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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길바닥이 밥자리다 별처럼 밥알들이 흩어져 있다 비둘기들 내려와 쫀다 어제도 여기서 먹었고 그제도 여기서 먹었다 밥 고봉은 높고 뜨겁고 희다 청국장 묽은 내음이 길바닥 낭자하게 물들이는데 열무김치와 김장 김치 그릇 옆에 곤쟁이젓 반 종지 얇게 저민 더덕무침과 콩나물무침이 각각 한 접시씩 흙과 자갈 들 위에 놓여 빛나는 전화 주문에 제꺽 실어와선 길바닥에 부려 놓은 밥 쟁반 덮었던 신문지 걷어내 깔고 앉으면 여윈 몸 떨게 하던 추위조차 길 내며 그녀 에워싸고 노점 펴놓은 대지엔 봄꽃처럼 꽃핀 밥상이 또 한 상 가득 펼쳐지는 것이다 시인이 그려내는 풍경 속으로 따라 들어가다보면 세상에 대한 공허한 생각, 허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지극히 냉정함으로 도시 문명의 비정함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그려내
시
등록일 2014.05.18
게재일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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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나는 이 호각소리에 더이상 놀라거나 실망할 이유가 없어 십이월의 섬에서 고독하게 저녁을 맞는다 식사 시간에도 새벽안개를 긁어모았고 담화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고 일기장마다 건조한 지도를 그려온 나의 그림자도 조용히 앉아 풀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발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논리에 적응하기에 이미 너무 많이 살아버렸는지 모른다. 지난 시대를 한편으로는 원망하고 한편으로는 기억하면서 낡은 길을 고독하게 가고있는 시인의 모습에서 우리를 본다. 아직은 한창 일할 나이인데도 우리는 이미 세상에서 밀려났다고 규정된 `사십대`가 돼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쏜살같이 가버리는 세월의 뒷꼭지를 본다.
시
등록일 2014.05.15
게재일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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낣??긴 지평선을 여러 개 만났다 적적한 날씨여서인지 모두들 이마를 맞대고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나도 안락한 삶을 살고 싶었다 비 오는 날에는 하늘이 녹아 지평선의 살결을 지워버린다 가지 않는 시간이 소문에 젖는다 구겨진 살벌한 여정은 어차피 시야보다 멀리 지나가버리고 내 종점을 찾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반쯤 허물어진 집에 황량한 나라에서 몰려오는 안개 숲과 땅은 지평선을 다시 만드느라 계획했던 낙향을 미루고 있다 이 시에서 지평선은 두 가지 의미로 읽혀진다. 그 하나는 넓고 길고 평평한 이미지를 가지고 안락한 삶에 대한 열망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계의 바깥과의 접선, 혹은 경계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정주와 유동의 의미를 함께 가지며 공유돼있기도 하다. 안온한 대상이기도 하고 항상 그 너머에 대한
시
등록일 2014.05.14
게재일 201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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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고 막막하여 문득 이 세상 홀연히 접고 싶은 날엔 해남 땅끝 물 건너 외로운 한 점 섬 보길도에 가 보아라 중리, 통리 바닷가 수많은 몽돌들 모두가 하나같이 모를 버려, 각을 버려 물 나들며 둥글둥글 한가지로 감싸 안고 사느니 삶이 또 덧없고, 허망하여 문득 이 지상 홀연히 뜨고 싶은 날엔 남해 푸른 파도 너머 햇빛 반짝이는 한 점 섬 보길도에 가 보아라 섬은 육지에서 모두 떨어져 제 몸의 기억 안쪽에 새겨진 장소로 남아있다. 섬은 바닷물결의 순수한 세례를 받으며 고고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있는 존재이다. 섬은 순수하게 자신을 보존하는 마지막 정신적 보루가 되기에 시인은 삶에 지치고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 해남 땅끝에서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섬 보길도로 가보라고 권하고 있다. 거기서 마음을 다독이고
시
등록일 2014.05.13
게재일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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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다 그곳 사람들을 만난다 연변에서 멀리는 하얼빈에서 비행기 타고 배 타고 이 나라 수도 서울로 찾아와 나에게까지 한약재를 권하는 저 많은 사람들, 눈물이 번져오는 젊은 시인의 마음을 그들이 어찌 알랴. 한국 가면 한몫 건진다기에 빚 내서 왔다며 이젠 돌아갈 일이 꿈만 같다며, 결코 가짜가 아니라며 나에게 우황청심환을 권하는 옛 고구려 땅의 흰옷 입은 동포가 어느 날 서울역 지하도에서 가짜 우황청심환을 팔고 있는 현장을 보고 시인은 당혹감과 함께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꿈에도 그리던 조국에서의 형편없는 추락과 비정한 현실을 시인은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시인의 현실 대응을 읽어내리며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짐은 무슨 까닭일까.
시
등록일 2014.05.12
게재일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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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바윗틈에서 1300년간 묻혀 있던 얼굴에서 출토된 잔잔한 물, 눈 감은 채 세상 온갖 주름살을 한없이 한없이 펴놓은 얼굴 주름살 하나 없는 잔잔한 물이여 경주 남산 바윗틈에서 1천300년간 무량한 잠에 빠져있던 불상을 노래하는 시이다. 이미 그것은 불상이면서 불상이 아닌 것이다. 불상의 외피마저 벗어버려 그저 잔잔한 물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의 눈이 깊고 그윽하다. 그 잔잔한 물은 그동안 세상의 온갖 주름살을 펴고 또 펴왔기에 그것은 반야의 빛으로 온 세상에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이 시인의 인식이다.
시
등록일 2014.05.11
게재일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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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뜰의 눈향나무는 눈이 있어 북쪽 막힌 벽 쪽으로는 새순을 내지 않고 비 내리고 바람 불고 햇빛 비치는 남동쪽으로만 할미꽃과 수국과 철쭉을 서슴없이 덮쳐가며 몸을 불렸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품위를 지키면서 푸르게 표 안 나게 소리 없이 진격하여 영토를 늘리고 힘을 키우는 눈향나무는 오늘도 작고 가냘픈 무수카리, 채송화, 은방울꽃을 망설임 없이 깔아뭉갰다 눈은 있으나 마음의 눈이 없는 눈향나무를 어쩌나 에코파시즘을 연상케하는 시편이다. 19세기 자연과 인간이 통일체임을 강조하며 대지에 대한 사랑과 호전적인 인종주의가 치명적으로 연계됐던 일종의 경향이 에코파시즘이다. 눈향나무가 가냘픈 무수카리, 채송화, 은방울꽃을 깔아뭉개며 세력을 펼쳐나가는 자연 속의 폭력을 보여주는 특별한 작품이다. 우리네 인간세계에도 흔
시
등록일 2014.05.08
게재일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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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몰래 내 목걸이에서 빠져나간 펜던트, 아니 내가 슬쩍 밀어 버린 당신, 손톱 하얗게 세우고 눈 흘기는, 초승달, 하늘 손잡이를 힘껏 당긴다. 찢긴 하늘에서 후둑후둑 별들이 쏟아진다. 첫울음도 울지 못한 별이랑, 영문도 모른 채 끌려 나오는 별이랑, 창가로 달려와 이마를 찧고 가는 별이랑, 이제 막 하늘에 뿌리내리며 별이 되고 있을 당신의 아버지까지 ------ 별의별 별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내린다. 바다 푸른 살이 움푹움푹 파인다. 바다가 더 부지런히 제 몸을 뒤집는다 불가사리 한 마리, 바닷가에 식다 만 별 하나가 버려져 있다 거의 신의 경지에 올라서 있는 듯한 화자의 거침없는 행동에 눈길이 간다. 초승달을 하늘을 여는 문의 손잡이라고 여기며 힘껏 잡아당긴다는 시인 표현에서 더 이상 섬약
시
등록일 2014.05.07
게재일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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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별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형태와 골격을 갖지 않지만 미묘하게 모양을 이루는 물의 움직임, 그것이 물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것은 제목처럼 내가 그리워하는 공간 혹은 내 그리움의 운동방식 자체다. 물의 안쪽에서 내가 사라지는 사건처럼 그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이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물의 고요는 얼마나 신비하고 매혹적인가.
시
등록일 2014.05.06
게재일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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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슬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논다 천장에서 떨어진 빛이 유리구슬에 닿은 흰 그림자 흰 그림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며 논다 유리구슬처럼 제 알몸을 부끄럽지 않게 온전히 드러내어야지 이룰 수 있는 흰, 의 경지 검은 그림자 뒤에 저를 숨기는 불순함으로는 이를 수 없는 제보다도 더 빛보다도 더 밝은 빛그림자 그림자 흰 그림자 유리구슬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놀면서 천장에서 떨어진 빛이 유리구슬에 닿아 만들어낸 `흰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순수함을 지향하는 시인 정신을 읽을 수 있다. 다분히 미학적이고 윤리적 순수성에 가 닿아있는 시인의 서정은 투명하고 깨끗하다고 볼 수 있다.
시
등록일 2014.05.01
게재일 201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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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고 부서져 마침내 바다가 된 아버지 무릎뼈는 아파 더 이상 세월 앞에 굽히지 못한다 두통마저 시시때때 파도보다 치솟아 햇살 눈 뜨기 전 통통배로 멸치잡이 나서던 신새벽 활어들의 몸짓만큼이나 펄펄하던 시간들 어릴 적 노닐던 파도의 속살거림 패기로 파도를 사랑한 근육과 의지의 단단함 험난한 삶의 파편마저 넘나들던 유연함 그 뜨거움까지 희미해서 빛을 잃은 태양처럼 희미해져 석양에 갈매기 끼룩끼룩 하얗게 나비떼같이 흐르는 듯 나는 듯 하얗게 빛바랜 모습으로 서 계신 아버지 강하지만 결코 강하지 않는 아버지. 그가 쓸어안고 건너는 시간, 그를 데리고 가는 시간, 그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시간은 짧고 소멸에 가까울 정도로 오래 남겨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시
등록일 2014.04.30
게재일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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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내가 짠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요동쳤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고 위로, 위로 솟구쳤네 나, 그저 날개를 따라왔네 와서, 이녁이 되었네 이녁의 울음이 되었네 한 이레 울다 갈 날개가 되었네 이 시에서 화자는 매미다. 어떤 인연으로 푸른 호랑이가 매미가 되어 이녁의 날개가 되었고, 이녁의 울음 곧 이 지상의 울음이 되었다라는 재미난 가정에서 이 시는 출발한다. 너와 나는 모든 것이며 또한 아무것도 아닌지 모른다. 너와 나의 이녁은 저녁에서 이녁으로 뻗어있는 푸른 호랑이가 한 번 일어서는 자리이며 그 계기일 뿐이다. 인연의 덧없음이 읽혀지는 씁쓸한 시이다.
시
등록일 2014.04.29
게재일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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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소리 없이 켜켜이 쌓이는 저 꿈 같은 것들 그대는 문 밖에서 문풍지 바람으로 덜컹거리고 나는 마음 안에 빗장을 걸었다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갈 길 막고 올 길도 막고 마음 안의 빗장 마음 밖의 빗장 봄 오면 길 뚫릴 것을 그렇게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지난 가을 잎새들이 떨어져 나가고 을씨년스런 날씨들이 이어지면서 걸어 닫았던 마음의 빗장들이 봄이 오면 뚫릴 것이라고 믿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본다. 거친 눈바람에 걸어닫았던 빗장이기도 하지만 인간사, 몰아치는 시련과 힘겨움 때문에 꽁꽁 걸어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자. 희망찬 봄을 맞이하면서 묵은 앙금일랑 지워버리고 되살아오는 생기가 연두빛을 번져오는 이 봄에 활짝 열어젖혔으면 좋겠다.
시
등록일 2014.04.28
게재일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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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여나간다, 시간의 찌꺼기들 우우웅 아우성치며 칼질하는 면도기에 잘게 부서져 흩어진다 잘려나간다, 서러웠던 젊은 시절도 잊혀진 옛 애인의 `샴푸' 내음도 아침햇볕에 사그라져 힘없이 떨어져 내린다 면도질이라는 단순한 일상 행위에서 새로운 느낌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시인의 끼가 놀랍다. 시인의 예민한 감수성은 시간의 찌꺼기, 젊은 시절, 엣 애인의 삼푸 냄새를 면도질과 연결시키는 데까지 이르러 우리의 잠자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재밌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4.04.27
게재일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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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 깊숙이서 전부가 되어 버린 당신의 모습을 본다 당신 몸속 깊숙이서 전부가 되어 버린 나의 모습을 본다 당신은 이제 진짜 나다 나는 이제 진짜 당신이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몸속에서 정신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고 그와 하나가 될 때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시인은 이러한 합일체를 이중불꽃이라고 표현하면서 나와 너의 두 화촉에 점화된 불꽃에 스민 진정한 사랑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글거리는 용광로는 불꽃을 댕기고 인생을 값지게 달구는 사랑을 제련하는 담금질을 한다. 이런 불꽃이 이중 불꽃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4.04.24
게재일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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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반타작 아득하게 노을진 강 낙동강은 처음부터 보여줄 것 다 보여주지 않는다 푸른 생애를 메다 꽂은 강둑도 이제는 다족류들처럼 편안하게 다리 뻗고 잔다 아직도 먼 인생이다 흐르는 강(江)도 늘 그렇지만 인생도 처음부터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고통과 슬픔, 분노와 좌절, 용서와 사랑이라는 긴 강을 건너야만 인생은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이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시인은 푸르른 낙동강 둑에서 아득히 노을진 강을 바라보며 이러한 인생의 이치를 본 것이다.
시
등록일 2014.04.23
게재일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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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삶일까? 이 시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밥값`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우리 주위엔 이 밥값을 하고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아니 나 자신마저 밥값 제대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보고 싶어진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남을 위해 배려하며 기꺼이 자신을 내주는 진정한 밥값하고 사는
시
등록일 2014.04.21
게재일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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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달빛 비린내가 난다 이 달빛 언제나 청보리 냄새가 난다 달 뜨자 방울음산 꼭대기 불쑥 솟아나 방울음산 아래 가문 들녘 훤히 눕다 청보릿골 겹으로 깔고 달빛 덮고 달빛에 꿈틀꿈틀 청보릿대 비벼넣는 그런 일이여 그런 일의 땀몸, 찝찔한 비애여 오월 춘궁이 있었다 몸 팔아 새끼들 먹인 그 여자가 있었다 이 달빛어디서나 방울음산 세우고 산 아래 척박한 땅 그 풀빛 비릿한 눈물맛 풍긴다 이 시는 달빛과 청보리의 교접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는 특별한 발상이 중심 서사를 이루고 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대의 보릿고개에 얽힌 가슴 아픈 가난에 대해 언급하는 시인의 가슴으로 아련한 서러움의 물결이 덮쳐옴을 본다. 청보리가 익으려면 아직도 몇 고개가 더 넘어야하는 춘궁, 눈앞에 출렁이는 청보리를 두고도 겉보
시
등록일 2014.04.20
게재일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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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자전거를 탄다 뒤에서 잡아줄 듯한 하늘과 멀찌감치 서 있던 나무가 같이 페달을 밟을 듯 가지를 흔드는 공원길로 자전거를 몰고 간다 바보야,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으라니까 넘어져 보라니까 귓바퀴가 잘 생긴 바람의 훈수를 들으며 나는 멀리까지 나아간다 이젠 넘어지지 않는 실력이라 자꾸 너무 멀리 나아가서 한편으로 슬프기도 하다 자전거 타기가 서툴고 어렵지만, 멈추지 않고 그 힘든 과정을 꿋꿋이 이겨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끊임없이 전진하려는 시인의 욕구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육체보다는 정신이나 마음, 혹은 혼이 앞 서 있는 것이리라. 뭐든지 마음먹고 하고자 하면 육체적 여러 어려움이야 끝내 극복해 낼 수 있는 법이다.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우리
시
등록일 2014.04.17
게재일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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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용한 족집게를 가지고 봄을 뽑아 올린다 살구나무 등걸에서 살구 꽃망울 제비꽃 불탄 자리에는 제비꽃 어두컴컴한 물 속 갈대 우듬지에서도 갈대 여린 싹을 쏙쏙, 용하다 참말로 박수보다 용해서 겨울도 암팡진 칼날 누굴누굴 누그러뜨리고 벌이랑 풍뎅이, 제비, 송사리 떼 한눈팔아도 걱정 없다 아직은 차가운 봄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봄을 끌어당기는 힘을 발견하고 있다. 살구나무 등걸에 환한 살구 꽃등이 켜지고, 제비꽃 불탄 자리에는 보랏빛 고운 꽃잎이 피어오른다.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봄비의 줄기마다 주렁주렁 새 생명의 고운 꼭지들을 매달고 있음을 시인의 눈은 놓치지 않고 있다. 봄비에서 시작된 생명의 물결이 우리네 삶 속으로 물결쳐 오는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시
등록일 2014.04.16
게재일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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