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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김해평야에서 잘 자란 모 한 판 집 옥상에 옮겨 심어놓고 욕심이 과했던가 보다 아침마다 물 대고 쓰다듬고 말을 붙이는데 벼는 가을이 오기도 전에 비실비실 말라가고 있었다 그 가녀린 벼에 무슨 힘이 있다고 제 몸 하나 버티기도 힘든 놈 모가지에 매달려 나는 마구 무엇인가를 애원하고 있었던가 보다 어서어서 커서 쑥쑥 밥이 되어 걸어나가라고 늦은 봄에서 여름까지 줄기차게 물 대고 말 시킨 죄 날마다 쇳덩어리 하나씩 가슴에 안긴 꼴이었을까 도시의 찌든 어둠과 불빛을 비료로 받아먹고 벼는 가을이 오기도 전에 하얗게 머리가 세고 있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화자의 오랜 가슴앓이는 생명의 본질을 왜곡하고 파괴하는 도시문명의 피로, 도시의 흉년임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시의 흥미로운 부분은 다양한 삶의 모
시
등록일 2014.10.19
게재일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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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매화꽃이 올 적에 그걸 맞느라 밤새 조마조마하다 나는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나는 또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 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어 깊은 구럭 같은 말 뜨거운 송아지를 여남은 마리쯤 받아낸 내 아버지에게 배냇적부터 배운 토속적인 시인의 언어들에는 그 시어들이 가지는 푸근하고 여유로운 맛스러움 외에 강한 시인의 시정신이 숨어있다. 봄을 기다리는 늦겨울 어느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화의 개화를 기다리며 시인이 툭 던지는 말 한 마디, `이제 오느냐` 이 말 속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반가움과 함께 새로운 한 시간들이 열림에 대한 경이로움이 나타나있다. 모든 인간의 일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시
등록일 2014.10.16
게재일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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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이 며칠 새 허리까지 깎여나가자, 무연분묘 한 쌍 허공에 덩그렇게 떠올랐다. 제상에 나란히 오른 고봉밥 같기도 했고, 오래전 떠난 애인의 젖무덤이거나, 사막 가운데 우뚝 선 낙타 등 같았다. 저 아슬아슬한 허공 무덤은 생이 한바탕 부유(浮游)라는 걸 보여준다. 저 무덤 객잔은 원래 거기 있던 거였지만, 모래먼지처럼 떠올라 공중 사원(寺院)이 되었다 `생이 한바탕 부유`라는 부분에서 이 시의 중심을 본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바탕을 이루는 이 시는 변화무쌍한 우리의 삶이 어느 순간도 멈춰있지 못하고 흐르고 있으며, 그 수많은 고통의 순간들을 껴안은 채 공중무덤에 들어 가버리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닌가 하는 시인의 통찰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4.10.15
게재일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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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다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시인은 늘 삶의 뜨거운 현장에서 비켜서 있지 않았다. 그의 시 `담쟁이`, `흔들리면서 피는 꽃`에 그러한 시인의 치열한 현실인식이 잘 나타나있다.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에서 읽을 수 있듯이 부조화와 모순, 불구의 세상에 대해 조급하지 않고 목소리를 필요 이상으로 서둘러 높이지 않으면서 유장한 강물 같은 정신을 견지하면서 시를 써온 시인의 시대정신을 엿
시
등록일 2014.10.14
게재일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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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말하기를 거친 밥에 맹물 마시고 팔을 굽혀서 그것을 베개로 삼더라도 즐거움이 그 속에 있으니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내게 뜬구름 같도다 흑석동68-15번지에서 번영14길 8로 바뀌는 순간 나는 노숙자가 되었다 자본주의적 일상에서 무색한 말장난이 된 `경전의 언어`와 그 경전의 언어에 흡사한 상황을 거론함으로써 시인은 이 시대가 경전이 존재할 수 없는 불구의 시대임을 비난하고 있다. 말장난이 돼버린 경전, 옳고 그름, 정의, 연대 등 한 사회의 윤리적 가치관이 총체적으로 흔들려 버린 것에 대한 시인의 비애가 바탕에 깔려있는 시다.
시
등록일 2014.10.13
게재일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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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천 원에 다 디레 가소 파장 무렵 비릿한 생선냄새 속에 아들의 얼굴이 선해서 덜컥 가슴이 젖는다 장이 파할 무렵 지나가는 행인에게 손짓하며 남은 물건을 떨이로 팔려는 여인의 초조한 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짧은 이 시에는 시인의 삶에 대한 따스한 인식이 깊이 묻혀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겉으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나 어린 아들 생각에 눈과 가슴이 이미 젖어 있는 장터 여인의 굴곡 많은 한 생이 눈에 잡힐 듯이 다가오는 이 시는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어떤 감동이 있다. 이게 이 땅의 거룩한 어미의 심정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4.10.12
게재일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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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선 소나무 온몸에 전등불 켠다 한겨울 잠에서 깨어나 사방의 소음에 귀를 연다 푸른 잎 잃은 자리마다 밤마다 꽃피지만 끊이지 않는 악몽이 실핏줄마다 박힌다 예리한 빛에 쪼여 안구가 충혈되고 아픈 껍질 떨어져나간 자리 찬란한 사슬로 얼얼하게 묶여 있다 밤 없는 밤 치명의 독인 빛을 게워내 보지만 진정되지 않는 속 굴레이거나 이미 관습이 되어버린 장식의 삶 날마다 환한 빛이 온몸에 감긴다 시인이 인식하는 현실은 사슬과 굴레에 묶여있는 구속의 차가운 현실이다. 도심에 심어진 소나무에 친친 감긴 반짝이는 색등을 볼 수 있다. 시인은 이런 소나무를 보면서 소나무만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도 어떤 굴레와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깊다. 관습이 돼버렸거나 장식의
시
등록일 2014.10.09
게재일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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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 강 말라서, 오존 강은 갈라져서 아 우리들 살던 옛집 푸른 지구 막무가내로 무너진다 하늘로 쏘아 올린 화살 벼락처럼 내려온다 불의 비, 질타의 장대비, 섭리의 쇠못 같은 비 거침없이 퍼부어진다 인류가 지금 겪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 다룬 시다, 더 이상 이러한 환경의 문제가 추억이 아니라 심각한 현실로 인식되고 있다. 오존층에 구멍이 나서 푸른 지구가 심각하게 피해를 입고 있는 지구의 현실을 다룬 이 시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깊이 깔려있어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하다.
시
등록일 2014.10.07
게재일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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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와 살구요 아버지는 빨간 구두 아가씨와 살아요 반평생을 그렇게 어머니는 간당간당 아버지를 노란 샤쓰 단춧구멍에 단단히 밀어넣은 채 말없는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와 살았고요 아버지는 시름시름 어머니를 빨간 구두 굽에 박은 채 똑똑똑 빨간 구두 아가씨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두 곡의 대중가요를 통해 부모님의 삶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길고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오면서 아버지 어머니는 서로를 대중가요 속의 주인공으로 여기고 살아오신 것이리라. 비록 착각이고 웃음거리가 될 일일지도 모르지만 두 분은 늙은 서로에게서 젊은 서로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낡고 늙은 모습에서 아름답고 멋진 젊은 시절의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모습이 아닐 수
시
등록일 2014.10.06
게재일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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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심부름으로 두부 한 모 사러 가는 저녁이었다 큰길을 놔두고 아파트 뒤 공터 지나 나무들 사이 소로(小路)를 고개 숙여 걸어가는데 누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좀 천천히 쉬었다 가라고, 이 아름답고 좋은 풍경이 보이지 않냐고 이마와 가슴에 적황(赤黃)의 단풍을 불붙이고 그 아래 허리께는 아직 푸른 이파리들을 매달고 섰는 한 나무 아래 처음 보는 가을이 앉아 있었다 머리에 새치가 많은 시적 자아를 부른 것은 누구일까. 사람을 가을에 비유한 것일까 아니면 가을을 사람에 비유한 것일까. 어느 쪽으로 정하더라도 재미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을이 온 줄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가다 어느 날 나무들 사이의 소로에서 가을을 만난 시인은 가을이 말 걸어오는 것을 마음으로 듣는다. 우리도 살아가느라 잊고
시
등록일 2014.10.05
게재일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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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친구 같은 바다가 있습니다 나보다 먼저 바다로 가 기다려주다 먼저 뭍으로 돌아와 안아주는 동행 신용불량의 거덜 난 내 속주머니에 출항이라는 신권을 두둑이 채워주는 행복이 가득 찬 선생이 바다였는지 고귀한 동행의 전생이 물고기였는지 지상에 머물 맘 없는 디아스포라 바다로 떠나게 한 신께 감사합니다 친구를 사랑하는 건 꿈을 꾼다는 것 바다는 내 삶의 무한한 축복입니다 평생을 선장으로 바다에서 보내고 있는 시인의 바다사랑이 대단하다. 이윤길시인에게 바다는 어쩌면 사랑의 대상이 아닌지 모른다. 사랑의 대상은 욕망하는 순간 그 대상은 공교롭게도 몸을 잃는 탓이다. 그러므로 바다를 사랑하는 순간, 바다는 갈취돼야하고 수탈될 위험에 처한다. 이것을 아는 시인은 바다를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로 표현하고 있다.
시
등록일 2014.10.02
게재일 201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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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눈알을 빼 먹었다가 플라스틱 녹슨 부속품을 잉태한 처녀 샴페인 거품이 넘치는 흰 잔 높이 들고 어느 서정시의 한 구절을 외운다 플라스틱 녹슨 부속품을 잉태한 처녀와 서정시 한 구절을 외우는 처녀, 이 두 모습의 동시성은 충격적인 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충격적인 두 이미지의 대조는 생명의 원천, 고향을 상실한 현대 문명사회에 대한 질타이고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우리는 이러한 재앙의 한 복판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
등록일 2014.10.01
게재일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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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쪽을 선호한다 한가지 色에 깊이 들어앉은 다른 색을 발견하기까지의 기나긴 과정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일은 가능할까 나약한 존재를 자극하는 섬세한 색의 변화를 그 미묘한 느낌의 일렁임을 문장은, 너를 낚아채고야 말았구나 너를 지탱해주고 변화시키고 다른 세계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순간들 한 번 겪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 자리를 풍경의 비밀이 북쪽에 있는 것 같아 북쪽을 선호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끊임없이 추구하고 열어가고자 하는 시인으로써의 자세가 읽혀진다. 색에 대한 학습의 결과를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일이 가능할까 회의하면서도 도리없이 문장으로 이것을 낚아채고 마는 자신의 운명을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풍경의 색깔을 고민하고 시의 후반부에서는 퇴고(推敲)의 고
시
등록일 2014.09.30
게재일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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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도 흘러갈거야 늙은 노먼의 낚싯줄에 드리워진 은빛 포물선이 허공에 그리고 가는 기억처럼 그렇게 가물하게 멀어져가는 소실점처럼 그렇게 네가 열두 살 적 옥상에서 며칠을 퉁탕거리며 띄울 수 없는 큰 배를 꿈으로만 짓던 그 무모하고 지루한 희망의 기억들처럼 모두 그렇게 흑백의 영상은 추억을 불러오기에 적절하다. 흑백영화는 어떤 지점의 잊혀졌던 추억과 기억들을 환원하고 복원하는데 적절한 지 모른다. 영화속의 시간들도 영화밖의 시간들도 속절없이 흘러가버렸다. 어릴 적 옥상에서 큰 배를 꿈으로만 짓던 그 무모하고 지루한 희망이 이제는 휘어진 기억의 저편에서 자꾸자꾸 더 멀어져가는 것처럼 지금 우리의 시간도 쏜 살 같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4.09.29
게재일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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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텅 빈 종이코끼리를 타고 길을 걷는다 아기부처님을 태우고 묵묵히 연등행렬을 따라가던 종이코끼리 한 마리 코가 잘려나간 채 종로 뒷골목에 버려져 있어 코 없는 종이코끼리를 타고 길을 걷는다 아직 남아 있는 살아가야할 날들을 위하여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새들이 집을 짓듯이 폭풍우가 가장 강하게 몰아치는 날 이 순간의 너와집 한 채 지어 불을 지핀다 버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버려야 하므로 온몸이 텅 빈 흰 종이코끼리 한 마리 불태워 한줌 재를 뿌린다 인생이란 이처럼 아낌없이 버리는 것이리라. 미련없이 버리고 훌훌 떠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지난 것을 미련없이 버리고 집착하지 말일이다. 지난 시간들이 힘들고 어려웠더라도, 아니면 화려하고 융성했더라도 과감하게 버리고
시
등록일 2014.09.25
게재일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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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철로가 있다 화물기차만이 닿는 우암역 붐비던 부두의 기억은 이미 오래 전에 시커먼 바닷속에 묻어버리고 거대한 컨테이너만이 큰 입을 벌린 채 역을 버티고 서 있다 가끔씩 군용 트럭, 얼룩무늬 탱크가 화물기차에 실려 느리게 지나가고 기차의 무게에 눌린 선로는 저희들끼리 만나 얽히고 얽히어 굽은 길을 연다 반가이 찾아오는 사람 없어도 침목과 철로 사이에 버석이는 녹슨 햇살 우암역이라는 어느 고즈넉한 바닷가 역의 풍경에서 시인은 시간과 사물과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본다. 기차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실어나른다. 그것이 군용트럭이든 생필품의 어떤 종류이건 별로 관계치 않지만 화물과 기차, 무게와 선로는 서로 만나 최선을 다해 굽은 길을 연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무심한 어울림 위로 녹슨 햇살은 내
시
등록일 2014.09.24
게재일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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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은 골의 반쪽이 아니나 골을 쪼개어 아무리 뜯어봐도 노골적으로 말해서 의식을 품은 골수의 뿌리다 골 반을 버리고 골 반이 썩어도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저항하는 번개처럼 피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화그르르 피 토하는 소리다 뼈골로 덮인 반골은 두 눈을 번뜩이며 불의에 꼼짝하지 않는다 오직 넉넉한 한 길이요 꿋꿋한 외길뿐 반골은 시절 따라 찾아오는 죽음이 무섭지 않고 휘잡는 총부리에 담담하다 시대의 칼날에 날려 골이 깨어지고 뭉개져도 총명하게 남아 있는 부활의 혼이다 강인한 선비정신과 투사의식이 시 전편에 깔려있다. 불의에 꼼짝하지 않고 꿋꿋한 외길을 걷는 반골 정신을 노래한 시다. 시인은 태평한 시대를 바라지 않을뿐더러, 더군다나 배 두드리며 따뜻한 방 책상머리에서 미사여구나 건져 올리거나 만화방창
시
등록일 2014.09.23
게재일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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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초록별 촘촘한 날 팔베개를 하고 널평상에 누워보세요 모깃불은 쑥부쟁이 한 움큼만으로도 어머니 젖가슴처럼 아늑해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나침반 챙기지 말아요 어둠을 업고 가고자 함이 곧 길이잖아요 별님에게도 혈액형이 있다고 했죠 K형, M형, A형, O형,F형 그리고 J형 용봉산 연하계곡 단풍별을 하객으로 영월 별마로천문대에서 결혼식 올려요 동화적 발상에 기초해 시상을 전개하는 이 시는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도록 장치하고 있다. 단풍별을 하객으로 삼는 공통적인 세계를 노래하면서 순수하고 변하지 않는 우주적 가치를 닮아가고 싶어하는 시인정신이 참한 언어와 상상력으로 짜여진 재미난 동화적인 시다.
시
등록일 2014.09.22
게재일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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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하나는 수적으로 적고 고립돼 있어서 외롭고 단독자이거나 소수자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시인은 하나는 결코 무기력한 존재적 한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스스로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확산되어가고 확장되어가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꽃 하나 피어나지만 나중에 보면 온 풀밭에 꽃이 가득하듯이, 단풍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말하면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인의 목소리가 분명함을 느낀다.
시
등록일 2014.09.21
게재일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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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의 현장에 와서 전쟁터의 총소리를 듣는다 여기를 거쳐 간 사람 인민군도 있고 중공군도 있고 아군과 적군이 한데 어울려 총을 겨누고 싸우던 곳 좌익이 있고 우익이 있고 너가 있고 내가 있는 이 현장에서 60년을 싸우고도 아직도 싸우고 있다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지난날의 아픔, 그 비극의 현장에서 시인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분단의 아픔을 다시 느끼고 있다. 민족 동질성을 뼈저리게 느끼며 평생 분단 극복, 민족 통일을 염원하고 통일을 그날을 기다려온 노 시인의 가슴이 먹먹하고 서러움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본다. 하루 빨리 민족화해, 민족통일의 그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시
등록일 2014.09.18
게재일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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