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명화
IT 업계 종사자 열악한 업무 환경 개선 위해
골프장 등 체력단련시설 갖춘 연구단지 추진
180여 기업과 함께 한 곳당 최소 2천억 투입
2026년 첫 준공 목표 워케이션 일터 가능케

김명화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이사장
“우리나라에도 60~70대 프로그래머가 나오게 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한 평도 안되는 책상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 보니 몸이 힘들다고 해요. 40살만 넘어도 은퇴를 고려합니다. 능력이 아니라 건강 때문이지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고급 기술자로서 평생 좋아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명화 이사장은 2008년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을 창립해 초대이사장을 지냈다. 2021년 이사장으로 재선임되면서 전국의 소프트웨어개발자들을 위한 ‘ICT워라밸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야심차고 담대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ICT워라밸 클러스터’는 골프장을 비롯한 각종 체력단련시설을 갖춘 연구단지인데 최우선 고려 대상은 골프장이라고 한다. 서울과 대구, 그리고 전국의 지자체로 바쁘게 다니는 김명화 이사장을 지난 18일 만나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에 대해 알고 싶다. 규모와 목적에 대해 말해 달라.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소프트웨어개발업체가 약 80만 개가 있고, 그 종사자는 150만 명 넘는다. 전국 IT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제도개선에 노력하고자 2008년 조합을 설립, 올해로 15년이 됐다. 2011년에는 40여 기업들과 함께 대구에 내가 제공한 토지에 소프트웨어벤처타워를 건립해 전국 최대의 벤처기업집적시설을 마련했다. IT기업들의 연구 개발 환경 개선과 발전을 위함이었다. 이 공로로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협동조합대상을 수상했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의 이익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이해했다. 현재 추진 중인 ‘ICT워라밸 클러스터’가 꼭 필요한 사업인지, 이유를 듣고 싶다.

△평생을 소프트웨어 개발업에 종사하고 있어도 골프회원권 하나 갖기 어려운 것이 IT종사자의 현실이다. IT산업은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부가가치가 높고 앞으로 선진국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도 정부는 일시적인 지원밖에 해주지 않는다. 한해에도 수천억씩 연구비용을 지원하지만 정작 필요한 체력단련장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IT종사자들은 IT산업을 3D업종이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한다. 세계적으로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민낯이다. IT산업을 육성하려면 먼저 이 업계 종사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해서, 재취임하자마자 사업을 기획했다. 전국 지자체가 보유한 임야를 개발해서 IT종사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계획이다.

-‘ICT워라밸 클러스터’가 IT강국을 짊어질 IT종사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인 것 같은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IT업체는 장소의 구애를 크게 받지 않는 업종이다. 한동안 다음(daum)을 비롯한 IT분야의 대기업들이 제주도로 많이 이전해간 사례가 있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IT개발자들이 제주도를 선망의 장소로 택한 거다. 최근 코로나19로 우리 분야의 기업인들도 재택 업무가 더 편리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효율성을 체험했다. 워케이션(Work & Vacation)이라는 말이 딱 맞는 직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기 좋고 체력단련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산골 깊은 곳 어디라도 ICT기업들의 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기획이다.

-지역 선정은 되었나? 애로는 없는지?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과 제주도로 나눠 계획 중이다. 가장 먼저 토지매입이 완료되는 지역부터 추진할 계획이고 몇몇 지방정부에서는 설명회도 가졌다. IT산업이 굴뚝 공장이 아닌 고급인적자원집약산업이라 인구증가를 기대하는 지자체들이 오히려 유치경쟁 중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동두천시, 의정부시, 하남시 등 미군부대 공여지 중심, 중부권은 괴산군을 비롯한 충청남북도, 남부권에는 구미, 영천, 청도, 창녕군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 협동조합에서는 180여 기업과 개발자들이 뜻을 모아 동참하고 있다.

-해외 사례에도 이같은 사례가 있는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독일 베를린의 아들러스호프에 있는 국제과학단지, 프랑스 니스 인근의 소피아앙티폴리스의 국제첨단과학 기술단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생체의학연구소인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등이 우리의 ‘ICT워라밸 클러스터’와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골프장과 체력단련시설을 갖춘 연구단지는 아니다. 완성되면 우리가 훨씬 더 우월할 거라 예상한다. 전세계에서 벤치마킹하러 오게 될 정도로 규모있게 조성할 계획이다.

-토지 매입과 건설 등에 비용이 만만찮을 것 같다. 비용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준공 예정은 언제인가?

△비용은 한 곳에 최소 2천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각 회사들이 부담하는 비율이 높다. 자기자본금이 50% 이상이고 시행사 마진이 배제돼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내는 비용은 1천만원부터 부담가능하고 토지는 평당 3만원으로 진행 중이다. 자금관리는 우리자산신탁에서 추진하므로 초기부담이 많지 않다. 준공 시기는 각 권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2026년 첫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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