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은 특성화를 통해서 지역 경제와 공생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얼마 전 현 한국사회의 청년 실업률이 8%를 육박한다는 통계발표가 있었다. 아마 뉴스기사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재수를 1-2년 하는 것은 누구나 거치는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어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은 어학공부를 위해서 학업을 중단한 채 해외로 떠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학 졸업자의 대부분은 지역의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기업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만이 취업을 하고 있다.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학연, 지연이 우리의 젊은이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대학에 있다고 본다.

“국가의 경쟁력은 곧 그 나라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을 의미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역 대학들은 과거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학과증설 및 입학정원 증원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보다는 학문이 아닌 이윤추구가 대학 설립의 목적인 듯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결과가 지역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을 크게 일으킨 원인으로 보여 진다.

그래서 요즘에 와서는 고교 재학학수의 급격한 감소로 경북지역 대학들 중 전문대학은 이미 신입생 정원 채우기에 비상이 걸렸고 자구책으로 학과를 통폐합하고 교단의 교수들이 일선 고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구걸하고 있다.

그나마 지역 4년제 대학은 어느 정도의 신입생은 모집하고 있으나 갈수록 그들의 수학능력은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모든 대학들이 그런가? 분명 대답은 ‘아니다’다.

지역의 전문대학 중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학의 경우 신입생의 대학수학능력성적은 지역의 4년제 일반대학의 인문사회계열이나 자연계열 일반모집단위의 신입생 성적보다 높고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전문대학 재입학도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신생 대학 중에서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의 경우 지역적인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신입생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졸업생의 취업률도 결코 서울수도권 중상위 대학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두 대학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간단한 진리는 대학의 어느 곳에 있느냐, 어느 대학(브랜드)이냐를 따지는 것은 이젠 빈껍데기뿐인 허울인 것이란 얘기다.

우선 지역대학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지역의 공업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경쟁력 강화 쪽으로 현재의 학과를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즉 포항의 제철산업, 울산의 자동차, 정유·화학 산업, 대구·구미의 전자산업, 경주·안동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과 밀접한 학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졸업 후에 관련된 업종에서 바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산업역군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지역에 대학이 있으므로 해서 얻어지는 경제적인 혜택이 결코 무시하지 못함을 인식하고 대학과 산업체를 연결해 주는 산학연 운영체제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학 내적으로 각 대학들은 경쟁력이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보다 더 특성화시키고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과감하게 축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모든 정책들을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돼 할 것이며 대학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하며 소위 ‘되는 학과는 살리고 안 되는 학과는 무조건 죽인다’는 일반 사기업과 같이 이윤에 따른 경영방식을 막연히 따르는 대학은 장차 국가 경쟁력을 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의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숙제는 대학 본연의 학문탐구와 국가 장래를 짊어질 젊은 청년들이 원활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다.

사실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지나고 나면 좋은 출발이었음도 알게 될 것이다.

벌써 200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해서 지역 대학들은 오늘도 지역 고교들을 향한 무한의 홍보전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 번쯤은 그 보다도 시급한 것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제2사회부 노창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