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정...강 미 정
소리 없이 우는 여자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곤 했다 봄이 눈물겨운 것은 오래도록 뿌리가 봄 쪽으로 젖혀 있기 때문이다 무성했던 나뭇잎이 다시 나무속으로 들고 흥건히 울었던 꽃향기가 다시 나무속에 들어 겨울..
기사입력 : 2010-09-02 오후 9:24

낙향 ... 김 흥 수
어느새 뒷동산이 슬슬 걸어 내려와 내 안으로 힘껏 쳐들어온다 솔향기가 솔솔 진동한다 참나무가 참되게 살라고 속삭인다 어릴 적 동무들의 이름을 목메어 불러 본다 야호야호 메아리가 귀청을 때린다 - 동무 동..
기사입력 : 2010-09-01 오후 9:45

너에게 영치당한 나날 ... 송 태 웅
바람을 막아줄 아무것도 없이 너에게 간다 무엇이건 나는 너에게 다 주었다 나를 가려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실은 나는 홀가분한 것을 다 주고 나니까 실은 황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 불면은 그..
기사입력 : 2010-08-31 오후 8:56

모닥불...백 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다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
기사입력 : 2010-08-30 오후 9:32

소.3 ... 최 창 균
우황 든 소는 캄캄한 밤 하얗게 지새며 우엉우엉 운다 이 세상을 아픈 생으로 살아 어둠조차 가늘 힘이 없는 밤 그 울음소리의 소 곁으로 다가가 우황 주머니처럼 매달리어 있는 아버지 죽음에게 들킬 것 훤히 알고..
기사입력 : 2010-08-29 오후 8:18

독거 초등학생 ... 이 진 명
소녀는 여덟 살 초등학교 1학년 단칸 셋방에 할머니와 둘이 산다 병중이던 할머니 2개월 전 돌아갔다 엄마는 집 나간 지 오래 아버지는 5년째 교도소 수감중 할머니 돌아가자마자 동사무소에서는 매달 지급해주던 생계보..
기사입력 : 2010-08-26 오후 10:03

님 ... 하 종 오
님께서 사시는 세상과 그이가 사는 세상의 접경이 없어졌습니다. 접경은 님을 님으로 그이를 그이로 구분케 하였는데, 무변으로 만들어 버린 이 기이한 신록은 님과 그이에게로 가려는가 보았습니다. 벌써 나무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통로는 훤히 트였..
기사입력 : 2010-08-25 오후 9:36

산돌배나무...김 영 래
내 영혼의 바리때에 소복이 담긴 순백의 향기 흐드러지게 담았다 비워낸 뒤 깨끗하게 닦아낸 은주발 꽃 나 여기 산돌배나무 하얀 그늘 아래 겨울을 넘어온 부르튼 발로 바람의 짧은 한때 쉬어 가나니 내 ..
기사입력 : 2010-08-24 오후 9:34

공원에서...김 참
어둡고 쓸쓸한 공원에 누워 꿈을 꾼다. 수많은 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갑옷 입은 기마병들이 지나가는 꿈,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는 긴 행렬을 지붕 위의 티티새들이 수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꿈.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의 무덤 옆을 지나 어디로 가는..
기사입력 : 2010-08-23 오후 8:43

귀가 ... 정 복 여
등에 업힌 아이가 나를 보고 있다 올이 굵은 오렌지색 스웨터에 한쪽 볼을 짓이긴 채 아이의 깊은 눈동자가 내 몸에 와 박힌다 잠시 흔들리던 내 동자는 미세한 힘으로 저항하다가 곧 풀이 죽어 눈이 시리다 아이의 검은..
기사입력 : 2010-08-22 오후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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