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은 책의 날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 증진을 위해 정한 이 날의 공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스페인의 한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축제를 기념하고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을 기린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 날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도 2012 원북(One Book) 원포항 선포 및 독서릴레이 행사가 있었다. 포항시에서 마련한 책 잔치 덕에 실개천 상가 주변은 때 아닌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올해의 포항시 원북으로 선정된 `종이책 읽기를 권함`도서와 감사 기록장이 시민들에게 배포되었다. 행사의 꽃인 독서 릴레이란 책을 받은 사람이 일번 주자가 되어 책을 다 읽은 후 다음 독서자에게 그 책을 배턴 터치하는 것을 말한다. 릴레이 책인
여념 집 마당엔 홍매화 피고 야산마다 노란 생강꽃 물들었다. 눈으로 보는 봄은 저만치 와 있는데 내 몸은 아직 봄 채비에서 한참 멀다. 워낙 추위 타는 체질이라 외출할 때면 여전히 내복을 챙겨 입는다. 그래도 손발은 차고 무릎과 등짝은 시려온다. 하지만 몸이 겨울이라고 마음마저 겨울로 머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럴수록 봄맞이를 적극적으로 해야지.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렵게 꽃구경을 가기로 약속을 해 놓고도 내 쪽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미뤄야만 했다. 정녕 내게 봄은 멀기만 한가, 하고 있을 때 마침 지인이 미나리 파티에 초대했다. 막 시작한 봄인데 미나리 농사는 벌써 끝물이란다. 제대로 된 미나리 철은 이월 말에서 사월 초까지란다. 서둘러야 미나리의 그 오묘한 맛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단다. 아니면
아침마다 돈나무 화분을 들여다본다. 나무 이름처럼 부자 되라고 지인들이 집들이 선물로 준 것인데 부자 되는 것보다 더 나은 눈요기가 생겼다. 하루 같이 내 눈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는 건 바로 버섯 때문이다. 어느 날 선잠을 깨 화분에 물을 주려는데 신기한 것이 눈에 띄었다. 흙더미를 뚫고 버섯 한 송이가 우뚝 솟아 있는 게 아닌가. 푸른 이끼를 뚫고 나온 앙증맞은 버섯은 제 집이라 텃세하는 돈나무의 위세에 전혀 기죽지 않고 고매하게 목울대를 치켜 올리고 있었다. 분명 간밤에는 뵈지 않던 것이었다. 아침엔 종 모양으로 스스로만 감싸던 녀석이 점심때가 되자 치마폭을 펼쳐 세상 근심을 다 품어 안을 호기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 기개가 너무 놀랍고 의심스러워 독버섯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별을 위협하는 바오밥
모 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독서토론을 한다.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은 직장인들이라 대부분 마음만 앞선다고 했다. 해서 주당 한 권은 무리이고 두 주에 걸쳐 한 권씩 토론하기로 했다. 그들 부담도 덜어주고 책을 사랑하는 게 우선이다 싶어 선 토론 후 독서가 되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말인즉, 내가 책 다이제스트와 토론 주제를 짚어 주면, 그들이 다음 시간까지 읽어와 토론하는 방식이다.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했으므로 나는 최대한 그들의 조력자가 되어 보기로 한다. 부디 그들이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책 읽기 도전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랄 뿐. 도서 구입 담당 직원히 족히 몇 백 권은 되어 보이는 도서목록을 작성해왔다. 토론 도서 선정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고 정성스레 준비해온 리스트였다. 인문 · 역사
내 노트북 자판은 상처투성이다. 자주 눌린 글쇠판은 보호막이 사라져 뜯겨나간 벽지처럼 속살이 훤하다. 벗겨진 정도에 따라 어떤 글자판이 혹사를 당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각각 왼손 검지와 중지가 주재하는 `ㄹ`과 `ㅇ`의 위쪽 모서리는 허옇게 까졌고, 오른손 중지가 관장하는 `ㅏ` 글쇠는 영어 자판 `K` 안내 표식이 사라지고 없을 지경이다. 모음이 몰려 있는 오른쪽 자판 보다는 자음으로 이뤄진 왼쪽 자판에 흠집이 더 많은데, 특별히 자판을 칠 때 왼쪽 손가락에 힘을 더 실어서가 아니다. 한글 자음이 초성과 종성에 다 쓰이니 왼쪽에 몰려 있는 자음 글자판이 더 빨리 닳아서 그렇다. 각설하고, 사용한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노트북 글자판이 이렇게 흠집 난 것은 오래된 습관 때문이다. 나는 자판을
오늘은 아침부터 그 주제와 맞닥뜨렸다. 평소대로 나갈 준비를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내 오전 스케줄은 주로 열시에 시작한다. 일이든 취미든 대개 그래왔는데 주부들이 짬을 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오전 시간이 그 때일 것이다. 한데 오늘은 열시 반에 약속이 잡힌 날이다. 시간을 쪼개가며 바지런 떠는 형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준비된 상태의 비는 시간이 아까웠다. 마침 화장실에 남편이 보던 책이 있길래 집어들었다. 지겨운 자기 개발서라니! 하면서 아무 데나 펼쳤다. 맘에 쏙 드는 구절이 나온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란다. `메라비언은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라는 사실을 발견한 심리학자다.(중략) `마음으로 리드하라 “- 류지성, 삼성경제연구
따뜻한 물 한 잔으로 기침을 누그러뜨리며 독서모임 아이들을 기다린다. 책 좋아하던 실학자 이덕무는 `기침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고 했는데 소리 내어 읽지 못할 정도로 목이 뻑뻑하니 그 말도 위로가 되지는 못한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기침은 내 아버기가 그랬던 것처럼 평생 따라다닐 성가신 친구가 되어 버렸다. 며칠 새 컨디션은 더 나빠져 입술마저 부르텄다. 그래도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읽기로 했으니 기운을 내야지. 머리며 어깨에 내려앉은 겨울비를 털어내며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다. 시에 대한 책 토론답게 워밍업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나 책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기로 한다. 맏언니
참 오랜 만이다.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내 경우 `혼자만의 시간`이란 모니터 앞에서 `쓴다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단 한 줄의 글이라도 건지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독자와의 약속이라니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한데 자발적 욕구가 아니라 밀린 숙제를 하는 심정이니 맘이 편치 않다. 담당 기자의 청탁 전화에 시달리는 것도 귀찮고, 저러는 심정도 오죽할까 싶어 새해부터 시간 나면 한 꼭지씩 써주겠다고 선심 쓰는 척한 게 화근이었다. 이리저리 통화를 미루는 사이, 벌써 새 집필진 관련 사고(社告)는 나갔단다. 발을 뺄 수 없게 만들었으니 담당 기자가 고단수임에 틀림없다. 코너 제목, 글 쓰는 방향, 소재거리 등 모든 걸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당장 시작이라니! 게으름을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