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콩나물...강은교
오늘 아침 내게 달려온 밥알들에게, 금빛 콩나물들에게 언제나 깃발 펄럭이고 있는 귀에게, 귀의 고막에게 나비들 가득 일어서는 목청, 불꽃 춤추는 혀 핏물들 폭포처럼 출렁이는 혈관들에게, 그 밑에 누워서도 편안한 심장에게 ..
기사입력 : 2010-03-11 오후 9:49

논밭이여 미안하다...이 중 기
너희가 해마다 죽을 힘을 다해 거둔 것을 죄 앗아 한방에 꼬라박는 인간 말종들이 있다 그게 나다 농민이다 그렇지 않는가 논밭이여 더러운 운수납자와 몸 바꾸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북극성에 수하를 걸어 암호를 묻기도 했다..
기사입력 : 2010-03-10 오후 9:11

달빛 호수...공광규
수천수만 장 연잎이 수면 위로 손을 뻗고 있네 공연장 무대를 향해 손을 뻗은 수천수만의 관중이네 달을 잡으려고 달빛을 받으려고 환하게 상기된 연꽃 달과 달빛은 연잎에 고이지 않고 호심에 호면에 둥둥 떠 있네 아름다..
기사입력 : 2010-03-09 오후 8:52

구름이라도 그려 넣자...심언주
의사가 복부에 감지기를 올려놓았다 태동이 멈춘 모니터 눈물 나는 파란 하늘에 사납게 흔들리는 상수리나무 내 아이가 떨어져 내린다 헐거워진 숲 허리 슬며시 껴안는 바람아 텅 빈 모니터에다 어리고 통통한 구름이나 몇 ..
기사입력 : 2010-03-08 오후 9:34

봄잠...김 선 우
산벚나무 밑에 잠든 늙은 여자를 본다면 그 여자 심장 위로 꽃잎 사무치게 져 내린다면 잠든 그림자 가만히 열어 나비를 꺼내야 하리 꽃잎 져 내린 후 푸르게 날아 흔들리는 꽃받침 그 흔들림까지 다 꽃이었으니 ........
기사입력 : 2010-03-07 오후 7:50

수치포구...문인수
만(灣), 등이 휘도록 늙었으나 우묵한 가슴엔 군데군데 섬이 씹힌다. 질긴, 질긴 해소기침을 문 파도소리에 또 새벽은 풀려서 연탄가스 냄새 나는 색깔이다 푸르스름한 풍파의 주름 많은 남루 때 전 한이불 속 발장난치며 들석대며 킬킬..
기사입력 : 2010-03-04 오후 8:29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박성우
뒤척이는 밤,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마르면서 ..
기사입력 : 2010-03-03 오후 9:46

여백 ... 조창환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홍시 한 알 푸른 하늘에서 마른번개를 맞고 있다 새들이 다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눈부신 적멸(寂滅)만이 바다보다 깊다 저런 기다림은 옥양목 빛이다 칼빛 오래 삭혀 눈물이 되고 고요 깊이 가라앉아 이슬이 될..
기사입력 : 2010-03-02 오후 9:58

사색...상희구
세상이 온통 꽃천지다 이 휘황찬란한 꽃들은 어째 한마디의 말이 없을까 내가 속(俗)을 벗어나는 순간 저들의 환호성을 들을 것인 즉 `문학청춘` 2009년 가을호 엄동을 견딘 대지에 연두빛 환한 세상이 열리고 있다. 시..
기사입력 : 2010-03-01 오후 10:32

꽃게 ... 손 창 기
거품을 내라고 거품을 내라고 어판장 입구, 게가 살아 있다고 배를 때린다 그리자를 던지기만 해도 손님들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죽은 것들도 게발 놀리듯 한다 아이들이 담장 주위로 몰려들었다 담장에 올라서는 아이 도 있다 아..
기사입력 : 2010-02-28 오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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