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경북대와 전남대 인문대학이 함께하는 제2회 영호남 교류 학술대회가 열린 것이다. 작년 10월 18일 전남대 김남주 기념홀에서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주제로 처음 열린 학술대회에 이어 ‘기억과 기록: 대구와 광주’를 주제로 두 번째 학술대회가 열렸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의 거점 국립대학인 전남대와 경북대가 동서화합과 미래지향의 가치를 내걸고 개최한 영호남 교류 학술대회!이번 대회에서는 대구와 광주의 근현대사에 나타난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 하는
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이들 가운데 박지원 후보자와 이인영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경화 외무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만 유임되었기로 전면적인 인사교체라 할 수 있다.외교안보라인의 교체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겨냥하고 있다.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당송 팔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동파(東坡) 소식은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삼소(三蘇)라 불렸다 한다. 그의 ‘적벽부’에 나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실상을 보고 나니 감회가 적이 새롭다. 본디 ‘우화등선’이라 함은 번데기가 날개 달린 나방으로 변함을 뜻한다. 그러므로 일정한 상태의 근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며칠 전 오후의 일이다. 마당에 심은 루드베키아의 크고 노란 꽃잎 하나가 아래로 축 처져 있는 것이다. 다른 꽃잎들은 하늘로 당당히 얼굴 쳐들고 있는데, 쟤는 무슨 일이야, 하고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어언 70년 세월이 흘렀다. 오늘날 대다수 한국인은 귀동냥이나 관념으로만 6·25를 체험할 뿐이다. 4·19 시민혁명도, 5·18 광주항쟁도 60년, 40년 전의 일이니 무슨 말을 덧대겠는가. 신속한 시간의 흐름에 무연히 입을 벌릴 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되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어서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전쟁의 상흔(傷痕)을 딛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면서도 대한민국은 30-50클럽에 가입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
마당이 딸린 집에서 살려면 적잖은 노고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6년 넘도록 촌에서 살다 보니 생각지 못한 수고가 곳곳에 필요하다. 처음에는 농촌생활이 즐겁고 행복했다. 층간소음도 없고, 콘크리트와 자동차 경적(警笛)과 온갖 소음에서 벗어난 만족감이 깊이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여 퇴색하고 시들어지기 마련 아닌가.작년에는 전남대 교환교수로 지내다 보니 집안일에 더욱 소홀하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가 ‘집콕’을 유도했기로, 기회다 싶어 육체노동을 아끼지 않았다. 오래도록 방치된 유리창을 정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사람과 사건이 있다. 그들 덕에 인생은 풍성하고 화사해진다. 나이 들어서 얘깃거리가 부족한 사람은 사건과 관계가 궁색한 때문이다. 나와 무관하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사람과 관계와 사건을 외면해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대상에 대한 지적(知的) 호기심이 태부족한 때문일 것이다. 지구별이 오직 나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강박증 환자 역시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1987년 6월 서울은 뜨거웠다. 6월에 예정된 평화 대행진은 시민들을 들뜨게 하였다. 피 끓는 열혈 청춘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6월
1991년 12월 31일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한 미국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국가 경제의 피폐, 여기에 더해진 경찰의 비무장 민간인 살해까지. 이것이 세계 최강 미국의 모습인가, 하는 의구심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악화의 중심에 현직 대통령 트럼프가 있다. 세계 대통령이라 불리던 미국 대통령의 초라해진 모습이 약여(躍如)하다.코로나19로 10만이 넘는 사망자와 4천만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한 나라 미국. 설상가상 백인 경찰이 비무장 상태
까까머리 학창시절 피천득의 ‘인연’은 언제나 가슴 통증으로 다가왔다. 몇 번을 읽어도 그와 아사코의 가슴 시린 사연은 익숙해지지 않는 생채기였다. 어린 아사코와 대학생 아사코, 그리고 점령군의 아내가 되어버린 아사코. 피천득에게 영화 ‘쉘부르의 우산’을 좋아하게 해준 연두색이 고왔던 우산 이야기는 지금도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그와 아사코의 세 번에 걸친 만남은 악수도 없이 절만 하는 것으로 끝난다.뾰족한 지붕에 뾰족한 창문이 달린 집에서 함께 살자 했던 아사코. 하지만 그들의 인연은 허망하고 황망하다. 인연처럼 사람을 괴롭히는 것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인간과 인간의 격의(隔意) 없는 유대관계에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격의 없는’이라는 어휘가 좋다. 양자가 속마음을 툭 터놓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떤 비밀이나 마음의 장벽이 없는, 문자 그대로 흉허물없이 속내를 모두 드러낼 수 있는 사이가 격의 없는 관계다. 그런 관계를 맺은 사람을 우리는 친구나 동지라고 부른다.하지만 세상살이가 어디 호락호락한가?! 현대 사회에서 격의 없는 유대관계는 희귀하며, 이런 현상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을 택하거나. 히키코모리로 자발적인
해마다 5월이면 조기(弔旗)를 내걸었다.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열흘 동안 조기를 걸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후에는 4월에도 조기를 내다 걸었다. 작년에는 전남대 교환교수로 파견 나가는 바람에, 올해는 코로나19로 정신 놓는 바람에 4월의 조기게양은 무산됐다. 하지만 5월 광주를 어찌 잊을쏜가?! 더욱이 올해는 광주항쟁 40주년 아닌가!작년 5월 17일 저녁에 광주 국립묘지를 찾았다. 25년 만에 찾은 망월동 묘역은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학회에 갔다가 후배들과 함께 김남주 시인 묘지 앞에서 묵념한
한국인들 사이에 ‘BBC가 민족 정론지’라는 말이 유행한다.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외국의 주요언론은 한국정부의 민주성과 투명성 그리고 강력한 진단역량에 주목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반면에 ‘조중동’ 같은 신문은 ‘우한 코로나’와 ‘중국인 입국금지’ 같은 후진적인 행태로 일관해 수준 높은 독자들의 질타(叱咤)를 받았다. 아직도 극우 유튜브 수용자들과 낙후지역 독자들은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한국 독자들이 외신을 신속하게 번역하여 SNS에 올리는 일이 일상화된 세상에 우리는 살아간다. 정보통신 강국의 국민답게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심각하게 오염된 지구환경을 돌이켜봄으로써 인간과 지구의 공동 운명체를 각성하도록 인도하는 날이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촉발된 지구의 날이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된 원년은 1990년이라 한다. 그해 150여 나라가 참가하여 지구를 보호해야 인류도 생존해나갈 수 있음을 확인한다.코로나19로 인해 인간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자 지구대기가 맑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4월 10일 CNN에 따르면, 극심한 미세먼지로 악명높은 인도 북부 펀자브주 주민들에게 160㎞ 이
한국인들은 요즘 ‘국뽕’에 취한 상태다. 날마다 외신이 전하는 코로나19 소식 때문이다.세계 전역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유일한 예외가 대한민국이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공급해달라는 국가가 130개가 넘고, 우리의 방역방식을 공유하겠다는 나라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도 4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이 최고라고 찬사를 보냈다.코로나19가 창궐하던 얼마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극적인 반전에 환호작약하는 것은 이 나라 백성이라면 당
누구에게나 남다른 기억이 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져도 기억의 사진첩에서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경험은 삶을 풍성하게 인도한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오래전에 잊힌 사건을 소환한다.러시아 문학을 연구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환경 때문에 서도이칠란트로 유학을 가야 했던 시절의 일이다. 소련과 중국을 적성국(敵性國)으로 분류하여 학문을 위한 최소한도의 자료마저 차단함으로써 반공을 넘어 멸공 공화국을 꿈꾼 박정희-전두환 시대. 그런 이유로 적잖은 연구자가 일본이나 미국, 유럽으로 유학을 떠날
2020년 동경 올림픽이 1년 연기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2021년 7월 23일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다.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강행을 주장한 아베 정권에게 적잖은 타격을 안겨준 결정이라 하겠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금도 일본열도는 무풍지대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대응전략이 얼마나 올발랐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혹자는 예정대로 올림픽 개최를 해보려는 아베 때문에 코로나19 검진 수치가 지나치게 작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일본인들의 거리
‘위령공편’에 “군자고궁 소인궁사람의”가 나온다. 군자는 어려움을 당하면 굳게 지키지만, 소인은 어려움을 당하면 함부로 행동한다는 말이다.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운 지경이나 곤궁한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사람은 끝까지 어려움을 견디지만, 대다수는 허둥대기 마련이다. 뛰어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나뉨은 여기서도 선연하다.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이 아우성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나간 것이다. 바이러스는 국경도 인종도 빈부귀천도 가리지 않는다. 외견상으로는 평등세상이 구현된
경북 성주가 고향인 가수 백년설의 대표곡은 1940년에 발표된 ‘나그네 설움’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요즘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면 80년 세월이 무상하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로 시작하는 ‘나그네 설움’은 고향 떠난 자의 한없는 인생역정을 노래한다. 떠돌이로 10년 넘어 반평생을 살아온 나그네는 해거름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다.태평양전쟁을 목전에 둔 일제강점기 조선의 나그네는 도보에 의지하여 길을 떠돌았다. 식민지 백성 처지에 승용차나 열차는 언감생심이었으니 말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 5부제’가 실행 중이다. 차량 5부제는 익숙하지만, 마스크 5부제는 어색하고 떨떠름하다. 고도의 물질문명 세계에서 마스크를 구하려고 5일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자기나 가족 몫으로 할당된 마스크를 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쓰임새로 본다면 마스크는 나보다는 남을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마스크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서 침의 분말이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타인의 기침이나
우르크의 지배자 길가메시는 폭정을 일삼다가 신들이 보낸 엔키두의 공격을 받는다. 일주일 넘게 싸우던 두 용사는 싸움의 허망함을 깨닫고 친구가 된다. 길가메시는 삼나무숲의 수호자 훔바바와 싸우라는 신들의 명령에 따라 훔바바를 퇴치하고, 여신 이슈타르의 구애를 받지만 거절한다. 그 대가(代價)로 엔키두를 잃어버린 길가메시는 영생불사를 염원한다. 우트나피슈팀에게 불로초를 얻지만, 뱀에게 도둑맞고 인생무상을 수용한다.‘길가메시 서사시’의 기둥 줄거리다. 현대의학은 요즘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작동하고 있다. 인간수명 500세 프로젝트가 가
‘코로나19’가 극성이다. 코로나19는 애초 ‘우한폐렴’이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리다가 질병관리본부 건의로 코로나19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월 11일 감염증의 정식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지만, 영어표현이 길고 생소해 코로나19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지역 거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70% 가까운 비중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