담쟁이넝쿨들 높다란 축대 하나 껴안고 있다 목을 빼고 쳐다보면 축대 위에는 무화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한 그루씩 제 몸피만큼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그 안, 허름한 기와집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푸른 담쟁이 잎들의 흔들림 속 웃음소리만 간간이 맑은 바람결에 새어나온다 주인이 누군지 궁금하다 한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는 가만히 조용한 시이다. 이 땅 소도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편안하고 평범한 풍경 속을 걷고 있는 시인은 그 풍경 속 사람들의 낮고 평평한, 조용하면서도 가난한 삶들이 궁금해서 목을 쭈욱 빼보기도 하고 닫힌 대문을 살짝 열어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 웃음소리가 맑은 바람소리에
시
등록일 2010.11.09
게재일 20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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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 ( 시의 일부분 인용 )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연탄은 자기를 소멸시켜 타인을 덥혀주는 존재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리라. 시인은 세상을 살면서 제대로 사람값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치열하게 표현된 작품이라 해야겠다.
시
등록일 2010.11.08
게재일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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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캄캄했을 때 창문 깨고 투신하듯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꽃은 견딜 수 없는 嘔吐다 나는 꽃을 집어먹었다 팝콘을 꽃에 비유한 재미난 작품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지점에서 시인은 속을 뒤집어 터뜨리는 `팝콘`이 되었고 `꽃`이 되었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고뇌, 젊음의 열기, 사랑의 좌절 등을 읽을 수 있는 시이다
시
등록일 2010.11.07
게재일 20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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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훔치는 뱀과 싸웠나? 벼랑에 날개 접고 살던 새들 급한 소리 요란하게 돌과 함께 떨어져 내린다 절벽 절벽 절벽, 끊임없는…. 그 아래 텀벙대는 삶이 노을에 잦아진다 황새여울 끝자락쯤에서 나룻배 암초에 걸려 물살에 식은 맘 깎이며 뱅뱅 돈다 `녹`(2001) 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 시이다. 우리나라 어딘들 이런 평화경이 없을까마는 동강의 절벽과 그 아래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와 급하게 떨어져 내리는 새들의 비행은 참으로 맑고 깨끗한 평화경이 아닐 수 없다. 물여울 어디쯤 뱅뱅 돌고 있는 나룻배의 풍경도 정겨운 모습이다. 요란하고 분답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만히 눈 감고 시인이 그리는 풍경 속으로 따라가 봄직하지 않는가.
시
등록일 2010.11.04
게재일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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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에 서서 하늘에 노니는 꽃가지 그늘에 서서 아득히 하늘길 다녀왔느니, 처음인 듯 이 세상 한번은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 조붓한 골목 돌아 한길 나서 돌아보느니, 차창에 옛집 스치듯 그 지붕 너머 하늘 스치듯 어느새 어스름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에 와서 그런 골목 몇 채 걸어나왔느니, 이 세상에 내가 지은 집이란 그 골목 끝에 걸어둔 하늘 몇 채인 것이었다 필자가 만난 장철문 시인은 참으로 따스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가 한창 시를 써서 발표하던 그 시기의 시적 경향과는 좀 다르게 그의 시는 다분히 긍정적이었고 삶에 대한 인식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편들이 많았다. 뿐만아니라 언어를 만지는 솜씨가 여간이
시
등록일 2010.11.03
게재일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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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흐르는 강물이지만 한복판에 흐르는 물살은 급하고 도도하다 마치 내가 걸어온 지난 날처럼 다 같은 강물이지만 강가에 흐른 물살은 물무늬도 짓고 맴돌기도 하면서 흐르는 물살은 강둑의 플라타너스나 풀뿌리들을 키운다 마치 내가 걸어오며 놓친 일처럼 …. ( 시의 일부분 인용) `쉴 참에 담배 한 대`(1992) 참교육 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교육현장의 시를 많이 써온 시인의 `강물`이라는 시는 그 연장선상에서 읽혀지는 작품이다. 강물은 변함없이 유유히 흐름을 이어오고 이어가고 있다. 플라타너스나 풀뿌리들을 키우며 말이다. 민중의 삶은 요란하지 않다. 흐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유유히 흐르면서 이 땅의 삶을 풍부하게 일궈 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시
등록일 2010.11.02
게재일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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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깐엔 가마니 같은 눈을 뜨고도 성에 안 차 하는 족족 늦둥이 애한테 통박이다 마수걸이에 호되게 구시렁거리는 아범이다 봄 햇살에 내놓자 바구미들이 구탱이로 몰렸다 겨울 한철에 정미소 기둥이 한쪽 내려앉았다 구덩이에서 무를 꺼내나 반 썩어질 양 정미소가 제 품을 찾으려면 먼데서 여럿 와야 할 모양이다 바구미 등처럼 까맣게 빛나는 봄날 오후의 하리(下里) 정미소 `수런거리는 뒤란`(2000) 봄날의 정미소 풍경을 점묘하듯이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늦둥이 아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서사가 깔린 이 시는 상당히 희화화되어있어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봄날 정미소의 바쁜 풍경이 한 장의 스넵 사진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이다.
시
등록일 2010.11.01
게재일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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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 날지 않아도 바람의 머리칼 선명하다 흰 구름이 산허리를 살며시 감싸안는 게 퍽 조심스러워 보인다 알몸의 나무들도 아주 미세하게 가냘픈 숨결로 온몸을 떤다 겨울 산은 떨림으로 가득하다 떨림이 있어 우주가 존재한다 `영혼의 눈`(2002) 겨울의 산의 활엽들이 떨어져버리고 맨몸의 나무들이 서 있어서 뭔가 비어 있는 헐벗은 것 같지만 실상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산의 몸에 귀를 대보고 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많은 생명체들이 잔잔히 떨고 있거나 일렁거리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시인이 말하는 겨울 산의 떨림. 그 떨림은 봄을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엄숙하고 소중한 생명의 실존이기에 눈바람 속에서도 아름답기 짝이 없
시
등록일 2010.10.31
게재일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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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이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시를 찾아서`(2001) 처연한 현실 인식의 시이다. 어려웠던 시대를 뜨겁고 정직하게 혹은 철저하게 곧은 길로 걸어온 시인의 순결한 저항정신이 전혀 무효화되고 만 현실에 대한 비애가 나타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대는 시대를 계승하기 보다는 배반함으로써 이어져가고 있는
시
등록일 2010.10.28
게재일 20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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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대숲 너머 장광머리엔 간장독 서너 개 모여 있겠다 때마침 바람도 불고 맘씨 좋은 당숙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지나가겠다 쟁기머리 돌아간 밭둑 위에는 막걸리잔 두어 개 놓여 있겠다 머얼리서 노오란 양은 코주전자 앞세우고 갈래머리 계집애 하나 뛰어오겠다 어이 마시, 시째는 시방 뭣 항가 울아비 막걸리잔 들이키다 말고 먼 산 조각 구름 한번 쳐다보겠다 군사독재시대에 민주화 투쟁에 앞장 서면서 민중적 참여시에 깊이 빠져들어 감옥도 가고 아픔을 겪었던 시인이 고향의 풍경, 아버지가 있는 풍경 앞에서 먼 산 조각구름을 쳐다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농촌현실이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아름다운 사람의 정과 살아가는 정겨운 풍경이 있다. 백철주전자 꼴
시
등록일 2010.10.27
게재일 201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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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숭어 한 마리 바다 속에 내려꽂힌다 숭어가 뛰어간 곡선 따라 무지개가 선다 일순 비늘처럼 반짝이는 삶 막막한 허공 속이 한창 동안 매스껍다가 스르륵 그친다 아무도 보는 이 없었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오늘도 전전반측하는 저 바다 언제나 바다는 어떤 예감으로 일렁거리며 엎드려 있다. 요즘 세계 곳곳에는 지진으로 엄청난 해일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하고 있다. 어떤 시인은 저 바다에 누워 라는 서정시로 우리를 사로잡은 적이 있고 시인 김남조는 겨울바다 앞에서 물과 불의 이미지를 대립시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시를 쓴 적이 있다. 분명한 것은 바다는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밀려와 우리를 늘 푸르게 깨워놓는다는 것이
시
등록일 2010.10.26
게재일 201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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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휘청휘청 파고드는 칼날들! 평생 부엉이 울음소리와 함께 살아도 좋다, 하고 어금니를 깨무는 동안 성한 곳 하나 없는 몸, 만신창이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내 안의 각자선생이 달려나와, 만신창이 몸 훌쩍 어깨에 들쳐 맨다 종아리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검붉은 지렁이들! 징그러워하지 마라 지렁이들 꿈틀거려, 너는 아직 살아있다. 하며 누덕누덕 기워진 몸이 낮게 내게 속삭인다 각자선생이 곁에 있는 한, 번쩍 빛을 발하며, 칼날들 몸 속 지나가도 좋다. 하며 상처투성이의 시간이 저 혼자 중얼거린다 이윽고 칼날들, 찢겨진 날개째 추락하는 소리 들린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2005) 어쩌면 우리는 세속적 현실의
시
등록일 2010.10.25
게재일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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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은 멀어짐이 아니고 넓어지는 거라고 이별, 은 기울어짐이 아니고 깊어지는 거라고 딴말하는 너의 등 뒤에 대추나무 한 그루 무수한 별자리 쟁강쟁강 울린다 푸르게 물드는 화엄 어느 결에, 대추 꽃은 피고 진 걸까 가을을 흔히 시들어 떨어진다는 뜻으로 여겨 덧없는 시간들로, 혹은 쓸쓸하고 아픈 계절로 인식해온 우리에게 시인은 가을을 재해석하면서 다가오고 있다. 가을은 사라지고 지워져버리는 시간의 총체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더 깊고 넓은 마련의 시간들임을 시인은 가만히 우리에게 묵언의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푸르게 물드는 화엄이라고.
시
등록일 2010.10.24
게재일 20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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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지느러미가 푸르게 떨린다 그가 열심히 헤엄쳐가는 쪽으로 지상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꼬리 뒤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사라져가는 초고속 후폭풍의 뒤통수가 보인다 그 배후가 궁금하다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2003) 시인은 풍향계를 허공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에 비유하고 있다. 풍향계는 늘 어떤 징후를 느끼게 해주는 사물이고 그 방향과 빠르기는 인간의 관심사가 되어있는 것이 실상이다. 시인은 그 물고기의 유영보다는 그 배후에 관심과 시의 중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사라져가는 초고속 후폭풍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마도 핵폭발에 따른 후폭풍이라 여겨진다. 시인이 말하는 물고기는 바로 우리네 인류로서 핵폭발같은 엄청난 일
시
등록일 2010.10.21
게재일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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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 풀씨 속 푸른 들녘으로 나는 가고 싶다 그 푸른 지평선에 먼 옛날부터 나를 기다리는 오랜 내가 있으니 해와 달 따라 바람 데불고 그 푸른 잠 속으로 나는 가고 싶다 `모든 돌은 한 때 새였다`(2003) 한 톨 풀씨. 비록 작은 한 톨의 알맹이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한 포기의 푸른 생명이 일어서고, 또 한 톨의 씨앗에서 푸른 풀이 자라나면 이것들이 모여서 푸르른 풀밭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이치가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 아름다운 봉사와 사랑은 또 다른 아름다운 손길들로 확산되어가고, 작은 평화는 더 큰 평화로 확장되어가지 않을까.
시
등록일 2010.10.20
게재일 20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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