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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발을 처음 샀다 새로 신은 신이어서 정말 기분 좋았다 어릴 적 나는 할머니 손잡고 죽변 장엘 갔다 할머니는 한 아름 월동추를 팔았고 나는 아이스케키를 사 먹었다 할머니는 월동추를 판 돈으로 소주를 한 곱뿌 드셨다 할머니는 기분이 좋았다 손주 놈 신도 샀고 소주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는 걸어서 집으로 오셨다 집에서 할머니는 손주에게 새 신을 신겼다
시
등록일 2011.08.07
게재일 20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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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들리지 않아 아름답고 보이지 않아 아름답다 소란스러운 장바닥에서도 아름답고, 한적한 시골 번잡한 도시에서도 아름답다 보이지 않는 데서 힘을 더하고 들리지 않는 데서 꿈을 보태면서, 그러나 드러나는 순간.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다움을 잃는다 처음 드러나 흉터는 더 흉해 보이고 비로소 보여 얼룩은 더 추해 보인다 힘도 잃고 꿈도 잃는다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보이지 않는 데서 힘을 더하고 들리지 않는 데서 꿈을 보태면서 숨어 있을 때만, 숨어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빛을 받아 반짝이거나,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그 외적인 아름다움이 표출되는 수많은 것들의 세상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빛
시
등록일 2011.08.03
게재일 20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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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멀 - 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5행의 짧은 시이지만 절제된 언어의 상상력이 뛰어난 시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고자 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향해 푸른 기차는 가고 있는지 모른다. 제목의 죽편은 옹이진 마디와 마디를 수직이 아닌 수평의 공간으로서 푸른 기차의 칸칸을 연상케하는 참으로 재밌는 작품이다. 대꽃 피는 마을까지 이르는데는 백년이 아니라 영원히 이르를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지 모른다.
시
등록일 2011.08.02
게재일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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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면 도시는 냄새의 감옥이 된다 인사동이나 청진동, 충무로, 신림동, 청량리, 영등포 역전이나 신촌 뒷골목 저녁의 통로로 걸어가보라 떼지어 몰려오고 떼지어 몰려가는 냄새의 폭주족 그들의 성정 몹시 사나워서 날선 입과 손톱으로 행인의 얼굴 할퀴고 공복을 차고 목덜미 물었다 뱉는다 냄새는 홀로 있을 때 은근하여 향기도 맛도 그윽해지는 것을, 냄새가 냄새를 만나 집단으로 몰려다니다보면 때로 치명적인 독 저녁 6시, 나는 마비된 감각으로 냄새의 숲 사이 비틀비틀 걸어간다 자연에서의 저녁 6시는 노을이 스민 사물들이 고요히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평화롭고 안온한 시간이다. 그러나 도심에서의 저녁 6시는 타락한 도시문명의 후미진 공간
시
등록일 2011.08.01
게재일 201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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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그와 떠난 이의 범람만 있을 나, 줄 것이 없다 연습삼아 헤어 질 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가벼운 바람에도 펄럭, 내 몸을 넓게 펴 햇빛 곱실곱실 기는, 꽃은 가장 크게 입여는 돋은 잎에서 사과 떨어지듯, 잘 익은 사과를 받듯, 땅은 허리 굽혀 받아라 그런 날 배우처럼 예쁘게 그와 눈 맞추며 살랑 바람처럼 손을 흔든다 잘 가라, 그는 내 몸의 수의를 걸치고 나는 그를 입고 결국 나는 그를 물려받을 것이다 야트막한 언덕에 사과꽃이 하얗다. 과원지기들은 소복한 사과꽃을 따주어서 가을의 결실을 예약한다. 그렇다 사과꽃이 떨어져 둥치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결코 가을의 빨간 사과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이다. 죽음은 또 다른 결
시
등록일 2011.07.31
게재일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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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동물들이 망하기 시작한 건 이빨로 해결해도 될 일을 혀로 해결하면서 부터이다 이빨로 물어뜯어 씹어 삼킬 일을 자꾸 세 치 혓바닥 안에서 궁글려 녹이고 있고, 녹녹하게 잘 녹지 않는 것들을 한번 더 부드럽고 달콤하게 둥글려 쥐도 새도 모르게 꿀꺽 삼키고 있다 제 할 일을 사사건건 떠넘기는 이빨 때문에 세 치 혀는 그래서 일이 무척 많아졌다 한 때의 조상이 사냥개였던 저 늙은 개 역시 목덜미를 물어 한번에 제압할 일을 혀에게 다 떠넘기고 있다 컹컹 이제 아무 위엄도 없는 울음을 짖고 있다 무섭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 저 개처럼 무엇이든 제압할 일이 생기면 오랫동안 그 앞에서 무릎 꿇고 그의 발꿈치나 핥아주고 있다 행동으로 결행해야할 일들을 말로 해버리는 세태에 대한, 그 경박함에 야유를 보내는 작
시
등록일 2011.07.27
게재일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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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강은 어둑해졌다 강 가의 누이는 강냉이를 삶으며 아직은 빛 속인 남산을 본다 산 아래 동생은 기름진 밥상을 앞에 두었다 잠들기 전에 먼 곳의 누이가 먼저 흐느끼고 더 먼 곳의 동생도 운다 누가 북강에서 남산을 보는가 또 누가 남산에서 북강을 바라보는가 분단 60년의 아픔이 절절히 스민 감동적인 시이다. 이념과 사상이 달라도 어쩔 수 없는 한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가슴 저미는 아픔을 지속케 하는가. 끝없이 기다림과 그리움에 가슴이 멍들게 하는가. 이제 그들은 만나야한다.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은 하나가 되어야할 일이다.
시
등록일 2011.07.21
게재일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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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너와 나, 자연 혹은 우주와 나,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긴밀한 관계에 의해 연관되어있는지 이 짧은 시 한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대 혼자서 피워 올린 그대의 꽃과 거기에 찾아든 꽃벌 한 마리지만 그것은 결코 혼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운명 같은 것, 인연이라고 하는 어떤 질긴 줄이 서로에게 걸쳐져 있어서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리라. 사랑은 더더욱 그런 것이리라.
시
등록일 2011.07.20
게재일 201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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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지는 섬진강 따라 쌍계사 십 리 벚꽃 길 가지마다 층층 그 꽃그늘 아래 퍼질고 앉아 펑펑 울고 싶은 봄날 옥색 저고리 다려 입고 꽃놀이 한번 가고 싶다던 당신, 어디 있나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이렇게 절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향과 어머니. 이것은 아무래도 도시적이기 보다는 농경사회에서 비롯된 오래 정착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농경문화적 정서와 가치가 소외되고 붕괴되어가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시인은 가만히 고향과 어머니를 일으켜세우고 있다.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1.07.19
게재일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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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이 두 다리 가지런히 하고 한 방향으로 누워있다 부리 끝이 파랗다 사랑 한번 못해보고 습관처럼 알만 낳다가 가슴에 알 한번 품어보지 못하고 어미 노릇 못해본 저것들 생떼 같은 목숨 깃털로 서로 덮어주며 구덩이 속에 모로 누워 있다 포크레인 부산하던 소리도 뻣뻣하게 굳어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구제역과 함께 조류들의 수난은 예삿일이 아니다. 조류독감으로 떼로 매립되는 닭들에게서 인생의 보편적인 진리를 건드려내는 시인의 눈이 참 따스하다. 그래, 일생동안 폼 나게, 멋지게 한번 살아보지 못하고 자식 농사에 등이 휘어진 이 땅의 어머니들을, 그들의 쓸쓸한 노년과 죽음을 생각게하는 감동적인 시이다.
시
등록일 2011.07.18
게재일 20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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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은 한정 드는 쇠기러기 조선 나이 오늘은 나도 짚 두 가닥으로 묶은 간고기 한손 사 들고 쇠기러기처럼 죽을힘 다해 옛집으로 돌아가겠네 콩 파고 가던 뿌뜰이처럼 간고기는 버리고 소리끼 없이 비린내만 들고 가 처마 낮은 사람들 마을 처처에 걸어두겠네 북극성 같은 생의 첫 고요에 걸어 두겠네 시인은 온전한 향수를 통해 생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하고 있다. 향수는 옛것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와의 단절을 통해 현재의 삶을 가로막는 모순과 위선에서 벗어나게 한다. 농민시인으로 활동하는 그의 시에는 농민의 현실적 고통과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분노와 함께 싸워서 이겨나가려고 하는 희망과 신념같은 것이 깔려 있다.
시
등록일 2011.07.17
게재일 20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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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고 새끼 두 마리가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 먹이를 구하다가 지치고 병든 컹컹 우는 암사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한 생의 반려자인 아내. 일상 속에서의 그 사랑의 무게나 소중함은 잊고 살아가는 것이 다반사다. 아이를 낳고 어려운 가정의 경제를 챙겨가며 점점 낡아 가고 헐어 가는 아내가 어느날 쓰러져 들쳐업고 병원으로 뚸어가??시인은 비로소 아내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라는 말에서 남편으로서의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한꺼번에 묻어나고 있다.
시
등록일 2011.07.13
게재일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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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부천시 약대 시유지에는 황토로 벽돌을 만드는 벽돌공장 근처에 벽돌만으로 지은 둥지가 있었다 주로 추석연휴 동안 친구들을 동원해 밤낮 없이 다 지어 놓으면 시청 철거반이 와서 보고는 다 지어 놓은 집을 부술 수가 없어 돌아가면 집짓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짓다 만 집은 그 벽돌을 다 실어가 버렸다 창문은 비닐로 가려놓으면 되었다 혹 돈을 많이 번 집이 있어 둥지가 비게 되면 몇 만원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언제부터 그렇게 둥지가 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둥지를 버리고 집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집은 사흘 동안에는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람들은 집을 지으며 집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일생동안 집을 짓
시
등록일 2011.07.05
게재일 201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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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단풍나무 가지 끝이 서서히 홍조를 띄며 술렁인다 온 산이 따라서 파동친다 구름이 산에 들다가 잠시 멈춘 사이 버들강아지 보송보송한 털 속으로 빨려드는 파동의 은은한 빛을 본다 신의 축복처럼 조용히 눈이 내린다 조용히 다가오는 봄을 관조하고 있는 시인은 되살아오는 자연의 세밀한 부분들에서 신의 축복을 느낀다. 지금 우리 사위에 우거져 출렁이는 저 푸른 숲들을 보자 얼마나 풍성하고 아름다운가. 신은 우리에게 때를 따라 엄청난 자연의 축복을 베풀어주고 있다.
시
등록일 2011.07.03
게재일 20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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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사에 누워 뒤척이는 새벽 벌레들이 운다 벌레들이 푸른 울음판을 두드려 울려내는 청명한 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야봉 하나를 뒤덮고 마침내 그 봉우리 하나를 통째로 떠메고 조금씩 떠나는 게 보인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진 울음의 강이 산을 싣고 흐르는 게 보인다 아래쪽 산자락을 잘팍잘팍 적시면서 벌레 소리에 떠가는 산 골짜기의 절간까지, 싸리나무 일주문까지 벌레들이 울음소리로 떠메고 남해 바다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 벌레들이 울음소리를 떠메고 남해바다로 가고 있는 것을 본 시인은 삶의 무게를 떠메고 어딘가로 가고있는 우리의 생애를 보고 있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지는 울음의 강은 시인이 지리산 반야봉에서 바라본 섬진강 물뿐
시
등록일 2011.06.30
게재일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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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가죽장갑을 낀 손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조금씩 먹이를 줄였고 사냥의 전야 나는 주려, 눈이 사납다 그는 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꿩을 잡는다 배가 부르면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꿩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날아 도망갈 수 없을 만큼의 힘 매받이는 안다 결국 돌아와야 하는 나의 운명과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야성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꿩이 튀어오른다 꿩사냥을 위해 날아갔던 매, 길들여지고 묶여있는 그에게는 어쩌면 돌와와야한다는 , 짐지워진 운명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그가 필생의 업으로 여기고 있는 시를 꿩에 비유하고 있다. 돌아옴과 운명, 떠남과 야성이라는 두 힘이 부딪히는 그곳
시
등록일 2011.06.29
게재일 20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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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목숨을 사르고 사모침은 돌로 섰네 겨레와 더불어 푸르를 이 증언의 언덕 위에 감감히 하늘을 덮어 쌓이는 꽃잎, 꽃잎 이 시조는 ` 눈 내리는 군묘지에서`라는 부제가 붙은 시이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이들의 넋을 기린 시로서 많이 알려진 시이다. 지금은 비록 차가운 비석으로 서 있는 뜨거운 목숨이지만 겨레와 더불어 영원히 푸르를 것이라는 시인의 비원이 담겨있다.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이러한 일들을 우리는 눈 맞고 서있는 비석이나 거기에 얽힌 눈물겨운 서사(敍事)를 한번쯤 생각해보고 추모할 일이다.
시
등록일 2011.06.28
게재일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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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아픈 기억은 쉽게 지우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덧나기 일쑤이다 떠났다가도 돌아와서 깊은 밤 나를 쳐다보곤 한다 나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때론 슬프게 흐느끼고 때론 분노로 떨게 하고 절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육신의 아픔은 감각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삶의 본질과 닿아 있기 때문일까 그것을 한이라 하는가 육신의 아픔은 의술로 다스릴 수 있고 완쾌가 가능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쉬 치유되지 않으며 완치가 되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는 오랫동안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더 깊어지기도 하는 것이리라. 때론 슬픔에 흐느끼게 하기도 하고 분노에 떨게 하기도 하며 깊은 절망에 빠져들게도 하는 것이리라. 우리의 자존이나 정체성에 대한 상처, 쉽게 지워
시
등록일 2011.06.27
게재일 201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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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길 도망갈 길 없는 막다른 모퉁이에서 마주친 바람 그에게선 산하를 떠돌다 온 행려의 냄새가 났다 온몸 부딪쳐 쌀뜨물 같은 안개 속에 누워있는 새벽의 부시시한 머리채 흔들어 저마다의 색과 형체를 깨우는 것 보이는 것을 흔들어 보이지 않는 저의 육체를 증명하는 것 가난한 골목과 닭장집과 공장 굴뚝을 지나 마침내 허허벌판에서 저를 지우고 저가 지나온 길을 지우고 마침내 아직 가보지 못한 먼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몇 해 전 엄청난 육체적 아픔을 겪은 시인이 투병 중에 쓴 시이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시를 써온 시인은 병상에서 자기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있다. 애증과 아픔으로 점철된 시간이 흘러온 길과 시간을 쓸어안으면서 다시 일어나 힘차게 걸
시
등록일 2011.06.23
게재일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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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섬짓 골목길에 들어선다 토방 언저리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하얀 머릿발 정오의 넝쿨장미 긴 담뱃대 드리우고 바람이 그늘 휘젓자 사립문 삐그덕 여름 사냥에 든다 고요한 유월 정오 무렵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절대 평화의 시간들, 그 속에 흐르는 잔잔한 생명의 파동, 아름다운 평상의 풍경이다. 유월은 불볕과 짙은 녹음과 나른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속엔 말없이 죽어간 원혼들이 짙붉은 장미꽃으로 피어오르는 깊디깊은 계절이다.
시
등록일 2011.06.22
게재일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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