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별이 아프다’
윤석홍 지음
도서출판 나루 펴냄·산문집

윤석홍 시인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의 부제로 쓰인 말인데, 우리 삶 속에 가는 곳마다 나보다 한 수 위, 고수가 숨어있다는 뜻이랍니다. ” -본문 중에서

포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윤석홍 시인이 첫 산문집 ‘지구 별이 아프다’(도서출판 나루)를 펴냈다.

산문집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보고 느낀 일상의 기억과 삶의 편린을 시인의 마음 한곳에 담아뒀던 글을 일월의 ‘근하신년’으로 시작해 십이월의 ‘이별의 종착역’까지 월별에 맞는 주제로 매주 한 편씩 꺼내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윤 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재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아픈 지구별이 우리에게 보내는 시그널의 의미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한마디로 저자는 우리가 말로만 ‘환경을 보호하자’라고 말하기에 앞서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아침마다 24시간 쓸 수 있는 하얀 종이 한 장씩을 받는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쓸 수 있다. 여기에 그리고 쓰는 것은 마음이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그 넓은 하늘을 백지 삼아 편지를 쓰고 싶다. 그보다 더 진솔하고 깊은 대화가 있을 수 없다. 그 대화는 늘 내게 힘을 주고 다독거려 준다. 그 사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라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환경을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분노하는 자연’, ‘황사가 주는 선물’, ‘사람이 문제다’나 독서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시끄러운 도서관’, ‘책 읽는 노년의 아름다움’, ‘책과 생존의 무게’ 같은 작품은 무거운 제목과 달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별의 종착역’에서는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숙명처럼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갈아탈 때마다 짐이 가벼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은 왜일까. 해마다 낡아져 가는 우리네 여행 가방은 점점 무거워져만 간다. 새해라는 열차로 갈아탈 때 지금보다 가벼워지기 위해 무거워진 여행 가방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다. 버리고 비우며 한해 보내고 새해 맞으시기를 바란다”는 글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윤석홍 시인
윤석홍 시인

김일광 동화작가는 “이 산문집은 소소한 일상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촌 우리들 모습을 담아냈다. 매주 한 편씩 불편한 마음으로 때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글들을 통해 무심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잠시 되돌아보게 하고 위로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라고 추천의 글을 썼다.

윤 시인은 근래들어 재미있는 글쓰기로서 세계 3대 트레일이라 알려져 있는 존 뮤어트레일 여행기 같은 도보여행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전하는 글을 써 왔다. “살다보면 어떻게든 살아지게 된다. 삶은 굴러가는 구슬과 같다. 긁히고 금이 간 구슬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법”이라며 “큰 비 온 뒤 물꼬 터지듯 편편 기억들을 살리고 일기장에 묻어두었던 것을 꺼내 햇볕에 말려도 좋겠다는 생각에 묶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 시인은 1987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저무는 산은 아름답다’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 ‘북위 36도, 포항’이, 여행 산문집으로 ‘존 뮤어트레일을 걷다’ ‘길, 경북을 걷다’가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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