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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잡초를 뽑았다개미들이 쏟아져 나왔다어둠 속거친 뿌리에 기대어꿈틀거렸을작고 여린 것들어쩌다가냘픈 한 세상이한 움큼 풀과 함께 뽑혀흩어져 버린 날사투하던 목숨들이스멀스멀 내게로 기어들었다삶은 어디에나 있다. 잡초 뽑을 때 쏟아져 나오는 개미들을 보라. 그 개미들 역시 “거친 뿌리에 기대어” ‘사투’하듯 꿈틀거리며 ‘목숨을’ 지탱했을 테다. 잡초 뿌리는 거칠다. 환경을 이루는 세계의 뿌리-본질-은 거친 것. 뭇 생명들은 이 거친 세계에 기대어 살아가야만 한다. 하나 그 거친 세계도 뿌리째 뽑힌다면 “가냘픈 한 세상” 역시 흩어져
시
등록일 2024.04.23
게재일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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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반듯하게 잘린 한 뼘 땅을 걸어 나와최대한 무대 앞쪽으로 수줍은 듯 그는 뭔가를나눠 주고 있다아무도 안 죽었는지 살피는 표정으로그는 땅속에 묻어 두었던 자신의 몸을 바람처럼 꺼내조금 만지게 해 주는 것인데,어디가 아프다고 하는 걸까?희미해져 가는 그의 웃음과 눈빛 속으로내가 먼저 아파야 하는정말 먼곳땅에 묻힌 이도 이승에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다. 제삿날이 그런 날이겠다. 위의 시에서 ‘그’는 자신이 묻혀 있던 “한 뼘 땅을 걸어 나와” “아무도 안 죽었는지 살”핀다. 제사에 모인 자신의 아이들이 잘 있는지 알고 싶어서이리라.
시
등록일 2024.04.22
게재일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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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말은 고갯길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었습니다.한 땀 한 땀 구름을 꿰며휘파람새가 지저귑니다.그곳은 자기에게 오지 않고, 자기를 떠난 행복처럼슬픈 울림이었습니다.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산들이 고요히나아가려는 자의 앞길을 막습니다.쓸쓸해진 그는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마른 풀처럼 뻗은 갈기가 타오르고어디선가 같은 외침이 들렸습니다.말은 방금 근처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꼈습니다.그리고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1936년 25세 나이로 요절한 일본의 여성 시인 사가와 치카의 시. 오직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
시
등록일 2024.04.21
게재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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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보건소는 21일 맨발걷기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인 ‘걷기路 맨발路 건강찾기’ 4월 참여자를 모집 중에 있다고 밝혔다. ‘걷기路 맨발路 건강찾기’ 프로그램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포항시 가족행복센터 및 송도 솔밭에서 포항 시민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맨발걷기의 올바른 자세, 효과 등에 대한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으로 구성된다.해당 프로그램은
건강
등록일 2024.04.21
게재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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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가 취약계층 등 의료사각지대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상주시보건소(소장 김재동)는 지역아동센터, 가족센터, 장애인 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행복병원을 운영하고 있다.지난 2월 다솜지역아동센터를 시작으로, 지난 16일과 18일은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상주시 가족센터에서 ‘찾아가는 행복병원’을 운영했다.‘찾아가는 행복병원’은 경상북도와 상주시보건소가 김천의료원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진단 장비가 갖춰진 이동 차량을 이용해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동 건강검진에 나선다.10여명의 의료진이 무료 진료, X-ray
건강
등록일 2024.04.21
게재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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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근로자를 대신해 다른 근로자를 새로 고용했을 때 사업주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있나요. 네. 대체인력지원금이 있습니다. 이것은 산재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일 이후 대체인력을 고용하고 그 산재근로자를 원직장 복귀시킨 소규모사업장 사업주에게 대체인력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어떤 사업주가 지원대상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재해일 당시 상시근로자수 50인 미만(재해일이 속하는 월의 말일 기준)의 소규모사업장의 사업주가 대상입니다. 다만, 대체인력이 고용보험 또는 산재보험에 미가입된 경우, 대체인력
상담
등록일 2024.04.21
게재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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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 뼈를 깨끗이 씻고 탑승하기 바랍니다우리는 등을 보며 육류비빔밥을 먹을 것입니다길이 없지만 출발해야 합니다누군가 기차를 잡고 앞으로 밉니다우리는 출발합니다살러 갑니다내 머리를 잡고 꿈틀거리지 좀 마세요숨을 참으면 연해질 수 있습니다더욱 부드러워질 때까지핏물이 빠질 때까지썰기 좋은 고기가 될 때까지한 끼의 밥이 되기 위해우리는 매일 출발하고 있습니다 (하략)밥벌이를 위해 직장에 출근하는 이들로 가득 찬 통근 지하철. 시인에 따르면, 이곳은 ‘육류비빔밥’ 제작소다. 노동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평범한 이들은 자신의 삶을
시
등록일 2024.04.18
게재일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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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거지같이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붐비는 사람들 사이로아버지가 온다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거지라니,불붙은 종이가얼굴을 확 덮친다다 지난 일인데얼굴에 붙은 종이가떨어지지 않는다평생 상처가 되는 말이 있다. 특히 부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이 그렇다. 무거운 쌀자루를 지고 오는 시인의 아버지에게 어떤 이가 툭 내던진 ‘거지같이’라는 말. 시인에게 이 말은 “얼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불붙은 종이”가 되었다. 시인이 시를 쓸 때 언제나 의식하게 되는, 쌀자루보다 무거운 말. 말은 말한 이의
시
등록일 2024.04.17
게재일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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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이고 웬수인 사람이 죽으니한 줌 뼈밖에 없고오 분을 동석하기 힘든 사람이 죽어도재 한 줌밖에 없고동해 파도는 질리도록 밀려오는데질리지 않고질릴 리 없고허공은 무한대의 눈발 들끓고그날 감정이 얼마나 미세한지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도천지가 가만히 있질 않았다자연의 무한 앞에서 미움은 얼마나 작은 감정인가. 그렇게 미워한 사람도 죽음 이후에 “한 줌 뼈”, “재 한 줌”으로 남을 뿐이다. 시인 또한 미래엔 그렇게 남게 될 터, 하지만 이 무한한 허공과 “질리도록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시인이 느끼는 감각은 숭고함이라기보다는 미세함이다.
시
등록일 2024.04.16
게재일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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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에 들어 내가 뛰어다니던 논두렁을 바라보니 논두렁 물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사내의 몸에서 나온 소년이 논두렁을 따라 달려나갔다 뛰어가던 소년이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논두렁 멀리 멀어져간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내는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나이가 지긋이 들어 있을 ‘사내’는 “고향 마을”을 찾아 자신이 “뛰어다니던 논두렁을”‘거울’인 양 바라본다. 그러자 ‘논두렁 물’ 역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사내’의 몸에서” 고향에서 뛰놀던 소년이 분리되어 “논두렁을 따라 달려나”가는 것 아닌가. 그의 기억에 봉
시
등록일 2024.04.15
게재일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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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피부과 박준수 교수가 지난 6일 개최된 ‘대한의진균학회 편집 및 윤리 워크샵’에서 ‘Journal of Mycology and Infection(JMI)’의 편집장(Editor in Chief)으로 위촉됐다.대한의진균학회는 1994년 우리나라 진균 감염의 실태 조사와 감염증 치료를 위해 내과, 피부과, 진단검사의학과 및 기초의학자들이 모
건강
등록일 2024.04.14
게재일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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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0명 중 3명은 마약류물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성인 3천명,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인식 수준·사용 동기 등을 조사한 ‘2023년 마약류 폐해 인식 실태조사’가 발표됐다.조사에 따르면 대마초·코카인·헤로인 등 마약 물질 13종 중 “한 가지 이상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성인은 3.1%, 청소년 2.6%로 집계됐다.가족·친구 등 지인 중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성인은 11.5%, 청소년은 16.1%였다.응답자 대다
건강
등록일 2024.04.14
게재일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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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지나고 다시 오랜세월이 지나서, 대기가 당신 영혼과 내 영혼 사이에구덩이를 판다면, 오랜 세월이 지나고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으로 나 홀로 남는다면,당신의 입술 바로 앞에 멈춰버린 존재로,정원을 거니는 것마저 피곤해진 가련한 사람으로 남는다면,당신은 어디에 계시려나? 대체 어디에,당신, 오 내 입맞춤의 소산이여!시의 제목이 ‘낯모르는 여인’이지만, 시의 마지막 행에 따르면 당신은 ‘입맞춤의 소산’이다. 오랜 세월의 “대기가 당신 영혼과 내 영혼 사이에/구덩이를” 파서 당신으로부터 시인이 멀리 떨어지게 된다면, 그땐 당신은 낯
시
등록일 2024.04.14
게재일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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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서 산재장해인에 대해 운동비를 지원하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재활스포츠 활동을 통해 재해로 인해 손상된 부위의 회복과 기능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재활스포츠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지원대상은 어떻게 되나요. 산재로 요양 중인 경우는 치료종결 및 장해가 예상되는 통원요양중인 자가 대상이며, 요양(재요양) 종결자인 경우는 산재장해등급 14급 이상으로 요양종결일로부터 1년 이내인 산재장해인이 대상입니다. 지원종목과 지원범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일반재활스포츠 지원종
상담
등록일 2024.04.14
게재일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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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강아지와굽은 허릴 이끌고꼭두새벽부터 나와 서성이는 노인과풀씨를 쪼아대는 참새들이한 줄로 서 있다문득, 산모퉁이를 돌아기차 바퀴 소리가 들려오자동시에 그곳을 향해휙 고개가 돌아간다 우린 때로 그리움으로 하나가 된다이젠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시골역. 버려진 역 앞에 버려진 이들이 보인다. “길 잃은 강아지”와 굽은 허리로 새벽부터 나와 서성이는 노인.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역이기에 참새들은 이제 “풀씨를 쪼아”댈 뿐이다. 하나 이들 모두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역을 지나쳐버리는 기차의 “바퀴 소리”에,
시
등록일 2024.04.11
게재일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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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혼잣말이 어딨어요 지금 없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고, 여기 없는 사람에게 하는 말일 뿐이요 (중략) 미처 못 한 말이고,차마 못 한 말이고,이제야 하는 말이고,아직인 말일 뿐이요둘이 멀리서 하는 말이 어떻게 혼잣말이겠어요 아직 가는 말이고,아직 오는 말이고,아직 만나지 못한 말일 뿐이죠시가 말하듯, 사실 혼잣말은 없다. 혼잣말 역시 누군가에게 하는 말
시
등록일 2024.04.10
게재일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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