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대응 112신고 녹취록에
정쟁 자제서 강공 모드로 급전환
尹에 입장 요구하며 국조 촉구도
여, ‘정부 책임론’ 일정 부분 인정
경질 공세엔 “원인 파악 앞서야”

김도읍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간 의사 일정 합의를 요청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5일째인 2일 여의도 ‘추모 정국’이 112신고 녹취록 파장에 요동치고 있다. 여당은 ‘선 수습, 후 문책’을 주장한 반면에 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으로 맞서는 등 그동안 자제됐던 여야의 정쟁이 다시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 도움을 요청한 112 신고가 빗발쳤지만, 사실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야권이 격분하면서 정치권의 ‘정쟁 자제’ 기조가 이날부로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관련 책임자의 파면을 요구하며 대여 공세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희생자 애도와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던 로우키 행보를 접고 강공 모드로 급전환한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112 녹취록은 물론이고 전날 외신 기자회견에서의 한덕수 국무총리의 농담성 발언, ‘추모 리본’ 논란까지 도마 위에 올리는 등 작심한 듯 날 선 공세를 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은 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있다”며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사건을 축소, 은폐, 조작하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직접 112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읽어내려간 뒤 “결코 막을 수 없던 참사가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참사 직후 대통령, 총리, 장관, 시장, 구청장, 경찰서장 등 누구 하나 사죄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정청래 의원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사법조치 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이라도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정하라”고 강조하는 등 ‘이상민·윤희근 경질’ 요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비극은 사고가 아닌, 공권력의 외면으로 인한 희생이었다”면서 “국회는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이정미 대표는 “정의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할 것과 대국민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민주당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112 녹취록의 파장을 감안해 ‘정부 책임론’에 일정 부분 수긍하며 자세를 낮췄다. 당 지도부는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제대로 된 현장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충분한 현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그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가애도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책임자 문책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사태 수습과 피해자 지원이 우선이라는 점을 들면서 현시점의 인사조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는 당장의 야당발 ‘경질 공세’는 차단하면서 앞으로 여론 향배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닌 정확한 방향”이라며 “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