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종각 앞에서...최영철
무거우면 무겁다고 진즉 말씀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이제 그만 이 짐 내려달라 하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이만큼 이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좀 나누어지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쉬엄쉬엄 한숨도 쉬고 곁눈도 팔고 주절주절 신세타령도 하며 ..
기사입력 : 2010-02-10 오후 9:29

우리 동네 정육점 ... 김수열
한우 팔다, 접고 순대 썰다, 그마저 접고 지금은 가게 처마 밑이 호떡 좌판이다 쇠고기 들고 가던 아낙은 대신 순대를 샀고 순대 들고 가던 사내 지금 납작한 호떡이 되어 집으로 간다 바람 찬 겨울밤 우리 동네 정육점..
기사입력 : 2010-02-02 오후 9:13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서정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 있습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다 칠해져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는 묻어 있을 것입니다마는, 그러나 그것은..
기사입력 : 2010-01-28 오후 9:09

들어간 사람들...이진명
외할머니 일흔일곱에 들어갔다 한해 뒤 어머니 마흔일곱에 들어갔다 두 사람 다 깊은 밤을 타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1년 반씩 병고에 시달렸지만 들어갈 때는 병고도 씻은 듯이 놓았다 두 사람 들어간 문은 좁은문은 아닌 것 ..
기사입력 : 2010-01-27 오후 9:26

나 떠난 후에도...문정희
나 떠난 후에도 저 술들은 남아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겠지 나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술에 취해 몸은 땅에 가장 가까이 닿고 마음은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아 허공 속을 몽롱하게 출렁이겠지 혀 끝에..
기사입력 : 2010-01-26 오후 9:27

꽃도장 ... 박찬
그 가시내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학길 울긋불긋 코스모스길 따라 코스모스처럼 웃으며 재잘대며 집으로 가던 가시내. 빠알간 코스모스 꽃 모가지 따 손가락 사이에 끼우곤 엉큼살큼 다가가 새하얀 교복 등짝에 차알싹! 꽃도장 찍으면, 깜짝 놀라 화난..
기사입력 : 2010-01-25 오후 9:07

탑리 아침 ... 박태일
송아지가 뜯다 만 매지구름도 있다 소시장 지나 회다리 건너 첫 기차는 들을 질러 북으로 가고 마지막 배웅은 산수유 노란 꽃가지 차지다 탑리는 다섯 층 돌탑 마을 조문조문 문짝 떨어진 감실 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탑리 아이들 ..
기사입력 : 2010-01-24 오후 9:19

빨래궁전-인도소풍 ... 문인수
야므나강변 작은 촌락 한 움막집에, 그 집 빨랫줄 위로 옛날옛적 사랑 많이 받은 왕비의 화려한 무덤, 타즈마할 궁전이 원경으로 보입니다. 궁의 둥근 지붕이 거대한 비눗방울처럼, 분홍 엷은 나비처럼 아련하게 사뿐 얹혀 있고요 빨래가, 원색의 ..
기사입력 : 2010-01-21 오후 8:00

바람의 서쪽 ... 장철문
바람 부는 충적토 지석묘 곁에 서면 이렇게 서 있는 것이 오늘만이 아니다 이 구릉에서 돌창을 다듬은 사나이도 잔솔밭으로 달리는 고라니를 쫓다간 바람 밀려가는 서녘을 바라보곤 했을 것이다 고타마만이 가부좌를 알았겠는가 이..
기사입력 : 2010-01-20 오후 10:14

노래-경주 남산...정일근
그리운 그 노래 나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아주 아주아주 오랜 옛날 황룡사 탑 그늘에 기대어 서서 당신은 그 노래 들려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나는 아직 그 노래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탑도 사라지고 절과 사직도 사라져 고즈넉한 가을 절터와..
기사입력 : 2010-01-19 오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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