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물에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서는 방법은 그것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곳곳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경북의 여행지와 각각의 시·군에서 만난 특별한 이력의 사람들도 바로 이 방식을 통해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다. 2019년 여름에서부터 겨울까지, 경북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풍광보다 더 아름다운 경북 사람들을 만났다. 그것들에 관한 축적된 ‘추억의 기록’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봄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직지사 ‘보물찾기’가 즐거운 김천김천에 가서 직지사를 가보지 않는 여행자가 있을까? 당연지사 없다. 산
◇ 고택과 종가의 도시 안동의미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 기획이었다. 삶의 기반을 경상북도에 두고 있으면서도 정작 ‘경북의 내밀한 속살’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올 하반기 6개월간의 취재 여행을 통해 경북 16개 시·군이 숨겨놓은 관광 명소와 특별한 삶을 이어온 지역민들, 수십 군데의 박물관과 전시관·미술관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행복한 기억 속에서 그곳을 찾은 경험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안동은 지향해야 할 한국의 전통과 옛것의 아름다움을 지켜온 도시다. 고풍스런 안동엔 날아갈
‘지조론’을 펼친 선비 조지훈의 자취를 찾아서영양군은 부정할 수 없는 ‘문인의 도시’다. 시인 오일도(1901~1946)와 조지훈(1920~1968), 소설가 이문열(71) 등이 모두 영양에서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들의 생가는 물론,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만든 문학관과 문학연구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100년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가며 낭송될 작품 ‘승무’와 ‘낙화’를 쓴 조지훈은 빼어난 서정시인인 동시에 ‘영남의 선비’였다.그가 1962년 펴낸 ‘지조론’은 세태에 쉬이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자기중심을 굳건
언덕배기 양떼목장서 양들과 친해지다하얗게 곱슬거리는 부드러운 털, 어떠한 세속적 욕망도 읽히지 않는 맑은 눈망울, 거기에 통통하고 동글동글한 몸까지. 양을 본 사람들은 남녀와 노소를 불문하고 “착하고 귀엽게 느껴져 쉽게 다가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가축 가운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도 양이 아닐까. 그래서다. 칠곡군 지천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칠곡 양떼목장엔 주말이면 ‘꼬마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목장에서 ‘양 먹이 주기 체험’을 진행하는 아주머니는 “처음엔 겁을 먹고 아빠나 엄마 뒤에 숨어있던 아이
짙푸른 바다가 주는 낭만을 사랑하는 관광객, 복잡한 도시에서의 일상을 벗어나고픈 여행자에게 울릉도는 지상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유토피아’에 가깝다. 어떤 필설로 도동항 파란 물빛과 나리분지의 적요한 평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울릉도에선 ‘아름다운 자연’이란 문장이 은유나 상징이 아닌 직설이 된다. 바로 이 울릉도를 최근 버스를 타고 일주했다. 그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포항을 출발한 배가 3시간째 항해를 계속했다. 파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울릉도를 향하는 썬플라워호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레 겁을 집어먹고 멀
조선 유림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소수서원’·’선비촌’으로…조선시대의 왕은 요즘의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통치권을 행사하는 ‘최고위직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반면 조선의 왕은 한번 자리에 오르면 죽을 때까지 하늘을 대신해 ‘백성 위에 군림하는 천자(天子)’로 행세했다. 그 시절엔 비단 조선만이 아닌 아시아 여러 국가의 황제, 유럽의 제왕도 마찬가지의 지위를 누렸다.그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 특정한 교육기관의 현판을 직접 써주고, 여기에 땅과 책, 노비까지 선사한다는
균형과 절제·조화와 우아함을 갖춘 부석사유서 깊은 절을 찾아가는 길. 가로수로 서있는 은행나무에서 눈이 부신 황금빛 잎사귀가 무더기로 떨어지며 함박눈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읽던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영주시 부석면 봉황산 가운데 웅장하게 들어선 부석사. 초입에서부터 경내까지 나무란 나무는 모두 가을 옷을 갈아입고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그 노랗고 붉은 형상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일주문으로 들어서자 오면서 본 ‘은행나무의 화려한 페스티벌’이
낙동강 최고의 절경 경천대와 경천섬아찔한 절벽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수십 만 위나라 병사들과 맞섰다는 적벽(赤壁)과 닮았고, 울울창창 늙은 소나무 군락은 조선 선비의 지조를 보여주듯 푸르게 꼿꼿했다. 상주 경천대(擎天臺)와 마주선 첫 느낌이었다.이곳 경치에 매료된 옛 문인들은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무우정(舞雩亭)에 올라 “경천대야말로 낙동 제1경이로다”라며 감탄했다고 한다.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분쯤 걸으면 바로 그 무우정과 만날 수 있다. 푸른 솔숲이 호위하듯 들어선 이곳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간 소현세자를 수행한 우
김천승마장서 난생처음 말에 오르다몇 해 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여행했을 때다. 키가 기자의 허리에나 미칠 정도인 5~6세 꼬마가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안장도 얹지 않은 말에 용감하게 올라 바람처럼 내달리는 아이의 해맑고도 진지한 표정이 오랜 시간 동안 잊히지 않았다. 덩치가 2배나 큰 유럽 병사들이 원나라(칭기즈칸이 세운 몽골족의 왕국) 기병에게 쩔쩔맸다는 건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때부터였다. 말을 타보고 싶었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승마(乘馬)는 한국에선 ‘귀족 스포츠’로 인식돼
추색 짙은 풍경, 천천히 걸어 즐긴다 ‘공암풍벽’·‘운문사’길이 끊긴 높고 거대한 절벽에 꽃빛 닮은 단풍이 흐드러졌다. 재론의 여지없는 절경이다. 인간의 능력 밖에서 자연이 만들어내는 가을 풍경이 놀라움을 불러왔다.‘공암풍벽(孔巖楓壁)’. 청도팔경 중 4번째로 손꼽히는 수려한 경관이 기자를 매혹했다. 오래 전 이곳을 찾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은 풍벽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강 속 바위는 쪼개진 채 몇 해를 살아왔나비탈길 오르고 좁은 길 통과하니 서늘한 기운산수 좋은 곳에 산다고 부질없이 말해왔건만나, 오늘에야 참된 별
과객이 되어 머무르고픈 ‘아흔아홉 칸 집’ 송소고택규모부터가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큰 건물을 이야기할 때면 등장하는 ‘아흔아홉 칸 집’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松韶古宅)이다.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어 집을 따스하게 안고 있는 형상이고, 앞으론 널찍한 들판이 펼쳐졌다. 풍수지리에 관한 지식이 없는 기자가 보기에도 명당(明堂)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2개의 사랑채와 안채, 별채, 넓은 정원 등으로 이뤄진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시절 거부(巨富) 심처대의 후손인 심호택이 1880년 경 조상이 살던 덕천마을로
인간은 모두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을 살면서는 그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늘은 높아지고 날씨는 선선해졌다. 경산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 속의 또 다른 자아(自我)’를 찾아보기에 좋은 여행지다. 삼성현 역사문화공원, 반곡지, 환성사, 선본사를 찬찬히 걷다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원효설총일연 세 성현을 뵙다삼성현 역사문화공원충분히 영민했으나 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고자 열망했던 신라의 한 승려가 멀고 먼 당나라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 그 여정의 어느
넉넉한 인심과 수려한 풍광이 찾는 이들을 매혹하는 예천군. 오염되지 않은 맑은 강과 하늘을 향해 뻗은 푸른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숲. 재론할 것 없다. 예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내달 펼쳐질 ‘세계 활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예천을 다녀왔다. 회룡포와 삼강주막이 선물한 낭만과 곤충생태원에서 느낀 즐거움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활과 화살만 잡으면 당 태종 이세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고구려 장수 양만춘이나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떨어뜨렸다는 윌리엄 텔처럼 명궁(名弓)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청복리 널찍한 공간
만나다… 무형문화재 김선식 도예가 8대째 가업 잇는 ‘관음요’ 운영한국 찻사발 대중화에 ‘온 힘’“여름휴가요? 저야 도자기 만들고, 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 올여름 내내 작업장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고 해야겠죠.”무형문화재 김선식(49) 도예가의 말에선 자부심과 겸손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는 폭염과 폭우가 지루하게 이어지던 2019년 성하(盛夏)를 시뻘건 장작불 타오르는 뜨거운 가마 앞에서 보냈다. 작년도, 지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여유롭게 시간을 내서 어디로 놀러 다닌다는 건 김씨의 ‘상상밖에 존재하는 일’이다.문경은 조
‘사라진 제국’ 조문국이 궁금하세요?금성면 일대에 고인돌·고분 등 흔적 남아 있어조문국박물관선 제국의 ‘흥망성쇠’ 한눈에 조망잠시 존재했다가 영원히 사라진 제국은 인간의 상상력을 민감하게 자극한다.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쯤 대서양과 지중해를 가르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화려한 고대 문명을 꽃피웠다는 설화 속 섬나라 아틀란티스(Atlantis)가 그렇고, 2천500년 전 지구의 30% 이상을 지배했다가 서서히 몰락해간 페르시아(Persia) 또한 그렇다.두 왕국을 떠올릴 때면 허구와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 거대한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숨 쉬는 공기의 맛이 달랐다. 보다 시적(詩的)으로 이야기하자면 하늘과 땅 사이를 떠도는 바람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경북 내륙 깊숙이 자리한 봉화군. 백두대간 청정한 계곡을 달리는 기차가 있고, 백두산 호랑이를 만날 수 있으며, 항일 독립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도시. 춘양목 내음 그윽한 봉화에서의 1박 2일은 재론의 여지없이 즐거웠다. 그 경험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에 오르다산타마을 분천역서 출발 1시간 남짓태백 철암역 사이 계곡 달리는 코스기차는 ‘낭만’과 ‘향수’를 부르는 교통수단이다.
여행자는 알고 있다.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또 다른 길’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경주엔 조용히 홀로 앉아 들뜬 마음을 차분히 달랠 공간이 적지 않다. 경주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을 위해 ‘길을 벗어나’ 사색과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장소 몇 곳을 소개한다. 진평왕릉 주변 호젓한 벤치서 야외 독서를…너무나도 선명한 진녹색이 전해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에 ‘이곳이 과연 현실 속 공간이 맞나?’라는 의문마저 들었다.지척의 도로에선 차량이 질주하고 있음에도 그곳만은 매미와 풀벌레가 울어대는 피안(彼岸) 같았다.족히 수백 년은
현대·과거가 공존… ‘브랜드’가 된 황리단길‘길’이나 ‘특정 지역’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경우 슈테판 대성당 주위 ‘슈테판 플라츠’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1년 내내 붐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주변 거리와 일본의 츠키지 수산시장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녔다.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과 부산 국제시장의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골목길, 대구 중구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등은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길이다.여기에 또 하나의 ‘복병’이 얼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게 아닐까? 안동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한지를 뜨고, 고택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과녁을 향해 국궁을 날리고…. 그 ‘체험의 현장’으로 기자가 직접 찾아갔다. 수천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장생불사’ 귀물을 만나다한지만들기아무리 오래 살아도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 게 99%의 인간이다. 다른 생물들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주목(朱木)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다시 천 년을 산다”는 말이 전한다. 이는 주목으로 만들어진
경북도 23개 시·군과 대구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관광지, 특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과 즐길거리, 맛봐야 할 요리와 특색 있는 음식점이 가득하다. 본지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기획연재 ‘경북을 하다’를 통해 기자와 맛칼럼니스트가 직접 체험하고 맛본 대구·경북의 ‘숨겨진 보물들’을 소개한다.‘종택 체험’ 100배 즐기기안동의 모든 종택과 고택이 관광객을 위해 대문을 열고 내부를 공개하는 건 아니다. 종택에서의 숙박도 마찬가지. 집 자체가 문화재급 기념물인 경우가 많기에 훼손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란 것이 개방하지 않는 주요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