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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리움 속에 사는 시인, 가우 박창기

등록일 2026-06-09 16:42 게재일 2026-06-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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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익당 문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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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기 시인

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는 언어로 산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사랑으로 산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우 박창기 시인은 “그리움으로 산다”고 말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과 마주하게 된다.

“늦었지만/ 나, 속 털겠네/ 가진 게 없어/ 남길 것은 없지만/ 속 썩인 거/ 미안하다 말하기/ 더 사랑하지 못한 것까지/ 미워해 달라 말하기···.”

시 ‘돌아가는 길’의 한 대목이다. 아내를 향한 참회의 고백이자 언젠가 하느님 앞에 설 날을 준비하는 한 영혼의 고해성사처럼 읽힌다.

박창기 시인은 1990년 첫 시집 ‘창 밖에 내리는 별빛’을 펴낸 이후 지금까지 무려 16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루 한 편의 시를 쓰자’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30여 년 넘게 시를 써온 셈이다.

그의 문학 인생은 단순히 시를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1996년 동인들과 함께 포켓시집 ‘주머니 속의 행복’을 발간하며 지역 시문학 보급에 나섰고, 이후 계간 ‘詩하늘’로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청년 시절 그는 한때 시와 결별을 결심했다. 군 입대를 하루 앞두고 집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습작 노트를 모두 태워버리며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다시 시의 길로 이끌었다. 결국 그는 평생 시를 쓰는 시인이 되었고, 열여섯 권의 시집을 남겼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그리운 본향을 만나는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사랑하는 임을 더 사랑하는 것이다···.”

시 ‘나와 임은’은 신앙과 사랑, 그리고 영원한 귀향에 대한 갈망이 담긴 작품이다. 그의 시에서 ‘임’은 사랑하는 사람인 동시에 하느님이며, 인간 존재를 품어주는 절대적 사랑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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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하늘에서  신작 시 발표회를 가지고 있는 박창기 시인 .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그는 아내와 함께 청도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막상 살아보니 낭만만 있는 삶은 아니었다. 도시와 떨어진 생활은 예상보다 불편했고, 특히 운전을 하지 못하는 아내를 홀로 두고 외출할 때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그의 삶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백신 후유증으로 투병하던 아내가 폐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오랜 세월 함께했던 반려자를 먼저 보내고 그는 홀로 남게 되었다.

청도 집 마당에는 그가 심은 나무와 꽃들이 자라고 있다. 벌과 새가 찾아드는 작은 낙원이 되었지만 정작 그 풍경을 함께 나눌 아내는 곁에 없다. 그래서 그의 시는 늘 빈자리를 향한다.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을 품은 채 오늘도 시를 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유아세례를 받고 다섯 살 무렵부터 성당 마당에서 뛰놀며 자랐다.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하느님은 그의 평생의 벗이자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박창기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사랑이고 신앙이며 그리움이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 고향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그리움이 그의 시를 이루는 뿌리다.

박창기 시인을 만나며 시민기자는 문득 ‘시인은 무엇을 남기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재산과 명예는 세월과 함께 희미해지지만, 진심이 담긴 언어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다. 박 시인의 시는 화려한 기교보다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과 상실, 신앙과 기다림의 기록이다. 특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에도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그리움을 시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세월은 육신을 늙게 할 수 있어도 시인의 마음까지 늙게 하지는 못한다. 오늘도 그는 한 편의 시로 사랑을 기억하고 삶을 성찰하며, 우리에게 그리움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고 있다. 

/방종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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