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한 무늬라고 봄 바다가 펼쳐놓은 화판 위로 황사 바람 며칠째 객토를 싣고 들이닥치는데 이 욕설 어디다 부릴까, 육지 쪽으로 거품 물고 몰려가는 파랑 좇아 나 또한 버릴 생(生)이 있다는 듯 멀건 낮달로나 간다, 봄은, 추억의 하역에만 몇 개 섬들이 생겨나리라 저 수위 휘젓다 못해 구차한 흙덩이 황해 온통 이녕으로 끓이는데, 착시 탓인지 갈매기 몇마리 경적높이에서 사라진다. 또 봄! 출렁거리는 멀미 진흙에 섞으면 어떤 무늬 수평 저쪽까지 너울대며 번져갈까 황사가 덮쳐오는 봄바다에서 시인은 어둡고 우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봄바다는 훈풍을 실어오기도 하고 희망찬 새물결이 밀려오는 곳이다. 움츠리고 웅크린 겨울바다의
시
등록일 2015.03.16
게재일 2015-03-17
댓글 0
-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열 몇 살이 아득히 먼 바다 같습니다. 어릴 때 기차 타고 내려와 살다 섬에 왔습니다. 꽃이 서른 번은 더 피었다졌습니다. 이제 바다 물소리 가까이 들려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즐거웠습니다. 나뭇잎 몇 번 흔들릴지 알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힘겹게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는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다. 결코 후회하거나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 먼 바다 같은 격랑의 시간들도 있었고 홀로 항해해간 외롭고 지친 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힘겨운 시간들도 정겨운 물소리로 들리는 극복과 적응의 시간들로 승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즐거웠고 고마운 시간들이었음을 고백하는 시인의 성숙한 성찰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03.15
게재일 2015-03-16
댓글 0
-
납작하게 비탈에 붙어서서 푸른 꼭지 마늘 칩을 꽂고 있다 그녀들 막막한 땅의 바다에 매운 배를 띄워 보내고 있다 그들은 캄캄하게 환하게 반짝이는 대양으로 흘러갈 것이다 겨울의 압축이 풀리며 가만히 부풀어 올라 어룽대는 물 틈새 이제 목장성 넘어온 따스한 전류가 흐를 것이고 바다는 다시 푸르게 배를 밀며 돌아올 것이다 눌태리는 구룡포읍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따스한 봄빛이 비치는 점심나절 여인네들이 비탈에 엎드려 언땅을 헤치고 마늘을 심고 있었다. 차가운 2월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 비탈밭에는 푸르른 생명의 물결이 넘실댈 것을 기대하면서 말없이 그녀들은 일을 하고 있었다. 차갑고 거친 세파를 헤치고 온 그녀들이 다시 막막한 땅의 바다에 희망의 작은 배를 띄워보내고 있
시
등록일 2015.03.12
게재일 2015-03-13
댓글 0
-
불명산 화엄사에 오른다 산수유꽃 피고 진 자리 새의 혀 돋고 있다 계곡물 밖의 산기슭에는 얼레지꽃들이 한창이다 마음속 수줍은 쪽 찐 처녀가 길 내고 있다 그 길은 우화루로 이어진다 오래전 꿈속에서 보았던 극락전 나비처럼 하늘에 걸쳐 있다 암벽이 끝나는 곳에서 나는 불명(佛明)으로 든다 새의 혀 같은 새순과 얼레지꽃들이 한창인 산기슭 화암사에 오르는 시인이 느끼는 봄은 오래전 꿈속에서 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불교에서의 밝은 깨달음이라는 의미의 불명(佛明)으로 든다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산과 꽃들이 절집의 풍광과 함께 이뤄내는 아름다운 자연의 진상에 깊이 빠져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운 봄날이다.
시
등록일 2015.03.11
게재일 2015-03-12
댓글 0
-
집 떠난 지 두 달이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무거워지는데 길바닥에 찍어놓은 행인들의 발자국 짓이겨진 몰골에 비껴가는 시선들 오그라 드는 몸 이리 저리 떠돌다 수갑채인 죄인처럼 꼼짝 못하고 사진관 앞 창틀에 걸린 눈빛들 오늘이 둘째놈 돌인데 창틀 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시퍼런 비수로 가슴에 아 꽂힌다 세상 분노와 슬픔의 힘을 끌어모아 잘못 세워진 거리의 집들 결단코 부숴나가야지 팔다리의 근육살 부풀리며 다짐하며 이 시의 중심에는 잘못 세워진 거리의 집이라는 말이 자리잡고 있다. 시의 내용은 우리가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비극적인 서사 그대로다. 가슴 아픈 이런 경우가 비단 여기 뿐이겠는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
등록일 2015.03.10
게재일 2015-03-11
댓글 0
-
석남사 솜양지꽃 물속 같은 세월 지키고 있다 그 조용한 시간의 켜 속에 길고 느린 그림자 절집 오른다 허물고 다시 세우기를 거듭하는 절집 시간이 소멸로 가는 정적 깊게 쌓는다 느린 그림자 정적에 들어 움직이지 않는데 봄 석남사에는 꽃잎이 시간을 밟는다 봄날 석남사를 찾아 걸어올라가는 시인의 눈에 이른 봄에 마른 풀섶에 피어오르는 노오란 솜양지꽃이 보였다. 오랜 고찰에 흐르는 정적과 소멸, 적멸의 분위기를 뚫고 새봄의 전령인 솜양지꽃이 눈빛을 건내고 있는 것이다. 묵묵하게 세상과 등지고 영겹의 시간 속으로 건너는 오랜 절집의 시간 속으로 그 정적을 꿰뚫는 착한 소리 한 줌을 발견한 시인의 눈이 참 밝고 깨끗하고 따스하다.
시
등록일 2015.03.09
게재일 2015-03-10
댓글 0
-
지난해 봄 아내는 내 몸에 두릅나무 한 그루 심어 놓았다 봄이 오자 내 겨드랑이와 다리 허리에서 두릅나무 새순 나온다 아내와 아이들 새순 잘라 먹더니 혈관엔 새파란 피가 돌고 있다 아이들 두릅나무 잎을 따 햄스터며 토끼며 함께 내 몸속에 넣어 동물원 만든다 아내는 내 몸에 밭을 만들어 채소 씨 뿌리고 있다 내 몸속엔 지구의 모든 채소들과 싱싱한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 참 재밌는 발상의 시다. 시인의 몸을 하나의 나무로, 더 나아가 생명의 탄생과 보존이 이뤄지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인의 몸 뿐이겠는가 봄에 되살아나는 자연의 모든 것에는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들이 잠재되어있고 발산되면서 확산되어갈 것이다. 생명은 생명으로부
시
등록일 2015.03.08
게재일 2015-03-09
댓글 0
-
골목을 돌아 나왔다 바람을 죽이고 바람이 흰 알몸을 죽이고 대신 바람이 되어 돌아 나왔다 죽은 머리칼 하나가 암호처럼 이마에 붙어서서 나를 흔든다 바람은 죽어도 바람 머리칼은 꿈틀거리며 슬퍼하라 슬퍼하라 말한다 시인은 아주 세밀한 부분에서 우주가 전해주는 어떤 신호 같은 것을 듣고 느끼고 있다. 골목을 돌아나오면서 마음에서 바람으로 바람에서 마음으로 불어오는 그 무엇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에 실려다니는 마음은 바람이 된다. 세심한 마음은 바람이 불어오거나 어떤 자연 현상도 받아들이는 민감한 공명판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섬세한 시인 특유의 정서를 본다.
시
등록일 2015.03.05
게재일 2015-03-06
댓글 0
-
흰나비가 바위에 앉는다 천천히 날개를 얹는다 누가 바위 속에 있는가 다시 만날 수 없는 누군가 바위 속에 있는가 바위에 붙어 바위의 무늬가 되려 하는가 그의 몸에 붙어 문신이 되려 하는가 그의 감옥에 날개를 바치려 하는가 흰나비가 움직이지 않는다 바위 얼굴에 검버섯 이끼가 번졌다 갈라진 바위틈에 냉이 꽃이 피었다 이 시에서 견고한 바위는 철저하게 갇힌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나비는 그 반대로 어디든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자유로움의 의미를 갖는다. 바위와 나비를 대비시켜 바위에 생명을 불어넣는 교감적 행위에서 또는 바위 속을 열어 은폐돼 있던 내면과 만나 무늬가 되는 데에서 현실에 대한 강한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3.04
게재일 2015-03-05
댓글 0
-
가을 깊은 산골 마을에 드니 마을 중심에 2백 년은 실히 묵은 은행나무가 온 마을에 노오란 빛 흩뿌리며 곧추서 있다 그 아래 여대기로 아이를 업은 젊은 아낙이 쌕쌕 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바람이 지나다 심술을 부려 등 뒤로 은행잎을 수북수북 뿌려대는데 선 고운 어깨에도 머리 위에도 흐르르 쌓인다 나무도 아낙도 아무 걱정이 없는 듯 제각각 제 일만 보고 섰는데 (…) 아이는 꿈속에서 엄마가 읽어준 이야기 듣고 한잠을 더 자고 일어나 뛰놀다가 10년, 20년 지난 어느 날, 문득 세상 어딘가에서 엄마의 음성 듣고 벌떡 일어나 벼락같이 이 나무 아래로 달려오리라 노오란 은행잎, 아프도록 실컷 맞아보려고 은행나무가 노오란 이파리들을 날리고 선 시골 마을의 한 풍경 속에서 시인은 시간의 깊이와 그만큼
시
등록일 2015.03.03
게재일 2015-03-04
댓글 0
-
이철수의 판화에 쏟아지는 비 가늘었다가 굵었다 장대비 액자 밖으로 튀는 비 사내가 수레를 밀며 간다 아낙이 뒤따라간다 쇠창살처럼 꽂히는 비 바코드 빗속을 뚫고 쇼핑을 한다 바코드로 읽히고 있다 우리 개인을 식별하고 인식하는 어떤 기호나 숫자가 있는지 모른다. 모든 공산품에 붙어있는 알 수 없는 번호와 까맣게 칠해진 마크가 그 물건의 모든 정보를 조합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기계문명의 엄청난 확산과 심화에 대한 야유가 이 시 전체에 깔려있다. 편의와 속도를 넘어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인간의 고유한 특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은 없는걸까 아쉬운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3.02
게재일 2015-03-03
댓글 0
-
아비는 저렇게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눈에 진물이 흐르고 기억 저편이 흐릿해져도 두 어깨 나란히 어린 식솔들 거느리고 앞장서서 먼 길 가야 하는 것이다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고 지나온 길 애써 지우며 차갑고 먼 길 가야 하는 것이다 삶의 힘겨운 중력을 느끼는 것이 어찌 시인 뿐이겠는가. 생활의 무게를 잔뜩 느끼는 시인은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기러기가 후퇴와 우회 없이 일정한 방향으로 비행해가는 기러기처럼 어떤 시련과 힘겨움이 닥치더라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 있다. 시인의 강단진 다짐과 정직한 삶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시
등록일 2015.03.01
게재일 2015-03-02
댓글 0
-
결국에는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종점의 버스들, 나는 불빛에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고 정지한 듯 움직이는 빗방울을 투명한 눈으로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누군가 버리고 간 우산으로 비를 가리고 간판의 불빛이 터주는 희미한 곳으로 걸었다 우리의 처음은 초식동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되어 지금의 우리는 우수에 찬 도시의 유랑민들이 되어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길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결국은 자기의 생명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천리다. 언젠가 마지막은 초식동물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허망하기 짝이 없지만 거역할 수 없는 진리다.
시
등록일 2015.02.26
게재일 2015-02-27
댓글 0
-
내 안에 이렇게 눈이 부시게 고운 꽃이 있었다는 것을 나도 몰랐습니다 몰랐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이에요 당신에게 나는 이 세상 처음으로 한 송이 꽃입니다 우리 모두는 가슴 속에 한 송이 꽃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를 소유하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고 소중한 한 송이 꽃이다. 누군가의 가슴 속 깊이 간직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비록 우리 가진 것없고 볼품 없이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 세상 처음으로 한 송이 꽃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소중한….
시
등록일 2015.02.25
게재일 2015-02-26
댓글 0
-
영산홍이었다가 까치밥이었다가 일 년 동안 바라만 보다 일 년 만에 딱 한 번 맞잡고 놓아버린 손이었다가 손과 손 사이를 빠져나간 황혼이었다가 한 숟가락 남은 밥그릇처럼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리움이었다가 약속한 사람과 턱없이 일찍 헤어져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혀 있는 마포구 망원2동의 신호등이었다가 신호등 없이 걸어가는 낮달이었다가 삶이란 끝내 닿을 수 없는 실재들의 연속이 아닐까. 우리 살아가는 동안 실상은 우리에게 와 닿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에게 와 닿지 않아서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것들은 분명히 실존적 가치를 가지고 존재한다. 서로 관련되는 수많은 사물들이 존재하지만 모두가 서로에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시
등록일 2015.02.24
게재일 2015-02-25
댓글 0
-
억누르고 누른 것이 마른 오징어다 핏기 싹 가신 것이 마른 오징어다 냅다, 불 위에 눕는 것이 마른 오징어다 몸을 비트는 바닥을 짚고 이는 힘 총궐기다 하다못해 욕설이다 눌리고 억눌리고 납작해진 오징어는 아픔 덩어리가 아닐까. 핏기가 싹 가신 마른 오징어는 사지를 비틀면서 불 위에 눕는다. 그러면서 오징어는 비로소 오징어가 된다. 오징어라는 존재의 의미랄까 방식을 얘기하면서 대충 대충 살아가며 경계선에서 어물쩍 서 있는 인생들에게 철저하게 자기 존재의 가치를 가질 수 있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비록 아픔과 엄청난 비애가 따르더라도 본질적 존재의 방식에 투철해야 한다는 것을 툭 던져주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2.23
게재일 2015-02-24
댓글 0
-
불두덩뼈든 골반이든 늑골이든 뼈가 모래의 가족이 되려면 더 부서져야 하고 더 보드라워져야 한다 모래산에는 흐르는 모래 바람따라 움직이는 고운 모래뿐 덩어리진 것이라곤 없다 울음을 터뜨리면 밀려나오는 덩어리 그런 물렁한 핏덩어리도 없고 진흙구덩이로 내려가는 덩어리 그런 뻣뻣한 살덩어리도 없다 모래산에는 흐르는 모래 허공의 대가족인 별들처럼 흐름따라 흐르는 고운 모래들이 있을 뿐 궁극은 변질하지 않는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리 여물고 큰 뼈라도 모래의 가족이 되려면 더 부서지고 철저히 부서져서 보드라워져야 한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그것을 읽는다. 모래산은 모래뿐인 것이다. 거기는 어떤 핏
시
등록일 2015.02.22
게재일 2015-02-23
댓글 0
-
또 어떤 날은 산이 노루새끼처럼 낑낑거리는 바람에 나가보면 늙은 어둠이 수천 길 제 몸속의 벼랑에서 몸을 던지거나 햇어둠이 옻처럼 검은 피칠을 하고 태어나는 걸 보기도 했는데 나는 그것들과 냇가에서 서로 몸을 씻어주기도 했다 (…) 이곳에서는 어둠을 옷처럼 입고 다녔으므로 나도 나를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밤마다 어둠이 더운 고기를 삼키듯 나를 삼키면 그 큰 짐승 안에서 캄캄한 무지를 꿈꾸거나 내 속에 차오르는 어둠으로 나는 때로 반딧불이처럼 깜박거리며 가라피를 날아다니고는 했다시인의 호방하고 멋진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어두운 산중에서 어둠과 혼연일체가 된 시인은 무아지경에 빠져 있다. 장자의 꿈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 시로서 도가적 발상이 바탕에 흐른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자
시
등록일 2015.02.17
게재일 2015-02-18
댓글 0
-
곰티재 넘다가 네 가슴 닮은 달을 보았네 내 소유의 아름다운 놈 하나가 송이버섯처럼 붉어지고 있었네 너무 맑아서 포동포동한 바람 때문이네 교교히 은빛 달빛이 흐르는 재를 넘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처럼 따스하고 고와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가슴 속 깊이깊이 넣어둔 첫사랑 같은 달을 품는 시인의 마음이 살갑다. 시인의 온 몸이 가만히 붉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람 타고 번져가고 번져오는 그 사랑이 너무 맑고 곱기 때문 아닐까.
시
등록일 2015.02.16
게재일 2015-02-17
댓글 0
-
상엿집, 녹슨 함석지붕 햇볕은 그곳을 일찍 떠난다 리기다소나무들, 훌쩍 자라 있다 아는 사람들 해마다 줄어든다 아는 사람 없는 세상을 살지 모른다 그는 어디 갔나? 툇마루에 앉아 보면 그는 항상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어둠이 내렸다, 그는 길가 도랑에 처박힌 것일까? 앞으로 반 발자국, 뒤로 좌로, 우로, 반 발자국 코스모스 꽃잎을 훑어놓으며 거리낌 없이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시인이 그려내는 상엿집 녹슨 함석지붕과 황폐한 집의 소품들이 널브러진 폐가, 그 가생이에 리기다소나무들이 훌쩍 자라 있고, 집 앞의 행길 가에는 가을 코스모스 꽃잎이 흩날리는
시
등록일 2015.02.15
게재일 2015-02-1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